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택배 시켜본적 있지??
정말 편한 시스템인것 같아.
내 글 읽는 사람중에 택배 배달하는 사람도 있을까?
빡세지?
근데, 택배 만큼 여러사람의 사는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직업도 없는 것 같아. 그치?
이상한 의미가 아니야.
내가 삐끼 했을때 손님중에 하나가 크로네코야마토 라는 택배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배달하다보면 정말 별의 별 사람이 다 있다고 해.
잠결에 티셔츠랑 팬티만 입은채로 택배 받으러 나오는 여자들부터, 안에서는 와장창 하면서 부부싸움인듯한 소리가 들리는데 태연하게 택배를 받는 아들로 보이는 남자, 비와서 나가기 귀찮으니까 오는길에 담배좀 사 오라는 사람들(꽤 많다고 함), 연예인까지.
택시기사 만큼 여러가지 사람을 만나는 직업일거래.
그런... 택배에 관한 이야기야.
여기 한 택배 기사가 있어.
한국도 그런가?
일본은 택배를 하면, 자기가 맡은 구역이 있는데, 좀 하다 보면 자기 구역은 거의 손바닥 보듯 알 수 있게 되고, 몇년정도 계속 하다 보면, 얼굴도 아는 손님도 생기게 되지.
그런 손님들은 매번 회사로 전화하기 귀찮으니까 바로 기사한테 전화해서 처리하는 경우도 있대.
뭐... 많은 택배 기사들이 그런 손님들덕에 용돈 버는거라고 해.
이 남자는 아직 젊지만 성실한 모습으로 이런 고객이 꽤 많아.
하지만 , 그날따라 한가해서인지 나무 그늘에 트럭을 세우고 쉬고 있었지.
오늘따라 일이 없네...
라고생각한 순간, 천사처럼 핸드폰이 울려.
익숙한 번호!! 배달이다!!
한가 하더니 그래도 다행이라고 역시 평소에 착한일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익숙한 길을 트럭을 몰아가.
물건을 받으러 가는 이 집은, 동네도 잘 사는 동네인데다 집도 꽤 큰 편이야. 항상 아주머니가 반찬통과 옷가지, 생필품 같은걸 보내는데, 딱지 위의 이름을 보면, 따로사는 친정 어머니, 아버지께 보내는 것 같아.
아주머니는 항상 자신의 팁까지 챙겨주시는데, 정말 "좋은사람" 이란 말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어.
트럭을 몰아 순식간에 그 아주머니의 부모님이 살고있는 아파트에 도착해.
엘리베이터 에서 내려, 긴 복도에 같은 간격으로 붙어있는 문을 몇개쯤 지나서, 언제나 배달하는 집의 초인종을 누르자, 아주머니와 많이 닮은 고운 할머니 한분이 나와서 짐을 받으셔.
게다가 그날따라 무슨 복이 터졌는지, 그 할머니까지 팁을 주시는거야.
한번 배달로 두번이나 팁을 받자 날아갈듯 기뻤고, 깊숙히 인사를 하고 휘파람을 불며,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왔던 복도를 다시 돌아 나가지.
아니, 돌아 나가려고 했어.
그런데, 방금 배달한 옆집의 현관문에 종이가 한장 붙어 있는거야.
도와주십시오.
저는 독거노인 입니다.
쓰레기를 버리러 가고 싶지만
무거워서 버릴 수가 없습니다.
쓰레기 좀 버려 주십시오.
기분이 째지도록 좋았던 배달원은, "에라!! 기분이다!!" 라며, 도와주기로 해.
또 아나... 도와줬다고 팁줄지...
초인종을 누르자 한참이 걸려서 현관쪽으로 오는 발소리가 들렸어.
현관문을 열고 나온 모습은...
팔과 다리는 주체를 못하는듯이 떨고, 허리는 굽을대로 굽어버린, 아무리 젊게 봐도 90은 넘어보이는 삐쩍마른 할아버지가 생기없는 눈빛으로 남자를 보고 있었어.
"아, 문밖에 써 놓으신걸 보고 초인종 눌렀습니다."
