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군대에서 골수기증했던 스토리

트로이테드 작성일 11.10.01 00: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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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수기증이란걸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정말 쉬운거고 아프지 않다는걸 알리기 위해서 이렇게 글을 써봅니다.

저도 음슴체 한번 써보겠습니다....ㅎㅎㅎ


때는 09년 3월.
헌혈하러 갔다가 헌혈아줌마가
'학상, 문화상품권 5천원짜리 더 줄탱게 이거 신청할려??' 요런 제안을 하길래
뭔가 해서 봤더니 '조혈모세포기증서약서'라고 써있었음.

조혈모세포기증??? 골수기증??
당연히 등뼈에다가 바늘꽂아서 내 뼈속에 있는 물 빼낸다는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니 나는 주춤 했음.
커다란 바늘이 내 살을 뚫고들어와서 뼈까지 당도한다는 상상을 하면
아마 주춤 안할 사람 없을꺼임...;;;

근데 아줌마가 이건 서약하면 강제로 해야하는게 아니라
그때가서 안한다고 하면 안해도 된다고 나님을 살살 꼬심.
그래서 나님은 일단 눈앞에 있는 5천원짜리 문화상품권에 홀려 그 서약서에 싸인을 했음.
(음.. 추가로 피 한 30 밀리리터인가? 데이터베이스 등록용으로 더 뺏었던거 같음.)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09년 8월 어느날...

핸드폰으로 전화한통이 와서 받아보니 어여쁜 목소리의 녀성동지인거임.
목소리 가다듬고 받아봤음.

'음..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가톨릭병원 조혈모세포 어쩌구저쩌구... 주저리주저리 쿵따리 샤바라....'

골수기증을 중재해주는 역할을 하는 병원 코디네이터 녀성동지가 연락을 했던거임.
통화내용은 대충...

'너님 유전자랑 80% 일치하는 백혈병 환자가 있음.
보통 골수기증 신청을 해도 평생 연락이 안오는경우가 대부분인데 너님은 디게 신기하게
5개월만에 일치하는 환자가 나타났음.. 환자가 복이 많은가봄...
여튼, 너님 아직도 골수기증 하고픈 맘있음???'

요런 대화였음. 물론 내가 3년전 일이라 기억도 가물가물하고 해서 대충 기억나는대로
휘갈겨 썼지만 매우 친절한 말투로 나에게 물어봤었음.

잠시 나님이 심각하게 고뇌에 빠진듯하자 그 코디네이터님 또다시 친절한 말투로 말했뜸.

'너님이 상상하는 거 다암. 근데 너님 상상하는거는 호랭이가 천원짜리 디스 사피던 시절 얘기임.
요즘은 기술이 좋아져서 성분헌혈하는것처럼 혈관에서 조혈모세포를 체취함.
그냥 헌혈바늘보다 조금 굵은거 꽂고 몇시간동안 누워있으면 끝인거임.'<--매우축약한거임. 친절했음.


그렇게 말하니까 나님. 정말 심각하게 고민에 빠졌음.
그렇게 고민을 하다가 살다가 사람생명 구할수있는 기회가 쉽게 오지 않는다는 생각에
정말 좋은일 한번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코디네이터님에게 대답했음.

'ㅇㅇ'

그런데 환자랑 맞는 사람 나타나도 이게 바로 기증할수있는게 아니더라고..
내가 80% 맞는게 확인된 상태였는데 골수기증을 하려면 95%인가?? 유전자가 맞아야 한다는거임.
그래서 또한번의 정밀검사가 필요하니 그 검사일정 정해지면 연락한다고 함.

그렇게 한달을 기다렸나??

또 한통의 연락이 왔는데 환자상태가 매우 안좋아서 골수기증이 불가능한 상태란거임.
골수기증을 하려면 항암치료를 해서 몸에 있는 백혈구 세포를 싹다 리셋시켜야 하는데
환자 몸상태가 그 상태를 받아들일정도로 건강이 안된다는거였음.

그래서 내가 큰맘먹고 내린 골수기증 결정은 무기한 보류상태로 빠졌음.

그 전화 오고 며칠후.. 내앞으로 편지한통이 왔음.

'[경]국방부 22개월 병영체험 무료 팩키지 당첨!![축]'


아... 히밤....
난 신의 아들이 아니라서 왔던거임.... 악마로부터의 초대장이....

그렇게 09년 11월 나는 306 보충대로 입대해서 3야전수송교육단으로 운전병 교육을 갔음.
야수교 하색교장에서 1주차 운전교육 받으려다가 볼거리때문에 입실해서 크리스마스를
입실상태로 보냈다가 퇴실했던 어느날....
(내가 이때 똑똑히 기억함. 눈 쩔어주게 많이 왔던 화이트 크리스마스였음ㅋㅋ 난입실했으니 안치웠지ㅋㅋ)

학생대 중대장이 나를 호출한다는거임.
보통 야수교 학생으로 보내면서 얼굴보기 힘들다는 중대장이 나를 부른다는건 뭔가가 있다는 거였음.
'아놔.. 입실 오래했다고 퇴교조치(운전병 안시키고 랜덤으로 주특기부여해서 자대보냄.)하려고하나???'
라는 생각에 부들거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중대장실로 갔는데..

