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게임 이용 습관

면죄자 작성일 12.03.24 21:5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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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즐기는 이들은 게임 속에서 각각 어떤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을까. 나라마다 문화가 다르니 게임 속에서 얽히고설킨 사람들이 만드는 문화도 다르지 않을까. 한국과 중국, 일본 세 나라에서 서비스되는 게임을 비교하면, 각 나라의 게이머가 게임 속에서 만들어가고 있는 문화를 더듬어볼 수 있다. 한중일 게이머의 게임이용 문화 삼국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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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미안합니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은 다른 게이머에게 사과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게임을 하는 도중 다른 게이머에 사과해야 할 일이 뭐가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일본 게이머의 게임이용 습성을 보면 미안해해야 할 일 투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 게이머의 이 같은 성향을 알 수 있는 대표적인 게임은 1인칭슈팅(FPS)게임 ‘아바’다 ‘아바’는 일본에서 소위 ‘대박’을 쳤다. 지난 2011년 5월부터 일본에 서비스되기 시작한 ‘아바’는 올해 들어 일본 온라인 FPS 게임 점유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헌데 이상한 일이 있다. 일본 게이머는 ‘아바’를 즐길 때 ‘AI(인공지능) 모드’를 즐기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 모드는 실제 다른 게이머와 총싸움을 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 인공지능이 조작하는 상대와 맞붙는 시스템이다. 왜 이 같은 일이 벌어졌을까. 일본인 특유의 사과정신 때문이다.

“일본 게이머는 ‘아바’를 즐기다 다른 게이머를 죽이면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채팅 창에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록 게임 속이지만 다른 게이머를 죽인 것에 대해 사과하려는 성향이 강한 것 같습니다.”

네오위즈게임즈 관계자는 일본 게이머의 특별한 사과정신에 대해 설명했다. 총싸움하는 게임에서 상대방을 죽였다고 사과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게이머는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

이 같은 사례를 접한 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는 일본인의 성향에 대해 들려줬다. 이 관계자는 “일본인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 것에 대해 사과를 한다기보다는 스스로 다른 이에게 빚을 졌다고 느끼는 부채감을 없애기 위해 사과를 하는 것일 수도 있다”라며 나름의 심리분석 결과를 내놨다.

남을 죽이지 않으면 부채감도 없다. 일본인 게이머가 남을 죽이지 않고 속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인공지능 모드를 선호하는 이유다. 콘솔 게임에 익숙한 게임 경험도 인공지능 모드를 즐기는 데 영향을 미친다. 마치 콘솔 게임을 즐기듯 인공지능 상대와 온라인에서 맞붙는 셈이다.

사과의 실체가 어느 쪽이든 ‘아바’는 현재 일본에서 순항 중이다. ‘아바’는 아직 일본 현지 서비스 제공 업체가 공식대회를 연 적은 없다. 하지만 게이머들이 직접 대회를 열고 예선에 본선, 결승전을 치르는 등 팬 문화가 두텁게 자리 잡았다는 게 네오위즈게임즈 관계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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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왁자한 멀티플레이어”

인구를 제대로 셈할 수도 없는 나라, 대략 15억 인구가 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전세계 인구 4분의 1의 땅, 중국 게이머는 어떨까.

중국은 우선 한국과 스케일이 다르다. 현재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성공한 게임이라고 평가받는 게임은 동시접속자 수가 10만 언저리에 도달했을 때다. 하지만 10만 동시접속자 수로는 중국에서 명함을 내밀기 어렵다. 단위가 100만을 넘어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네오위즈게임즈가 중국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FPS 게임 ‘크로스파이어’는 지난 3월22일, 중국 동시접속자 수 350만명을 넘어섰다. 중국 온라인게임 역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기록이다. 한국 전체 인구를 5천만명이라고 봤을 때 전체인구 100명 중 7명이 동시에 게임을 즐기고 있다고 보면 된다.

넥슨이 중국 게임업체 텐센트를 통해 서비스하고 있는 ‘던전앤파이터’도 중국 동시접속자 수 260만명을 넘어섰다. 계정을 개설한 회원 수만 해도 3억명이다.

이용자가 많으니 그만큼 중국만의 독특한 게임 이용 문화가 형성되진 않았을까. 중국 게이머의 게임 이용 성향은 인구수에서 비롯된 사례가 많다.

“한국 게이머보다 중국 게이머가 게이머 간 대결(PVP) 모드를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단체 대결(RVR) 모드를 많이 즐깁니다.”

중국에 온라인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국내 게임업체 관계자는 이어서 “중국이 워낙 인구가 많다 보니까 그런건가 싶기도 하다”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PVP 모드를 즐길 수 있는 결투장을 갖고 있는 게임의 경우 국내에선 1대1이나 2대2 정도로 간결하게 즐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중국 게이머는 최대 200명이 동시에 편을 갈라 결투를 즐기기도 한다.

왁자한 단체 대결을 즐기는 것과 달리 중국 게이머는 뜻밖에 차분한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새로운 강화 아이템을 판매하면, 국내에선 해당 아이템의 출몰 확률이나 강화되는 정도를 갖고 격렬한 논쟁이 자주 벌어지는데, 중국 게이머는 그렇지 않더군요. 중국 게이머는 아이템을 팔면 파는 대로 아이템을 구입하고 아이템의 효과에 대해 맹신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중국에서 MMORPG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국내 게임업체 관계자가 중국 게이머의 성향에 대해 들려줬다. 중국인은 의심 많기로 소문났다고 하는데, 게임 속에선 그렇지 않은 것일까.

이 관계자는 “중국 게이머의 성향이 게임을 테스트하는 것을 귀찮아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하기도 한다” 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한국이나 일본과 비교해 컴퓨터나 온라인게임을 즐기기 시작한 역사가 짧다. 이는 중국 내 IT 인프라 수준과 관련이 깊다. 이 같은 인프라와 연관된 성향도 중국 게이머의 특징이다.

다른 게임업체 관계자는 “중국에 게임을 서비스할 때 가장 신경쓰는 부분이 바로 사양”이라며 “상대적으로 낮은 사양에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중국 게이머의 PC방 이용 행태도 한국과 사뭇 다르다. 중국 게이머는 PC방에 가면 ‘멀티플레이어’로 변신한다. 이 관계자는 “한국 게이머는 PC방에서 게임에 몰두하는 성향이 강하지만, 중국 게이머는 게임 창을 작게 띄워두고 각종 메신저 창이나 동영상 화면 등을 동시에 띄워두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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