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의 어느날.
전역을 몇 주 안 남기고
문뜩 월급 통장을 확인해 봤다.
몇 달 전에 월급 카드를 지갑 째로
잃어 버려서 엉겹결에 한 50 좀 넘게 모였더라.
고민했다.
이 돈을 어디다 쓸까.
삼성전자 한 주 사서 주갤 입성할까.
아니면 술이나 퍼 마시러 댕길까.
그러다 문뜩.
어차피 PX에서 이거저거 쳐먹었으면
다 썼을 돈인데, 그냥 애초부터 없었던 셈치고
남아 있는 새퀴들을 위해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돈으로
소대원 한명 한명의 소원을 이뤄 주기로 했다.
아니 적어도 이뤄 줄 수 없다면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기로.
그 날부터 모든 소대원들의 꿈을 조사했다. 한명 한명.
(은근 빡세다 ㅅㅂ)
어떤 놈은 맨날 폭주질만 하다가 고등학교 중퇴해서
검정고시 패스하는 게 꿈이고.
어떤 놈은 축구는 존내 좋아하는데 체력이 ㅄ이라
맨날 벤치만 지켜서 축구 좀 끼여서 해보는 게 꿈이고.
또 어떤 놈은 원래 미술 하던 놈인데, 세상살이 이렇게 저렇게 살다보니
포기해서.. 다시 미술 시작하는 게 꿈이고.
또 어떤 놈은 태어나서 공부라곤 한번도 안 해봤지만
그저 일본에 가보는 게 꿈이라 일본어 공부하는 새퀴도 있고..
저마다 꿈이 다 다르더라.
그래서 한 명 한 명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각자 선물을 하나씩 준비했다.
인터넷에서 살 수 있는 건 사고, 안되는 건 직접 돌아다니면서 샀다.
한 40 좀 안 들게 들더라.
ㅅㅂ.. 사고 나서 존내 후회. 내가 미쳤지.
어쨋건 다 준비해서 부대로 들고 갔다.
존내 무겁더만 ㄷㄷ
그리고 대망의 전역 전날.
전역 파티때 마지막으로 소대원 한 명 한 명한테
각자의 꿈에 대해 말해주면서 하나씩 하나씩 선물을 나눠 주고.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줬다.
지금 가지고 있는 그 꿈.
절대 잊지 말고, 꼭 이뤄라.
내가 지금까지 힘든 군생활을 견디고 해왔던 건
이루고 싶은 꿈이 있어서였다.
ㅈ같아서 때려 치우고 싶을 때도,
그 꿈 하나 생각하면서 견뎠다.
봐라. 늬들 중에 꿈 없는 사람 있냐?
이 세상에 크건 작건 꿈 없는 사람은 없다.
그거 하나 만으로 아무리 힘들어도 ㅈ같아도
견딜 수 있는 거다.
군생활도. 하루 하루 살아가는 삶도.
그러니까 그 꿈에 대한 희망을 잃지 말고
견뎌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마지막 사진 한 장.
원래 30명인데 몇 명 안 나옴 ㅅㅂㅋ
출처 알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