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부
- 남자 이야기 -
은주가 결혼을 한 지 보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는데 너무 불행해 보이는 모습에
그 동안 잠시나마 미워하고, 야속해 했었던 그런 기억들이 너무 창피했다.
-네가 이렇게 힘들어 하는 줄 알았다면 미워하지는 않았을텐데..-
은주가 결혼을 했는지 보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은주의 표정은 근심과 공포가 눈에 선하게 보였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겁 먹은거니.. 도대체 누가 너를 이렇게 힘들게 했니..-
-그 희철이라는 인간이 내가 제일 소중히 여기는 널...너를 슬프게 하는거니??-
-네가 나에게 결혼 했다는 말을 꺼내는 것보다 내가 먼저 말하는게 네가 덜 미안하겠지?-
이런 저런 여러 생각 후 은주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말했다.
"네 소식 들었어...결혼 했다는 거.."
은주가 결혼을 했다는 걸 안다는 나의 말에 은주의 눈망울이 쓸프게 젖어 있었다.
그 눈에는 미안함도 보였고, 나에 대한 그리움도 담고 있는 듯 보였으며,
나에게 최대한 상처를 주지 않으려 생각을 하는 것 처럼도 보였다.
그리고 나의 시선을 피하며 은주는 슬픈눈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빠 그거 알어? 나 정말 행복하다~ "
-이제 너도 나를 닮아 가는가봐...거짓말이 눈에 너무 또렷하게 보여...은주야..-
하지만 그녀의 거짓말에 속아주려 은주가 짓는 미소를 따라 지으며 말했다.
"그래..."
한 동안 서로 말 없이 가만히 앉아 있어도 여러 대화를 나누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때
은주가 젖어오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가 필요해.."
이 말을 듣고 은주의 눈에서 많은 눈물이 흘리려 하는 것을 눈치를 챘기에
예전처럼 아담한 은주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울지마..은주야..잠시나마 네가 미운 적도 있었지만..그래도 네 눈에서 눈물을 보려니 가슴이 아파..-
가만히 안아주니 예전에 우리집에서 은주를 안으며 같이 텔레비젼도 보고 바닷가에서 수평선을
보면서 안아주었던 행복한 기억이 마치 그 때로 돌아 간 듯 순간 내 눈에는 바다도 보였고,
내 거실의 쇼파도 보여 눈을 가만히 감고 있을 때
은주가 나에게 반쯤 젖은 그리고 반쯤 목이 메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디든지 우리 지금이라도 가 버릴까? 서울이든 부산이든?"
-이렇게 힘들어 할 거면 왜 도대체 왜 나에게 떠나간 거니..날 위해 그런거야?-
-날 조금이나마 덜 힘들게 할려고 떠나간거야?? 난 지금이 더 힘든데...-
가슴이 미어지는 은주의 말에 눈물을 애써 참으려 했기에 눈물이 나지 않는 마른 울음이 나오려 했다.
"널 그렇게 보내는 것이 아니였는데..."
"........."
"무릎이라도 꿇고 더 애원을 했어야 했는데.. 난 아직 네게 사랑이 부족했던가봐.."
- 너를 정말 사랑한다고 스스로 착각을 했던 것 같애..-
- 정말 사랑했다면 무릎이 아니라 죽을 각오로 너를 막았어야 했는데..-
- 정말 너를 사랑한다가 자만했던 내가 너무 창피해서 널 바라 보기가 힘드네..-
벌을 받아야 하는 나쁜 나에게 그 녀는 벌 대신 입맞춤이라는 선물을 주었다.
-이런 나에게 선물을 줄 만큼 여전히 나를 사랑하는구나..정말 미안해..너를 진심으로 붙잡지 못해서-
얼굴은 아무렇지도 않게 보이기를 바라며 가슴으로 흐느끼는 나에게 은주가 말했다.
"오빠..악마에게 영혼을 판다면 뭐든 가능하다는 거 사실일까?"
-만약 가능하다면...진짜로 가능하다면 내 영혼으로 네가 그토록 원하는 타임머신으로 바꾸고 싶어..-
이런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는 중에 그녀가 한 줄기의 눈물을 흘리며 옛 생각을 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오빠랑 6개월만..아니 너무 긴가 아니 3개월만이라도 같이 지낼 수 있다면.."
너무 분위기가 우울해 은주의 약간의 웃음을 유발하려 말했다.
