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노가 시도한 최초의 것들 10

면죄자 작성일 10.03.26 19: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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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닷컴ㅣ나지연·서보현기자] "난 말이다. 난 말이다. 네가 정말 그리워서 찾아 헤맨 게 아니야. 그저 도망노비 찾아

 

잡으러 다닌 것 뿐이지." (대길)

 

"금방 회복될 것입니다. 다 나으면 좋은 세상 만들어야지요. 혜원이, 언년이 두 이름으로 살지 않아도 될.." (태하)

 

마지막회. 대길(장혁 분)의 역설과 태하(오지호 분)의 바람이 곧 드라마 '추노'였다. 노비를 쫓은 것도 결국 사랑을 위해서였

 

고, 세상을 바꾸는 것도 또 결국 사랑을 위해서였다. 그렇게 KBS-2TV '추노'는 사랑과 희망을 이야기하며 막을 내렸다.

 

지난 3개월. 시청자는 '귀가노비'가 됐다. 모든 것이 'ㅇㅇ' 때문이었다. 최초로 다룬 민초의 삶에 빠졌고, 최초로 찍은 레드원

 

영상에 몰입했다. 최초로 선보인 복근목욕에 시선을 멈췄고, 최초로 등장한 문서 카메오에 배꼽을 잡았다.

 

추노의 새로운 시도는 끝날 때 까지 끝나지 않았다. 주연이 아닌 조연에게도 사연있는 엔딩을 선사했다. 심지어 대단원의 마

 

침표, 엔딩 크레딧은 '초복'(민지아 분)의 얼굴 위로 올라갔다.

 

추노가 꿈꾸던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드라마, 아니 사극의 역사는 추노로 인해 다시 쓰여졌다. 메.이.드.인.추.노. 추

 

노가 만든 최초의 것들, 추노가 시도한 처음의 것들 10가지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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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노비를 이야기하다"

사극의 주인공은 늘 왕들의 독차지였다. 조연은 양반과 서민, 단역은 언제나 노비들 몫이었다. 계급과 비중이 정비례를 이뤘던 셈. 하지만 '추노'는 달랐다. 언제나 들러리 신세였던 노비를 드라마 전면에 내세우며 '민초 사극'의 효시가 됐다.

제목마저 '추노(도망노비를 쫓다)'. 노비인 언년과 무관에서 노비로 전락한 송태하, 이들을 쫓는 추노꾼 대길, 개혁을 꿈꾸는 노비 업복의 사랑과 희망이 맛깔난 이야기로 버무려졌다. 한 마디로 노비의, 노비에 의한, 노비를 위한 첫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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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영상미학, 때깔이 달랐다"

'추노'는 때깔부터 달랐다. 차별화 된 영상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 뒤엔 '레드원 카메라'가 있었다. '레드원 카메라'는 고속 촬영과 아웃 포커싱이 가능하다. 또한 기존 HD 카메라보다 높은 해상도와 화질을 구현해 영화같은 화면이 완성됐다.

'레드원 카메라'는 지난해 영화 '국가대표'에서 처음 사용된 장비다. 드라마로는 '추노'가 최초다. '추노'의 김종연 PD는 "추격신이 많아 특수 카메라 레드원을 구입했는데 속도감과 화질에서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놀라운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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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가슴을~. 도전! 모자이크"

'추노'는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이다해 노출신마다 선정성이 대두됐다. 제작진은 이런 비난 여론에 대한 궁여지책으로 지난 1월 27일 방송분에서 이다해의 가슴을 모자이크 처리했다. 노출을 모자이크로 마무리한 것. 물론 이 역시 사극 최초의 시도.

이는 시청자 의견을 반영한 결과였다. 박진석 PD는 "'추노'를 가족이 함께 보기 민망하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해당 장면이 그대로 나간다면 논란이 생길 것 같아 모자이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응은 또 다시 질타 연속. 모자이크는 한 회를 못 넘기고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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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줄초상, 예측없는 죽음"

줄초상 드라마. '추노'에 붙었던 또다른 이름이다. 유독 많은 출연진이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퇴장하면서 붙여진 별명이다. 송태하의 부하 곽한섬, 추노꾼 천지호, 명나라 무술고수 윤지, 언년이의 호위무사 백호 등이 비명횡사로 드라마를 떠났다.

