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여자를 사랑하면 - 37부

진짜킹카 작성일 12.06.19 22: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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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부


-남자 이야기-


은주가 포항에 온지 벌써 한 달이 넘어 섰다.

같이 있을 때는 너무 좋았지만, 곧 그녀가 대구에 가야 하기에 시간이 흘러 갈수록

뭔지 모를 답답함이 있었다.


그리고 그 답답함의 한 구석에는 얼굴도 모르는 희철의 존재도 있었다.


하지만 은주 부모님에게 홀로 한 약속이지만 지키기 위해 어제 은주가 샤워를 할 때,

은주 휴대폰에서 은주 어머니의 번호를 내 휴대폰에 저장을 했다.


은주가 부모님에게 전화를 전혀 하지 않는 눈치이기에 나라도 은주 부모님에게는

걱정 말라는 전화를 해야 할 것 같아 어제 저장된 은주 부모님의 번호를 누르고 통화를 시도 했다.


신호음이 몇 번 가지 않아 중년 여성의 음성이 들려왔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어머님.."


전화를 받은 은주 어머니가 나의 목소리를 알아 들은 듯 잠시 뜸을 들이고 말했다.


"누구시죠?"

"강 승훈입니다..은주랑 같이 있는.."

"그래요..그런데 뭐 때문에 전화를 했죠?"

"곧 은주가 입학이기에 보내려 합니다.."


또 잠시 말이 없던 은주 어머니가 다시 말했다.


"은주가 올려고 하던가요?"

"은주는 지금도 제가 전화를 하는 것을 모릅니다."

"그래요..? 그런데 지금 뭐 때문에 전화를 한거죠?"

"말 그대로 은주를 보내려 합니다..전에 말씀을 드렸듯이 은주가 대학을 졸업하면.."


그리고 또 다시 은주 어머니는 말이 없었다.


"은주를 정말 사랑은 하는가요?"

"네..정말 사랑합니다.."

"그러면 그 아이의 장래를 위해서도 깊이 생각해 주세요.."


-역시나 나는 끝까지 안된다는 말이구나..-


그러나 은주를 포기 할수 없어 다시 나의 의지를 보여주려 침착하고 단호하게 말했다.


"어머니..은주는 대구에 꼭 갈겁니다..그리고 저도 은주는 포기를 하지 않을 거구요.."


나의 말에 은주 어머니는 아무 말도 없었고, 다시 내가 말했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다시 한 번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어머니.."


그렇게 통화를 끝냈지만 은주랑 같이 지내고 있는 나를 아직까지 반대하는

은주 어머니가 너무 야속했다.


퇴근을 하고 나를 반겨주는 은주를 보니 좋긴 했지만 곧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근사한 곳에서 외식을 하고 싶어 은주와 같이 레스토랑으로 갔다.


음식을 시키고 밥을 먹는 중에 은주가 먼저 말을 꺼냈다.


"오빠.."


왠지 은주가 학교에 대해 말할 것 같아 쳐다 보았다.


"나 그냥 대학 가지 말고 여기서 일자리 구해서 오빠랑 계속 살까?"


은주의 내 예상과 전혀 다른 말에 깜짝 놀라 말했다.


"안돼~! 은주야.."

"왜? ..나 그렇게 보내고 싶어?"


- 아니 정말 보내기 싫어..하지만 너희 부모님과의 약속을 꼭 지키고 싶어..-

-우리 정말 너 대학 졸업하면 바로 결혼부터 하자..-


은주가 포항에 와서 한 번이라도 부모님에게 전화를 했는 것이 궁금해 모른 척 물었다.


"너 포항에 왔다가 이제서야 올라가면 은주 부모님에게 혼나지 않을까?"

"안 그래도 내일 올라갈 것 같다고 미리 몇일 전에 말해놨어.."


-은주도 미리 말을 했었구나..-


은주를 보내야 한다는 것과 오늘 낮에 은주 부모님과 통화를 했을 때

그렇게 기분이 좋지 않았기에 내 표정이 그렇게 밝지 않은 듯 은주가 내 눈치만 보고 있었고,

계산을 하고 식당을 나서려 할 때 은주의 휴대폰에서 전화 벨이 울렸다.