"영화를 보면 하루만이라도 하던데~"
그러나 나의 의도와는 다르게 은주의 입에서 잔인할 만큼 감당하기 힘든 애뜻한 말을 뱉었다.
"영혼까지 팔았는데 하루는 너무 짧잖아.. 오빠 얼굴만 봐도 하루는 금방 갈건데.."
사랑하는 만큼 쓰힌 은주의 말을 듣고 가만히 언제 또 볼지 모를 은주의 얼굴을
머릿속에 새겨 넣듯 깊이 기억을 하려 유심히 보는 중에 근심이 가득한 은주의 표정을 느낄수가 있었다.
-진짜 무슨 일이 있는거야?? 도대체 무슨 일이 너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거니..-
은주의 근심이 어떤건지 궁금해 조심스레 물었다.
"진..짜..무슨 일인데.."
"그 사람이 아는 것 같애.."
"뭐를?"
"포항에서의 일을...."
은주의 말에 내 심장이 덜컹 거렸다.
내가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까 심각하게 고민을 해도 나 역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걱정을 하는 나를 본 은주가 괜찮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괜히 말을 했나봐~ 그리고 확실한 것도 아닌데..뭘..."
"은주야..진짜 우리 멀리 갈까?"
내 말을 들은 은주는 피씩거리며 말했다.
"아까 농담이였어..가긴 어딜간다구~"
-난 다 알아..이런 상황에서도 날 난처하지 않게 하려고..곤란하지 않게 하려고..-
-내 걱정을 해주는 니 맘 다 알어..이젠 네 표정만 봐도 난 다 알 수 있어..-
그러나 이렇게까지 말하는 은주에게 빈발처럼 들릴까 싶어 더 이상 강요하기가 힘들었다.
"오빠 이제 충분히 봤으니 나 집에 갈래.."
"난 아직 덜 봤는데..."
은주는 웃으며 내 뺨을 꼬집으며 말했다.
"정말 이 사람이 내 서방님이 되어야 했는데.."
그리고 방금 한 말이 실수라고 느꼈는지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고,
내 뺨을 꼬집은 은주의 손등을 감싸 잡으며 말했다.
"지금은 너무 늦은거지?
"그런...것..같애..난..이제..결혼을.."
"됐어..그만해~"
더듬거리며 말하는 은주의 말을 다 들으면 나도 가슴이 미어질 것 같았고, 말하는 은주도
고통스러울 것 같아 말을 중간에 끊었다.
고개를 살며시 끄덕이는 은주에게 웃으며 말했다.
"여기서 널 보내는 건 나중에 죽을 만큼 후회를 할 것 같아.."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오늘 은주가 살고 있는 집까지 태워줄께.."
"오빠...고마워~ 그리고 여전히 사..라..."
죄지은 사람처럼 말을 잊지 못하는 은주에게 내가 먼저 말했다.
"여전히 날 사랑한다고?"
다시 은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말을 하는 자체가 오빠에게 더 죄를 짓는 거 같애.."
"아니..벌은 내가 받을테니 다시 한 번 말해줘..은주야.."
그리고 은주는 조용히 다가와 키스를 하고 말했다.
"죽을만큼 사랑하고 죽을만큼 미안해.."
-그녀 이야기 -
여전히 날 그리워 하는 오빠의 눈빛에 나도 몰래 오빠의 얼굴을 만지며 말했다.
"정말 이 사람이 내 서방님이 되어야 했는데.."
그러나 말을 하고 나서 내 말에 오빠가 상처를 받을까 싶어 아차 싶었다.
그러나 오빠는 여전히 자상한 얼굴로 오빠의 감촉에 정신을 못차리는 내 손을 잡아 주었다.
"오빠...고마워~ 그리고 여전히 사..라..."
키스보다 더 애뜻함이 느껴지는 따스한 오빠의 손길에 감정이 북받쳐 말하려다
또 다시 상처가 될까 싶어 얼버무렸다.
그러나 오빠는 내 마음을 다 아는 듯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되물었다.
"여전히 날 사랑한다고?"
하지만 이제는 너무 늦어 버린 상황이 스스로에게 너무 화가나고 우울했다.
그러나 여전히 내가 오빠를 사랑하는 것처럼 오빠도 나를 여전히 사랑하는 듯 다시 한 번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 했고, 나도 사랑한다고 속삭이고 싶었다.
