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고생의 유쾌한 수능 후기

우았밍키 작성일 11.09.27 18:23:53
댓글 6조회 5,553추천 6

 

참고: 이글 몇 년전에 떠돈거구요 이땐 6차 교육 과정 이였습니다.

 

 

 

수능 전날.

 

 

 

앗싸 내일이면 수능이구나 얼른 자야지..

 

디비 잤다. 긴장되서 잠 안오고 이딴 거 없는거다 푹 잤다.

 

 

 

수능 당일 아침

 

 

엄마가 넌 수능 날에도 늦잠이냐며 깨우신다.

민증과 필기도구 그리고 수험증을 챙겨...가방에 넣는다.

 

쉬는 시간에 막간 공부를 위한 공부할 것?

 

 

그 딴거 왜 챙겨가냐 수능 당일날인데.

 

아침은 미역국이다.

 

 

어 나 미끄러지라고?

엄마말이 뜨신 걸 먹어야 속이 편해서 셤을 잘본단다.

 

 

그리고 미역국 먹으면 시험 못본다는거

개구라란다.

 

-_-;;;

 

그러나 난 보았다....

뜨끔해 하는 엄마의 표정을..

 

 

아부지가 처음으로 태워다 주신단다.

수능 날이라고,....

 

 

수능 보는 장소는 내 추억의 중학교 모교다.

어이쿠 기분이 새롭다.

 

 

왠지 교문에 그때 학주가 서서

너 이색히. 일루 텨와!

라고 할것만 같은 포스다.

 

 

"셤 잘보고와"

 

"넹~"

 

 

형식적인 인사를 마치고 차에서 내리니..

 

 

 

 

뉴스애서만 봐오던

수능 아침 풍경이다. 각 학교에서 응원온 후배들이

 

 

00고 화이팅!!! 선배님 힘내십쇼!!

등을 외치며 꾕가리에...북을 쳐대고

 

플랭카드가 휘날리고...

어디선가는....교가를 부른다.

 

 

뜨거운거 마시라고 녹차니 뭐니 차를 나눠주기도 하고.

 

 

괜히 샘들한테 붙잡히지 말아야지

조낸 뛰어갈 준비하는데

 

 

내 손을 턱 잡는.......

 

 

 

 

 

어이쿠...... 윤리샘이다.

 

 

 

 

 

"긴장했을땐 초콜렛이 최고여! 이거 먹고 틈틈이 쉬는 시간에도 꺼내 먹고 으응 알았냐?"

 

 

 

내 주머니에 ABC 초콜렛을 뭉태기로 쑤셔넣어 주신다.

내가 초콜렛 좋아하는 건 어찌 아시고.

 

 

흠흠.

 

 

샘 답지않게 귀여운 파이팅을 날려주시는 거에

씨익 ^-^ 미소로 답을 하고

가려는 찰나..

 

 

또 내손을 턱 잡는...

 

 

 

 

"따듯한 거 마시고 가야지!!!!!!!!!!!!!!!!!!!!!!!!"

 

 

 

사회샘이다.

 

 

 

내 손에 턱 하니 쥐어주시는 녹차 한잔.

어찌나 긴박하게 쥐어주시던지..

 

 

녹차가 출렁하고 조금 넘어와

내 손등을 데인다.

 

 

'아 ㅆㅂ 뜨거워!!!! 나 오른손 데여서 셤 봇보면 샘이 책임 지실꺼냐구요!'

 

 

 

하지만 이말은 차마 못하고.

꾸벅 인사를 하고 올라간다.

 

 

 

조낸 스피도로 뛰어가는 거다.

라며 전력질주를 하려는 찰나.

 

 

"000고등학교 선배님 화이팅! 시험 잘 보십시요!"

 

 

 

북 치고 꾕가리 치며 날 보고 응원해주는 후배들,

 

아놔..

 

 

오늘 사복 입고 왔건만

내가 선배란건 어찌 알고......

