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쨋든, 밥을 사달라고 했으니까. 뭘 먹어야 할지 조금 고민했어요. 솔직히 저 혼자면 컵라면 사먹어도 되고, 학생식당을 가도 되지만. 예쁜 여자분 대리고 그런데 갈 순 없잖아요 -_-;;; 난 학식 맛있던데; 다들 맛 없다고 하더라구요~;
"뭐 먹고싶은거 있어요?" "밥이요."
그러자 그녀는 활짝 웃으며 말했어요. 그게.. 뭐랄까. 왜 배부르면 나오는 그 특유의 행복한 표정 있잖아요 그런 표정이였어요 -_-;;;; 했던 얘기 또하거나, 저렇게 받아치면 짜증나기 마련인데 저렇게 예쁜 얼굴로 행복하게 웃으니까 기분 하나도 안나쁘더군요. 내가 사람을 얼굴로 따지는 속물이였나?;
"그러니까 밥 뭐요?" "전 아무거나 좋아요."
시험인가? '네 녀석의 센스를 보여봐라!' 이거 이렇게 학식 가자고 하면...
'제 점수는... 불합격 드리겠습니다.' -이승철 톤
이런거 듣는거 아냐 -_-?;;;;; 싶어서 고기나 자장면을 먹으러 가자고 했죠. 주변에 그것 밖에 없었거든요. 그러니 고기 먹으로 가자길래, 학교 주변에 있던 닭고기 집으로 갔어요. 춘X 닭갈비 집.
그래서 그쪽으로 걸었죠. 걸어가면 대충 10분정도 되는 거린데, 처음엔 조금 어색했어요; 제가 사교적인 성격도 아니였거든요. 그래서 가면서 하는 생각은 온통
뭔 얘기를 해야 하지? 내가 왜 밥을 사야 하지? 난 누구? 여긴 어디!?
그렇게 상황이 마구 악화되어서 머릿속에 대혼란이 오기 전에, 다행히 그녀가 먼저 말을 걸었어요.
"이마는 좀 괜찮아요? 아예 캔커피에 머리를 대고 주무시던데요"
헐 -_-;;;;;;;;; 부딛힌게 아니라; 그냥 거기에 머리를 박고 잔거였나;; 왠지 일어날때 보니 주변에서 킥킥거리는 사람이 무쟈게 많았었어요. 아아아악 젠장!
"괜찮아요." "많이 피곤하셨나봐요."
제가 이마를 쓰다듬으며 말하자 그녀는 재밌다는 듯 피식 웃었어요. 참... 묘한 미소였어요. 뭐랄까. 어떤 특정한 경험을 하면, 시간이 조금 느리게 흐르는 것 같잖아요. 전 그녀의 미소를 볼때 그랬어요. 마치 1초가 영원을 향해 달려가는 것 같은... 그러면서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죠.
예쁘구나. 나도 저런 여자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하하, 뭐 어쨋든 그랬다구요.
그 얘기 다음에 그녀는 제가 어떡게 잤는지 흉내 내며 말해버려서 둘다 빵 터져서 한참 웃었어요. 그렇게 크게 웃고나니까 긴장감이 많이 날아 가더라구요. ㅎㅎ 그래서 이것 저것 얘기 하면서 걸었어요.
닭집에 도착하고 나서 주문을 했어요, 간단하게 2인분. 음식이 나올때까지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녀가 입을 열더군요
"오늘 시험 봤어요?" "네. 망했어요." "잘 보는 사람이 어딨어요~ 다 시험 보면 망한 것 같죠."
네. 저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ㅠㅜ 근데 학점은 그렇지 않죠 어흐흐흑.
"그러면... 시험 잘봤어요?"
저도 물어보려고 했는데, 그녀 이름을 몰라서 말이 어정쩡하게 끊겼어요. 그러니까 그녀가 가볍게 웃고는
"나도 망했죠 뭐~"
하고 답해줬어요. 아, 이 여자는 말을 하는게 참 자연스럽구나...
"그렇게 말하는 거 보면 잘봤나 봐요?" "에이~ 그런 뜻이 아니죠!" "얼굴은 아닌데?"
제가 그렇게 가벼운 농담을 던지며 웃자 그녀도 '에이 진짜 망쳤어요' 하곤 웃었어요.
"아, 진짜 교수님 너무해요, 시험범위에서 하나도 안나오고..."
