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사 근황

sansk11 작성일 12.05.25 09: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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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비내리는 인천의 어느 여고 운동장에서 우산쓰고 지나가던 여고생이 자동차에 사고당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동영상은 운전자가 동승자와 대화하며 뭔가를 찾다가 앞에 지나가는 여학생을 뒤늦게 발견하고 비명을 지르며 멈추지 못하고 그냥 치어 앞쪽에 세워져 있던 차 사이에 끼이게 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운전자의 딸로 여겨지는 여학생이 차를 두드리며 뒤로 빼라 하는데도 운전자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계속 비명만 지르는 약 30초 분량의 동영상이다, 

사고를 일으킨 운전자의 남편은 인터넷에 보험처리 등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조언을 구했다. 또 당황해 브레이크 대신 엑셀레이터를 밟았고, 사고 직후 시동이 꺼져 차를 뒤로 못 뺐다는 식으로 운전자를 대변했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사고 이후에도 윈도우 브러시가 계속 작동되는 걸로 보아 시동이 꺼졌다는 말은 거짓이라고 반박하며 급기야 운전자의 신상털기까지 행해졌다. 

이 사건에 대해 네티즌들의 관심사는 운전자와 그 남편을 비난하면서 과연 '운동장 김여사'는 어떤 처벌을 받게 것이냐에 있는 듯하다. 

우선 이 사건이 교통사고인지를 짚어보자. 도로가 아닌 학교 운동장에서 일어난 자동차 사고도 교통사고일까? 그렇다. 도로든 아니든 차에 의한 사고는 교통사고에 해당되기에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 적용된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결과가 아주 무거운 사건(사망)이나 아주 나쁜 사건(뺑소니)이 아닌 부상사고는 11대 중과실에 해당되지 않을 경우 피해자와 합의되거나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으면 형사처벌을 하지 않도록 돼 있다. 단, 11대 중과실에 해당되지 않는 부상사고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크게 다친 경우, 즉 중상해(피해자가 신체의 상해로 인해 목숨이 위태롭거나 불구가 되거나 불치 또는 난치의 질병이 생긴 경우)에 해당될 때는 종합보험 가입만으로는 안되고 별도의 형사합의가 필요하다. 

11대 중과실이란 신호위반, 중앙선침범, 횡단보도 사고, 속도위반, 음주운전 등 중요한 11가지를 말한다. 이 사건에서 문제될 수 있는 건 보도침범사고와 어린이보호구역 사고에 해당되느냐 여부다. 

네티즌들은 차들이 다닐 수 없고 보행자를 위한 공간인 학교 운동장이기에 보도(인도)의 개념을 넓게 해석해 보도침범사고로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보도침범사고란 차도와 구분해 경찰이나 구청이 설치한 보도(쉽게 말하면 보도블럭이 깔린 곳)을 말한다. 학교 운동장을 보도의 연장선으로 볼 수는 없기에 이 사건은 보도침범사고는 아니다. 

학교에서 일어난 사고이기에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사고가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스쿨존 사고는 학교 주변에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도로에서의 사고를 말한다. 또 보호받는 대상은 만 12세까지의 어린이이기 때문에 이 사건은 스쿨존 사고도 아니다. 

결국 남는 것은 이 사건의 피해자가 중상해에 해당되느냐 여부이다. 일반적으로 중상해라 함은 식물인간, 사지마비, 하반신마비, 팔 다리 절단 등과 같이 명확한 경우를 얘기해왔다. 요즘은 척추가 부러져 기기고정술을 받은 경우이거나 골반이 틀어지는 등 영구장애가 남는 경우도 중상해로 보는 추세다. 

중상해에 해당되고 피해자와 형사합의가 안된다면 사고 운전자는 5년 이하의 금고형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하지만 피해 여학생이 허리나 골반 등에 영구적인 장애가 남지 않는다면 '운동장 김여사'는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으면)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보험처리로 끝나게 된다. 

이런 결론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11대 중과실도 중요하겠지만 운전자로서 가장 중요한 전방주시의무를 지키지 않았고, 서야 할 때 제대로 서지도 못한 잘못이 오히려 더 클텐데 아무런 처벌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잘못된 법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 운전자가 신호를 지키고 중앙선을 넘지 않아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기본적으로 중요한 건 전방주시를 잘 해서 갈 때 가고 설 때 서야 하는 것이다. 이 사건은 운전자가 한눈파느라 앞을 제대로 못 봤고 뒤늦게라도 피해자를 발견했을 때 브레이크만 밟았더라면 바로 설 수 있었는데 오히려 엑셀레이터를 밟아 황당한 사고를 일으켰기에 어떻게 보면 11대 중과실보다 더 잘못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형사처벌은 법에 정해져 있어야만 가능하다. 법에 전방주시태만은 11대 중과실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은 경찰에 접수돼 조사된다고 하더라도 '안전운전불이행'으로 마무리 될 것이다. 

어떤 이는 운동장에 차를 몰고 들어오면 지나가는 학생들을 칠 가능성도 있으니 이 사건은 업무상과실범이 아니라 미필적 고의범에 해당된다고 생각하다. 하지만 미필적 고의범이 되려면 '운동장에 차를 몰고 들어가면 혹시라도 지나는 학생과 부딪칠 수도 있다. 그렇게 해서 학생이 죽거나 다치더라도 괜찮다'는 마음이었어야 한다. 

학교에 차를 몰고 출근하는 교사들이나 학생들을 데리러 오는 학부모 중에 '사고나도 좋다'는 마음을 갖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미필적 고의범으로 처벌할 수는 없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의해 11대 중과실에 해당되지 않고 중상해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면 (종합보험에만 가입돼 있으면) 보험처리로 끝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결과는 누가 보더라도 이상하다. 피해자는 전혀 잘못없이 날벼락 맞았는데도 운전자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다는 게 납득가지 않는다. 그렇다. 그렇게 납득가지 않는 법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다. 

이 법이 만들어진지 30년이 조금 지났는데 이 법이 시행된 이후로 우리 국민들에게 살며시 인명경시풍조가 만연된 듯하다. 교통사고를 내더라도 피해자가 죽지만 않고, 뺑소니 안치고, 11대 중과실에 해당되지만 않으면 보험처리로 끝난다는 걸 알기에 사고를 내고도 피해자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조차 안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형사처벌 대상 여부를 따지기 전에 나 때문에 피해자가 다쳐 고생하는 것에 대해 미안해하고 보험사의 보상과 별도로 뭔가 도의적으로 책임지는 모습이 필요하다. 오늘은 남의 딸이 다쳤지만 내일은 내 딸이 다칠 수도 있다. 우리 모두는 가해자도 될 수 있고 피해자도 될 수 있다. 내 차 앞에 지나는 학생들이 내 아들 딸이라 생각하며 한눈팔지 말고 조심해서 운전해야만 한다. 

아울러,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동차로부터 안전지대라 할 수 있는 학교 운동장이나 공원 등에는 차량 통행을 금지시키든가 부득이 통행시킨다고 하더라도 보도침범사고처럼 형사처벌될 수 있도록 제도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니들이 좋아하는 1줄 요약 : 김여사 처벌 없음, 보험 처리 후 일상생활로 돌아감. 피해자는 신장 파열되서 위태위태하고 피해자 어머님 실신 

출처 : 엠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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