 

 

왠지 부끄러워 조낸 뛰었다.

 

 

 

 

 

 

드디어 교실에 입성,.

 

 

내 옆줄에 앉은......중학교 동창 발견

 

 

 

'이색히......반갑다."

 

"너도 인마..."

 

 

때아닌 뻘줌한 미니 반창회

뭐 애들 잘 지내냐등의........수능과 전혀 관계

없는 말들을 주고 받으며..

 

 

아까 윤리샘이 쑤셔넣어주신 초콜렛을 좀 나눠준다.

 

 

"너니까 주는거야."

 

 

 

 

 

 

수능 1교시 언어

 

 

 

 

듣기평가가 시작된다.

 

2번 다음 대화를 듣고.......어쩌고 저쩌고,,,

 

 

 

 

제길 졸립다.

모의고사 볼때마다 언어 듣기 평가 시간마다 졸은 경력이

수능 까지 이어질 줄이야.

 

 

안돼 정신차려!!

눈을 부릅 떠보지만 졸립다..

 

 

긴장하라고 제발 좀!

 

 

 


언어 시험을 다 풀고 마킹까지 다하고 나니

20분이나 남았다 -_-;;

 

 

너무 빨리 마킹했나..

 

 

몇가지 의심쩍은 문제들은 냅뒀다가

좀 고민해보고... 나중에 마킹 할 걸 그랬나..

 

 

에이 몰라 인생 한방.

 

 

드디어 종이 울린다.

 

나 맨 뒷자리다....  OMR카드 걷어야지~

하고 일어서는 찰나..

 

 

 

" 그 뒤에 앉아주세요."

 

 

 

조낸 뻘쭘하다.

 

 

 

 

 

쉬는 시간.........두터운 안경에 꽤 모범적으로 생긴 아이가

가방을 매고는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간다.

 

 

 

"엄훠! 쟤 언어 망쳤나봐! "

 

"어떻게......."

 

"자살하러 가는 거 아니겠지?"

 

"설마,,,,어쩜 좋아....."

 

 

TV에서만 보아오던 이모양 수능 시험 날 성적 비관

수능 1교시 끝나고 뛰쳐나가 옥상에서 투신 자살.....

 

 

이런 분위기......

다들 동요되는 분위기다.

웅성 웅성.

 

 

 

 

 

 

"쟤는 수시 붙었나 보지 뭐."

 

 

 

 

허나 내 한마디에 분위기 급반전.

 

 

몇몇은 내 말에 킥킥 웃고

몇몇은 그걸 말이라고 씨부리냐? 라는 표정으로

 

날 째려본다.

 

 

 

 

2교시 수리 영역

 

 

 

젤 만만한 수리 영역

 

맨 처음 나오는 집합 문제를 껌으로 풀고나니...

 

 

 

 

풀만한 문제가 없다.

 

 

 

바로 주관식으로 넘어가서..

주관식 처음에 나오는 집합 문제를 풀고나니

역시 주관식도 풀만한게 없다.

 

 

이제 찍는거다,

아부지가 모르는건 무조건 3번이다!

라고 일러주셔서

 

왠만하면 3번으로 다 찍었다.

근데......주관식은 어떻게 찍지!!


하나는 0

하나는 -1

대충 찍어버렸다.

 


그러고 나니 겨우 10분여가 지났다 -_-;

 

그래도 명색이 수능인데..

 

좀 고민해보자..

 

 

 

고민해서 찍었다.

이건 4번 이건 5번..

 

 

그러고나니 20분이 자니있었다.

 

 

마킹 까지 하고나니

30 분도 채 안지났다.

 

 

 

몰라 이제 잘꺼다.

늘 수리영역 시간은 잠을 보충하는 시간이 아니던가.

 

 

엎드리려는 순간 주위를 살펴보니

자려고 엎드리는 녀석은 나 하나다.

 

 

민망하다.