택배 기사가 이렇게 말하자, 가래낀 목소리로 기침과 함께 고맙다고 인사하며, 주름투성이의 얼굴을 겨우 움직여 싯누런 이빨을 조금 내 보이며 조금 웃는듯한 얼굴까지 해 보였어.
노인은 현관 바로 옆에 놓인 작은 사과박스 정도 크기의 청테이프로 둘둘 말아져 있는 박스를 가르키며, "이것좀 버려주게나..." 라고 했어.
뭔가 더 큰 쓰레기나, 아님 쌓이고 쌓인 쓰레기 더미를 생각했던 택배 기사는, 박스 하나정도야... 라고 생각하면서 박스를 들어올리는데, 이게 상당히 무거운거야.
못 들어올릴 정도는 아니지만, 생각지도 못한 무게에 조금 당황한 기색을 보이자, 노인은 헌책이 들어서 그런다며, 미안하다는거야.
뭐... 책이면 이정도는 무겁겠구나 라고 생각하고 괜찮다며, 그럼 박스채로 종이류만 따로 모으는 곳에 버리고 간다고 하곤 노인의 감사하단 목소리를 뒤로 엘리베이터를 향했어.
들고있기는 너무 무거웠기에 엘리베이터가 도착할때까지 내려두었다가, 문이 열릴때만 들어서 옮기고 엘리베이터에서도 바닥에 놔 뒀어.
1층 버튼을 누르고, 문이 닫히고...
엘리베이터가 한층... 한층... 내려가고...
그때 갑자기
박스가 혼자서, 닫혀있는 엘리베이터 문 쪽으로 끌려가서 문에 달라 붙더니, 그대로 천장까지 솟구쳐 올라가.
있을수도 없는 일에 힘이풀려 주저 앉아서 위를 올려다 봤는데, 올려다 보자 마자
끼이이이......
......팅!!!!!!!!!
머릿속에 울리는 기분나쁜 쇳소리와 함께, 상자는 꽝 하는 굉음을 내며 다시 바닥에 떨어졌어.
남자는 1층에 내려서, 너무 이상하게 생각한 나머지 상자를 칼로 잘라서 열어봤어.
상자 속의 내용물은
아령.
10킬로짜리 아령이 세개 들어있었어.
그리고 그 아령들을 철사로 고정시켜 놓은거야.
이 무거운 쇳덩어리가 도대체 어떻게 솟구쳐 올라갔을까...
이걸 버리라고 한 이유는 뭘까...
노인에게 다시 물어볼 생각으로, 남자는 다시 노인의 집까지 올라가.
초인종을 눌러도 한참 시간이 걸리는건 방금 해 봐서 알고 있잖아?
팔다리를 부들부들 떨던 할아버지가 일일히 나오는것도 일이라고 생각해서 밖에서부터 "할아버지, 쓰레기 버리러 갔던 사람입니다, 문좀 열겠습니다." 라고 말하고는 문을 열었어.
...데구르르...
노인의 잘려나간 머리통이 굴러나왔어.
기겁을 하고 보니... 문 바로 앞에 앉은자세로 앉아 있는 노인의 몸통...
거기에 달려 있었을 머리가... 지금 남자의 발밑...
머리가 따라오지 못 하는 광경이, 남자는 비명도 나오지 않을만큼 무서웠어.
떨어져 나간 몸과 머리 사이에는 피로 가득했지만, 핏속에 뭔가 반짝거리는 것이 보였어.
피아노줄.
노인은 피아노줄로 고리를 만들어서 목을 멘 것 같았어.
그리고 복도를 따라 길게 늘어진 고리의 반댓쪽 끝은...
아령을 고정하고 있던 철사...
아니, 피아노 줄까지 이어져 있었겠지.
일본도 한국도 수많은 독거노인들이 혼자서 죽어가고, 사망하고도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수개월 후에 발견된다고 해.
발견되고 나서도 시체를 수습할 가족을 찾는데도 애를 먹고, 가족들이 서로 떠밀기에만 바빠서 결국 나라에서 화장을 하는 경우가 많아.
지금 니들이 있는 이유가 되 준 사람들이야.
가끔은 용건이 없어도 전화 해 봐.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