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언론에 나온 스마트폰 기사들을 보면 하나같이 똑같습니다. 아이폰은 어떻게든 깍아내릴려고 하고 갤스는 찬양하기 바쁩니다. 2년동안이나 아이폰 국내출시를 막은것도 모자라 최근까지도 국내언론을 장악하고 확대, 왜곡 보도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아이폰의 폐쇄성, 데스그립, 지금은 AS 문제를 가지고 물고 늘어지고 있죠.
저는 모바일 개발자입니다. 4년동안 국내 모기업에서 유럽 수출향 피쳐폰을 만들다 지금은 아이폰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애플이 무조건 좋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거대 통신사들에 의해 막혀있던 모바일 시장에 혁명을 가져다 준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여기서는 간단하게 스마트폰의 몇가지 이슈들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스마트폰이 피쳐폰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
사실 하드웨어는 스마트폰이나 피쳐폰이나 거기서 거기입니다. 차이점은 단 하나. 범용 OS의 유무입니다. 피쳐폰도 OS가 있긴 하지만 성능이 떨어지고 상당히 제한적인 기능만 가지고 있습니다. OS 종류 많고 각 제조사마다 다르죠.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PC처럼 새로운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가 없습니다. 그냥 처음부터 들어가 있는 소프트웨어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온것이 JVM이나 WIPI 같은 표준 플랫폼입니다. 핸드폰에서 다운받아서 즐기던 게임이 바로 이런거죠. 하지만 WIPI 역시 성능이 좋지않고 각 모델마다 호환성이 떨어지며 시스템 자원에 대한 접근이 힘들어 게임 말고는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통신사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사들을 엄격하게 통제하여 로비 없이는 실력만 있다고 아무나 출시할 수가 없었죠.
그렇다면 범용 OS가 좋은 점이 무엇일까요. 그렇습니다. 바로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애플은 앱스토어라는 소프트웨어 장터를 만들어서 누구나 쉽게 어플을 개발하여 판매할 수 있는 유통망을 만들었습니다. 기존에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회사가 통신사들의 비위를 맞추어야 간신히 판매할 수 있던 것을, 이제 누구나 혼자서라도 쉽게 만들어 앱스토어에 올릴 수 있는 것이죠. 당연히 어플의 종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재미있고 쓸만한 소프트웨어가 쏟아져 나오게 되었습니다.
한마다로 말하자면 스마트폰은 다양한 어플의 사용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나는 어플 별로 사용하지도 않는다. 인터넷과 DMB만 있으면 만족
이런 분들은 그냥 피쳐폰 쓰시면 됩니다. 단순히 통화하고 인터넷에 동영상, DMB만 볼거면 굳이 비싼 기계값과 통신비를 내고 스마트폰을 사용할 이유가 없죠. 하지만 과거를 돌이켜보면 처음에 컴퓨터가 나왔을때도 똑같은 반응이었습니다. 정부나 회사같은 곳에서 계산할때만 쓰는 거지 개인이 컴퓨터를 쓸 일이 뭐가 있냐. 지금은 어떻습니까. 이제 컴퓨터 없이는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죠. 스마트폰도 마찬가지 입니다. 앞으로는 기존에 PC로 하던 일들이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넘어가게 될 것입니다. 그게 더 쉽고 편리하기 때문이죠. 인류 문명의 큰 흐름은 시간은 걸릴지 몰라도 바뀌지는 않습니다.
- 애플의 폐쇄성 vs 안드로이드의 개방성
한동안 언론에서 주구장창 떠들어댔던게 바로 이거죠. 지금은 애플이 우세해도 결국 안드로이드의 개방성이 이길거라고. 그런데 개방성이란게 구체적으로 무얼 가리키는 걸까요. 유저들에게 개방되어있다? 이건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나 별 차이가 없죠. 그럼 개발자들에 대한 개방성일까요. 아닙니다. 오히려 아이폰이 개발하기도 편하고 애플에서 지원도 많이 해줍니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바로 제조사들에 대한 개방입니다.
