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보 왼편 어도 부분이 이번 장맛비에 무너졌습니다. 이곳은 6월 25일 무너졌던 왜관철교(호국의 다리) 상류에 있습니다.
이밖에도 공사가 끝나지 않은 임시물막이 내부가 침수되거나 유실된 것부터 하상유지공 주변이 침식되고 공사가 끝난 저수호안 부분의 침식도 심각한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정부에서는 피해사실을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으며 보수언론을 통해 '문제없다'고 거짓 주장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7월 9일부터 11일까지 낙동강 일대를 살펴보았습니다. 비가 많이 내려 낙동강의 피해상황을 모두 살펴보기가 힘들었습니다. 구미 하류 지역에는 수위가 높아 지천들의 침식현황이나 하상유지공 유실여부도 확인하기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어느 인터넷 신문은 피해가 없다고 보도했던데, 현장을 살펴본 본 저희로서는 수긍하기 힘들었습니다.
현장에서 확인한 주요한 피해
1. 칠곡보 어도 부분 유실
2. 함안보 임시 물막이 침수, 둔치지역의 공사자재 유실 추정(합천보, 달성보 임시물막이 침수)
3. 청도천 하상유지공 좌안 둔치 유실
4. 저수호안 침식/유실
5. 이계천, 광암천, 감천, 병성천 등 역행침식
비가 많이 왔다지만 임시 물막이나 어도 부분을 빼고 나머지는 고정물로서 유실되면 안 되는 것들입니다. 아직까지 물이 빠지지 않고 한동안 비가 계속될 것 같아 확인하기 힘든 부분이지만, 물이 다 빠진 이후에는 하상유지공 유실과 일대 제방유실, 본류구간 재퇴적 등 모든 구간에서 피해가 일어났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포보 이어 칠곡보 어도 유실
지난 5월 이포보의 문화광장, 어도 등이 유실된 것과 마찬가지로 칠곡보의 '어도' 부분도 유실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유실되면서 칠곡보 통합관리센터 앞 제방 일부도 쓸려 나가 시공 중인 건물이 치명적인 위험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유실 전 어떤 공사를 하고 있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만 4월 20일, 5월 20일에 찍은 사진을 보면 이곳이 흙으로 채워져 있는 상태에서 공사중이었습니다. 공정상 어도는 소수력 발전소 완공 이후에나 만드는 것으로 보입니다. 공사차량, 자재들이 이동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보 좌우 제방이 굉장히 위험하다는 것이 이포보, 상주보 사례를 통해 이미 드러났으며 칠곡보 제방마저도 똑같은 상황이라는 것이 확인 되었습니다. 이는 속도전에 밀려 제대로 된 설계와 수리모형시험 등을 하지 않은 탓입니다. 또한 근본적으로 이 사업이 홍수예방 등 재해방지 시설이 아닌 '재해유발'시설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입니다.
칠곡보 전경. 구조물 가장 왼쪽이 무너졌습니다
물이 빠르게 흐르는 와중에도 복구공사에 여념이 없습니다. 이렇게 위험한데도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피해사실을 덮으려는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피해사실을 밝히고 물이 충분하게 빠진 뒤 안전하게 작업해야 합니다.
한강의 이포보가 그랬던 것처럼 보 측면이 완전 유실되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작업공간으로 썼던 공간이지만 어도가 시공될 위치입니다(어도공사가 이미 이루어졌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함안보, 교량 지을 철골구조물도 쓸려 나가
7월 9일 오후 함안보에 도착했습니다.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고 임시물막이 아래까지 물이 차 있었습니다. 물막이 안쪽에는 마지막 교량을 연결하기 위한 사각형의 철골구조물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었습니다. 주변 곳곳에는 '준설공사 완료'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어 이 일대는 보 공사를 제외한 공사는 대부분 완료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다시 이곳을 방문했을 때 임시물막이는 완전히 침수되어 보이지 않았습니다. 교량이 될 철골구조물은 물에 휩쓸려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반대편 자재를 쌓아두었던 둔치 지역도 마찬가지로 침수되어 임시화장실이 기울고 한 곳에 모여있어야 할 자재들이 흩어져 있었습니다. 이미 일부 자재는 유실된 것으로 보였으며, 이 시간 이후 낙동강 수위가 훨씬 더 높아졌다는 것을 고려하면 남아있던 것들도 쓸려 내려갔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함안보입니다. 상류에 비해 수위가 굉장히 높았습니다. 보 바로 상류는 다른 구간에 비해 유속이 상당히 느린 듯 보였습니다
7월 10일, 침수가 되면서 교량 구조물들은 여기저기 나뒹굴었습니다
반대편 둔치 부분입니다. 공사자재를 쌓아두었지만 비는 이들도 쓸어가 버렸습니다
4대강 시공사는 무슨 죄를 지었는지 길에서 사진을 찍는 것조차 '무조건' 막습니다.