"죽을만큼 사랑하고 죽을만큼 미안해.."
-오빠를 너무 사랑하기에 너무 미안해.. 우린 오늘 이 후에도 다시 또 보고 싶으면 볼수 있을까..?-
-예전에 오빠에게 느낀 감정은 그대로인데 우리 왜 이렇게 엉켜 있을까..-
오빠의 손을 잡고 주차 되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오래간만에 오빠차에 타니 예전의 포근함은 그대로였지만, 달라진 건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의
앞에 놓여져 있는 액자였다.
그 액자 안에는 오빠의 머리를 옆구리에 끼고 있는 놀이 공원에서 찍은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그 사진을 서로 같이 한 동안 말없이 쳐다 보았고, 오빠도 나처럼 그 때를 회상하는 듯 했다.
- 한 때는 이 사진을 볼 때마다 행복했는데..이제는 이 사진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파오네..-
그리고 잠시 후 오빠는 운전을 해서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로 향했다.
집으로 다가갈수록 희철 오빠 때문에 걱정이 되는게 아니라 도착하면 승훈 오빠를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더 속을 태웠다.
그렇게 오빠는 나를 내려주고 언제 다시 본다는 기약없이 그렇게 손을 흔들며 사라졌다.
-조금만 더..조금만 더 있다가 가지..뭐가 그리 바빠서 그렇게 빨리 가는거야..-
조금전까지 보호막 같은 오빠의 존재가 사라지자 또 다시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자석이 발바닥에 있어 철로 된 계단을 오르 듯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 앞에 도착을 했다.
제법 늦은 시간이였지만, 집안에는 아무도 없는 것처럼 인기척이 없었다.
현관문을 열고 집안에 들어 갔을 때 희철 오빠의 신발이 보였다.
-희철 오빠가 왔네..설마 별일 없겠지..?"
너무 음침하고 탁한 공기가 느껴져 괜히 어깨가 움츠려 들었다.
거실에 들어서니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르는 희철 오빠가 쇼파에 앉아 텔레비젼을 보며
와인잔에 담긴 와인을 마시고 있었고, 쇼파 앞 테이블에는 빈병이 2개 정도 보였다.
불길한 예감에 희철 오빠에게 먼저 말을 건냈다.
"언제 들어 왔어요?"
희철 오빠는 아무 말없이 계속 와인만 들이키고 또 따르고 들이키기를 계속했다.
외투를 안방에 벗어 놓고 부엌에서 희철 오빠에게 우유라도 챙겨주려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희철 오빠의 취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디 갔다 오는거니? 안나야~"
예전에 듣던 안나라는 말에 깜짝 놀라 뒤로 돌아서니 와인잔을 들고 서있는 희철 오빠가 보였다.
심장이 미치듯 두근거리고 있었고, 그냥 멍하니 희철 오빠를 쳐다보고 있는 중에
이마에서 번쩍거리는 느낌이 나서 주저 앉았다.
"악!"
왼쪽 눈 윗부분에 통증이 났고, 왼쪽 눈이 나도 몰래 감겼다.
그리고 이마에서 땀이 나는 듯 촉촉한 느낌이 이마에서 뺨을 타고 흘러 내렸다.
왼쪽눈을 뜨려해도 도저히 떠지지 않고 지금 어떤 상황인지도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그 때 한 쪽 눈으로 오빠를 봤을 때 손에 들고 있던 와인잔이 없다는 걸 알수가 있었다.
-지금 나한테 유리잔을 던진거야?? -
정신없는 상황에도 희철 오빠가 나의 과거를 알았다는 것이 더 무서웠다.
그 때 오빠의 취한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섞여서 들려왔다.
"나한테는 잘만 피하더니 이깟 유리잔은 왜 피하질 못하니!?"
이마에서 흐르는 것이 피라는 것을 알아챘을 때 희철 오빠가 다시 말했다.
"아프냐? 아퍼? 지금 내 가슴만큼 더 아퍼? "
흐르는 피를 이마에서 닦던 중 이마에 박힌 유리가 뺨까지 그어지는 느낌이 들었고,
그어지는 느낌이 나는 곳에서도 축축한 느낌이 들었다.
"니가 감히 내 인생을 망쳐? 하긴 홀린 내가 미친 놈이지! 내 인생을 망친 만큼 니 인생도 망쳐줄꼐!!"
