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정곡을찌르는글 신문에 실렸네요..

여린소녀 작성일 11.02.12 08:3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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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신문보믄서 볼일보다 재미난 글을 읽어서 회원분들 한번 읽어 보시라고 올립니다!



첨엔 피식했다가 한편으론 씁슬하기도 하고... 중앙일보 심상복 논설의원의 시론입니다!



글은 조인스에서 퍼왔구요 ^^









[시론] 대차씨, 그댄 우릴 사랑하고 있나요?



대차(大車)씨는 잘난 남자입니다. 이름에서 드러나듯 차로 성공한 사람이죠. 성이 현(玄)가인 그는 만인의 연인입니다.

지난해 국내에서 그를 파트너(버스·트럭 제외)로 삼은 사람이 48만 명에 달했습니다.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이런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여기엔 그의 용모 덕도 있지만 다른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 땅에 달리 쓸 만한 남자가 없었기 때문이죠.



부모님들은 “우리가 그를 아껴야 나라가 잘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자연 그는 도도해졌습니다. 자기보다 멋진 사람



은 없는 듯 행동했습니다.

나라 밖 사정은 전혀 달랐습니다. 잘생기고 근육질 몸매를 가진 장정들이 넘쳐났습니다. 중후한 벤씨, 날렵한 B씨,



엉덩이가 잘빠진 아씨, 경제적인 폴씨와 탄탄한 볼씨, 그리고 J가문의 토·혼·닛 삼형제 등 얼마든지 꼽을 수 있습니



다.

정부가 오랫동안 빗장을 닫아 건 덕분에 대차씨는 이들의 존재를 무시하면서 호의호식했습니다. 그러던 시장이 조금



씩 열렸습니다. 멋진 외국 남정네들이 거리를 활보했습니다. 저는 대차씨가 잘빠진 그들을 보면서 긴장하길 바랐습니



다. 하지만 그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그를 흠모하는 이들이 넘쳐났기 때문이죠. 대차씨는 옷을 센스



있게 입거나 헬스에서 몸을 만들 필요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라이벌들은 점점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대



차씨도 마침내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근력을 기르기 시작하더군요. 디자인에도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그가 정신을



차리자 평판이 금세 좋아졌습니다. 그러자 그의 콧대는 다시 높아졌습니다. 업그레이드된 자신을 만나려면 데이트 비



용을 10%는 더 내야 한다는 겁니다. 사실 대차씨는 장점이 많습니다. 헬스를 다닐 때마다 회비를 우리에게 전가하긴



했지만 몸값이 그리 비싼 편은 아닙니다. 원할 때 데이트하기 쉽고, 아파도 금방 치료받을 수 있는 것도 그의 강점입



니다. 유럽의 경쟁자들은 잘생기고 힘도 좋지만 너무 비싼 게 흠이죠. 무엇보다 관리비용이 엄청 들어갑니다.



 그럼에도 대차씨의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습니다. 물 건너온 그의 라이벌을 선호하는 이들이 급증하는 게 증



거입니다. 지난해 국내에서 그런 사람은 전년보다 50%나 늘어나 9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2011년 첫 달에도 36%(전



년 동기비)나 증가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12만 명을 쉽게 넘길 것으로 보입니다. 대차씨를 선택한 48만 명에



비하면 약소하다고요? 하지만 48만이란 숫자가 전년보다 6만6000이나 줄어든 사실을 안다면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



닙니다. 무엇보다 해외 라이벌과 같은 체급에서 싸운 대차씨네 선수들은 크게 깨졌습니다. 벤300·B528은 휘파람을



불었지만 그와 맞붙은 제네시스는 전년보다 판매가 27% 줄었습니다. 그랜저도 J가문의 삼형제에게 당했습니다. 신



형 에쿠우스는 잘나간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거야말로 ‘어쩔 수 없이 사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웃집 사장님 말씀이



“같은 돈을 주고 물 건너온 친구를 쓰고 싶지만 아직도 눈치 봐야 할 곳이 많아 도저히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합니다.





대차씨가 아직도 많은 사랑은 받는 것은 해외 라이벌이 별로 없는 중소형 덕분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미국·유럽연합



(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이것도 쉽지 않습니다.


대차씨는 지난해 해외에서 약 300만 대를 팔았습니다. 국내의 여섯 배에 달합니다. 그런데도 대차씨의 지갑은 우리



들이60~70%를 채워줬습니다. 나라 밖에서 벌어들인 돈은 고작 30~40%였다는 말입니다. 국내에서 새 모델을 낼 때



마다 가격을 꼬박꼬박 올린 덕분이지요. 우리는 그동안 잘난 대차씨 앞에서 할 말도 잘 못했습니다. 이제야 묻습니



다. “대차씨, 그댄 우릴 사랑하고 있나요? 아니, 우릴 진심으로 사랑한 적이 있던가요?”

심상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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