사소한 거 하나부터 너무나 다른 남녀, 요즘은 둘 다 kbs <아이리스>를 보고 있어요.
하지만 남자와 여자는 같은 걸 보고 있어도 딴 생각을 해요.
그래서 오늘은 <아이리스> 시청생활 편이에요. 화내지 말아요.
이건 그냥 이 남자랑 이 여자가 찌질한 거에요.
남자는 슬쩍 자기 배를 봐요. 굴곡 없는 평화로운 평원이 펼쳐져 있어요.
맥주랑 닭강정을 끊고 3개월만 열심히 운동하면 저 정도 복근은 일도 아니라 생각하며 맥주를 마셔요.
이병헌이 웃통을 벗었어요. 역시 몸이 와따에요. 여자는 키만 이병헌 닮은 남자친구를 원망해요.
약물을 주사했을 뿐인데 온갖 오두방정을 다 떨고 있어요.
남자가 보기에 저건 백퍼센트 ‘뺑끼’ 쓰는 거예요. 역시 고문은 바른 말을 토해낼 때까지 ‘빳따’로 때리는 게 와따에요.
여자는 불안해요. 끝나 가는데 탑이 안 나와요. 시계와 텔레비전을 왔다 갔다 하는 여자의 표정이 점점 굳어져요.
남자 예상대로 김태희가 이병헌을 밀쳐내고 따귀를 때렸어요. 그런데 이 미틴넘이 다시 입술을 들이밀어요.
1초, 2초... 남자는 숨이 막혀요. 29초, 30초... 이러니 술을 못 끊어요.
저런 건 이병헌이니까 봐주는 거예요. 물론 여자 곁엔 이병헌은커녕 소파 옆에서 사료 먹는 멍멍이밖에 없어요.
여자는 김태희 머리를 어디서 했는지 궁금해요. 손님, 이건 고데기에요.
키보드를 타닥거려 cctv를 조정하니까 엄청난 첨단 첩보전 같지만 결국 현장에 나가 있는 애들은 죽어라 뛰며 뺑이치고 있어요. 남자는 저것이 땅개의 숙명이라 생각해요.
탑인 것 같아요. 여자는 텔레비전 앞으로 바짝 다가앉아요. 하지만 그래봤자 줌이 되는 건 아니에요. 여자는 짜증을 내요.
회가 되니까 탑이 나왔어요. 킬러라더니 진짜 사람 잡아먹을 눈빛이에요.
하지만 남자는 군필자가 아닌 킬러는 마음으로 받아줄 수 없다고 생각해요.
기다리던 탑이 나왔어요. 여자는 마음 속 밑바닥에 손톱만큼 남아 있던 남자친구의 존재를 지워요.
탑은 목소리도 섹시해요. 그런데 딸랑 요만큼 나와요. 여자는 편집한 사람과 싸우고 싶어요.
이런 된장! 첫 키스 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뽀뽀질이에요.
남자는 마우스 투 마우스로 사탕이 옮겨가는 걸 보며 숨이 막혀요. 내세가 있다면 저 사탕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먹던 사탕을 먹이다니 여자는 토할 것 같아요. 사탕은 설렁탕집 카운터에 있는 박하사탕 같아요.
화이트데이를 날로 먹으려고 하다니 아무리 이병헌이라도 봐줄 수 없어요. 돌아갈 때 면세점 방문은 필수에요.
남자는 왠지 엄마가 과일을 깎고 노크 없이 들어올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요.
bgm이 흐르고 있지만 남자는 까닭 없이 볼륨을 줄여요.
그런데 별 거 나오지도 않아요. 여자는 억울해요.
킬러라던 탑이 데저트 이글을 그것도 한 손으로 들고 쏘는 걸 보며 남자는 끌끌 혀를 차요.
백만 예비역을 기만하는 짓이라 분노하며 게시판에 밀리터리 상식을 적어보아요.
여자는 더 짙어진 탑의 다크써클을 걱정해요. 킬러는 참 힘든 일인 것 같아요.