휴대폰의 번호를 확인한 은주가 표정이 굳어지는 것을 보았다.


-은주 어머니가 전화를 하셨나 보다..-


나 때문에 전화를 받지 않으려 하기에 전화를 받으라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전화 받어~"


은주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은주의 휴대폰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그 희철이라는 사람인가..?-


너무 궁금했지만 너무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이면 은주가 불편해 할까봐 아무렇지도 않은 척

은주에게 말했다.


"누군데?"

"예전에 같이 공부하던 오빠야.."


-정말..희철이라는 사람이네..-

- 정말 어떤 사람인지 은주에게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한 번 만나보고 싶다..-


식당에서 나와 은주에게 물었다.


"우리 드라이브 할까?"

"응 오빠.."


은주의 손을 자연스레 잡고 차로 향했다.


드라이브 하는 중에 은주가 재잘재잘 말을 걸었고, 나는 그냥 웃는 모습만 보여 주었다.

은주를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은주의 말이 귀에 잘 들어 오지 않아 대꾸만 하던 중에

은주가 말했다.


"오빠~ 나 진짜로 대구 가지 말까 봐.."


은주의 말에 깜짝 놀라 급 브레이크를 잡고 도로가에 차를 세웠다.


"안돼..너 꼭 대구에 가야해.."

"왜? 진짜 나 가는 거 괜찮겠어?"

"대신 주말마다 보면 되잖아.."


은주가 나를 보며 목이 메인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는 나 때문에 부모님하고 연락도 안하면서 나만 부모님에게 혼자 가려니깐 발이 안 떨어진단 말야!"

"오빠는 괜찮아..정말 괜찮아.."


은주는 다시 앞을 보면서 조용히 말했다.


"지금 오빠는 하나도 안 괜찮아 보여.."


은주의 말에 대꾸를 못하고 가만히 있다가 오른손으로 은주의 왼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참을께..그리고 믿을께.."


그렇게 은주와의 학교가기 전 마지막 밤 포항에서의 드라이브는 서로의 마음만 확인을 하고 끝났다.




-그녀 이야기 -



포항에 올 때 가져왔던 짐가방을 다시 쓰지 않기를 바랬지만, 어쩔 수 없이 대구에 갈 때

또 다시 쓰게 되었다.

짐을 다 챙기고 오빠랑 같이 집을  나설 때 오빠가 말했다.


"대구까지 태워 줄까?"

"아니 괜찮아.."

"왜? 태워 줄께.."

"나 대구에 두고 혼자 내려가는 오빠가 굉장히 서글플 것 같아서..그래서 싫어~"

"난 괜찮은데.."

"내가 안 괜찮아서 그래~ ..오늘은 터미널까지만 태워주라.."


오빠도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고 그러겠다고 말했다.


터미널에 있는 유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오빠가 대구행 버스 티켓을 한 장을 끊어

터미널 안의 휴게실에 앉아 있는 나에게 걸어왔다.


"자 여기~"

"오빠 고마워~"


오빠는 마지막 모습을 밝게 보이려는 듯 웃으며 말했다.


"고맙긴~"


오빠의 모습에 기분을 풀어주려 장난스럽게 말했다.


"뭐야~ 그 표정은? 정말 속 시원한 표정인데~"

"속 시원하기는 죽을 맛이다~"

"그럼 죽을 것 같은 표정 지어봐~"


오빠가 우스꽝스럽게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봐~  곧 죽을 것 같지?"


옆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마치 『저 사람들 쇼 하나봐』 라는 표정도 무시한 체

오빠의 모습에 크게 한 번 웃었다.


"오빠 그럼 진짜 들어가 봐~"


내가 오른손을 내밀며 말 없이 악수를 요청했고, 오빠도 오른손을 내밀어 악수를 하며 말했다.


"그래.."


악수를 하고 있는 손을 내가 서 있는 방향으로 힘껏 당기니 오빠가 나에게 안겼다.

안겨있는 오빠의 귀에 내가 말했다.


"오빠 내가 엄청 사랑하는 거 알지?"

