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여자를 사랑하면 - 41부

진짜킹카 작성일 12.06.28 20:2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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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부



- 그녀 이야기 -


낯선 방에서 한참을 펑펑 울다가 모텔에서 나왔다.

힙겹게 집에 도착을 하니 엄마가 현관문을 열어 주며 물었다.


"어제 저녁 먹으러 간다더니 전화도 안되고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엄마의 물음에 대답도 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가 학교 갈 준비를 하며 엄마에게 말했다.


"나 학교 늦었어 엄마..나중에 이야기 해.."

"밥은 먹었어?"


희철 오빠에게 화난 심정을 엄마에게 짜증을 냈다.


"학교 가야 된다니깐!!"


나의 눈치를 살피던 엄마가 다시 말했다.


"그 남자랑 같이 있었니?"

"....."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현관문을 나서려다 괜히 미안해져 엄마를 보며 말했다.


"엄마 미안해.."

"괜찮아...자식이 엄마에게 투정 부리는 것은 당연한거야.. 조심히 다녀와~"


집을 나서 학교를 가는 길이 너무나 서글펐다.


- 그 사람에게 복수 할꺼야..꼭..-


지각을 한 상황에서 강의실 문을 열었더니 나에게 많은 시선이 꽂혔고,

현희는 나를 한 번 쳐다 보고는 바로 시선을 피했다.


대수롭지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쉬는 시간에도 현희는 나를 피하기에 이상했다.

어제 처음으로 많은 술을 마셨고, 몸이 좋지 않아 수업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힘든 하루 일과를 겨우 끝내고 집에 갈 때 현희에게 다가가 말을 건냈다.


"현희야~"

"네..언니.."

"오늘 너 기분 안 좋은 거 같은데.."

"아뇨..언니 저 약속이 있어서 먼저 갈께요.."

"그래.."



-자꾸 현희가 날 피하는 느낌이 드네..-



현희는 내가 걸어가는 반대 방향으로 빠른 걸음으로 사라져 버렸다.

현희를 보내고 혼자 남아 있으니 괜히 희철 오빠에게 화가 나기 시작했다.


-정말 나를 하루 밤 보낼려고 그 동안 나에게 잘해 준 것 일까..-


도대체 희철 오빠가 도대체 나에게 왜 그랬는지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이성적으로 진지하게 생각을 해봤다.


버스에서 내려 마음을 가라듬고 다시 한 번 희철 오빠에게 전화를 했다.


신호는 가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다시 또 전화를 했지만 여전히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래.. 이렇게 연락을 받지도 말고 앞으로는 나에게 하지도 마..-

-내 기억에서 희철이라는 인간은 악몽으로 기억해 줄께..-


이런 다짐을 하면서 집으로 걸어 갔고,  최근에는 누가 날 지켜보는 느낌이 났었는데

오늘은 그런 느낌이 전혀 없었다.


-역시 그 희철이라는 인간이 날 훔쳐 봤었구나...-


그런데 이상하게 그런 느낌이 없다는 것에 가슴이 쓰렸다.


-왜 이렇게 가슴이 찌릿하지..-


그리고 그렇게 한 동안 현희도 나를 피하는 듯 했고, 희철 오빠도 연락이 없었다.


신경을 쓰는 사람이 없으니 마음은 편한데 한 편으로는 그런 것들에 신경이 쓰이지 않으니

오히려 승훈 오빠가 더욱 더 그리웠다.


- 오빠는 잘 지내고 있을까..보고 싶다..우리 오.빠..-


그렇게 여느 때와 다름 없이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가려 교문을 나서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났다.

뒤를 돌아보니 우리과 복학생 오빠였다.


"은주씨~"

"네..오빠.."


그리고 그 복학생 오빠는 부끄러운 표정으로 쪽지를 내밀었다.


"이게 뭐예요?"

"아니..그냥요.."


- 나에게 관심이 있다는 그런 편지일까??-


호기심에 편지를 받으려 할 때 뒤에서 누가 앞으로 걸어오며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옆을 보니 희철 오빠였다.


희철 오빠는 나를 보며 빙긋 웃더니 우리과 복학생 오빠에게 말했다.


