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간히 내 차를 추월하는 차만 보일뿐인 차량이 드문 한밤에 고속도로였다.
나는 벌써 몇번이나 추월당할 정도로 느리게 가고 있었다.
내가 느리게 가고 싶은 게 아니라 똥차의 한계였지만 처음으로 가진 내 차이기때문에
불만보다는 자정이 넘은 시간에도 버스시간 걱정 않고 돌아다닐수 있는 자유에 대한 벅찬 감동을 느꼈다.
옆에 화물차가 지나가면 휘청거리는 가볍디 가벼운 똥차였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중고차라도 오너드라이버가 되려면 앞으로 몇년은 더 꼬박꼬박 돈을 모아야 할 처지인데, 공짜로 얻은
이 차는 요 며칠동안 내 가슴을 설레게 했다. 그 당시엔 이 차를 사게된 건 순전히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편의점알바를 하는데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다급히 자신을 숨겨달라는 외국인을 계산대 밑에 숨겨주었다. 공포에 질린 얼굴이 약간 걸리기는 했지만
너무나 간절하고 다급한 표정이여서 군말없이 숨겨주고 누군가가 올거라 생각하고 잔뜩 긴장하고 있는 데 아무 일도 없었다.
조금있다가 외국인은 태연하게 계산대 밑에서 기어나와선 나에게 고맙다고 사례를 하고싶다고 했다.
"내가 지금 빈털터리여서 줄 건 없고, 내 자가용을 줄게"
그저 예의상하는 하는 말인줄 알았지만 정말 이 차를 주고 간 외국인이였다.
핸들을 가볍게 토닥거리던 나는 나들목으로 핸들을 돌렸다. 그때 누가 강제로 핸들을 반대로 돌리는 것같이 핸들이 안 움직였다.
나는 당혹감 속에서도 젖 먹던 힘까지 썼지만,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병원이였다. 몇가지 검사를 마친후에 아무이상이 없다는 걸 확인한 후에도
차사고는 골병이 들어 바로 알 수 없다는 의사의 권고에 실제로 퇴원한 건 3일 후였다.
아직도 그날 겪은 일이 생생했다.
정신을 잃을 정도로 큰 사고였지만 다행히 차는 무사했다.
차에 타는 게 별로 내키진 않지만 억지로 차에 올라타 집에 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무엇인가가 튀어나와 순간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았다. 아니 브레이크를 밟으려고 했다.
또 누군가가 억지로 내 오른발을 누가 잡아누르는 듯한 느낌과 함께 차가 급히 가속되었다.
다행히 그 느낌은 순식간에 사라져 차를 통제할 수 있었다.
모골이 송연했다.
그 자리에서 차를 버리고 집으로 왔다.
제법 먼 거리를 걸어왔지만 피로보다 공포가 앞섰다.
그 외국인친구에게 연락을 해보려 했지만 도무지 방법이 없었다.
그 알 수 없는 느낌이 가슴을 압박하는 듯 숨을 쉬기 힘들었다.
이대로는 밤이 너무 무섭다. 근처에 사는 친구에게 연락해서 빨리 집으로 오라고 했다.
내 목소리가 이상한 걸 느꼈던 지 친구가 얼른 와줬다.
"왜 그래? 무슨 일 있냐??"
친구목소리를 들으니 조금은 진정됐다.
그러나 갑자기 혼자 쌩쇼를 다 한 것 같아 쪽팔려 태연한 척 술이나 사오라고 했다.
홀아비냄새나는 방 안에서 마시지 말고 밖에 나가자는 친구한테 이끌려 밖에 나가자마자 집안으로 도망쳐 돌아와야했다.
나의 그 노란색 차가 아무일도 없다는 듯 서 있었기때문이다.
밤에 잘때도 수십번이나 가드레일을 박는 악몽을 꾸었다.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니까 어느새 나는 정신이 몽롱해 이게 현실인지 구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나는 귀신에 홀린듯 차를 타고 어디론가로 갔다.
나는 그저 멍하니 앞만 바라볼 뿐인데 차는 끊임없이 어디론가 나아갔다.
콧끝을 찌르는 듯 짠내가 풍겨와 정신을 차렸을 땐 바다를 향해 질주하고 있는 중이였다.
브레이크는 밟을 생각조차 못하고 문을 열고 뛰어내렸다.
안개가 내몸을 감싸안고 있는 곳이였다. 간만에 푹 잔것 같이 몸이 개운했다. 기절했었나?
