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통제 구간을 뚫고 온 검은색 승합차의 정체

awd222 작성일 11.05.18 21: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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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베를린리포트에서 퍼온글입니다.

http://berlinreport.com/bbs/board.php?bo_table=free&wr_id=7079113057209168352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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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서 지난 5월 9일 열린 반원전,반4대강 시위 도중의 일입니다. 

시위 도중 갑자기 고급 신사복을 입은 한국인들이 시위대와 차도 사이를 가로막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 글은 그에 대한 보완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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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촬영 : Benjamin Hiller

우선 제가 얼마 전 올린 시위후기의 내용이 충분치 못했다는 점을 사과드립니다. 
이 시위가 워낙 기존의 조직이나 단체 없이 한 개인이 주도하고 이에 공감하는 개인들이 참석한 성격의 시위여서 시위가 끝난 후 서로 연락이 없었고 그래서 시위 후기를 쓴 제가 채 몰랐던 사실들이 있었습니다. 어제야 처음으로 시위에 참여했던 몇 몇 분을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 

당일 독일 대통령궁 앞의 피켓시위 때의 일입니다. 

9시 30분이 집회시작 시간이었는데 이미 시위가 시작하기 전부터 저희 시위대에서 약 5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우리를 계속 주시하고 있던 양복차림의 한국남성이 있었습니다. 이상한 느낌을 받은 시위대원 한 명이 독일경찰관에게 저 시위대도 아닌 신원미상의 이상한 사람을 쫒아내달라고 부탁할 정도였지요. 독일 경찰관은 그가 시위를 특별히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서 쫒아내 줄 수 없다고 했답니다. 

10시가 되자 대통령 궁 앞의 도로가 잠깐 통제되었습니다. 외국 국빈의 차량이 통과하여 대통량궁으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어떤 비결이 있었는지 몰라도 통제된 도로를 뚫고 홀연히 검은색 승합차 한대가 와서 바로 우리 앞에 멈추었고 정장 차림의 일단의 무리가 차에서 내려 시위대 전방에 일렬로 서서 시위대와 도로 사이를 가로막아 인간방어막을 만들었습니다. 시위가 시작되기 전부터 우리 주변을 서성이던 그 신사복의 양반도 그 때 인간방어막에 합류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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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촬영 : Benjamin Hiller


시위에 참석한 사람들 말에 의하면 그 중 일부는 주독 한국대사관 직원이라고 합니다. 

저는 시위를 하기 전에 여러 단체와 언론기관에 시위공지를 하였습니다. 

그래서였는지 대통령궁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취재를 하신 분들이 의외로 많았는데 그 분들의 사진 속에 기습적으로 나타나 시위대의 전방을 가리며 훼방을 놓다가 독일 경찰에 의해 저지당한 그 분들의 얼굴을 자세히 찍은 사진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개인의 초상권을 침해하면서까지 사진을 공개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합법적인 시위를 방해하신 그 분들이 청와대 해명대로 그냥 구경 온 교민과 관광객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군요. 

대사관 직원을 동원하여 시위대 앞을 가로 막으면 각하께서 시위대를 못보시고 지나가실 거라는 초등학생 저학년 수준의 발상은 어디서 나왔는지요. 설마 진짜 MB가 시위대를 못 보리라 생각하진 않았겠지요. 

그저 그런 정성을 각하께서 갸륵하게 여기실거라는 계산 하에 일을 진행시키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사람 공무원이라니 그저 한심할 따름이며 그 일에 동원된 분들도 처량할 따름입니다. 햇별도 약한 그 아침부터 양산을 펴 드신 여성분은 설마 양산 하나로 시위대를 가릴 생각을 하셨겠습니까. 스스로 얼굴을 감추신 것라고 믿고 싶습니다. 

4.19 이후 태어난 저는 어릴 적부터 자유당 정권이 망한 이유는 아래사람들이 이승만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았기 때문이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며 자랐습니다. 그 역사적 사실의 진위는 잘 모르겠으나 이 말이 그리 틀린 것 같지 않습니다. 한나라의 수장이라면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우려야 함이 마땅하기 때문입니다. 

예로부터 현명한 군주는 자신의 뜻을 거스르는 조언을 하는 신하를 충신으로 여겨 가까이 둔다고 하며 우둔한 군주는 자신의 뜻에 맞추는 입바른 소리를 하는 신하를 가까이 둔다고 합니다. 

MB의 차량이 지나가는 곳에서 시위대를 막아선 공무원을 현명한 지도자라면 칭찬하기에 앞서 꾸짖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고국을 떠나 먼 타국에서 외치는 교민의 목소리조차 두려워하였다는 인상을 지우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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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촬영 : Benjamin Hi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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