"내 애인한테 작업 거는거냐? 꺼져!"


복학생 오빠는 미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며 희철 오빠에게 사과를 하고

내밀었던 편지를 주머니에 넣고 나서 도망치 듯 뛰어갔다.


내 어깨에 걸쳐 있던 희철 오빠의 팔을 화가 나서 내 팽겨치며 말했다.


"야이~ 개개끼야 이거 안 치워?!"

"아직 화 많이 났어?"


희철 오빠의 웃으면서 하는 말에 따지 듯 물었다.


"그 날 어떻게 된거야!"

"우리 은주는 화난 모습도 이쁘네~"

"그래?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강 희철.."


화나서 하는 말에 희철 오빠는 능글 맞게 웃으며 말했다.


"야아~ 오빠한테 이름 부르고~ 너무 한 거 아니가~"

"꺼져!"


나의 화난 모습과 까칠한 말투에 놀란 듯한 오빠가 웃음이 사라진 얼굴로 말했다.


"은주 많이 화 났구나.."

"내 이름 부르지마!"


교문 앞에 수업을 끝내고 많은 사람이 오고가고 하는데 내가 화를 내는 모습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번씩 우리를 쳐다 보았고, 그 모습을 살피던 희철 오빠가

난처한 듯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어떻게 하면 화가 풀릴까?"

"앞으로 안 볼 것처럼 그러더니 갑자기 왜 그러는데요.."

"내가 무릎이라도 꿇으면 용서해 주겠니?"


- 설마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무릎을 꿇겠어? -


빈말처럼 들리는 희철오빠에게 차갑게 말했다.


"용서까지는 아니고 생각은 해 볼테니 무릎 꿇어요.."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희철 오빠는 무릎을 꿇었고, 그 걸 본 나는 깜짝 놀라

희철 오빠를 일으켜 세웠다.


"진짜 꿇으라고 그랬다고 꿇으면 어떻게 해요!"

"정말 미안해.."

"희철 오빠..저 그냥 이제는 가만히 놔두세요.."


오빠는 내 말을 듣고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나서 나에게 말했다.


"나 정말 잘 할테니 정식으로 사귀자.."


-이 사람.. 또 시작이네...-


한심한 희철 오빠의 고백을 듣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싫어요..오빠는 믿음이 안 가서.."


이 말을 던지고 뒤돌아 서서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혹시나 따라 올까 싶어 뒤를 돌아 봤는데 희철 오빠는 보이지 않았다.


-자존심이 있다면 이제 귀찮게 안 하겠지?-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희철 오빠가 나에게 무릎을 꿇은 모습이 아른 거렸다.


-내가 심했나? 아니지..나에게 그렇게까지 한 사람인데..그 보다 더 심하게 했어야 하는데..-


버스에서 내려 집에 다다랐을 때 아파트 주차장에 희철 오빠의 차가 보였다.

모르는 척하며 지나 칠려고 할 때 차에서 오빠가 내려 내 앞을 가로 막고 다시 무릎을 꿇었다.


"나 너 정말 사랑하나봐..."


희철 오빠의 말에 비꼬듯 말했다.


"난 하루 밤 유희감 아닌가요?"

"솔직히 말하면 용서해 줄래?"

"솔직히 말하면 용서해 줄께요.. 일어나요.."


희철 오빠는 무릎을 툭툭 털며 일어섰고, 용서도 해주지 않았는데 용서 받은 사람처럼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사실 처음에는 너 말처럼 그럴려고 접근했어.."

"......."


이 말을 들으니 갑자기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으나 말을 끝까지 듣기로 하고 가만히 있었다.


"난 전에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싫증을 빨리 느껴서 여자를 만나더라도 하루 밤 이상 안 만나.."

"....."

"너도 그럴 줄 알았는데..네가 자꾸 떠올라..그래서 미안해.."

"....."

"정말 잘 할께..나랑 정식으로 만나자.."


희철 오빠의 눈을 보니 이번에는 진짜인 것 같아 보였지만, 선듯 내키지가 않았고, 화가 났다.