'야. xx. 너한테 전화왔다 받아봐라.'

나님 뭔가해서 받아봤더니 그 어여쁜 목소리의 코디네이터님이였음.

'아.. 다행이네요ㅎㅎ 국방부에 전화해서 여기 알아내느라 혼났어요ㅎㅎㅎ'

오매... 나 입대하기전에 그쪽에 나 입대한다고는 했지만 어디로 가서 어디에 있다고는 말도안했는데..
국방부 전화해서 내가있는 신교대 알아내서 전화해봤더니 야수교갔다고 해서 또 국방부에 야수교
전화번호 알아내고... 여차저차해서 연락했다는데...

드디어 환자가 골수기증이 가능한 상태가 되었다는거임.

그래서 코디네이터분이 직접 야수교로 와서 테스트용 혈액 체취해가시고...
다시 연락이 왔는데 95% 일치라는거임...

이건 정말 피붙이들도 힘든 확률인데...
평생 보지도 못한 남이 이렇게 나랑 같은 유전자를 갖고있을줄이야....

여튼간 야수교에서는 휴가가 안되는지라 자대가서 휴가조치에 필요한 행정기간 한 2주정도로해서
환자의 항암치료 일정하고 수술일정을 잡았음.

그런데 생각치도 못했던 변수가 나타났음....
완쾌된줄 알았던 볼거리 증상이 다시 나타난거임...(목에 혹이 잡힌다고 해야하나??)
외진 나가서 군의관이 보더니 그당시 한창 악명을 떨지던 신종플루 의증이라는 검사결과를 내놨음.
그러면서 하는말이 '한 2주정도 지켜보자'....

그렇게 2주를 입실하면...
나머지 운전교육을 받고나서 자대가면 이미 예정보다 2~3주 늦어지는 상황...
환자는 항암치료에 들어가서 이제는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
내가 골수기증 해주거나 내가 안해주면 그냥 죽거나 하는 상황...

그래서 나는 결정을 해야했음.. 운전병을 포기하고 그냥 자대가서 군생활 할것인가..
아니면 골수기증을 포기하고 운전병을 할것이냐....

당시 버스반 과정 수료중이던 나는 또 고민에 빠졌음...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버스운전병 개꿀임...
야수교에서도 대차반에서 운전잘하는 놈들만 끌어다가 놓은 에이스반인데...
꿀보직이라는 소문에 너도나도 지원하려 했던 버스반이였던거임...

근데 내가 기증한다고해서 항암치료까지 했는데 이제와서 안한다고 하면
그사람이 죽는다고 하니 난 내가 그사람을 죽이는게 아닌가 싶었음..
그래서 난 결국 운전병 포기하고 자대가기로 결심을 했음.

그렇게 야수교 동기들 교육 받고있던 어느 금요일. 나혼자만 자대행 버스에 올라서
자대로 향하게 됐음.

그렇게 남양주에 있는 모 포병여단으로 자대받아서 가는도중에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음..

'포병이면.. 오오미.. 그 몇십톤짜리 쇳덩어리 만지는거???'
'아... 하느님 부처님 천지신령님.. 진정 저를 버리시렵니까...'

포병이라면 짱공에서도 개땡보 보직으로 분류받은 그 보직....
(위의 땡보와는 전혀 상반된 표현으로 쓰인 반어적 표현임은 군필 짱공인들이시라면 아시리라..)

그렇게 도착했는데..
내가 생각했던 대포는 없고 웬놈에 탱크들만 잔뜩있는거임...
가서 들은결과 내가생각했던 '견인포'와는 전혀 다른 '자주포'라는 놈이였던거임..
그것도 최신형 K-9들이 득시글득시글....
(군생활 해본결과, K-9 탔던 사람은 견인포들 주특기 조뺑이깐거 얘기할때 조용히 듣고만 있어야
한다는것이었뜸... 힘든것도 있었지만 견인포에 비할바가 안되었던듯....
문해리 훈련가서 견인포들 방열하는거보고 조뺑이깐다고 낄낄댔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여튼간 그렇게 자대에 배치받고 2주 후...
나는 자대적응이 채 되기도 전인 이등병 2주차에 9박10일 휴가를 나가게 됐음...
그것도 대대장님이 허락해서 내 휴가 짤라나가는것도 아니고 공가로ㅋㅋ(공적인휴가. 연가미공제ㅋㅋㅋ)

그때 우리 생활관, 병아리 휴가보낸다고 야상에 칼줄잡고 전투화 광내고 난리가 아니였음...ㅋㅋ

여튼 그렇게 휴가 나오니까 월~~매나 기분이 좋던지...ㅎㅎㅎ
정말 사제 공기는 꿀을 발라놨나 싶었음....
공기가 꿀맛이었음ㅋㅋㅋ

그렇게 위병소를 나와서 집으로 가보니 웬놈에 주사기가 택배로 와있음...