살짝 울상을 지으는 모습까지 어쩜 그렇게 귀여운지... 계속 보고 있으면 위험할 것 같아서 얼굴을 TV쪽으로 돌리면서 말했습니다.
"저도 그래요. 아~ 왜 꼭 시험은 제가 못하는 곳이나 빼놓고 안하는 곳에서만 나올까요." "어어? 정말요? 나도 그런데!"
안그런 사람이 어디있겠냐, 싶었지만 맞장구 쳐줬습니다. 좋아하더군요. 그러는 사이에 음식이 나왔고. 그녀는 배가 무척이나 고팠는지 하던 얘기를 그만두고 저봉을 들더군요.
"고마워요~" "아뇨, 뭘. 그냥 맛있게 먹으면 된거죠."
사실 저 말 하면서 까지도 내가 왜 밥을 사야되나 싶었습니다 -_-; 아. 난 너무 쫌생이 인 것 같았지만... 가난한걸 어떻게 합니까. ㅠㅜ 학생식당에서 먹으면 2100원 인데... 여기선 6000원(1인분) 이나 해. 으허허허허 단순 계산으로만 따져도 대강 3배.
하지만 솔직한 심정으로 -_-;;; 밥 사준답치고 학생식당 가면 아까 위에 저 말을 들을 것 같았기에, 어차피 쓰는거 최대한 아까운 티 내지 말고 맛있게 먹고 말자. 해서 그냥 저도 쪼잔한 생각 툴툴 털어 버리고 열심히 닭 볶았(?)습니다.
"손놀림이 유연하시내요~" "네, 어렸을때 어머니께서 고깃집 하셨거든요." "그렇구나~"
그렇게 말하며 떡 하나.
"그러고 보니 과는 어디에요?" "경영학과요." "이야. 얼마없는 인문대학 최강자 경영학과!"
나는 볶고. 그녀는 다시 채소를 입어 넣고. -_-;
"어차피 공대에 더부살이 하는 인문대학인데요 뭐." "그래도 경영이잖아요~ 멋지다." "그러는 그 쪽은 무슨 과에요?"
그녀는 이번엔 고기를 집어서 먹으려 했어요. 너무 이르기에 들고있던 고기 볶는 거(?)로 젓가락 막으면서 말했죠
"아직요." "아~ 네. 고마워요. 저 영어과요."
헐. 인문과다. 우리학과 여자들은 전부 하향평준화라니, 여기는 레이드 던전이라니 하는 얘기가 스쳐 지나갔습니다.
심지어는 1학년 때에 어떤 선배분께서, 술을 잡수시더니.
'후배야. 이 선배가 복학하고 나서, 정말 여자친구 하나 만들어 보고 싶었거든!? 근데... 이번 신입생들 보니까... 공부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하는 일화도 있었습니다 -_-;;;;;;; 뭐 어쨌든...; 저희 학과 여학우 들을 깎아 내리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때엔 어학관련 과 여자들이 많이 예뻤습니다. +ㅠ+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들어서 그런가, 내심 납득과 동시에. 어학과는 저렇게 예쁜 여자만 있는지 가벼운 선입견이 생겼습니다.
"영어과 좋지 않아요?" "좋죠~ 뭐. 우리 다른 얘기 해요."
그녀는 거기까지 얘기하고, 화재를 바꿔버렸습니다. 이후엔 음식에 관한 얘기나, 지금 있는 가게 맛이 좋다 같은 잡담을 나눴습니다. 밥 정말 잘 먹더군요 -_-;;; 여담이지만, 제가 고기를 다 볶으(?)니까, 안그래도 바빳기에 아주머니께선 저희 테이블에 얼굴을 비추지 않으셨고. 덕분에 전 한참 고기만 볶다가 -_-;;; 대부분의 야채를 반찬으로 배를 채웠습니다. ㅠㅜ
반면 그녀는 맛있는 고기를 다 먹고, 심지어 밥 하나 더 시켜 먹더군요. ㅠㅠ 그렇게 잘 먹는데 제가 어떡게 고기를 줍어 먹습니다 어흐흐흐흐흐흐흐흑. <span style="background-color:silver; color:silver;"> 내 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난 어쩔수 없는 쫌생인가봐 흑흑 </span>
어쩃든. 그런식으로 고기를 다 먹으니, 그녀는 마치 배부른 강아지 마냥 활짝 웃으며 "잘먹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꼬리가 있으면 붕 붕 흔들어 대기라도 할 기세였어요. 와... 그때 진짜 귀여웠는데 -_-; 어떡게 표현을 잘 못하겠네요.