희철 오빠를 똑바로 쳐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 대답을 원한다면 제 대답은 "노" 예요.."



희철 오빠는 내 말을 듣고 다급하게 말했다.


"지금 대답을 원하는 건 아니야..예전처럼 1년동안 기다린 것처럼 또 기다릴께.."


여전히 화가 많이 난 목소리로 비아냥 거리 듯 말했다.


"한 번 기다려 보세요~"


그리고 뒤돌아 집에 가려할 때 희철 오빠가 말했다.


"아직 네가 승훈이라는 사람을 못 잊는다는 거 알아.."


이 말을 들으니 화가 나서 희철 오빠에게 다가갔다.


"오빠 그걸 알면서도 나한테 그랬단 말이예요?"

"......."


희철 오빠는 아무말도 없었다.


"나 정말 화나는데 뺨 한대만 때릴께요.."


희철 오빠는 깜짝 놀란 듯 되물었다.


"뭐?"


그리고 힘껏 희철 오빠의 뺨을 때렸다.


상당히 아픈지 희철오빠는 맞은 편을 어루만지고 있었고, 그 오빠를 보면서 말했다.


"진짜 나쁜 새끼.."


그리고 또 다시 뒤돌아 서서 가려할 때 희철 오빠의 목소리가 등뒤에서 들렸다.


"사랑은!! 사랑으로 지워야 하니깐...내가 그 지우개가 되어줄께.."


집으로 가던 걸음이 나도 몰래 잠시 멈춰졌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사랑은 연필 글씨와 달라서 지운다고 지워지는 것이 아니예요..-




-남자 이야기-



어제 숨막히는 광경을 목격하고 조용히 은주가 눈치를 채지 못하게 모텔로 다시 돌아갔다.


-오빠와 불과 헤어진 것이 고작 몇 일인데...그 남자는 누구인거니..-

-그 사람이 네가 그 동안 숨겨 왔던 희철이라는 사람이니..?


헤어진 후에 이제 은주를 떠올리면 그 사람이 같이 떠오를까 겁이났다.

너무나도 속이 상했고, 나를 금방 잊은 듯한 은주가 야속했다.


하지만 잠시 생각을 바꿔보니 나 때문에 받은 상처가 그 사람 때문에 빨리 아물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 사람과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크진 않지만 조금은 생겼다.


-그 사람이 누구든..나를 만날 때 보다 더 행복 했으면 좋겠다..은주야..-

-그 사람은 가족들이 반대를 안 하겠지? 그럼 된거야...오빠는 몸도 마음도 이제 너를 놓아줄께..-


은주가 나를 떠나 행복하기를 바라는 씁쓸한 생각과 쓰린 가슴으로 다시 포항으로 내려왔다.


-너무 행복하지는 마.. 그럼 내 가슴이 너무 미어질 것 같으니깐..-


막상 포항에 오니 할 것이 너무 없었다.


그 동안 너무 은주에게 맞쳐 왔던 생활 패턴에서 은주를 떠나 보낸 지금은 어떻게 할지를 몰라

막막한 속 사정을 누구에게라도 말하고 싶어 창식이에게 전화를 했다.


"어~ 형!"

"잘 지냈어?"

"네~ 형은 요즘 잘 되가요?"

"아니.."


창식이의 놀란 목소리가 들렸다.


"네??"


-지수가 창식이에게는 은주와 헤어졌다는 말은 안 했나 보네..-


창식이가 시간이 된다기에 우리가 늘 가던 술집에서 저녁에 만나기로 했다.


술집에 일찍 도착을 해서 먼저 안주와 소주를 시키고 술을 먼저 몇 잔을 마셨을 때

창식이가 술집 문을 열고 들어섰다.


"형~"

"왔냐~"


테이블에 놓인 반 쯤 비어진 술병을 보고 창식이가 말했다.


"일찍 왔나 보네요~"

"그냥 시간이 남아 돌아서~"

"일 끝나고 집에 갔다 오면 시간이 안 남지 싶은데?"

"나 휴직계 냈어.."


내 말을 들은 창식이가 놀란 눈으로 다시 나를 쳐다 보았다.


"왜요?"