"그럼~"

"그런데 오빠~! 남자가 왜 이리 부실해~ 여자가 당겨도 이렇게 가볍게 딸려 오냐?"

"너니깐 딸려 오는거야~"

"나 없을 때 다른 여자가 당겨도 딸려 가는거 아냐?"

"아니..다른 여자들은 이렇게 악수 할 일도 없을꺼야.."


차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오빠를 보내려 말했다.


"나 버스 타러 가봐야 할 것 같애~"

"그래 조심히 가고 대구에 도착하면 전화해~"


그렇게 손을 흔들며 오빠를 보내고 대구행 버스에 올라 탔다.

티켓에 찍혀 있는 좌석에 앉아 있으니 출발 시간까지 2분정도 남아 있는 듯 했다.


방금 헤어진 오빠에게 운전 조심히 해서 들어가라는 문자를 보내려 휴대폰을 꺼내려는데

버스 입구에 누가 급하게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버스를 놓칠 뻔 했나보네..-


고개를 들어보니 오빠가 나에게 걸어왔고, 나도 몰래 놀래서 오빠를 작은소리로 불렀다.


"오빠...왜?"


오빠는 나에게 다가오면서 두 손으로 나의 양뺨을 잡고 키스를 했다.

짧은 키스를 하고 오빠가 말했다.


"나도 은주 엄청 사랑하는 거 알지?"


-아.. 조금전에 내가 말한 거에 오빠가 대답을 못해서 다시 온 거구나..-


그렇게 오빠는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고 버스에서 내렸다.


2시간후 집에 도착을 했고, 엄마는 아침에 나갔다가 점심에 들어 온 사람처럼 나를 대했다.

저녁에 퇴근을 하고 온 아빠도 엄마처럼 별 일이 없다는 듯 행동을 했다.


저녁을 먹고 부모님과 텔레비젼을 보고 잘 시간이 되어 내 방에 들어가

내일 입학식 때 입을 옷을 고르는 중에도 답답함이 느껴졌다.


-차라리 부모님이 나를 혼냈으면 좋겠는데..-


아침에 일어나 분주하게 움직이던 중에 휴대폰이 울렸다.


-오빠가 입학식 때문에 전화를 했나?-


휴대폰 벨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달려가 전화를 받았다.


"언니~"

"어? 현희네~"

"잘 지냈어요?"

"그래~ 넌?"

"잘 지냈죠~ 오늘 만나서 같이 가자고 전화 했어요~"

"그래~ 그럼 학교 앞에서 만나자~"


현희에게 학교에서 만나자고 말을 해도 현희는 다른 말을 했다.


"네~ 그런데요 언니~ "

"왜?"

"희철오빠가 오늘 점심 사준다던데~ 같이 만나요~"

"아니..싫은데.."

"선물도 준대요~"


그리고 현희가 옆에 누구랑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손목시계를 준다네요~"


혹시나 싶어 현희에게 물었다.


"혹시 희철오빠랑 같이 있어?"

"네~ 지금 언니 집앞이예요~ 지금 기다리는 중~"


현희랑 통화를 끝내고 학교에 가려 집을 나설 때 역시나 희철오빠와 현희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를 본 희철오빠는 나에게 다가오며 반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우와~ 왠 천사가 강림을 했나 했네~ 그 동안 왜 이렇게 예뻐졌어~ "

"오빠 오랫만이네요.."


옆에 있던 현희가 나를 보며 말했다.


"진짜 언니 너무 예뻐요~"

"그래? 고마워.."


현희가 나의 팔짱을 끼며 희철 오빠의 차로 향했고, 뒷자석에 현희랑 같이 앉으려 했더니

뒷자석에 커다란 박스가 실려 있어 한 명 밖에 앉을 수가 없었다.


뒷좌석에 현희가 앉으니 어쩔 수 없이 조수석에 앉았다.


희철 오빠는 기분이 좋은 듯 계속 웃는 모습이였고, 어느새 학교에 도착을 했다.

현희랑 같이 학교에 들어섰고, 희철오빠는 이따가 밥 시간에 맞춰서 온다고 했다.

교내에 많은 사람들을 보니 내가 다닐 학교라는 생각에 눈에 보이는 하나하나가

다 새롭게 보였다.


