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넷] 어느 된장녀의 은퇴선언

파랑망고 작성일 11.07.13 19:05:59
댓글 31조회 12,507추천 9

된장녀로 사는 거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공부 잘하는 여자들은 공부 잘하는 걸 이용해서 세상 살아가면 되고 집안 좋은 여자들은 집안 좋은걸 이용해서 세상 살아가면 되고 그 두 가지가 안 따라주는 저 같은 여자들은 타고난 외모에 여우 기질 좀 발휘해서 세상 살아가면 됩니다. 이도 저도 안 되는 여자들은 그냥 정도를 걸으며 적당히 착한 척하며 살아가면 되는 겁니다.


제가 24년 간 대한민국에서 살면서 느낀 점이 바로 이겁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점과 단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걸 이용해야 편하게 살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 거죠. 내 자신이 이런 장점을 가지고 상대를 이용하지 못하면 내가 역으로 이용당하는 세상이라는 거죠.


저의 장점은 청순한 외모에 여우 기질입니다. 단점은 학벌이 안 되는 것과 집안이 평범하다는 거죠. 적어도 겉으로 보이는 것만 평가했을 때 이렇다는 이야기입니다.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렇게 자신의 장단점을 정확하게 파악해야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왜냐면 남자들 눈에 제가 어떻게 보일지를 알아야하기 때문이죠.


저는 남자랑 데이트 할 때 데이트 비용 안 냅니다. 말하지 않아도 남자들이 다 알아서 내니까요. 그리고 갖고 싶은 명품 백이나 명품 옷이 생기면 만나고 있는 남자에게 사달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면 대부분의 남자들은 사줍니다.


저는 그 선물을 받은 당일 보통날 보다 애교 몇 번 더 떨어 주면 되는 겁니다. 그럼 저도 기분 좋고 그 선물 해준 남자도 뿌듯해 하고 더 해주려고 하죠. 저는 지금껏 이렇게 살아왔지만 그동안 만났던 남자들에게 욕을 먹었던 기억은 한 번도 없습니다. 왜냐면 저는 명품 정도는 충분히 해줄 수 있는 남자들만 만나 왔기 때문이죠. 적어도 어설픈 된장녀들처럼 제일 만만하고 돈 없고 인기 없는 남자 꼬셔서 푼돈 뜯어 먹는 짓은 안했다 이거죠.


한 가지 예로 제가 만났던 능력 남 중에서 이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제가 급하게 나가느라 명품백이 아닌 후줄근한 백을 들고 나간 적이 있었는데 "네가 이런 걸 들고 다니면 같이 다니는 남자가 능력이 없어 보인다."


"카드 줄 테니 하나 사라." 그리고 바로 저에게 카드를 주더라구요. 백화점가서 백하나 사라고 그 후에 사고 싶은 명품 생기면 일부러 후줄근한 옷이나 신발 신고 그 사람 만납니다.


그럼 그 능력남이 그 당일 같이 백화점 가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 뽑아 줍니다. 그런데 말이죠. 그 남자가 제 속셈을 몰라서 그러는 걸까요? 다 압니다. 알면서도 이 여우~하면서 제 볼 한번 꼬집고 못 이긴 척 그냥 사줍니다. 능력 좋은 남자들 중에서 이런 남자들 은근 많습니다.


푼돈 가지고 벌벌 떠는 남자들에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 저런 능력 남들을 욕하기 바쁘겠지만 전 솔직히 앞으로 이런 생활을 더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여자는 가장 주가가 좋을 때 시집을 가는 게 가장 현명한 일이라는 걸 전 너무나도 잘 알죠.


솔직히 여자는 나이를 먹는 순간 능력남과 결혼을 할 확률이 떨어집니다. 어리고 예쁜 여자가 능력 없는 남자를 만날 리 없듯이 능력 좋은 남자가 나이 든 여자를 만날 리가 없거든요.


그래서 저는 가장 주가가 좋은 지금, 능력 좋은 남편감이 나타난 지금, 모든 걸 청산하고 결혼을 하려고 합니다. 공부 잘해서 학벌 좋은 여자들은 학벌을 내세워 신랑감을 찾습니다. 집안 좋은 여자들은 집안 내세워서 신랑감 찾죠.


