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데이 참고하세요..

부끄빵 작성일 12.03.14 06: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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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데이 2~3주 전부터 고양이 같은 눈망울을 초롱초롱 빛내며 이번 화이트데이는 '우리 둘이 좋은 시간을 갖자'고
계속해서 말을 하길래 처음엔 '아! 이 여자랑은 결혼을 꿈꿔도 되겠다' 라는 환상을 보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처음이었을뿐..
몇날 몇일을 듣다보니 '좋은'을 은연중에 강조하면서 '내가 말하는 좋은 시간에는 좋은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순간이다'
라는 느낌을 뇌리에 번개가 꽂힌후 괄약근이 풀어지듯이 feel so good 느끼게 되겠지..그로 인해 도대체 무슨 선물을 사줘야 하는가
엄청난 난제에 맞닥뜨리며 이것을 어찌 풀어가야 하는지 갈피조차 잡기 힘들고..이력서 한줄 쓸때보다 더 고민을 하겠지..
그러면서 느끼는건 초롱초롱 고양이 같은 눈망울은 개뿔 이게 사람새끼인지 구미호 새끼인지 하는 생각이 들고..
무슨 선물을 해야 좋아 할지 책상에 앉아 정보의 바다에서 헤엄을 치다 잠시 숨을 쉬기 위해 물밖으로 나왔는데
지난달에 나한테 발렌타인 데이 선물이랍시고 던져준 종이학 천마리와 쵸콜릿바구니가 보이는데..종이학 천마리가
병안에 가득 들어있으니 이게 무슨 종이학인지 색지를 세절해서 넣은건지 분간이 안되고, 빡쳐서 당분좀 섭취할라니
맛도 본적 없는 쵸콜릿에는 불개미 새끼들이 데코레이션으로 콕콕 박혀있는데 이건 뭐 먹을 수도 없을 지경
이런 자신이 너무 구슬프고 처량하여 종이학이나 헤아리는데
종이학 하나에 핸드백과 / 종이학 하나에 지갑과 / 종이학 하나에 커플링과.......아아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는 내게 정말 조건 없는 사랑을 베푸셨다는걸 오랜만에 깨닫고 이걸 깨달은 자신을 보며 나름 뿌듯. 난 역시 효자st이라며..
근데 ㅅ발 종이학을 다 세니깐 837마리밖에 안들어있는걸 알게되었고 빈 병 속 바닥에는 Made in china가 써있었지..
ㅈ같은 기분이 물밀듯이 밀려오는데 그래도 지금은 같이 씨름하면서 안다리라도 걸수 있는 여자사람이 있는 것에 만족하자고 위안을 삼지..
어찌어찌 하여 자신의 머리로는 최고로 이상적인 계획을 어느덧 완성했고 결국 화이트데이날은 다가왔고
하루종일 자신이 계획한대로 이끌어가면서 근사한 식사도 하고, 좋은 구경도 하고, 마지막으로 선물 증정식..
속으로 '내가 짠 계획이지만 정말 완벽하다. 이렇게 완벽한 이벤트를 꾸민 내가 대견하군.' 이라며 만족해 하고..
절묘하게 앙상블을 이루며 오늘 하루 진행된 나의 이벤트 마지막!!!여자친구의 얼굴을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는데
하루종일 생긋생긋 웃었던 여자 사람님의 선물을 받아든 표정이 글쎄

아니 ㅅ발 절묘한 앙상블은 개뿔 테러블 호러블 표정이 매우 어둡고 울먹이면서 나지막이 하는말
'오빤 여자를 너무 몰라' 이러는데 여기서 멘붕이 오게 되고 짧게나마 오늘만큼은 평소 못해보던 자세도 시도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을 했던 내가 떠오르는데....어찌어찌 하여서 잘 달래서 그래도 나의 정성을 생각해준 것인지
씨름 한판 안다리 걸기 하러 가는데 대목이 대목인지라 경기장 대실도 안되서 결국 지하주차장 2층 구석진 곳 자동차 안
난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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