알고보니 촉진제 주사라고 해서 뼈속에 있는 골수(조혈모세포)를 평소 내가 필요한
양보다 한 세배정도 더 만들게 하는 주사라나?? 그걸 3일 맞아야 된다는거임.
이틀차까지는 동네병원에서 맞고, 마지막날엔 입원해서 맞고.

촉진제 주사를 맞으면 아무래도 몸이 평소보다 무리를 하는거인 만큼 상태가 메롱하게 변한다고는
들었는데 난 별로 그런느낌은 없었음. 보통 몸살기 살짝있는 그런 기분????
든다고 하던데 정말 나는 별 느낌없음. 걍 졸음이 좀 많이온것정도??

그렇게 촉진제 주사 마지막날 병원엘 가니 코디네이터분이 어떻게 하는지
하나하나 설명해줌... 그러면서 흰봉투 하나를 주는데... 차비로 쓰라고 준거였음...
(위에 생략했지만 야수교때 외출나가서 목동 세브란스병원가서 내가 골수기증 가능한 몸인지
검사하러 갔었는데 그때도 차비 받음.)

한 도합 한 30만원정도였는데...
난 한사코 거절했는데 코디네이터분이 원래 드려야 되는거라고 하면서 막 주네...
그래서 받긴 받았음.... 알고보니 그게 다 환자가족들이 낸거라고 함...;;
(그거 알고 나중에 웬지 사심없이 좋은일하는건데 대가로 받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걍 그돈 다 유니세프에 보냈음...;;;)

그것 뿐만아니라 병실도 특실이었는데...
나님 한사코 4인실 쓴다고 했는데 이것도 강제로 해야한다고 걍 특실 잡아줌.....;;;
(아마 이것도 환자가족들이 비용 냈겠지 싶음...)

근데.. 특실... 아.. 음...
쫌 좋음...
아니, 많이 좋음....;;;

입원한 병원이 목동 이대병원이였는데...
특실이 한강 잘보이는 로얄층에 위치해있었음...
야경도 죽이고.. 매일아침마다 주요일간지 배달서비스에...
TV는 50인치 가까이 되보이는 벽걸이tv에...
개인용 냉장고에.. 나님 검사받으러 내려가면 무조건 휠체어 끌어주시는 분이
휠체어로 나님 배달해주고...;;
(나는 뛰어다녀도 상관없는 상태였음에도 무조건 타래서 걍 타서 검사실로 끌려다님...;;;)
식사도 전날 저녁 식단표가 나와서 한식, 양식중에 맘에드는거 골라먹을수 있었고...

두달가까이 짬밥먹다가 꿀같은 병원밥 먹으니까 마냥 좋았었음..ㅋㅋㅋ

그렇게 하루를 검사하면서 보내고 2일간 골수채취로 한 4시간씩 누워있었음....

느낌이야 뭐 좀 굵은 바늘로 헌혈하는 느낌이고...
채취실에 tv도 있어서 막 수영중계해주는거 보고.. 스포츠채널 보고.. 그러다가 잤었는데..
정말 하나~도 안아픔.
진짜로 걍 뭐없음ㅋㅋㅋㅋㅋ

(음....;; 솔직히 말하자면.... 바늘 넣을때 살짝 따끔하긴함....;;;)

여튼간 그렇게 하루하루 채취를 하고 마지막 채취가 끝난 날,
퇴원절차 밟고 다시 집으로 고고씽 했음..

코디네이터님 가라사데,
'너님은 적어도 1주간은 환자다 하고지내셈요.'

근데, 그럴수가 있나???
휴가가 4일이나 남았는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남은 휴가로 친구들도 만나고...
한달 먼저 군대 간 친구놈 차끌고가서 면회도 하고....<---- 참 지금 생각하면 음청 한심한짓거리인듯...

그러다가 휴가복귀해서도 병원측에서 절대안정하라고 공문이 와서
2주간은 그냥 입실해서 보냈음....
물론 이등병이라 눈치는 무지 보였음...;;;

근데 딱맞춰 혹한기 행군을 했던지라 혹한기 행군을 제낄수 있었음...
(역시 눈치는 많이 보였음...;; 눈치보이는게 싫어서 당시엔 걍 뛰고싶은 맘이 굴뚝같았는데
행군 뛰어본 결과 내가 걍 배부른 소리했었던거구나 느꼈음...ㅋㅋㅋㅋ)

그렇게 하다보니까 어떻게 어떻게 국방일보에도 기사나가고....
대대장님이 그걸로 4일짜리 휴가하나 주시고ㅋㅋㅋㅋ

어케어케 군생활 동안 휴가는 많이 나갔었던것 같음... 한 칠십몇일 나갔었나???
내가 휴가따려고 노력한것도 있지만.. 운이 많이 따랐던것 같음...ㅎㅎ
좋은일 했다고 하늘이 도와준건가???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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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ㅎ
골수기증 아프다는 편견들이 참 많은데 위에 썼던것처럼 진짜 별거없습니다...ㅎㅎ

지금 보시는분들도 맘이 있으시면 주저하지 마시고 신청하세요....
정말 오늘내일 하는 백혈병 환자들한테는 여러분이 한줄기 빛과 같을껍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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