하상유지공 설치하면 뭐하나, 그 옆이 유실되는데
7월 9일에 도착한 청도천 하류는 급류에 둔치가 유실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낙동강 수위가 높지 않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단단한 보호공 부분은 그대로인 듯 보였지만 우안은 이미 지난 비에 유실되어 보강해놓은 흔적이 있었고, 좌안은 꾸준하게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물이 빠진 뒤에는 유지공 아래 물살로 깊이 파인 것과 좌우 유실된 둔치부분의 규모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청도천에 콘크리트로 된 하상유지공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3월 23일 사진입니다. 사진 중앙에 나무를 주목해 주세요
3월 23일에 있던 나무를 기준으로 보시면 나무와 유지공 사이가 모두 쓸려가 버렸습니다
모니터링 팀이 보는 중에도 둔치는 계속 무너져 내리고 있었습니다.
깎여 나가는 강변 호안, 세금 들여 보수해야
이동 중에 본 저수호안 부분은 곳곳이 침식되거나 유실된 상태였습니다. 저수호안은 둔치 아래 강과 직접 만나는 곳으로 공사 전에는 강과 부드럽게 만나거나 안정화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억지로 많은 곳을 깎아내고 직강화 했습니다.
보의 수문을 닫고 관리수위까지 물이 차게 되면 대부분 잠기게 될 곳이지만 물이 흘러갈 때는 무너지고 깎이게 될 것임을 보여줍니다. 세금을 들여 친수공간으로 조성할 둔치가 매우 불안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입니다.
'준설공사 완료'라는 표시가 무색합니다. 유실된 토사는 그대로 강 바닥에 쌓이게 됩니다
유실된 규모가 상당합니다. 차를 타고 지나는 중에 이런 모습이 비일비재했습니다
인공적으로 호안을 유지해야하기 때문에 결국 이것들은 다시 보수공사를 해야 합니다.
역행침식 심각한 이계천, 광암천, 병성천
수위가 비교적 낮거나 둔치가 높은 지천은 역행침식이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계천은 하천 왼편에 있던 경작지가 사라졌으며 광암천은 현장 사무실로 쓰고 있는 곳 아래까지 무너진 상황이었습니다.
병성천은 합류지점에서 1.5km 떨어져 있는 병성교가 있는 곳까지 침식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하상유지공 공사가 어느 정도 진척이 되어 있는지는 수위 때문에 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지만, 있었다 한들 대부분 떠내려 간 것으로 보입니다.
구미시 아래 쪽의 광암천. 수로공사 중에 큰 비를 만나 자재들이 여기저기 뒹굴고 있습니다.
침식으로 공사 현장사무소가 위태위태한 모습입니다.
1m 이상 침식 됐습니다.
지난 4월에 찍은 이계천입니다. 아래사진과 비교해 보시죠
몇몇 보수 언론은 정부와 시공사가 하는 말만 듣고 앵무새처럼 '문제 없다'를 되뇌고 있습니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함에도 4대강 여러 곳에서 피해를 감추고 있는 것이 드러났으며 이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거짓으로 공사를 하겠다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대부분의 보는 장마철 전 완공된 수문에 대해서는 임시물막이를 철거하는 등 대비를 했습니다. 그러나 소수력발전소, 교량공사 등 아직 완공이 되지 않는 부분까지 이번 비에는 속수무책으로 침수되고 일부는 유실되기도 했습니다. 10월 '그랜드 오픈'을 하겠다며 공사를 강행한 탓입니다. 지역에 따라서는 둔치에 쌓아둔 자재까지도 쓸려간 것으로 보이니 피해규모가 예상보다는 훨씬 더 클 것이라 예상됩니다.
정확한 분석을 통해 준설이 얼마나 큰 '홍수저감 효과'가 있었는지는 밝혀내야 하겠지만,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준설한 것 만큼 수위가 낮진 않아 보인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강 주변에서 항상 사는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준설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셈입니다. 추정컨데 보 건설현장 등 4대강 사업구간에서도 이 정도로 물이 불어날 것이라 예상을 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4대강 공사는 일종의 '재해대비' 사업이라는 미명 아래 속도전으로 밀어붙였습니다. 그러나 큰 비가 온 뒤 오히려 재해는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40여년 간 꾸준히 대비한 뒤에는 없었던 문제입니다. 4대강 사업의 효과가 크게 의심되는 부분입니다.
비가 이어지는 8월까지는 공사를 중단하고 진짜 공사의 효과가 있는 것인지 사업의 타당성을 정확하고 꼼꼼하게 따져보아야 합니다. 결과는 '4대강 사업 중단'임을 확신합니다.
김성만/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녹색연합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