"나..은주랑 헤어졌어.."


나의 말을 들은 창식이가 한 동안 말이 없더니 테이블에 놓여진 소주병을 들고 스스로

한 잔을 따르고 한 번에 들이켰다.


"왜요? 그 년이 헤어지자고 그러던가요?"


창식이의 발끈 거리는 말에 괜히 웃음이 나와 말했다.


"언제는 형수님이라더니 이제는 또 그 놈의 년 타령이냐~"

"형..지금 그 년 때문에 지금 이렇게 힘들어 보이는거예요?"


-내가 요즘 몰골이 말이 아니구나...창식이까지 저런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창식이의 걱정스러운 말에 되물었다.


"내가 힘들어 보여?"

"형은 거울 안봐요?"

"엄마 때문에 힘들다가 은주가 헤어지자고 그러니 더 힘드네.."

"그깟 창녀를 겨우 형수로 인정해 줬더니 지가 먼저 형을 버렸단 말이예요?!"


-창식아 그러지마...제발...그럼 나 너무 아프다. -


창식이를 진정 시키기 위해 말했다.


"날 사랑하기에 떠난 걸꺼야.."


창식이가 화가 나는지 연거푸 술을 들이키고는 혀가 조금 꼬인 목소리로 말했다.


"사랑하면 옆에 있어야지 왜 떠나요? 그건 순 핑계잖아요.."


-네 말이 맞을 수도... 내가 못 지킨 것 같아..-


술을 또 한 잔 들이킬 때 창식이가 말했다.


"혹시 그 년 다른 남자 생긴 거 아닌가요? 아무리 생각해도 딱 그건데.."

"아..냐..그..런거"


나의 눈치를 살피던 창식이가 한숨을 쉬며 술이 취했는지 갑자기 반말을 섞어 가며 말했다.


"형...답답한 우리 형아..형 말하는 것 보니깐 딴 남자랑 있는거 맞네요!"

"아니라니깐.."


창식이는 마치 자기 일인듯 더 화가 나서 나에게 말했고, 그런 창식이의 마음을 알기에

화를 내지도 가만히 듣고 있을 수도 없는 애매한 분위기 였다.


"아니긴요..그런 년들은 형에게 뜯어 먹을 거 없으면 그렇게 떠나는 년들이예요!!"

"그만해...나 힘들다.."

"꽃뱀이 괜히 꽃뱀이 아니거든요..."


창식이의 가슴이 아려오는 그냥 정신없이 술만 마셔댔다.


"차라리 잘 됐어요...그냥 이제 지수마저 떠나기 전에 잡아요 형.."

"지수는 안돼.."

"지수는 왜 안돼요?"


창식이의 물음에 마땅히 수긍을 시킬 대답이 없었다.

지수가 우리집 청소를 하고 엄마에게 미음을 떠 먹이던 기억이 떠올랐다.


-지수를.. 아버지도 창식이도 엄마도 다 좋아하는구나..-




-그녀 이야기 -



희철 오빠가 나에게 또 다시 사랑 고백을 하고 10일 동안 매일 아침 저녁으로 나를 기다렸다.

하루 이틀은 그냥 무시하고 갔지만, 계속 나에게 다가 올려고 하니 밀어 내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희철 오빠가 아침 저녁으로 나를 기다린 10일 째 되던 날 학교 강의를 마치고 집에 가려는데

그 동안 나를 피해 왔던 현희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언니.."

"응 현희야.."

"우리 커피숖에서 이야기 좀 해요.."

"심각한 이야기야?"

"그런 건 아니고요.."


현희를 알아 오면서 가장 힘들어 하는 표정이였다.


학교 앞 커피숖에 들어간 현희와 나는 자리에 앉아서 한 동안 말이 없었다.

눈치를 살피던 현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언니 미안해요.."

"뭐가?"

"저..사실...희철 오빠와 사귀는 줄 알았어요..."


눈물을 비치며 말하는 현희의 말을 알아 듣기가 힘들었다.


"알아 들을 수 있게 다시 말해봐.."

"제가요...예전부터 희철 오빠를 좋아했었는데요..."