-오빠 이제 나도 진짜 대학생이야..진짜 대학생..-


그리고 그렇게 정신 없이 모든 행사가 끝이 났고, 현희는 희철 오빠에게 전화를 하는 듯 했다.


희철 오빠를 만나는 것이 부담스러워 현희 몰래 가려는데 뒤에서 누가 나를 안았다.

깜짝 놀라서 뒤를 보니 현희였다.


"언니 어디 갈려고~"

"아 그냥..집에 갈려고.."

"피~ 나도 언니 덕에 점심 좀 맛있는 거 먹게 해줘요~"

"그냥 내가 사줄께..우리끼리 밥 먹으러 가자~"


그 때 저 앞에서 희철 오빠의 모습이 보였다.


"나 많이 늦었지~ 오래 기다렸어?"


-늦기는..정말 빠르기만 하네 -


어쩔 수 없이 현희랑 희철 오빠와 식사를 같이 하게 되었다.


오빠차에 다시 타고 식사하러 간 곳은 예전에 희철 오빠와 처음으로 밥을 먹었던

입구에 하얀 요리사 모자를 쓴 콧수염 난 커다란 인형이 숟가락과 젓가락을 들고 있는

그 이태리 식당이였다.


입구에 들어서며 오빠가 말했다.


"은주는 전에 한 번 왔었지?"

"네.."

"오늘은 더 맛있는 거 사줄께~"

"....."


-정말 부담이 된다..나 애인 있는 거 알텐데 왜 이렇게 나에게 잘해주는 걸까..-


현희도 이런 곳에 많이 와 보지 않은 듯 여기저기 둘러 보며 말했다.


"여기 분위기 정말 좋네요 오빠~"


희철 오빠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래? 난 자주 오니깐 못 느끼겠던데~"


입구에 마중 나온 종업원 따라 갔더니 안쪽에 자리로 안내해 주었다.


오빠는 메뉴판을 보지도 않고 주문을 했다.


"아까 전화로 말했던 거 3개 주세요~"


-저 오빠 진짜 여기에 자주 오나 보다..-


잠시 후 전채요리가 나왔고, 이어서 파스타가 나왔다.


-이 음식들 가격이 상당할 것 같은데..왜 이렇게 나에게 잘해 주지..-


그리고 또 다시 고기 요리가 나왔다.

고기 요리가 나오자 오빠가 나와 현희를 보며 말했다.


"맛있게 먹어~ 참~ 나 와인 마실건데.. 한 잔 할래?"


나는 가만히 있었고 현희는 한 잔 한다고 말했다.

가만히 있는 나에게 오빠가 다시 말했다.


"은주야~ 넌 와인 안 마셔?"

"저..술을 잘 못해서요.."

"아..그래?"

"그리고 오빠 운전을 해야 하는데 술 마셔도 괜찮겠어요?"

"뭐 약간은 마셔도 운전하는데 지장이 없어~ 설마 은주가 나 걱정 하는거야?"


자연스럽게 말하는 오빠의 말에 깜짝 놀라서 더듬거리며 말했다.


"아..뇨"

"에이~ 걱정하는 거 같은데~ 기분 좋네~"


오빠의 능글 맞은 말에 약간 언성을 높여 말했다.


"아니라니깐요!"


약간 분위기가 이상하자 현희가 분위기를 전환하려는 듯 오빠에게 말했다.


"오빠 와인 되게 좋아하나보다~ "

"응 소주하고 맥주는 잘 안 맞아서..와인을 좀 즐겨 마시는 편이야.."

"와~ 오빠 멋져요.."


현희가 희철 오빠에게 호감이 있는 듯 희철 오빠가 듣기 좋아하는 말만 했다.


-멋지긴..개뿔..하나도 안 멋진데..-


오빠와 현희는 와인을 마셨고, 나는 고기 요리만 먹었다.

음식을 다 먹자 또 에스프레소 커피가 나왔다.


-진짜 이거 얼마짜리 요리지..정말 부담 되네..오빠랑 먹는 삼겹살이 더 좋은데..-


커피를 마시던 중에 희철 오빠가 나에게 웃으며 말했다.


