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경상도 대구에 산다.
대구는 억양도 그다지 쎄지 않아서 나는 항상 내가 표준말을 쓰는줄 알았다.
하여튼..
1.
예전에 여자친구랑 우연치 않게 수원으로 놀러가게 되었다.
대구에서 가장 친한 친구가 수원으로 이사를 갔기때문에..
친구가 늦게 마친다고 어디가서 밥이라도 먹고 있으라기에
여자친구를 데리고 횟집에 갔다.
회에 소주를 마시다가 이야기를 하다가 거의 다먹어갈때
우럭 매운탕에 공기밥 두개를 시켰다.
여자친구랑 찌게랑 밥먹으면서 이야기하고 찌게랑 술마시면서 이야기하고
그러던중에 찌게가 식어서
종업원에게 외쳤다.
"여기 찌게 데파(데워)주세요~!
종업원이 찌게를 가져가더니
1분만에 찌게를 금방가져왔다.
끓이는데 1분밖에 안걸리다니...
가져온 찌게를 보니 여전히 식은 찌게에 대파만 잔득 들었다는...
여자친구랑 막 웃고 친구오면 이 이야기 해줘야지 하다가 친구가 왔다.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니 막웃더니
자기도 해본다며
종업원에게 외쳤다.
"여기~! 데파 주세요~"
종업원은 장난치는거 알아챘는지 고개를 갸우뚱 하더니
우리 테이블로 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3분 지났을까
종업원이 손바닥 만한 접시에 대파를 먹기 좋게 송송 썰어서 쌈장과 같이 주었다.
종업원의 눈빛이 식성 독특하네 이런 표정이였음.
2.
여동생이 서울에 광고회사에 취직해서 올라갔는지가 3년정도 지났다.
동생이 대구 올때마다 하는말이 자기가 사투리 때문에 많이 웃었다는것이였다.
예를 들면 점심시간에 김치를 먹고
"아~! 쎄가랍다"
그러면 주위에서
"뭐야..김치가 섹시하다고?"
이랬다고 한다..
하여튼 그런 여동생과 전화 통화 할일이 있었는데
서울 올라갔는지 3년 됐다고 이제는 말투가 제법 표준말 비슷하게 들렸다.
그러면 통화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억양이 동생과 비슷하게 따라하게 되었고.
그러던 어느날
동생이 직장상사에게 혼났다고 나에게 투정부릴려고 전화가 왔다.
이러쿵 저러쿵 직장상사 욕하던중에 동생이 어떤말을 들었는지 궁금해서 물었다.
당연히 표준말 억양으로 말했다.
"그래 직장 상사가 뭐라카던데?"
동생이 웃으면서
"ㅋㅋㅋ 뭐라카던데~ 이거 사투리인데..ㅋㅋㅋ끝만 올리면 다 서울말인줄아나~!!ㅋㅋㅋ"
"아 ~ 맞다~나의 실수^^ "
그리고 다시 끝만 올리면서 말했다.
"그래~ 직장상사가 뭐라카니?"
동생이 자지러 지면서 웃더니 그것도 사투리라고 말했다.
도대체 서울에서는
- 뭐라카는데를 뭐라카지? -
3.
동생이 서울남자랑 결혼을 했다. (동생남편의 성이 김씨라서 김서방이라고 불렀다.)
그러다가 지난 명절에
같이 대구에 왔었다.
같이 밥먹고 김서방이 우리식구에게 잘보인다고 커피를 끓이려고 부엌에 들어갔다.
나는 약속이 있어서 나가야 했기에 종이컵에 커피를 타고 싶었다.
참고로 난 커피를 진하게 해서 마신다.
부엌에 있는 김서방에게 외쳤다.
"종이컵에 물 반만 부레이~"
그러자
김서방은 종이컵에 밥에 물말아서 왔다.
"종이컵에 물 밥말아 온네이~" 라고 들었다고 ....
대구에서는 명절때 이렇게 먹는구나... 지역 전통인줄 알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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