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중반 쯤에 퇴원을 하고, 아버지가 '학교에 갈꺼니?'
'네가 싫다면 학교에 안보내겠다' 라고 하시는데
친구놈들도 보고싶고, 평소엔 싫었던 선생님들도 보고싶고, 그래서 가겠다고 했어.
근데 공교롭게도 간 날이 신체검사 날이드라.
신체검사 도중에 욕도 나오고 그랬지만 뭐. 사고 이후로 처음으로 크게 웃을 수 있던 날이였으니깐.
짤에도 나와 있듯 내 키는 졸라 컸었다.
지금은 살퉁퉁하게 뿔어가지고 좀 아저씨 같긴 하지만
고딩 때는 얼굴도 반반하고, 몸도 좋고, 담배도 안 피고
여자한테 인기도 좀 있어서 여자도 여럿 사겼었지
그렇게 고1, 2 중반을 진짜 쌩 양아치처럼 보내다가
10월달 쯤 되니까 나랑 같이 놀러다니던 친구놈들은 하나 둘씩
공부하겠다고 불러도 나오지도 않더라.
고2 후반이 되서야. 슬슬 불안해져서 양아치 짓 접고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지.
근데 맨날 놀던 새끼가 공부를 해봤자 뭘 하겠냐..
다 때려치고 노가다나 할까 하던차에 엄마가 학원에 다니는게 어떻겠냐고 권유하더라
그래 수능 때까지만 해보고, 안되면 그 때 진짜로 접자는 생각으로 학원에 등록했어
역시, 제일 낮은 C반ㅋㅋ 이름도 씨반
첫날 교실로 들어갔는데 그 많은 애새끼들 중에 오른쪽 끝 창가에 앉은 여자애가 보이더라
넋놓고 보다가, 무의식적으로 그 여자애 옆에 앉게됬어
얼굴을 딱 보자마자, 보자마자 삘오는게 뭐라그러지..
하여튼 진짜 학원 갈 때마다 의식적으로 옆에 앉고 그랬더니
어느날 이름을 묻더라.
그 뒤로는 급친해져서 학원 쉬는시간에 둘이 앉아서 얘기하고,야식같이먹고,데이트도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얘가 원래 A반에 있어야 하는데(공부 잘했었어) A,B반에는 지 친구들도 많아가지고
공부 안될 것 같아서 C반에 왔다고 하더라.
근데 거기서 나랑 만난거야!
그 얘길 듣고, 나는 이건 운명일 것이라 생각하고 바로 고백을 했어.
고1,2 때는 안그랬는데 뭔가 되게 부끄러워서 눈을 감았다.
그렇게 우린 사귀게 됬고,
고 3이 되면수능도 봐야되잖아. 그래서 12월 25일날, 수능까지 만나지 않기로 약속하고
마지막 데이트를 했어.
시내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되게 길었어.
너무 생생히 기억난다..
내가 왼쪽에서고 여친이 오른쪽에서서 얘기를 하면서 건너고 있는데
여친쪽에서 차한대가 안멈추고 죽 달려오더라.
어.. 어? 어? 하다 바로 앞까지 와서
여친 안고 앞으로 뛰었다. 여기까지가 그 사고 당시의 내 기억의 끝이야.
나중에 안거지만 앞으로 꼬꾸라졌는데 그 SUV 가 내 다리를 밟고 지나가서
무슨 세포가 괴사되서 아랫부분이 썩어들어가서 어쩔 수 없이 절단을 했대...
운도 지지리도없지...
정신이 들었는데
막 우는소리가 들리는거야 그래서 눈을 떠가지고 주위를 보니까
우리 가족들 모두 울고있고, 여친도 울고있고
내가 눈 뜨니까 엄마가. 죽을듯이 울면서 아이고 내 새끼 어떻하냐고..
상황 파악이 되서 ( 됬다고 생각한거지 내가 치였구나 )
왜 그러냐고, 눈뜨고 살았으니 된거 아니냐고 엄마를 다독이는데
그러니까 엄마가 더 울어. 주위를 둘러보다 무심결에 다리쪽을 봤는데
짧더라. 그 때 갑자기 무릎쪽에 통증이 와서 또 기절했어.
다시 깼을 때는 한밤 중이였어.
엄마는 지치셨는지 보조 침대에 누워계시고 조용하더라.
다시 다리쪽을 보니까. 없어.
엄마 깰까봐 진짜 조용한 병실에서 끅끅대면서 울었어.
여기 까지가 내 두 다리가 사라진 썰이다
길고 재미없었다면 미안 ㅎㅎ
현재 나는 그 때 그 사랑스런 여친이랑 아직도 사귀고 있고,
음.. 여친은 아직도 이런 나를 사랑해주고 있어.. 진짜 이건 너무 고마울 따름이야.
군대는 면제됬고, 지금은 서울권쪽 한 대학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어 풋풋한 1학년이지
여튼, 내가 하고싶은 말은.
두 다리로 걸을 수 있단 사실에 감사하고
열심히 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