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라는 상권이 있습니다. 4블럭으로 이뤄진 이곳은 평일에도 찾는 손님이 많아서 많은 유동인구가 보장되는 소위 몫 좋은 상권입니다. 그런데 이곳에 있던 훼미리 마트 1곳이 최근 3개로 늘었습니다. GS25가 입점한다는 소식에 아예 발을 들여놓지 못하도록 만들어 버리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GS25의 입점은 막았지만 동일한 파이를 3군데에서 나눠 가지다 보니 수익은 이전만 못합니다. 결국 3군데였던 훼미리 마트는 곧 2개로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훼미리 마트 사장은 이야기합니다 "본사가 지점을 죽인다"고 말이죠.
비단 훼미리 마트뿐만 아닙니다. 바리 바게트를 비롯한 여러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이렇게 문어발식 확장을 통해 자사 죽이기를 해왔습니다. 이들이 이렇게 영업하면서도 승승장구하는 이유는 갖은 감언이설로 새로운 사업자를 유혹하고, 그것도 안되면 직영점을 내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파이는 동일하니 본사가 가져가는 수익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지점장의 입장은 다릅니다. 동일 상권에서는 동일한 편의점이나 경쟁 편의점이나 경쟁 상대이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파이는 같은데 이것을 나누고 쪼개다 보니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A 편의점이 3개, B는 2개, C는 1개 이런식으로 골목을 돌면 바로 편의점이 보이거나 하다 못해 편의점이 마주보고 영업하는 곳도 허다합니다. 어떤 동네에서는 걸어서 10분 거리에 같은 편의점이 서너개가 있기도 합니다. 결국 소비자들의 지출은 동일한데 같은 편의점끼리도 경쟁을 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기존의 프랜차이즈에 대한 생각이라면 어떤 상권은 보호되고 다른 업체들과 경쟁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본사의 과도한 이익 창출에 소상인들만 피해를 본다는 데 있습니다.
문제는 기존에 영세 슈퍼마켓을 운영하다 이렇게 편의점으로 넘어온 '사장님'들에게 있습니다. 훼미리 마트는 43.7%가 영세 상인이 편의점으로 변경한 상점이고, GS25는 26%, 세븐일레븐과 바이더 웨이도 30%에 육박합니다. 결과적으로 기존 슈퍼마켓 '사장님'들이 프랜차이즈 편의점에 귀속되는 것이고 편의점의 '노예'가 되어버린다는 것입니다. 본사가 요구하는 대로 일을 해야만 하고 24시간 365일 하루도 쉬어서는 안됩니다. 아르바이트 생을 두더라도 같은 편의점끼리 경쟁에 피해는 사장님만 보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같은 편의점끼리 경쟁에서 밀릴 경우 도태되어 문을 닫아야만 하는 것이죠.
국내최초 5000점을 돌파한 훼미리 마트
프랜차이즈의 온국민 노예 프로젝트는 여전히 진행중입니다. 치킨, 피자, 햄버거, 편의점, 슈퍼마켓 등등 수많은 직장들은 회사에 귀속되어 있고, 모두가 '사장님'이라 불리고는 있지만 슈퍼 갑과 개미 을의 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영세 슈퍼마켓을 운영하다 편의점으로 변경했지만 파산해버리는 현실에 남는 것은 편의점과 SSM 기업형 슈퍼마켓 뿐이고 동네 골목 상권까지 대형 업체들에 내주게 된 셈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가격 담합 뿐일까요, 일제히 오르는 가격에 소비자에게 선택할 권리도 없어진 것은 오래된 일입니다. 동네 편의점의 무서운 진실은 여전히 늘어가는 경쟁 점포수가 아닌 늘어만 가는 '동일한' 점포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