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에 대형 건물을 신축하고 있는 ‘사랑의 교회’가 바로 옆 공공도로의 지하를 파고 들어가 예배당을 지으려고 해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가 지난해 2월 ‘지구단위 계획’을 변경해 교회 신축에 따른 도로 위치와 지하철 출구의 변경·이전을 승인해준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서울시의 이런 결정에 이어 서초구는 국토해양부의 지도를 받아 공공도로의 지하를 예배당 건립 용도로 파내는 공사 허가를 내주는 등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앞다퉈 이 교회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해 2월4일 고시한 ‘서초구역(꽃마을지역) 특별계획구역-지구단위(세부개발) 계획 결정(변경)’을 보면, 사랑의 교회가 완공되는 2012년에는 서울 서초구 지하철 2호선 서초역과 맞붙어 있는 서초동 1541번지 일대의 지도가 바뀐다. 우선 교회 신축부지 바로 앞에 있는 서초역 3·4번 출구가 없어진다. 서울시는 그 대신 완공된 사랑의 교회 안에 새로운 지하철 출구 1곳을 개설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3·4번 출구를 이용하던 지하철 승객이 지상으로 나가려면 교회와 인접한 공간을 거쳐가야 한다.
또 서초동 1541-15번지에서 1541-40번지까지 이어지는 ‘소로 3-3’ 보행자 전용도로도 사라진다. 이 교회가 2개의 부지가 합쳐진 공간에 신축되기 때문에 그 사잇길이 없어지는 것이다. 서초동 1541-30번지 일대의 공공보행통로도 교회 개발 계획에 따라 1541-19번지 일대로 변경된다. 이 새로운 보행통로는 교회 건물 한복판을 통과하게 된다. 결국 이 지역의 지상이나 지하의 공공도로를 이용하려는 시민들은 교회를 반드시 거쳐가게 되는 것이다.
사랑의 교회는 이런 내용의 지구단위 계획을 2009년 10월30일 서초구청에 냈으며, 이를 심의한 서초구청 도시계획위원회는 같은 해 12월28일에 열렸다. 당시 자문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도로를 교회 가운데로 내는 등 일개 교회가 서울시 지도를 마음대로 바꾼 것에 대해 몇몇 자문의원들이 반대 목소리를 냈지만, 워낙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많아서 우리의 목소리는 완전히 무시됐다”며 “이 내용에 대해 서초구청에서는 자문만 하고, 서울시가 최종 심의했다”고 말했다.
실제 이 계획은 서울시 도시건축위원회 소위원회의 자문과 본회의 의결을 거쳤으며, 서울시는 지난해 2월4일 공사 부지의 지구단위 계획을 변경·고시했다. 이 계획에는 지하를 파서 예배당으로 쓰게 될 ‘참나리길’의 확장과 기부채납, 지하철 출구 통합·이전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앞서 서울시는 참나리길 지하 공간의 사적 활용을 둘러싸고 비판이 일자 “도로 지하를 사적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례를 서초구청에 전달하는 등 부정적 의견을 전달했다”며 책임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서초구청 관계자는 “서울시가 지구단위 계획 변경 고시를 한 이상 구청이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꼭 교회라서 그러는게 아니라 길을 없애고 변경하면서까지 해야하는건지 하는 생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