다크써클에는 연어와 브로콜리가 좋다던데 엄마가 비싸다고 사주지 않아요.
남자는 갑자기 사격 20발 중 10발을 채 못 맞춰서 총구에 벽돌을 매달고 pri를 하던 기억이 떠올라요.
멀가중 멀가중 멀중가중, 생각만 해도 토할 것 같아요.
이병헌이 누굴 쏴요. 귤 가지러 갔다 왔더니 누가 죽었어요. 누구인지 들었는데 까먹었어요.
탑이 쥬니에게 접근하는 걸 보고 억장이 무너져요. 사실 남자는 김태희는 저 멀리 있는 존재지만 쥬니 정도라면 어떻게 해볼 수 있을 거라 믿고 있었는데 애 눈만 높아졌겠어요.
하지만 지난주에 클럽 갔다가 입장 거부당했던 걸 생각하니 분노가 치밀어요.
남자는 자신이 이병헌이라면 김태희와 김소연 중 누구를 선택할지 0.3초 정도 고민해요.
역시 고민이 필요 없는 문제에요. 남자는 ‘난 듈 다’라고 결론을 내려요.
역시 사람은 말라야 한다고 다이어트를 결심하는 여자의 손이 자꾸만 뻥튀기 봉지를 향해요.
저런 씨알도 안 먹힐 멘트를 날렸는데 김소연이 ‘왠지 ㅄ 같지만 멋있어’라는 눈빛을 보내요.
이런 제길! 또 한 명이 이병헌에게 넘어왔단 생각에 남자는 울화통이 터져요.
아무리 이병헌이지만 여자는 이게 뭐 하자는 플레인가 싶어요.
남자친구가 그랬으면 가만 안 뒀을 거예요.
역시 고문은 머리끄댕이를 붙잡고 욕을 한 두 마디 섞어주며 해주는 게 와따에요.
그런데 이 새끼가 또 정신없는 척 ‘뺑끼’를 써요. 고문관도 이런 고문관이 없어요.
이병헌에게 자꾸 일본말을 하면서 패요. 이병헌이 일본말을 못할 수도 있잖아요.
여자는 지난달에 끊어놓고 가타카나 외우다가 관둔 일본어 학원비를 생각해요.
남자는 저 싸움의 승리자를 차지하면 되는 걸까라고 0.3초 생각해요. 하지만 역시 생각이 필요 없는 문제에요.
남자는 언제나 ‘난 듈 다’니까요. 서로 얼굴은 때리지 않길 바라고 있어요.
김태희와 김소연이 싸워요. “야 이년아 죽고 싶냐” 이런 말 한 마디 안 하다니 저건 진정한 싸움이라 할 수 없어요.
어차피 머리채만 잡으면 이기는 건데 오래도 싸워요.
남자는 동상의 전설에 대한 김태희의 설명에 혼자 “전설 따위 믿지 않아”라고 대답하고선 낄낄낄 배를 잡고 웃어요.
자신의 유머 감각에 만족한 남자는 ‘플짤’을 만들기로 해요.
여자는 김태희를 보니 엊그제 인터넷 쇼핑으로 산 부츠가 떠올라요. 택배 올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따뜻해져요.
이 자식이 또 데저트 이글을 한 손으로 쏘고 있어요. 남자는 자신이 게시판에 데저트 이글의 반동에 대해 쓴 글에 ‘ㅂㅅ 잘난 척은’이라고 리플을 단 게 탑이라 굳게 믿어요.
지금까지 남자의 <아이리스> 시청 생활이었어요.
옆에 있던 남동생이 옷이 저게 뭐냐며 비웃어요. 베개를 집어던져요.
총에 대해서도 잘난 척 하지만 여자는 닥치라고 소리를 지르며 탑이 뭐라고 하나 귀를 기울여요.
내일 예고까지 보고 나서 채널을 돌려요.
지금까지 여자의 <아이리스> 시청 생활이었어요.
[10 아시아] 펌.
ㅋㅋㅋㅋㅋ
아아..나레이션 아줌마의 목소리가 들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