"요즘 그 승훈이라는 오빠와 아직 만나고 있어?"

"네..그런데 왜요?"

"나 너 많이 좋아하거든.."


오빠의 말에 깜짝 놀라 기분 나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오늘 학교에 태워 주고 밥도 사주고 다 고마운데 그 말은 기분이 나쁘네요!"


현희는 희철 오빠의 말에 약간 실망한 표정이였고, 나는 자리에 일어서며 현희에게 말했다.


"현희야! 다 먹었으면 우리 가자!"


그 때 희철 오빠가 말했다.


"그게 뭐가 기분이 나쁜데? 너랑 사귀자는 것도 아니고 그냥 너 좋다는건데.."

"그래도요...가자니깐 현희야!"

"그냥..나중에라도 그 사람과 헤어지면 나랑은 안되겠니?"

"그럼!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것 같네요!"


현희도 일어설 기미가 보이지 않아 두 명을 등 뒤로 한 체 식당에서 나왔다.


-승훈 오빠 너무 미안해.. 괜히 따라와서 오빠에게 부끄러운 일은 없었지만 괜히 미안하네..-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 휴대폰이 울렸다.


-누구지?? 현희? 아님 희철 오빠? 아님 승훈 오빠?? -


이 생각에 수신 번호를 보니 한 동안 잊고 있었던 지수 언니의 번호였다.


-오늘은 왜 자꾸 싫은 사람들에게 엮이는 걸까..-


지수언니는 전화를 받지 않으면 집까지 찾아 오는 걸 알기에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지수언니의 여전히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넌 전화를 받네~ 오빠는 내 전화 안 받던데~"


-오빠에게도 전화를 했던 걸까?-


"저 지금 통화 할 기분이 아니거든요.."

"그래 통화할 기분이 아닐 것 같아서 내가 너희 집 앞에서 통화 말고 대화 할려고 기다리고 있어~"

"언니..제발요.."

"일단 만나서 이야기 하자.. 지금 어디야?"


-계속 피하면 이 언니 끝까지 나 괴롭힐꺼야...-


"지금 집에 가는 길이니깐 조금만 기다려요~"

"그래!"


그리고 전화가 끊겼고, 10분 정도 지나서 집 앞에 도착을 했다.

역시나 지수언니가 집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나를 발견한 지수 언니가

나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축하해~ 학교 들어간 거~"


떨리는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태연한 척 말했다.


"왜..왔죠?"

"나 지금 어디서 오는 줄 알어?"

"그건 내가 알바가 아니죠.."


-또 무슨 말을 하려고 저러는 걸까..-


지수 언니가 몸을 떨며 화가 나는 것을 억누르는 듯 하며 말했다.


"나 병원에서 오는거야..너 때문에.."

"무슨 말이죠?"

"오빠 어머니가 너 때문에 쓰러져서 병원에 있는데 오빠는 전화도 안 받는단 말야!!"


지수언니의 말에 나 역시 몸이 떨렸다.


"정..말..인가..요?"

"그냥 쓰러지면 그나마 괜찮은데 쓰러지면서 팔까지 부러졌단 말야! 너 때문에!"


언니의 말보다 이 사실을 오빠가 알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라는 생각에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나의 모습을 본 지수 언니가 갑자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난 네 약점을 다 써버려서 어떻게 할 수가 없어.."

"....."


지수 언니의 처음보는 눈물이 고인 눈동자 였다.


"내가 어떻게 하면 오빠를 놓아 줄수 있겠니~"


지수언니의 약한 모습에 약간 흔들렸지만, 그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무심한 척 말했다.


"이제는 내가 언니보다 오빠를 더 사랑해서 안되요.."

"뭐..라..고?"

"죽을만큼이라고 해두죠~"


나의 말을 들은 언니는 눈물이 고인 얼굴로 특유의 비웃는 웃음을 짓고 있었고,

지수 언니를 뒤로 한 체 집으로 들어갔다.


-오빠 나 어떡해.. 난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오빠가 힘들어 할 것이 뻔한데 그러면 내가 죽을만큼 아프지 싶은데..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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