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가 윤동주 시인에게 바치는 시

면죄자 작성일 12.07.13 09:4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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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줄 가운데 안경끼신 분이 문익환 목사, 오른쪽이 윤동주 시인입니다.





동주야


                                                                            문익환


너는 스물아홉에 영원이 되고  나는 어느새 일흔 고개에 올라섰구나  너는 분명 나보다 여섯달 먼저 났지만  나한텐 아직도 새파란 젊은이다  너의 영원한 젊음 앞에서  이렇게 구질구질 늙어 가는 게 억울하지 않느냐고  그냥 오기로 억울하긴 뭐가 억울해 할 수야 있다만  네가 나와 같이 늙어가지 않는다는 게  여간만 다행이 아니구나  너마저 늙어간다면 이 땅의 꽃잎들  누굴 쳐다보며 젊음을 불사르겠니  김상진 박래전만이 아니다  너의 '서시'를 뇌까리며  민족의 제단에 몸을 바치는 젊은이들은  후꾸오까 형무소  너를 통째로 집어삼킨 어둠  네 살 속에서 흐느끼며 빠져나간 꿈들  온몸 짓뭉개지던 노래들  화장터의 연기로 사라져 버린 줄 알았던 너의 피묻은 가락들  이제 하나 둘 젊은 시인들의 안테나에 잡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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