오빠의 혼잣말에도 한 쪽 눈이 떠지지가 않아 귀에 잘 들어오지가 않았지만 계속 오빠는
나에게 고함을 지르듯 외쳤다.
"역시 몸파는 년답게 남자 홀리는 기술 인정 해줄께!! 그런데 지금은 또 어디 갔다 온거야?"
"......"
희철오빠의 말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고, 또 다시 비꼬 듯 계속 혼자서 미친 사람처럼 말을 했다.
"지금도 몸 굴리다가 온거야? 지금 생각하니 니 뱃속의 애도 내 아이인지 아닌지 모르겠네~"
"......"
나에게 다가온 오빠는 앉아 있는 내 배를 발끝으로 툭툭 치면서 말했다.
"이 뱃속의 아이는 유전자 검사를 무조건 할꺼야..겁 안나?"
그리고 희철 오빠의 눈에도 어울리지 않게 약간의 눈물이 글썽거리는 것이 한 쪽 눈으로 희미하게 보였다.
"정말 눈물 나도록 수치스럽다..너 같은 년이 좋아서 1년동안 공을 들인 것이 죽도록 수치스럽다고!!"
오빠의 말은 여전히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자꾸 감기는 눈에서도 축축한 느낌이 났다.
-설마 유리 파편이 눈에 들어간 것일까??-
순간 겁이 덜컹났다.
앞에 미쳐있는 희철 오빠가 겁이 났고, 내 과거를 알게 된 것도 겁이 났고,
눈이 보이지 않은 것도 겁이 났다.
-지금 병원에 가야해...빨리 가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아..-
병원에 가려 손수건으로 흐르는 피를 막고 현관문을 나서려는데,
희철 오빠가 내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안나야 어디 갈려고? 도망 갈려고??"
아까는 멍한 상황에서 정신이 없었는데 지금 내 상황을 알게 되자 나도 이성을 잃었다.
"이거놔 개개끼야!"
나의 욕설에도 희철 오빠는 여전히 못 나가게 어깨를 잡고 비웃으며 말했다.
"안나? 이름 이쁘네..혹시 조안나 아냐? 자고 나면 손님이 조안나? 안조안나? 묻고 그러니깐?"
"이거 놓으라고 개개끼야!!"
그 때 뺨이 번쩍 거렸다.
눈이 잘 보이지 않아 무슨 일인지는 몰랐지만 뺨이 아픈 것을 보니 나의 뺨을 때린 것 같았다.
'처음부터 이런씩으로 정 떨어지게 말했으면 내 인생은 안 꼬였을 거 아냐!"
뺨을 맞은 것 보다 지금 이성을 잃은 희철 오빠가 무서워 사정을 했다.
"제발 병원 좀 가게 나 좀 놔줘요.."
"내가 너 같은 년 때문에 무릎을 다 꿇고...자존심이 상한다는게 이런 기분이구나.."
"그럼 내가 무릎이라도 꿇을테니 제발..좀!!"
"아니~ 너 따위가 꿇는 무릎 필요없어! 니가 그렇게 사랑하는 승훈이라는 사람이 무릎을 꿇으면 모를까.."
"..........."
"나 다 알고 있어!! 니가 여전히 승훈이라는 새끼를 사랑한다는거..."
그리고 몰래 숨겨놨던 오빠와 찍었던 놀이동산 사진이 희철 오빠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그 것을 나에게 보여주며 웃으면서 천천히 반을 찢어 버렸다.
"야이!!!! 개개끼야!!!"
희철 오빠에게 욕설을 하며 양손으로 가슴팍을 밀쳐내며 찢어진 사진을 주워 도망치 듯 아파트에서 나왔다.
희철 오빠를 겨우 떨쳐내고 밖으로 뛰어 나오니 정신이 없어 비틀 거렸고,
지금의 상황에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니 승훈 오빠가 너무나 생각이 났다.
급하게 나온다고 전화를 집에 두고 나온 것을 그 때서야 알았다.
정신없이 걷다보니 택시가 앞에 섰고,
차를 타려고 할 때 내 얼굴에서 피가 나는 것을 본 택시 기사들이 나를 태우지 않고
그대로 가버렸다.
아마도 피 때문에 차 시트가 더러워 질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런 것 같았다.
들리지도 않을 내 말이 오빠에게 들리기를 바라며 혼잣말을 했다.
"오빠 나 좀 도와줘...제발..."
