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살, 빨간 스케이트화를 신었던 그날이 내 운명의 날이 될 줄이야!
나는 줄곧 우연이라고 생각해왔지만, 사실은 필연이었는지도 모른다.
세렌디피디(serendipity)라고 해야 하나?
우연을 붇잡아 행운으로 만드는 것.
누구에게나 우연을 가장한 '기회'가 찾아온다.
하지만 그것을 붙잡아 행운으로 만드는 것은 자신의 몫이다.
그 작은 우연을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행운'으로 만드는 과정은
무수한 고통과 눈물방울들을 모아 등수를 매길 수 없는 트로피를 만드는 것과 같았다.
아무도 줄 수 없는, 내가 나에게 주는 상.
나는 아직 그 상을 받지 못했다.
나는 스케이터다.
또래 친구들이 '학생'이라고 불릴 때
나는 '피겨 스케이터'라는 또 하나의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아직 자기가 무엇이 되고 싶은지조차 모르는 아이들에 비해 얼마나 행복한 일이냐고.
꿈이 있다는건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독하게 나를 단련해왔는지를 떠올려보면
매 순간 행복할 수만은 없었다.
그저 꿈꾸는 것만으로는 오래 행복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그 꿈을 이루고 싶었다.
승부욕이 강한 나는 일등을 하고 싶었고, 그것이 꿈을이루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나의 경쟁상대는 '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먹고 싶은 걸 모조리 먹어 버리고 싶은 나,
조금 더 자고 싶은 나,
친구들과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은 나,
아무 간섭도 안 받고 놀러다니고 싶은 나,
하루라도 연습 좀 안했으면 하는 나...
내가 극복하고 이겨내야 할 대상은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내 안에 존재하는 무수한 '나'였던 것이다.
이런 나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 즐겁게 하자.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하지 않았던가?
2008 고양 그랑프리 파이널
정신없이 짐을 챙기고 버스에 탔다. 끊임없이 날아오는 문자들.
하지만 확인하고 나니 너무 섭섭했다.
그 많은 문자들 중에 나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해주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래도 은메달인데 수고했어' '힘내!'라는 말뿐 '축하해'라는 말은 없었다.
내가 일등이 아니라서? 실수를 해서? 아사다 마오 선수한테 져서?
언제부터 내가 일등을 해야만 축하를 받게 됐을까.
나는 이제 일등이 아니면 축하를 받지 못하는 사람이 된건가.
물론 나를 위해주고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는걸 잘 알지만 너무나 서운했다.
나는 위로가 아니라 축하를 받고 싶었다.
내 성적이 나빠지면 국민들뿐만 아니라 내 주변 사람들마저도
나를 외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외로웠다. 사람들은 내가 잘했을 때만 내편이고
내가 실수를 하고 경기를 잘 못하면 금방 돌아 서겠구나,
김연아는 항상 잘해야 하고 일등이 아니면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생각하게 만든
그 무언가가 너무 원망스럽고 섭섭했다.
피겨 스케이팅은 누군가와의 싸움이 아니다.
나라끼리의 싸움도, 선수끼리의 싸움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없이 고독한 나 자신과의 싸움만도 아니다.
내가 아는 피겨 스케이팅은 음악과 팬들과 교감하면서
무대 위에서 펼치는 한 편의 드라마다.
그 짧은 순간에 나의 모든 것을 쏟아 넣고 그것을 통해
관객들과 기쁨과 행복감을 나누는 아름다운 스포츠다.
그 사실을 깨닫고부터 한 가지 바람이 생겼다.
앞으로 어떤 색깔의 메달을 받든, 어떤 점수를 받고
어떤 경기를 하든, 끝난 후에는 언제나 저 사진에서의
내 모습처럼 환하게 웃을 수 있기를 ...
내가 부당한 점수 때문에 흔들려서 스케이팅을 망쳤다면
그것이야말로 나 스스로 지는 결과가 아니었을까
그런 순간들을 이겨냈기에 이 자리, 이번 금메달이 더욱 값지게 여겨졌다.
내 인생은 올림픽에서 끝나지 않는다.
나는 지금 스무 살이고, 나에게는 더 큰 미래가 있으니까.
나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여기부턴 인터뷰?부분
올림픽 이후, 꼭 하고싶은 일들?
올림픽이 저한테는 가장 큰 산이거든요.
그래서 일단 뭘 하고 싶다기 보다, 올림픽이 끝난 이후에 갖게 될 심리적인 편안함이 가장 크게 기대돼요.
어떤 결과를 얻는 내 머리와 마음속에 올리픽이 지나간 이후의 삶을 어떨까, 아주아주 기대가 돼요.
그것만으로도 너무 좋을 것 같아요
또 앞으로 1-2년 동안을 못할 것 같긴 한데, 여행을 다니고 싶어요
제가 파리를 두 번 가봤는데, 그때마다 대회 끝나고 조금씩 봤거든요.
그래서 더 그런지 언젠가 한번쯤은 제대로 파리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유럽여행도 하고싶고 뉴욕도 가보고 싶어요 .
일본도 시합은 많이 다녔는데 항상 침만 흘리고 보지를 못해서 제대로 여행해 보고 싶어요.
친구들이랑 얘기하다 보면 다들 여행가고 싶어 하더라고요. 여행은 누구나 갖고있는 꿈인 것 같아요.
대학생 김연아로 돌아온다면?
정말 평범한 학생으로 한번 생활해보고 싶어요.
지금은 솔직히 학교 가기가 겁이나요. 전에 한번 학교에 갔다가 이런저런 기사들도 나오고 그래서.
제가 학교생활을 과연 할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아주 평범한 학생으로 그냥 대학생들이 하는 것들 다 해보고 싶어요
강의도 듣고 , 학교 식당에서 밥 먹고, 도서관가고, 친구들과 MT가고. ㅋㅋ
저는 사람들이 길을 걷거나 밥을 먹을 때, 모르는 사람이 아무렇지 않게 스쳐지나가고
서로 아무 신경을 안 쓰는 그런 느낌이 어떨까. 궁금해요
그런 사람들이 너무 부러워요.
그래서 오히려 평범한 사람으로서의 자유를 항상 꿈꾸나봐요
기억에 남는 TV출연
방송 출연은 몇 번 안해봤지만 <무한도전>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실제로도 좋아하는 프로그램이고, 촬영할 때는 웃느라고 볼이 아플 정도였어요.
촬영 내내 쉬지않고 계속 진행을 하고 순발력 같은 대응력이 진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TV볼때랑은 정말 달라요
저는 쉴때 주로 방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편이라 TV는 잘 안보는데,
저녁마다 물리치료하는 시간에 TV를 켜 놓아서 가끔 드라마를 보거든요.
주로 막장드라마예요. 저 그런거 좋아해요 ㅋㅋㅋ
챙겨서 보진 못하지만 <무릎팍도사> 같은 예능 프로도 좋아하고요.
연아양의 존재 자체가 우리들에겐 축복이 아닐까 합니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