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게이들아. 난 역앞편의점에서 야간알바하고있는 대학생이다.
밤 10시부터 시작해서 새벽 6시까지 한다. 역앞이다보니 아무래도 자영업자라던가,
아침일찍부터 일을 준비하시는분들을 많이뵌다. 그런거 보면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어쨋든 오늘 있엇던 일인데 좀 씁쓸해서 글써본다.
책을읽고있엇는데 밖에서 끼익- 하는 소리가 들리더라고. 보니까 리어카를 끌고다니시는 할아버지가
삐걱거리는 리어카를 내려놓는소리더라. 할아버지가 힘드셔서 음료수라도 사드시려나? 했는데
편의점에 들어오셔서 이것저것 많이고르시더라고.
별 대수롭지 않은일이다보니 그냥 계산 하러 오실때까지 책을 계속 읽고있엇다.
음료수 두개랑 빵 서너개. 라면 3봉지? 거의 그정도해서 한 6천원어치정도 나오는 수준의
식품들을 잔뜩 들고 오셧다. 계산하려고 바코드 다 찍고 할아버지한테
'할아버지 6천원이요' 했더니 할아버지가 꼬깃꼬깃 구긴 종이를 건네주시더라고.
현금인가? 싶었는데 자세히보니까 오락실에서 광고하려고 뿌리는 삐끼있잖아?
그 앞면은 현금이랑 비슷한데 뒷면보면 광고써있는 그런거... 좀 생각해보니까
할아버지가 폐지주우시다가 돈인줄알고 주워서 뭐 살때 쓰려고 하신것같더라...
게다가 꽤 된거였어. 한두달정도? 그다지 깨끗하지가 않았거든.. 어쨋든 그걸보니까
당황스럽기도하고, 씨발 마침 틀어놓은 노래도 좀 잔잔한걸 틀어놔서 존나슬프더라.
새벽이라 그런지 감정이입이 되서 존나 눈물이 나려는데 이걸 내돈으로 계산하자니
나도 좀 빠듯한지라... 그럴순 없겠고 마침 내가 먹으려고 빼둔 폐기음식이 생각났다.
할아버지한테 '할아버지. 이거 돈아니에요. 할아버지가 고른것들은 제가 원래대로 갖다놓을테니까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하고 폐기 도시락 하나랑 삼각김밥 2개랑 원플러스원으로 껴주는 음료수인데
잘몰라서 손님들이 안가져간거 이온음료 두개 껴서 드렸다.
내가 원래 이런짓은 잘안할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런일이 눈앞에서 벌어지니까 하게되더라.
작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 생각도 나고...
씨발 하여튼 오락실 삐끼같은거랑 다운로드쿠폰인데 돈모양비슷하게 만드는거 다 없어졌으면 좋겠다.
나이드신분들은 눈도 잘 안보여서 분간도 잘 못하시는 모양이던데...
감정팔이 싫어하는거 알긴아는데 그래도 일어났던 일이라 썰로 풀어본다
3줄요약.
1. 편의점에서 새벽알바하는 게이인데, 어떤 폐지줍는 할아버지가 새벽에 들어와서 이것저것 고르고 계산함
2. 계산할때 낸 돈이 알고보니 오락실 삐끼... 그거보고 존나 슬퍼짐
3. 집에가져가서 먹으려고했던 폐기음식 생각나서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