"지, 진짜 잘먹내요." "네. 시험기간인데 칼로리나 살 생각하면서 먹으면 짜증만 나요. 팍팍 먹어야죠."
당신이 그렇게 먹는건 괜찮지만 내 돈은 전혀 안괜찮거든요?;
"네... -_-;;" "아~ 어쨋든 정말 잘먹었어요. 고마워요!" "아니에요. 뭐, 담배 받았으니까요." "에이, 겨우 담밴데요?"
지금 당신이 그 겨우 담배 하나로 밥 사달라며 이 여편네야; 마음 같아선 "네. 겨우 담뱁니다." 하고 싶지만, 이럴땐 멋져야 한다고 얘기를 들어서 한껏 허세를 부렸습니다.
"필요할때 받은 거니까요."
그러자 그녀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아~ 네."
하고 납득 했습니다. -_-;;;;;;;;;;;;;;;;;;;;;;; 고로 허세는 나발이고 우주로 호호로호롷로홀호롷 날아갔고, 그 와 동시에 제 21000 + 1000 = 22000 = 10끼 식사 는 그 우주에서 공중분해 되버렸죠.
으허허허허허허허허. 하지만 저렇게 웃으며 당당하게 나오니 당시엔(그래요. 당시엔. 연애하는 분들 ㅠㅠ 잘 생각해요 어흐흑) 별로 그런 생각이 안들었기에(그래. 그때만 해도 내일, 내일 모레 네가 굶어야 될 줄 몰랐으니까. -_-;) 저도 그냥 웃고 말았습니다.
뻑? 도대체 뭘로 사람 등짝을 치면 저딴 소리가 나오는데 -_-?;;;;;;;; 전 맞음과 동시에 허리가 휘는 듯한 고통을 느꼈습니다.
"컥!" "하지 말랬잖아요! 흥."
아마 모습을 보아하니, 살짝 손만 대려고(?)했던 모양인데 너무 세게 맞아서 당황한 모양이였습니다. 하지만 앙금이 남았는지 사과는 못하겠는 것 같은 모습. 그래서 져주기로 하곤 사과를 했습니다. 그러자 몇초 조용히 있다가 괜찮다고 하더군요.
"근데... 괜찮아요? 세게 맞은 것 같은데." "아뇨. 허리 휠 것 같아요."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진실만을 얘기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풉 웃고는 후속타를 날려주는군요. 전 그날 남자의 생명을 잃는 줄 알았습니다 -_-; 정작 자기는 그렇게 때려놓고는 호호호 웃더군요. <span style="background-color:silver; color:silver;"> 악마 같은 것 -_-;;; 이후에도 한대씩 맞을때마다 죽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여자 손인데 뭐가 아파~' 라며 더 때리더군요. 가끔 보디블로라도 날아오면 정말 겉과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았습니다 -_-;;;;;;;;;;;;;;;; </span>
그렇게 걷다보니 어느세 길도 끝나고, 정문 앞에 도착했고, 어느세 둘은 말하지 않아도 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식후 산보야 이정도면 충분하니까요. 그리고 기타 잡담-교수 뒷담화 -_-;;-를 하며 걷다보니 어느세 도착. 그래서 공부 열심히 하라고 말하고 들어가려는데, 살짝 부르더군요.
"저기요." "네?" "말할거나, 물어볼거 없어요?"
뭐... 있나? 당신은 왜 그렇게 주먹이 세나요? 사실은 용가리에요? 아냐. 저런걸 묻다간 몇대 더 맞는다=죽는다. 한동안 생각했지만 별거 생각 안나더군요. 그래서 모른다고 했습니다.
"정말요?" "네. 없어요."
그러자 그녀가 눈을 가늘게 뜨더군요.
"전화번호 라던가요?"
어? 맞다. 물어보려고 했는데 깜빡했었내요. 하지만 정작 본입 입에서 전화번호 안물어 볼거에요? 라는 말이 나오니까 당황스럽더군요. 그래서 어쩌다보니
"알려줘서 고마워요."
라는 어이없는 실수를 해버렸고 -_-; 그녀도 내 반응에 어이가 없었는지 웃더군요. 그리고 잠시 침묵. 하지만... 전화번호 같은건; 좀.. 무드 있고 그럴때 물어봐야 한다고 생각 했었기에! 저는 뒤를 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