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살다살다 이런일도 다 있군요.
우선 제 소개부터 하자면 저는 작년에 복학하여 사범대학 3학년에 재학중인 남학생입니다.
아무리 요즘 아이들 나약하다지만 얼마 전 있었던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되고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라서 이렇게 어디 내뱉어 버리지 않으면
정말 홧병날 거 같아서 글로 올립니다.
사건의 시작은 한달쯤 전...
평소 개인주의적 성격이 심해서 학과 내 학생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좋지 않은
한 학년 위의 후배 여학생이 있습니다.
3월 신입생들이 들어오고 매년 그렇듯이 선후배간에 인사부터 시작해서
예의범절(나이 몇 살 차이난다고 우습게 들릴 수도 있지만... 기본적인게 가장 중요한 거니까요)에 관해서
늘 강조하게 됩니다.
평소 그 여 학생이 다른 선배한테는 물론이고 특히 저한테
개인적인 입장에서 말하자면, 기분나쁘게 행동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둘만 마주치면 무시하고 지나간다거나, 혹은 다른 후배들과 같이 있을 때도 대놓고
사람을 무시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이제 4학년이라고 시험 준비에 신경써야 하는 입장에서 스트레스 받을까 봐
그냥 두고 보려 했지만 도저히 이건 아니다 싶어서 복도에서 지나가다
인사 안하고 다니냐. 똑바로 하고 다니라고 한 마디 했습니다.
그러더니 하는 말이 제가 인사를 잘 안 받아주니까 인사를 안 한다고 하더군요
제가 밝은 성격은 못 돼서 솔직히 후배들이 인사하면 반갑게 받아주지는 않지만
적어도 같이 목례는 하면서 어. 그래. 안녕. 이정도는 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건 고개 숙이고 인사하다 보면 못 보게 될 수도 있으니 오해라 치고 넘어갈 수도 있는데
인사 받아주지 않는다고 선배한테 인사 안 하겠다는 논리는 대체 어디서 나왔는지...
아무튼 그래서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한 다음 저도 수업때문에
앞으로 똑바로 하고 다니라고 한 마디 붙이고 수업을 들으러 갔습니다.
그 후로 시간이 지나고 저도 그 일은 잊고 있었습니다.
학년 초에는 이것저것 행사도 많고 신경써야 할 일도 많으니까요..
그런데 얼마전에 친구랑 당구를 치고 있는데
왠 모르는 분이 저를 찾아와서 제 이름을 이야기하며 맞냐고 하더군요
이십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모르는 사람이 찾아올 일이 없었던 저는 무슨 일인가 생각하며 따라 나갔습니다.
그러더니 그 사람이 자신이 그 여학생 사촌오빠라며
대뜸 저보고 니가 뭔데 우리 동생한테 그런 이야기를 하냐고 따지면서
저야말로 똑바로 하고 다니라더군요
솔직히 당시에 하도 어이가 없고 이해가 안돼는 상황이라
지금도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초면에 반말로 저를 가르치려드는 말투였던건 확실히 기억합니다.
그러더니 가면서 한 번만 더 이야기가 나오면 가만두지 않겠다면서
으름장을 놓고 가더군요... 참 나...
일단 하도 경황이 없어 그냥 알았다고 하고 보내긴 했습니다만.
저는 그 여학생에게 욕설을 한 것도 아니고 고함을 친 것도 아니고
선배로서 후배한테 인사 똑바로 하고 다니라고 1분도 안돼는 짧은 시간 이야기 한 것 밖에 없는데
사촌오빠라고 찾아온 사람도 정말 무슨 말을 듣고 찾아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찾아오면, 요즘에는 초등학생, 중학생들도 학교에 부모가 찾아오거나 형이 찾아오면
그렇듯이 주위 사람들로부터 어떤 시선을 받게 될지 뻔 하지 않습니까.
쉽게말해 '찌질이'로 낙인 찍히는 겁니다.
게다가 이제 졸업반이라는 사람이, 내년이면 사회인인데
대체 나이는 어디로 먹는건지.....
이건 무슨 초등학생, 중학생도 아니고 선배한테 혼났다고
집에가서 이야기 한거나, 그 이야기를 듣고 찾아온 사람이나 정말 한심하고 어처구니가 없는데다
도저히 내년에 당장 현장에서 학생을 가르쳐야 될 지도 모르는
그것도 1학년도 아닌 4학년이 그런 행동을 한다는 사실이...
솔직히 말하자면 정말 빡치게 만드는 상황이었습니다.
많은 사범대학 학생들이 나름의 꿈을 가지고 교단에 서기 위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구요...
그런데 한 번씩 정말 저 사람이 사범대를 나와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면
배우게 될 아이들이 걱정될 만한 학생들이 종종 보입니다.
사실 지금 사범대학이 교사를 기른다기보다 각 과목의 전문지식인을 기른다는 느낌이 많습니다.
수학교육과는 교직 듣는 수학과, 영어교육과는 교직 듣는 영문학과
교사로서의 자질과 인품을 기를만한 과정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저 역시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각 과목의 학문적 지식이나 전문성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라 생각합니다.
아무리 요즘 아이들이 학교는 의무적으로 가야하니까 가고 공부는 학원, 과외로 한다는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다지만 그래도 사람을 길러내는 직업인데
뭔가 본질이 많이 흐트러져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그에 대해 고민하고 반성해야 하는 것이 현재의 교육계이고 예비교사의 역할이겠지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위에 언급한 여학생의 경우와 같은 일이 주변에서도 종종 보입니다.
이제 그 여학생은 쳐다보기도 싫고 상종하고 싶지도 않아서
주변사람들에게도 가까이 하지 말라고 하고 있지만
지금 제 심정으로는 그 사촌오빠라는 사람이 한번 더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그 여학생의 부모에게 한 마디 하고 싶습니다.
제가 판단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정말 당신 동생, 따님이 있을 자리는 여기가 아닌것 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럼 당신이야말로 그 학생을 따돌리려 하는 게 아니나고,
무슨 권리로 자격 운운하냐고 말씀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스스로 변호하자면,
저희 사범대학 학생들은 교사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이지 성인군자가 아닙니다.
그건 현직 교사분들도 마찬가지구요...
그 아이가 다른 후배들, 예비교사들에게 영향을 끼칠까 두렵고 걱정됩니다.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하고 바로잡으려 하는 마음이 없다면
어떻게 학생들에게 선악을 구분하게하고 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겠습니까.
저도 능력이 된다면 모든 사람을 끌어안고 가고 싶습니다.
가치 있는 쪽으로 바꾸어 나가고 싶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썩은 부분은 도려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야 주변도 같이 썩어가지 못하니까요.
여러분들이 한탄하는 많은 사회적 문제들 역시 썩은 부분을 제때 잘라내지 못해 그렇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직도 감정이 남아있는 터라 글이 두서없고 긴 지루해져 버렸네요.
저와 같은 입장에 서 달라 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틀렸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에게도 미래를 위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조금만 생각하고 고민해 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전 정말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생각과 의지를 가진 학생들을 길러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꿈을 위해서 절대 포기하지는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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