아이폰의 iOS는 애플이 공개를 안하고 자기들만 사용합니다. 다른 제조사들이 사용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죠. 사실 애플은 MS와 달리 자신들의 소프트웨어를 다른 회사에 팔면서 개발지원을 해본 경험도 없고 그럴 능력도 떨어집니다. 그리고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앞으로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계산이 있기 때문에 OS를 공개하지 않는 것입니다. 스마트폰은 PC보다는 좀더 독립적인 플랫폼이기 때문에 윈도우처럼 하나의 OS가 통일하기보다는 몇개의 OS가 시장을 나누어가질 확률이 높습니다.
제조사는 안드로이드 밖에 대안이 없습니다. 삼성에서 바다라는 자체 플랫폼을 만든다고는 하지만 성공할거라 보는 사람은 전혀 없습니다. 성능도 떨어지고 개발자들을 불러들일만한 장점이 거의 없죠. 그런데 안드로이드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그 개방성에 있습니다. 안드로이드는 오픈소스입니다. 마음만 먹으로 자기 입맛에 맞게 수정할 수가 있죠. 제조사 입장에서는 다른 회사와의 차별성을 주기 위해 어떻게든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려고 합니다. 새로운 UI, 새로운 기능을 넣기 위해 조금씩 OS를 수정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하드웨어 스펙도 모델마다 다르기 때문에 같은 어플이 다양한 제조사의 모델에 똑같이 동작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이 모델에서는 잘 되는데 저 모델에서는 갑자기 죽거나 이상동작을 할수도 있는거죠. 안드로이드를 쓰시는 분들은 한번씩 이런 경험들이 있으실 겁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입니다. 개발자들이 모든 모델에 대해서 테스트를 해보고 각 모델에 맞게 조금씩 어플을 수정을 해야합니다. 규모가 있는 회사는 자체 QA팀도 있고 어떻게든 할 수 있겠지만 소규모 팀이나 개인 개발자들은 이런 테스트가 불가능합니다. 사실 이 호환성의 문제가 기존 피쳐폰 개발자들이 모바일 개발을 싫어했던 가장 큰 이유였죠.
PC의 윈도우도 안드로이드처럼 개방되어 있을까요? 아닙니다. 제조사들에게 개방된 것은 맞지만 오픈소스도 아니고 제조사에서 마음대로 수정할 수도 없습니다. 하드웨어도 규격화되어 있어 새로운 규격이 나오면 모두 MS에서 관리를 하여 OS를 업데이트 합니다. 그렇게 호환성을 유지 해도 게임을 할때 가끔씩 알 수 없는 오류가 발생하기도 하죠. 윈도우도 그런데 안드로이드는 어떻겠습니까.
- 불법복제는 어떻하지?
개발자들이 안드로이드를 싫어하는 두번째 이유는 바로 불법복제 입니다. 아이폰도 불법복제가 많긴 하지만 자체 인증시스템이 있기때문에 탈옥을 해야만 복제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탈옥한 폰은 정식 AS를 받을 수 없고 보안의 위험성 때문에 꺼려지는게 사실이죠. 이에 반해 안드로이드는 루팅이 필요없습니다. 그냥 apk라는 인스톨 파일을 구해 바로 설치할 수가 있습니다. 한마디로 돈이 안되는 시장입니다. 그래서 앱스토어는 유로앱의 비율이 70%로 높은데 비해 안드로이드 마켓은 36% 정도로 두배나 차이가 나죠.
PC에서 패키지 시장이 죽고 다들 온라인게임으로 전환한 것처럼 불법복제가 계속 심해진다면 개발자들은 테스트도 힘들고 수익도 없는 안드로이드 어플을 만들지 않을 겁니다. 결국 쓸만한 어플이 없다면 유저들도 점점 멀어지겠죠.
- 안드로이드에도 개수는 적어도 쓸만한 어플은 다 있다?
