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고등학교 2학년 이상 학생 10명 중 1명 정도는 성(性)관계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이 7일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고2 학생 1007명 중 8.6%에 해당하는 87명이 성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성 경험을 한 고교생 비율은 설문 조사결과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2 때 성 경험 급증
전체 중·고생 중 성관계 경험이 있는 학생은 3.6%였다. 이는 2010년 여가부 조사 결과인 3.2%보다 0.4%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고교생 중 성 경험 비율은 2010년의 5.3%에서 2011년에는 6.1%로 늘었다.
성 경험을 가진 청소년의 비율은 특히 고등학교 1~2학년 사이에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 1~3학년의 성 경험 비율이 0.6~1.2%에 그친 반면 고1은 3%, 고2는 8.6%까지 뛰어올랐다.
고교생 중 일반계고 학생의 성 경험 비율이 3.9%에 그친 데 비해 전문계고 학생의 성 경험은 10.9%에 달했다. 또 남학생(4.5%)이 여학생(2.5%)보다, 대도시 청소년(3.8%)이 읍·면 거주 청소년(2.5%)보다 성 경험 비율이 높았다.
◇가정형편 어려울수록 경험 많아
특히 성관계 경험 비율은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한부모 가정의 청소년일수록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양친과 모두 함께 사는 청소년의 성 경험 비율이 3.2%인 데 비해 편모슬하 청소년은 3.9%, 편부 슬하는 6.5%, 부모와 동거하지 않는 청소년은 11.1%가 성 경험이 있었다.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고1 C(17)양은 지난해 여름방학을 맞아 전화 상담 아르바이트를 했다. 할인마트 계산원으로 일하는 어머니를 도와 가계에 조금이라고 보태기 위해서였다. 아르바이트를 하다 고3 D(19)군을 만났고 D군은 밤늦게 일이 끝나는 C양을 집에 바래다줬다. 만난 지 한 달쯤 됐을 때 두 사람은 성관계를 가졌다.
차명호 평택대 교육대학원장은 "가정환경이 열악한 청소년일수록 성경험 비율이 높다는 것은, 청소년의 성경험이 건전한 이성교제의 결과라기보다는 일탈적 행위로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를 맡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장미혜 연구위원은 "가계 소득이 낮은 영구임대아파트 지역, 한부모 가정, 맞벌이 가정일수록 아이들이 방치되는 경우가 많고, 집에 아이들끼리 모여 밤새워 TV를 보거나 게임을 하고 남녀 혼숙을 하는 경우가 있다"며 "부모와 사회 모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