그렇지만 졸립다.

 

 

그냥 엎어졌다.

 

 

 

 

얼마를 잤나.....다리가 저려서 깼다.

근데도 자는 녀석은 여전히 나 하나였다.

 

 

나도 나름 인문곈데....

다들 어디 특목고에서 왔나.....

다들 뭘 그리 그렇게 열심히해..!

 

내가 두리번 거리자

감독이 조낸 째려본다.

 

 

 

괜찮아 난 문과니까.

다시 엎어졌다.

 

 

 

 

점심시간.

 

 

믿는 동창녀석이 친구들이랑 밥먹기로 했다고

사라졌다.

 

뭐야...... 밥 그냥 교실에서 대충 먹는거 아니였어?

 

 

난 친구들이랑 약속도 안했는데..

 

 

왠지 왕따 되는 기분이다.

젠장 도시락을 들고 나와...나만의 중딩시절 아지트를 찾는다.

 


옥상 올라가는 계단

 

오랫만이구나.

 

 

엄마가 싸주신 정성스러 도시락을 혼자 먹는다.

TV에서 보아오던 도시락 혼자 먹는 왕따를 내가 연출할 줄이야.

 

 

 

근데 밥 조낸 맛있는거다.

 

그래도 수능 본다고....반찬에 신경 써주신 엄마....

갈치 조림 발라 먹느라고 죽을 뻔 했어요^^

아주 뼈가 그냥....

 

 

 

 

3교시 사탐시간.

 

 

 

나는 문과니깐 일단 과학은 패스-

 

혼신의 힘을 다해 사회 영역을 푼다..

 

 

가만있어 보자.....

엑!!!

 

나 선택영역 사회문환데 경제를 풀고 있었다.

어이쿠.

 

어쩐지 문제가 조낸 어렵더라니...

 

 

하며터면 큰일 날뻔.

 

 

여차저차 사회 영역을 다 풀고..

 

과학을 풀기 시작한다.

 

 

젠장...

 

 

 

아는 문제가 하나도 없다.

어쩜 이럴수가.

 

 

그래 난 인문계니깐..

 

과도한 자기 위안으로 위안을 하고

 

역시나 찍기에 들어간다.

 

 

2번 철수: 그러니깐 이건 어쩌고 저쩌고 해서 태양 복사 애너지가 어쩌다는 소리구나

 

3번 영희: 아마도 공기중의 복사열이 어쩌고 한것 같아.

 

 

 

뭐라고 떠드는 거니...... 영희는 여자니깐

난 철수로 찍겠다.

 

 

 

쉬는 시간

 

 

무려 30분이나 된다.

그냥 빨리 빨리 보고 일찍 끝내지 무슨,.....30분이나..

 

화딱지가 난다.

아직도 좀 남은 윤리 샘이 준 초콜렛을 먹고..

할일이 없어 멀뚱히 앉아있는다.

 

 

조그마한 노트나 정리해온 프린트를 읽고 있는 아이들..

저런다고 몇문제나 더 맞출 수 있을까? -_-;;

 

 

 

잠을 다시 청해보지만

수리 시간에 푹 자서 잠이 안온다.

 

 

 

어익후 심심해.

 

친구들은 다 윗층에서 시험을 보고..

찾아가기도 귀찮다.


무슨 수능날이 이러냐...

 

 


4교시 외국어 영역

 


듣기평가다.

 


하우 머치...디스 클로스


디스 클로스이 이즈 16달라 벗 잇 이즈

세일즈 20%.


오! 아이 라이크 잇.

 

 


여기서 옷은 얼마냐...가 문제다 씨바.

머리 안 굴리는 놈은 뒷문제 들을 새도 없이

16달라라고 생각하겠지만

20% 세일임을 감안해야 한다.


에이썅.

무슨 놈의 영어 듣기에 수학까지 필요하냐고


가만....20%면 얼마 곱하더라.....

 

 


너무나 정직한 영어다.

