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제품과 애플제품의 디자인이 비슷하다 vs 아니다..
애플이 삼성의 기술표준특허를 침해했다 vs 아니다..
이번 평결의 핵심은 이게 아닙니다.
먼저, 디자인에 있어서...
변호인단이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논쟁했던 핵심은 '영감 vs 도용' 입니다.
1. 삼성이 애플의 디자인에 '영감'을 받아 발전되고 혁신적인 디자인을 새롭게 창출하려고 노력하였는가?
2. 삼성이 애플의 디자인을 '도용'하여 진보없는 단기적 이익창출만을 추구해 시장과 소비자를 기만하였는가?
이에 대해 양측 변호인단은, 다른 해법으로 재판을 풀어갔습니다.
1. 애플은 삼성이 디자인을 '도용'하여 시장질서를 기만하고 소비자를 혼동시켰으며 애플에 비용을 초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애플이 결정적 증거로 제시한 몇가지 증거 중 하나인 삼성 내부문건은 결정적인 증거가 되었습니다. 이 문서의 주요내용은 아이폰과 갤럭시를 하나하나 요소별로 비교하면서 갤럭시의 기존 디자인을 '개선'시킨다는 명목으로 요소별 디자인과 인터페이스를 카피하도록 제안합니다. 그리고 이 제안서대로 실행에 옮기게 되죠...
2. 삼성은 논점을 약간 회피하는 쪽으로 풀어갑니다. 반대쪽에 기술표준특허건이 남아있기 때문에 '영감 vs 도용' 이 아니라 '도용 vs 비도용' 으로 논쟁을 가져가려 하죠. 삼성의 핵심주장은 '애플과 삼성제품의 디자인은 요소요소로 분리해서 보면 서로 다르다', '애플 디자인 자체가 고유아이디어가 아니다' 입니다. 그래서 삼성은 아이폰, 아이패드 이전의 제품들을 소개하면서 '아이폰 이전에 아이폰이 있었다'라는 주장을 합니다.
결과는 아시다시피 애플의 완승이었죠...
그 이유를 살펴보면,
1. 평결은 전문가가 아닌 배심원단이 내린다 - 배심원평결에서는 스토리텔링이 가장 중요합니다. 애플의 논거와 증거들은 굉장히 잘 짜여진 스토리가 있었죠... 특히 삼성 내부문건은 배심원의 평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증거를 통해 배심원들은 '삼성이 애플의 디자인에 영감을 받아 더욱 진보적인 디자인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했다'라는 주장에 의심을 갖게 되었죠...
2. 삼성의 잘못된 전략 - 결과론적이긴 합니다만, 삼성은 잘못된 전략을 가지고 재판에 임한 것으로 보입니다.(결과론입니다...ㅋ 대단한 변호인단이었죠...) 삼성의 핵심주장 중 하나인 '애플과 삼성제품의 디자인은 요소요소로 분리해서 보면 서로 다르다' 는 사실 논점을 벗어난 주장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일반인이 제품을 바라볼 때는 요소요소로 분해해서 보는 것이 아닌 제품 전체와 분위기를 보고 선택하기 때문이죠...또한 '애플 디자인 자체가 고유아이디어가 아니다'라는 주장을 가지고 배심원단을 설득시키려면 '애플도 이전에 나와있던 아이디어를 도용하여 아이폰은 만들어냈다' 하는 점을 입증해야 함은 물론이고, 세계스마트폰시장을 최초로 활성화시킨 애플의 '진보적 영감'을 무시하는 꼴에 지나지 않았죠...
3. 삼성의 디자인 도용 - 사실 삼성의 디자인도용은 엄연한 사실이었습니다. 이를 회피하기 위해 삼성은 기술표준특허까지 가지고 나오는 초강수를 둘 정도였죠. (기술표준특허에 대한 재판은 사실 특허도용문제가 아니라 반독점이슈였습니다.) 기술표준특허를 가져온 이유는 삼성의 디자인 도용 사실 자체를 회피하기 위함이었죠...디자인을 기술적 요소로 가져가고자 하는 삼성의 전략이었습니다. 하지만 재판의 논점은 '진보적 영감 vs 디자인 도용' 이었고 삼성은 배심원들을 설득하는데 실패하였습니다.
표준기술특허도 간단히 말하면 디자인특허의 논점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애플이 진보적 기술발전을 위해 삼성에게 특허사용을 요청했고 삼성은 독점적지위를 악용해 제공하지 않았다' 가 재판의 결론입니다. 결국 이 역시 '결과'가 아닌 '과정과 목적'이 논점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재판은 '결과'가 아닌 '과정과 목적'이 논점이었는데, 애플은 '과정과 목적'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멋지게 풀어갔으며, 삼성은 끝까지 '결과'에 집착하였던 것이죠....
한국에서는 '결과'에 입각해 판결하였고 삼성이 성공하였지만, 미국에서는 '과정과 목적'에 입각해 판결하였고 애플이 성공하였던거죠...
기업문화의 차이와 한국과 미국문화의 차이를 절실히 느끼는 재판결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