저는 어린 나이와 예쁜 외모를 무기로 남편감을 찾았습니다. 이게 결코 욕먹을 일은 아니라는 거죠? 전 저보다 9살이나 더 많은 남자와 결혼할 예정이지만 그게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남편 될 사람은 외국을 오가며 사업하는 사람이네요)어린 나이에 시집가는 거 손해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 사람과 결혼해 다 보상 받을 거니까요. 어쨌든 저는 된장녀라는 세계에서 은퇴를 했습니다. 그 사람을 만나고 말이죠.


솔직히 저는 지금까지는 된장녀로 살아온 걸 후회 해본적은 없습니다. 그러는 동안 남자의 심리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게 되었고 남자의 심리에 대해 잘 알다 보니 남자를 요리하는 법도 알게 되었구요.


예를 들면 어떻게 해야 남자들이 좋아하는지 어떻게 해야 남자들이 싫어하는지 어린 나이지만 다 알게 되었죠. 특히 어린 나이에 좋은 남편감 만나 다른 사람들은 평생 누리지 못할 생활을 하고 있으니 이쯤이면 괜찮은 인생 아닌가요?

 

그리고 과거엔 제 편의만을 위해서 고민하며 살았다면 앞으론 예쁜 아이 낳고 행복한 가정 생활을 하기 위해 노력을 하며 살 것입니다. 결혼은 시작이라 하지만 전 지금까지 제가 살아왔던 대로 현명하게 제가 가진 장점을 이용하며 살아갈 생각입니다.


재수 없긴 하지만 나름대로의 생존법이라 생각되네요.


여자가 능력, 집안이 되면 당연히 좋긴 하지만 여자 인생에서 결혼이란 게 얼마나 중요한 건지 해보신 분들은 알 겁니다. 아직까지 가부장적인 우리나라에서 그래도 남자 쪽 조건이 조금 좋은 게 여자 입장에선 살면서 두루두루 이롭습니다. (조금이라고 했습니다. 무시당할 만큼 확 차이나는 거 말고요)


아예 독신으로 살 거면 모를까 결혼을 어차피 할 거면 적령기라는 나이에 하는 게 확실히 선택의 여지가 많고요. 여자의 경우는 아무리 조건이 좋아도 일정 나이가 넘어가면 선택의 폭이 확 줄어듭니다.


그럭저럭 집안이나 학벌 외모 등 크게 빠지지 않는 여성분들 적령기 신경 안 쓰고 뒤늦게 혼처를 찾다보니 마땅한 남자가 없어서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더라구요.


조건을 크게 포기하고 좀 자기 좋다는 남자를 만나거나 아니면 비자발적으로 독신을 택하 거나요. 조건을 보고 사람만 본다는 게 정말 그 사람이 너무 좋아서 다 포기한 거라기 보단 나이 때문에 포기한 부분이라서 결국 결혼하고 고생은 좀 많이 합니다.


아무리 사람이 나쁘지 않다고 해도 여자들이 시댁 따라가는 부분이 있고 여자가 잘 번다해도 출산, 육아 등이 있어서 처녀 때만큼 일하기 힘듭니다. 위 글 쓰신 여자분 머리 굴리고 여우같다고 욕하실지 모르겠지만 글쎄요. 저는 그래도 영리하다고 생각되는데요.


밑에 누구는 이혼 어쩌구 하는데 남자가 정말 어마어마한 재력가가 아닌 담에야 웬만큼 사는 집들은 결혼해서 애 낳고 살면서 이혼 그렇게 쉽게는 안 합니다.

 

꼭 경제력 문제만이 아니라 자기의 사회적 체면이나 위신, 가문, 애들 장래 등을 위해서요. 결혼해서 좀 무시당할 일은 있겠지만. 뭐 어떤 결혼이든 속상할 일은 있게 마련이고 자기보다 못한 남자하고 결혼해도 힘든 일은 있게 마련인데 남자나 시댁이 아주 이상하거나 반대하는 거 아니라면 나쁘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씁쓸하지만 현실적인 글이죠.




파랑망고의 최근 게시물

엽기유머 인기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