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17일
한 유머 사이트 커뮤니티에
[놀고 먹고 자고 월급 900만원 짜리 알바 쏘우 실사판]
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글이 올라온다.
글의 핵심은 20평짜리 방에서
사회와의 접촉을 일체 차단한 채 담당 교수의 지시에 따라
30일 동안만 버티면 900만원을 준다는 아르바이트.
글쓴이는 할 건지 말 건지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은 했지만
이미 마음은 실험을 참여한다에 굳혀진 듯 보였다.
이 한 편의 글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일파만파로 퍼졌고,
나도 하고 싶다는 수많은 사람들과
'정말 위험하다'는 경고성 글들도 간혹 보였다.
혹자는 실험 조건에 "자해 등으로 인한 피해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대목을 거론하며 극구 말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 원래 이런 짓 잘함ㅋㅋ"
"평소에도 이렇게 사는데 뭐ㅋㅋ" 등등의 반응을 보이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채 글쓴이에게 부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 글쓴이 LA캘리포니아님은 실험에 참가하게 된다.
(원 글에 글쓴이가 쓴 댓글로 참가했음을 알 수 있었다)
갔다 오면 후기를 쓰겠다고 약속하고 떠났기 때문에
커뮤니티의 모든 사람들은 그의 후기를 애타게 기다렸다.
실험 조건 중 무조건 일주일은 버티고 난 다음에야
그만 둘 수도 있다고 명시되어 있었기 때문에
(첫 실험 시작일부터 일주일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포기할 수 없다)
커뮤니티 사람들의 일차적인 화두는 LA캘리포니아님이
과연 일주일 뒤 실험을 중도에 포기한 채 돌아오느냐 마느냐는 것이었다.
그리고...
LA캘리포니아님이 실험에 참가한 지 일주일이 지나고 8일째가 됐다.
그때까지 LA캘리포니아님의 후기는 커녕 글도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궁금증은 더해만 갔다.
과연 글쓴이는 일주일을 넘기고 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중도 포기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너무 바빠서 후기를 쓰지 않은 걸까?
아니면.. 혹시.............
시간이 지나간다...
그리고...
2010년 9월 9일....
LA캘리포니아님의 글이 드디어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그런데... 내용이 이상했다.
일단 오타가 너무 많았고,
문장과 문장 사이의 접속사나 문맥도 맞지 않았다.
(원 글 뿐만 아니라 원 글의 댓글로 쓴 글쓴이의 다른 글들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LA캘리포니아님이 실험에 대해 올렸던 게시물과 비교해봐도
이런 어투나 표현력 등은 동일 인물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낯설었다.
어쩐지 약간은 불안정한 모습처럼 보였다.
본인은 술을 마시고 나서 쓴 글이라 정신이 없어서라고 얘기했다.
좀 더 자세한 후기는 나중에 쓰겠다며....
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각했다.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아니면 단순히 술에 취했기 때문에 그랬던 걸까..?
그리고... 2010년 9월 13일 저녁 8시가 조금 넘은 시각..
드디어 LA캘리포니아님의 '제대로 된' 후기가 올라왔다.
그 내용은... 놀라웠다.
분명한 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이다.
보수가 높으면 그만큼 위험 부담이 크다.
이건 인생의 진리다.....
LA캘리포니아님에게 남은 건 단순히 물질적인 돈 900만원이 아니다.
대학교에서 제시한 공식적인 아르바이트, 실험은 끝났지만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던 꿈으로 인한 강박증,
그리고 자신은 못 느끼지만 주위 사람들이 그를 보며 '변했다'는 모습을 느끼는 감정..
지속적인 정신과 치료 등등.... 그의 실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인간은 어리석다.
이럼에도 '나는 안 그럴껄.'
'그래도 저 정도 돈이면...'
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LA캘리포니아님의 경우 하나만을 가지고 일반화를 하는 건 아니지만,
분명한 건 이런 류의 심리실험이나 생동성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의 결과는
항상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알려진 것만으로도...)
명심하자.
쉽게 얻을 수 있는 건 세상에 아무것도 없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