이전 드라마와 달리 유독 많은 인물이 죽음을 맞은데 대해 곽정환 PD는 "죽음에는 희망이 없는 것이 아니다"라며 "무조건 웃기는 것이 희망을 의미하지는 않는 것처럼 이 장면들을 통해 기쁨과 희망을 동시에 전달하고 싶었다"고 그 의미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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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장동건, 송강호 문서 카메오"

카메오도 남달랐다. '추노'는 유명 스타를 문서 속에 깜짝 등장시켰다. 장동건, 이병헌, 송강호, 한석규는 14회에서 송태하와 함께 하는 이들의 명단으로, 유재석, 박명수는 19회 분에서 소현세자의 추종세력으로 간접 등장했다.

이는 팬서비스 차원의 일이었다. 곽 PD는 "사람들이 편안하고 친숙하게 여길 수 있도록 코미디를 많이 시도했다"며 "다소 가벼워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사람을 많이 출연시키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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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길거리 사극, 복근전쟁"

브라운관에 분 짐승남 열풍의 주역은 '추노'였다. 장혁, 오지호, 한정수, 김지석 등 주요 남자 출연진이 상반신이 그대로 드러나는 의상을 입었기 때문. 영화 '300'의 명품 몸매를 브라운관에 그대로 옮겼다는 평을 들었을 정도였다.

식스팩 전쟁은 '추노'를 화제의 드라마로 일으켜 세우는데 충분했다. 김종연 PD는 "남자 배우들의 상반신 노출로 시청자의 만족도가 높아졌다"며 "천민 신분을 표현할 뿐 아니라 또 하나의 볼거리를 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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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언니야, 시대말을 옮기다"

이전 사극에서 쓰지 않은 어휘를 사용하기도 했다. 추노패끼리 서로를 '언니'라고 호칭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 실제로 조선시대에서 '언니'가 손위 형제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는 용어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사례였다.

천성일 작가는 최근 각종 인터뷰에서 "소설 '임꺽정'에서 '언니'라는 호칭이 동성간에도 쓰였다는 것을 알고 사용했다"며 "못 배운 사람들끼리는 서로 '언니'라고 말하도록 하고 배운 사람은 '형님'으로 부르게 해 차별화를 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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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모두가 사연있는 엔딩"

엔딩도 특별했다. 기존 드라마는 엔딩이 주인공의 이야기에 국한됐다. 하지만 '추노'는 대길과 언년, 태하라는 3명의 주연만 집중 조명하지 않았다. 각 인물들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극에 녹여낸 것처럼 엔딩도 어느 캐릭터 하나 소홀하지 않았다.

업복이가 궁궐에서 관료를 처단하며 개혁의 의지를 실현한 것과 황철웅이 부인 앞에서 눈물을 쏟으며 참회한 장면 등이 그 예다. 곽정환 PD는 "등장인물의 엔딩신이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파격적인 시도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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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엔딩 크레딧, 초복이의 영광"

'추노'는 주인공의 드라마가 아니었다. 배우의 드라마였다. 주조연이 함께 스토리를 이끌었고 엔딩도 마찬가지였다. '추노'는 장혁, 이다해, 오지호 뿐 아니라 초복과 은실 등 조연에게도 엔딩을 남겼다. 특히 마지막 엔딩 크레딧은 초복이의 밝은 미소 위로 지나갔다. 크레딧은 주인공의 얼굴에만 흐르는 기존 드라마의 마무리를 뒤집은 것.

곽정한 PD는 최근 "그동안 주인공에만 제한된 드라마가 아니었다. 결론에도 각 인물 별로 별개의 엔딩신이 존재한다"며 "처음으로 시도해 본 여러 개의 엔딩인데 개인적으로 파격적인 시도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귀띔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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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대길, 끝난 줄 알았지?"

'추노'의 마지막 1분은 특별했다. 대길의 죽음으로 추노꾼과 노비의 희망을 이야기하며 끝난 '추노'는 마지막 순간 대길을 재등장시켰다. 대길이 햇살 아래에서 활을 쏘며 미소를 짓는 모습으로 최종 엔딩 타이틀이었다.

이는 끝까지 긴장감을 살리기 위한 의도된 장치였다. '추노' 제작진은 "엔딩 타이틀 역시 이전과는 다르다"며 "따뜻한 느낌을 주면서 시청자들의 허를 찌르는 엔딩 타이틀이 공개될 것"이라고 독특한 엔딩컷에 대해 언급했다.

<글=나지연·서보현기자, 사진=KBS 제공, '추노'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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