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다가옵니다. 어제는 아버지와 벌초를 다녀왔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있으니 몇달전 아버지의 영정사진을 찍어야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태평이가 태어나고 삼칠일이 지났을때 부모님이 저희집을 방문하시어 태평이를 보고 가셨습니다.
어머니는 병원에 들러 손주를 보고 가셨었지만 태평이와 아버지는 첫대면이었지요.
아버지는 아이들을 참 좋아하십니다.
저 어렸을때도 아버지가 저를 많이 좋아하셨던 기억이 나는데 손주를 보신 아버지는 너무나 흡족해 하십니다.
늦게 결혼한 아들의 자식이니 더 귀여우셨겠지요.
아버지의 모습이 보기 좋아 사진을 몇장 찍었습니다.
몇장의 사진을 찍고나자 아버지는
"내 사진 따로 하나 찍어라"
라고 말씀하십니다.
그 순간 그 자리에 있던 우리 모두는 그것이 아버지 영정 사진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이고, 아버지는 자식에게 뭐 이런 사진을 찍으라고 하십니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저는 묵묵히 아버지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손주를 보던 밝은 분위기가 갑자기 엄숙해져버렸습니다.
진짜로 미래의 어느날, 아버지의 영정사진으로 사용하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어떻게든 준비해야 하는 사진이라는걸 저도 알고 있기에
차라리 아버지가 이렇게 말씀하실 때, 제가 아버지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 싶었습니다.
아빠가 되고나니 아버지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짠해옵니다.
내가 태평이를 보면서 느끼는 이 마음을 아버지도 저를 보면서 느끼셨겠지요?
아버지는 저를 보며 얼마나 행복하셨을까요? 또 한편 아버지가 가졌을 책임감은 또 얼마나 큰 것이었을까요?
저는 이제부터 그런 것들을 하나씩 배워나가겠지요.
아버지의 영정 사진을 찍으며, 아들은 아버지의 인생에서 내가 어떤 존재였는지 생각해봅니다.
아버지 그 이름만으로도 마음이 이렇게 짠한데 벌써 아버지는 자신의 인생을 조금씩 정리하고 계십니다.
조금씩 자신의 인생에서 우리를 두고 가는 그 순간을 준비하고 계십니다.
아버지의 영정 사진을 찍으며, 아들은 속으로 눈물을 많이도 흘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