현희의 고백에 깜짝 놀랐다.


"그랬었어?"

"언니는 승훈 오빠가 있었기에 희철 오빠는 언니와 안 되는 줄 알고...."


-그럼 그 동안 현희가 그렇게 약속이 있다며 했던 것도 희철 오빠를 만난 거였나..?-


머리가 약간 복잡해져서 다시 물었다.


"그럼 최근에 너 날 왜 피했어?"

"오빠가 언니랑 잤다고 말하기에...심술이 났어요.."


현희의 말에 깜짝 놀라 되물었다.


"나..랑 잤다..고 너에게 말을 했단 말야??"

"오빠가 말을 안하려는데 내가 계속 귀찮게 물었거든요..."

"너 그 희철 오빠가 그렇게 좋아?"

"아뇨...사랑해요..희철 오빠를.. 그런데 이제 저를 안 만나겠데요..."


설마 하는 마음으로 현희에게 물어봤다.


"너 혹시 희철 오빠랑 잤니?"


약간 망설이는 듯한 현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딱 한 번요..."


-역시 그 사람은....아니 그 인간은 용서가 안돼...-


나의 인상이 무섭게 변해지는 것을 본 현희가 나에게 말했다.


"난 알아요.. 희철 오빠는 저와 안 맞다는 걸요..."

"그게 무슨 말이니?"

"오늘 이렇게 언니에게 부탁하고 싶은거는요..."

"그래 뭔데?"

"희철 오빠와 만나 주세요..."


현희의 예상 밖의 말에 마시려던 커피를 탁자에 다시 내려 놓고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니...?"

"전 그냥 희철 오빠 바라만 봐도 좋은데...희철 오빠가 요즘 너무 힘들어 해서 .."

"힘들어 하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현희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언니 때문에 힘들어 하는 모습 도저히 못 보겠어요...가슴이 너무 아파요.."

"네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라니..말이 되지 않는 것 같지 않아?"

"난 그냥 그 사람이 힘들어 하는 것이 싫어요.."


현희의 고개 숙이며 훌쩍 거리는 아파하는 모습이 얼마 전 오빠와 내가 아파하던 모습이 생각이 나서

현희에게 말했다.


"나..희철이라는 사람 사랑 할 수 없어.."

"그럼 사랑은 하지 않더라도 만나기만 해줘요.."

"오늘 이야기가 그렇게 유쾌하지는 않네..그만 나가자.."


현희를 보내고 집으로 올 때는 조금씩 어두워 지고 있었다.


여전히 오늘도 희철 오빠의 차는 주차장에 세워져 있었다.

항상 차 옆에 서서 가만히 있던 오빠가 오늘은 웬일인지 나에게 걸어왔다.


"은주야~"


대답을 하지 않고 쳐다만 보았다.


"오늘 현희 만났지?"

"어떻게 알았어요?"

"내가 은주를 너무 사랑한다고 나 죽을 것 같다고..도와 달라고 했어.."


-잔인한 사람...정말 잔인한...-


혹시나 싶어 현희에게 물었던 말을 똑같이 물어 보았다.


"현희랑 잤나요?"

"응...딱 한 번.."


오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뺨을 때렸고, 희철 오빠는 피하지도 않고 눈을 질끔 감으며

가만히 있었다.


"그러면 나도 싫증이 날 건데 왜 자꾸 나를 괴롭혀!!"

"나도 너 때문에 미치겠단 말야!! 진짜로....너무 힘들다고!!"

"........"


희철 오빠의 처음 보는 모습에 가만히 보고만 있었고, 희철 오빠는 다시 말했다.


"너와 같이 있은 그 날 후에는 연락을 안하려 했었는데 자꾸 생각이 나...그 이유를 모르겠어..."


희철 오빠의 처음 보는 모습과 약간 떠는 듯한 입술을 보며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처음 몇 일은 네가 생각 난다는 자체가 수치스러웠어...그래서 힘들었고.."

".........."

"지금은 네가 아른 거려서 힘들어..."


희철 오빠의 말을 들을수록 화가 났지만 한 편으로는 안 됐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가만히 나를 보며 서 있는 오빠에게 비웃으며 말했다.