주위를 돌아보니 좀 험상궃게 생긴 아줌마가 앉아 있었다.
이상하게 아줌마를 보는 나는 마음이 조금씩 안정되는 것을 느꼈다
"그러게 감당못할 일을 왜 저질러?? 누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한테서 물건을 사래?? 그러니까 역마가 씌지"
살려달라는 나의 애원에 아줌마는 미동도 않고 말을 이었다.
"역마는 삐뚤어져서 모든지 반대로 시키지. 니가 살려고 발버둥칠수록 더 죽일려고 하는게 역마야.
반대로 해. 이걸 명심하면 길이 보일 게야"
길이 보인다고 ?? 잠시만요!! 기다려 주세요 !!!
안개가 넘실넘실 차올라 내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 우적우적 씹혔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모래사장에 꼬꾸라져 모래를 씹고 있었다.
다급히 고개를 들어 주위를 돌아보니 저 멀리서 내 차가 나를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나를 향해 비추는 헤드라이트가 악마의 눈같았다.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지만 내가 달리는 속도보다 차가 나를 향해 오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
이대로는 그대로 차에 치여 죽을 것만 같았다.
다급한 와중에 그 아줌마가 한 말이 뭔말인지 알아내려고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반대로 하라고?? 난 살고 싶은데 그럼 죽으라는 뜻이야 뭐야 아니야 절대 죽고싶지 않아.. 그럼 저 역마가 날 죽이려 들텐데
어떻하지?? 반대로 반대로 ... 생각해라 반대 반대.. 저 차의 반대는 뭐지.. 그래! 저 차는 똥차니까 반대는 좋은차가 될거야
근데 좋은차는 어딨지?? 여긴 아무리 둘러봐도 이상한차들이랑 트럭같은거밖에 없어 도대체 뭐야 차....차... 설마??
"차의 반댓말은 던져다!"
내 차는 미동도 없이 달려왔다. 행동으로 옮겨야 하나? 모래를 한움큼 쥐어서 차에 던졌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이미 지척까지 온 차를 피해 방파제쪽으로 달려갔다.
테트라포트 사이로 기어들어가니 내 차도 바로 앞에 멈춰섰다.
안도의 한숨을 쉰 나는 잠깐이나마 안전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차는 그런 나를 비웃던 테트라포트를 들이 박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부서지는 쪽이 차가 아니라 테트라포트였다.
이미 콘크리트사이에 끼여서 움직이기 힘들었기 때문에 나는 포기하고 눈을 감았다.
죽을 때가 오면 인생이 파라노마처럼 스쳐간다는 말을 믿지 않았지만 정말 나의 인생이 스쳐지나갔다.
어릴 때 말썽많이 부려서 속 썩인 부모님, 말만 하면 군말없이 달려와줬던 친구들, 잊을 수 없는 첫사랑, 날 항상 챙겨주셨던 편의점사장님
그리고 갑자기 나타나서 모든일의 시초가된 그 이상한 외국인
그때 그 외국인의 제안을 거절했더라면 이런 일을 없겠지
"내가 지금 빈털터리여서 줄 건 없고, 내 자가용을 줄게"
"내가 지금 빈털터리여서 줄 건 없고, 내 자가용을 줄게"
"내가 지금 빈털터리여서 줄 건 없고, 내 자가용을 줄게"
머릿속에 그 외국인의 말이 울려 퍼졌다.
잠깐만.. 찬다는 말과 던진다는 말이 꼭 반대라고 볼순 없어! 하지만 하지만 ....!
" 자가용의 반댓말은 확실해! 자가용의 반댓말은 커용!!"
하지만 차는 멈추지 않았다.
차는 콘크리블록을 마저 부수었다.
더이상 나를 보호할수 있는 것은 없었다.
내 차는 마지막으로 가속을 하려는 듯 천천히 뒤로 후진했다.
나는 눈을 질끔 감았다.
심장이 벌렁벌렁 튀어나올것만 같았다.
모래사장을 구르는 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왔다.
주먹을 꽉 쥐고 곧 있을 충격에 대비했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눈을 살짝 떠보았다.
차가 한대가 아니였다.
나의 차랑 화물차랑 그 밖에 여러차들이 서 있었다.
푸슝수숭퓨슝
갑자기 차들이 변신했다. 그 중에 제일 큰 차가 말했다.
"나는 옵티머스 프라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