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병에 걸린 화가의 자화상

면죄자 작성일 11.08.02 19: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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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미국인 화가가 투병기간 혼신의 힘을 다해 그린 자화상.


뇌가 파괴돼 가는 과정과 그 사이에 화가가 느꼈던 분노와 고통이 고스란히 표현돼 있다는 점에서

예술적 가치는 물론 의학적 가치까지 담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인 화가 윌리엄 어터몰렌(73)이 알츠하이머병 발병 진단을 받은 것은 지난 1995년.

그는 이 때부터 창작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는 2000년까지 쉬지 않고 자화상을 그렸다. 창작활동을 통해 병마와 싸운 것이다.


발병 초기의 자화상은 공포와 고립감을 담고 있다.

이런 감정은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저항과 분노로 바뀌고

나중에는 부끄러움과 혼란, 고통으로그리고 마지막에는 혼란스러운 붓자국만 남아 있는 완전한 자아의 상실로 막을 내리게 된다.

어터몰렌의 1994~95년작인 자화상 `푸른 하늘'에서 작가는 머리 위에 그려진 강력한 빛 속으로 빨려들지 않으려는 듯

탁자의 가장자리를 두 손으로 꽉 붙들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1996년작인 `자화상 1'은 노랑과 주황색이 주로 사용됐고 두 눈에는 공포의 흔적이 감지된다.

알츠하이머병이 최고조에 달한 1999~2000년작 `지워진 자화상'은 작가의 창작 능력이 거의 완전히 사라졌음을 보여준다.

작은 캔버스 위에는 머리의 흔적과 붓자국만이 남아 있다.

어터몰렌의 창작활동은 과학자들의 알츠하이머병의 진행과

그에 따른 창작능력 손상과정을 면밀히 관찰해 기록했다는 점에서 또다른 의미를 지닌다.

영국의 의학전문지 랜싯에 제출한 논문에서 과학자들은 어터몰렌이 그림을 그리는 능력을 상실해 가고 있음을 인지했지만

이를 스스로 고치지는 못했다는 사실을 보고 했다.


과학자들은 또한 뇌손상에도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열망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소리첼리 박사는 "단순한 좌뇌, 우뇌론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림을 그릴 때에는 뇌의 매우 다른 부분들을 이용한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인간의 뇌가 손상돼 가는 과정이 그대로 표현돼 있는 그림을 보는 것은 그것 자체로 숨막히는 경험"이라고 말했다.

어터몰렌은 2000년 그림을 그리는 능력을 완전히 상실했으며 지금은 런던의 한 요양소에서 말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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