슬랭언어로 듣기 평가 보면 안되나?


헤이 와썹! 두유 팅소 아임 어 프리티 걸?

왓? 오노!! 불 쉿! 마더 뻐커!!

왓!!!!! 갓더 헬!!!

뻑유.

 


여기서 남자가 화가 난 이유는?

 

이딴거 좋잖아.

 

 


듣기를 그냥저냥 풀고나니

문법 두문제가 날 반긴다.

 


알리가 없잖아.
문법은 무조건 찍는거다.

 


소신있게 두개다 3번!

 

 

지문도 절라 길다.

읽다 지쳐 수능이고 나발이고 포기하고 싶다.


필자의 의도는?

존이 늦은 이유는 무엇인가?

다음 중 채용 공고에 나와있지 않은 내용은?

 


내가 알게 뭐야.

 


제일 난감한건 맨 뒷장...

 


A B C의 문단을 읽고 순서대로 배열해보시오.

 

 


정말 알리가 없잖아.

 

 

 

 

그러다 보니 어느새 외국어 영역까지 끝났다 -_-;;

 

 


다음은 제 2외국어 셤..

 

 

볼리가 없잖아.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 이라는데..

그냥 나오는거다.

 


까짓 제 2외국어 반영안하는 학교가면 그만이야..

 

가방을 매고 나온다.

 

 

학교 건물 앞에서
마치 마음이 통했다는 듯

 

내 친구들이 보인다.

너희도 제2외국어 재낀거냐..

 

 

 

 


교문 쪽으로 내려오니..

 

 

 

아줌마들이 웬 종이를 나눠준다.

 

00 종합 학원 재수반...

 

 


그래..

아줌마들 참 발빠르셔.

벌써 재수하라는 거냐..

 


앞 장을 보니

1교시 언어영역의 답이 인쇄되어있다.

정말 발빠르시네.

 

대충 눈으로 답을 맞춰보니

졸면서 들은 듣기 평가 대충 다 맞았다.


기분이 좋다.

우후후..

 


근데 이거 너무 허무하다.

수능셤 본거 맞아?

 

"왠지 모의고사 본 기분 아니냐?"

"응 수능이 이렇게 졸라 허무한지 몰랐어."

"이거 잠깐 보려고 12년 개고생한거냐."

"진짜.....오답노트 만들어야 할 분위기......이게 무슨 수능이니."

 

 

 

 

그래도 꼴에 수능을 봤다고

택시를 잡아타고 집에간다.

 


어머니께서 장하다 반겨주시겠지.

 


음 나름 피곤하군.

집 벨을 누르는 순간.

 


"누구세요~~"

"엄마 나."

 

 


벌컥.

 

 

 

 

"벌써 왔냐?"

 

 

 

 

 


-_-;;; 그래 반겨주실 엄마가 아니였어.

 

 

 

 

 


그리고 그날밤

난 친구와 인터넷으로 모의 채점을 해보고

조낸 쳐울었다.

 

 

 

 

 

 

 

내가 수능을 앞둔 후배들에게 과감히 충고하겠다.

 

 

수능 당일날 아침 교문에서 샘들에게

붙잡히지 않으려면 모자를 쓰고 갈 것

 

 

수능 시험 당일 쉬는 시간이 너무 길고

너무 심심하니 놀 것이나 읽을 거리를 챙겨갈 것.

만화책이 적당할 것이다.

 

시험은 다 풀었고 남은 시간, 자고 싶다면

주위 눈치보지 말고 과감히 잘것.

 

 

모르면 무조건 3번이라는 것.

 

 

수능은 정말평소 모의고사 보는 기분이니

조낸 허무하다는 것. 12년 노력이 새삼 허탈해지니

그 괴리감을 잘 이겨낼 것.

 

 

그리고 마지막.

모의고사 백날 잘봐봐야..

수능날 딱 하루 망하면 아무 소용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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