"그럼 계속 그렇게 아른거리며 기다려 봐요..혹시나 내가 마음이 바뀔지.."


그리고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려는데 지수 언니가 나를 볼 때 정말 싫었던 그 미소를

내가 따라 했다는 생각이 들어 깜짝 놀랐다.


그리고 집으로 걸어 들어가려는데 희철 오빠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그 사람 아직 기다리는 거니?"

"..."

"그 사람 돌아 올 때까지만 날 사랑은 안하더라도 만나 줄 수는 없겠니?"


오빠의 말에 현희가 눈물을 흘리며 부탁한 모습이 떠올랐다.

또 다시 마음이 약해질려고 할 때 오빠가 말했다.


"너의 그 사람 미소도 닮아 보이도록 연습도 하고, 말투도 그 사람처럼 할테니 만나만 줄래?"

"....."

"그 사람이 돌아 온다면 난 그냥 조용히 사라질께.."


희철 오빠의 말이 이번에는 진실로 느껴졌고, 방금 오빠가 한 말들을 되새겨 봤다.

그러던중에 현희의 부탁도 자꾸 떠올라 뒤 돌아서서 오빠에게 다가가 말했다.


"그래요..그럼..만나긴 하는데 사랑은 절대 바라지 마세요.."


만나만 준다는 말에도 희철 오빠는 뛸 듯이 기뻐하며 부담스러워 하는 나를 한 번 안고는

내일 보자고 말하며 차를 타고 사라졌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 보던 중에 등 뒤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은주야~"


뒤를 돌아보니 엄마가 장을 보고 왔는지 양손에 식재료가 들어 있는 비닐 봉지를 들고 있었다.


엄마에게 웃으면서 다가가 손에 들려 있는 봉지를 하나 들었고,

집으로 같이 들어가는 중 엄마가 내게 말했다.


"그 사람 누구야?"

"봤어?"

"너 정말 좋아하는 것 같은데..."

"아냐 그런거..."


엄마는 나를 보며 무슨 말을 하려다 참는 것 같았다.


-엄마가 말 하려는거 어떤건지 알 수 있을 것 같애..-

- 승훈 오빠를 잊으려면 만나라는 말이지? -



그렇게 희철 오빠와 시작을 하게 되었다.



희철 오빠는 자기가 했던 말처럼 매일 같이 아침에 찾아와 등교와 하교를 시켜주었다.


한달 정도 만나면서 자주 데이트를 하면서도 승훈 오빠만큼 편한 감정은 생기지가 않았다.

오늘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하교 길에 오빠를 만나 차에 탔다.


평소에는 향기가 나던 차 안에서 악취가 나서 희철 오빠에게 물었다.


"오빠 차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


희철 오빠는 코를 킁킁 거리며 냄새를 맡더니 나에게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


"아니.. 아무 냄새 안나는데.."

"오빠 저 속이 안 좋은데 창문좀 열어줘요.."



악취가 느껴져서 그런지 속이 그렇게 좋지 않아 헛 구역질이 나왔고,

그 모습을 본 희철 오빠는 갑자기 당황한 모습으로 나를 쳐다 보았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최근에 생리도 건너 뛴 것 같았고, 분비물도 예전과 달리 많아 진것 같았다.


-설마...아닐꺼야...요즘 내가 신경을 많이 써서 그럴꺼야...-


희철 오빠는 도로가에 차를 세우고 여전히 당황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혹시.. 임신 같은거니?"

"아뇨...그런 거 아니예요.."


나의 모습을 보던 희철 오빠의 당황한 모습이 뜻 모를 표정으로 바뀌어 있었고,

오빠는 살짝 웃으면서 말했다.


"오늘은 밥 먹지 말고 집에 가자.."

"네..."


집에 거의 다 왔을 때 차에서 내렸고, 오빠는 손짓으로 운전석 옆 밖으로 오라고 하더니

창문을 내리며 나를 보며 말했다.


"은주야..우리집은 말야...손이 귀한 집이다~"


이 한마디만 남기고 오빠는 손을 흔들며 시야에서 사라졌다.



41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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