현재 앱스토어에는 30만개, 안드로이드 마켓은 10만개, 국내 티스토어는 대충 1.5만개 정도의 어플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우선 티스토어는 일부러 개수를 늘리기 위한 가짜 어플이 많습니다. 노래 한곡, 무협지 한권마다 똑같은 프레임으로 다른 어플로 등록한 것이 1만개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진짜 어플은 5000개 정도. 하루에 새로 출시되는 어플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안드로이드 마켓은 예전에 비해 많이 어플이 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쓸만한 어플이 부족합니다. 전문 개발사가 만든것보다는 일반 개인이 많은 무료앱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마저도 앱스토에 비하면 그 수준이 많이 떨어지는 편이죠. 유명 게임들도 의외로 꽤 있는 편인데 대부분 이미 아이폰에서 먼저 출시한 것을 컨버젼한 것입니다. 언론에서 앱스토어로 대박난 어플이나 개발자들 기사를 모면 모두 앱스토어 였었죠. 앞으로도 안드로이드는 호환성과 불법복제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한 어플의 개수나 품질이 높아지지 않을 겁니다.
- 개인정보 및 보안의 문제점
스마트폰은 PC보다 보안이 무엇보다 더 중요합니다. 전화번호부, 문자내역, 사진, GPS 등 개인정보들이 더 많기 때문이죠. 안드로이는 멀티태스킹이 가능합니다. 사용자 몰래 바이러스나 웜 같은 프로세스가 백그라운드로 돌아가며 개인정보나 다른 어플의 사용내역을 훔쳐낼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폰은 제한된 멀티태스킹입니다. 어플간에 전환은 할 수 있지만 프로세스는 멈추고 단지 데이터만 메모리에 보관하고 있다가 다시 어플이 실행되면 빠르게 이전 상태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일 뿐입니다. 음악이나 통화같은 허락된 프로세스 말고는 백그라운드로 실행이 불가능 하기때문에 아이폰에서는 바이러스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또한 앱스토어는 미리 애플에 의해 검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보안에 문제가 있는 어플은 아예 등록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마켓은 검수 자체가 없습니다. 그냥 등록만 하면 사용자가 바로 어플을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그 어플 안에 어떤 코드가 심어져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죠. 최근에 언론에 나온 스마트폰 보안 관련 기사들, 예를 들어 어떤 어플이 실행하니 자동으로 국제전화를 걸거나 내 전화번호, 문자, 사진이 특정 서버로 전송된다는 것들은 모두 안드로이드입니다. 이런 안드로이드의 취약성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해커들과 백신업체들 밖에 없겠죠.
- 앞으로 스마트폰의 대세는?
그렇다고 애플이 시장에서 1인자가 되지는 못할 것입니다. 자기네들만 생산을 하기때문에 아무래도 모든 물량을 감당할 수가 없겠죠. 프리미엄폰으로 2인자의 위치에 만족하며 높은 수익을 계속 낼것이라 생각합니다. 안드로이드는 기존의 문제점들을 획기적으로 보완하지 않는다면 결국 윈도폰에 밀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윈도폰7은 이전에 나왔던 윈도모바일6.5와 전혀 다른 OS입니다. 둘 사이에 호환도 전혀 되지 않습니다. MS에서 작심하고 아주 새로 만든 것이죠. 애플과 달리 다른 제조사가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면서, 동시에 안드로이드와 달리 폐쇄적인 정책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하드웨어의 스펙과 버튼의 개수, 해상도, UI 등 모든 것을 MS가 결정한 것에 따라야 합니다. 아직은 윈도폰 마켓플레이스가 활성화 되지 않았지만 PC시장에서 보여준 대규모 물량공세와 함께 MS 친화적인 개발자들이 붙기 시작한다면 금새 앱스토어를 따라잡을 것입니다. 개발도 쉽고 호환성도 좋고 돈이 되는 시장이니까요.
하지만 제조사들은 윈도폰을 싫어합니다. 어떤 제조사의 모델을 선택하든 똑같은 화면과 비슷한 품질을 제공하기 때문에 차이가 없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PC와 마찬가지고 단가경쟁으로 이어질 것이고 결국 제조사들의 수익은 급감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마 본격적으로 윈도폰7이 판매되는 내년쯤이면 상황이 많이 바뀔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2년 약정으로 안드로이드폰을 사려고 하시는 분들은 과연 나에게 필요한 스마트폰이 무엇인지를 곰곰히 따져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