그 때 또 다른 택시가 앞에 섰고, 나이 지긋한 택시 기사분이 차에서 내려 나에게 달려왔다.
기사분은 나를 부축을 하며 걱정스레 말했다.
'아가씨 왜 이래요??"
"저 택시 좀 태워 주세요...병원에 데려다 주세요..."
기사분은 나를 뒷자석에 조심스레 태우며 말했다.
"네..네 빨리 타요!!"
차를 탈 때 창밖에 희미하게 아까 내려 갔던 승훈 오빠의 차가 보였다.
- 내가 눈이 아파서 잘 못 본건가?? 오빠 차 같은데...-
급하게 출발을 하려는 기사분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저 아저씨..죄송한데..저 내릴께요.."
"네?? 지금 무슨 말이죠? 빨리 병원에 가야 할 것 같은데.."
"제가 알아서 갈테니 죄송합니다.."
그렇게 말하고 차에서 내렸다.
조금전 승훈 오빠의 차처럼 보이는 차가 우리집 앞으로 가는 것 같아 그 곳으로 다시 뛰어갔다.
역시 승훈 오빠의 차였고, 차에서 오빠가 급하게 내리는 것을 보았다.
-오빠 어떻게 알고 여기에 왔어??-
오빠에게 다가갈려고 할 때 지금 내 모습을 보면 오빠의 눈에도 피눈물이 날 것 같아
잠시 주춤 할때 아파트 입구에 희철 오빠의 모습이 보였고,
멀리서나마 한 손에는 내 휴대폰을 들고 있는 것 같았다.
- 지금 뭐 하자는 거지??-
그리고 희철 오빠가 승훈 오빠에게 비웃는 모습으로 말하는 것이 보였고, 승훈 오빠는 화가 난 듯
하지만 참는 듯한 모습에 대화를 하는 것 같았다.
그러던 중에 희철 오빠가 무언가를 말할 때 승훈 오빠가 맨 땅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왜 승훈 오빠가 무릎을 꿇었는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그 모습이 아마도
나 때문에 그런 것 같아 심장이 터질 듯 아플 때 조금 전에 희철 오빠가 말한 것이 떠올랐다.
『아니~ 너 따위가 꿇는 무릎 필요없어! 니가 그렇게 사랑하는 승훈이라는 사람이 무릎을 꿇으면 모를까..』
-남자 이야기 -
과거를 희철이라는 사람이 알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은주를 집에 보내야 한다는 사실에
엄청 많은 걱정을 했다.
-은주야 정말 괜찮겠니? -
은주를 내려주고 은주가 걸어가는 뒷 모습을 보면 그 슬픈 기억이 오래 남을까 싶어 먼저
출발을 했다.
포항으로 돌아 갈수록 은주와 멀어진다는 생각에 속도를 낼수가 없었다.
천천히 포항으로 가던 중 휴대폰에서 벨소리가 들렸다.
-설마 은주가 전화 한 것일까?? -
휴대폰을 보니 은주의 번호였고, 평소 같으면 정말 반가워하며 받았을 건데, 아까 힘없이
걸어가는 은주의 뒷모습이 떠오르니 너무 불길한 생각이 들어 차를 세우고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나서 전화를 받았다.
그러나 들려오는 목소리는 가벼워 보이며 한번 쯤은 들은 듯한 술 취한 남자의 목소리였다.
"니가 승훈이냐?"
"혹시..희철씨?"
"니가 포항에서 은주 기둥서방이지?"
은주라는 말이 나오니 나도 몰래 흥분이 되어 큰소리를 질렀다.
"야! 이 새끼야! 니가 왜 은주 전화를 가지고 있어!!"
"하나만 물어 보자! 너거 둘이 한 패지? 나한테 시집 보내서 한탕 해먹을려고?"
"야! 이 새끼야!! 내 말 안들려!? 은주 어떻게 됐냐고!!"
"은주 걱정되면 이 쪽으로 오던지?"
그리고 전화가 끊겼고, 너무 놀라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은주야 지금 무슨 일이 있는거야??-
웬지 은주에게 안 좋은일이 생긴 것 같아 바로 은주를 내린 곳으로 향했다.
은주의 걱정에 눈물이 났고, 왼손으로 운전을 하며 오른손으로 운전대를 답답한 심정으로 마구 치며 말했다.
"은주..야.. 조금만 참아.. 오빠가 간다.."
44부 끝
오타 지적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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