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EQ(에버퀘스트)라는 글로벌 온라인게임을 아니?
내가 중딩때 이 게임을 접했으니까 오오미 벌써 12년도 더된 추억의 게임이 되어버렸구나...
아마도 이 게임을 알고 있거나 접한 게이들은 대부분 20대 후반 이상이겠지.
간략히 소개하자면 강제 1인칭 시점의 RPG 온라인게임인데
리니지나 아이온처럼 한국내에만 서버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에버퀘스트의 모든 서버가 전세계인들이 동시접속할 수 있는 지구촌 게임이지.
한국에서 아침에 눈뜨고 일어나 게임할때, 저녁먹고 접속한 양키성님들과 사냥을 즐길 수가 있다는 말씀.
이 게임을 만든회사가 SOE인가? SONY인가? 너무 오래되서 잘은 기억이 안나는데
나중에 NC가 한국 전용 서버 만들어서 수입했다가 운지한걸로 기억됨.
아무튼 스케일이 무지막지하게 방대하고 맵크기도 어마어마하고
난이도는 또 더럽게 어렵고 시벌 코쟁이들이랑 하는 게임이라 한글도 안써지고 영어안되면 의사소통 조또 힘들고 시.팔
특히 강제 1인칭 시점이란게 참 겜하기가 매미없이 좃같지.
오로지 정면만 바라볼 수 있다보니까 내 뒤에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 모른다는 말씀.
대략 서든어택과 같은 FPS의 인터페이스로 RPG 게임을 한다고 생각해봐. 아니 서든어택보다 훨씬더 불편하지.
왜냐면 마우스로 고개를 돌리는 방식이 아니라,
내가 직접 키를 눌러서 방향을 돌린다음에 앞으로 직진을 해야하니 캐릭터 움직이기가 좃같이 불편해.
그렇게 좃같은 시점안에서 몬스터를 지정해 칼을 휘두르고 마법을 쓴다면?
어떻게 보면 마우스를 잘 안쓰고 키보드 위주로 하니 팔은 덜아프겠다 싶지만 차라리 팔아프고 더 빨리 캐릭을 조작하는게 속시원할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에버퀘스트만의 인터페이스는 정말 상상을 초월한 엄청난 몰입감을 줘.
불편함을 충분히 감수할 수 있을만큼 중독적이고 현실적이지. 그 향수가 아직까지 어른어른거려서 그 세계를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어.
근데 현실성이 지나쳐서 캐릭은 존.나게 안이쁜데
여자 드워프(수염난 것도 있음)나 여자 오우거 같은 씹극혐룩이 수두룩함.
암튼 게임에 관한 잡다한 소개글은 이쯤으로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내가 이 게임을 통해 정신과 치료를 받은 주된 이유는 극심한 중독현상 때문만은 아니야.
아마 제목을 보고 다들 그게 주된 이유라 생각을 했겠지.
하지만 다른 이유가 있었어, 과연 무엇일까?
바로 전세계인들이 존재하는 서버 내에 같은 한국인 유저들 때문이었어.
나는 그 어리디 어린 나이에...
세계 속의 한국인이 씨.발 얼마나 죳같고 추악하고 위선적이며 더러운지를 깨달았지.
또한 나이 처먹은 어른들이라는게 얼마나 우월감 느끼기 좋아하는 존재들이고 얼마나 허영심과 허례허식에 젖은 존재들이며
얼마나 얄궃은 자존심을 내세우고 지키려고 애쓰고 또 얼마나 집단에 속하게 되면 타인을 배척하는지 알게됐지.
뭐 어찌됐건 내가 EQ라는 게임을 두달동안 접하게 되면서 같은 한국인들에게 큰 마음의 상처를 받고 접었었는데
폐인은 폐인이었지만 어떻게 보면 게임폐인치고는 짧다고도 할 수 있는 그 두달여간 겪었던 슬프고도 비통한 추억의 썰을 풀어보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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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에버퀘스트를 처음 접한 건 죶중딩 2학년때였지 아마 겨울방학 시작하기 한달전쯤이었던걸로 기억해.
그 게임을 접하기 전에는 바람의나라 라는 게임에 심취해서 매일 친구들이랑 학교 끝나고 그룹맺고 해골굴 깹굴 다니면서
진짜 여느 죶중딩들처럼 존나 쥐어박고 싶을만큼 시끄럽게 떠들며 '건곤대나이!' 를 육성으로 외치고 키보드를 눌러댔지.
그당시에 온라인게임을 전문으로 다루는 게임잡지가 있었는데 갑자기 이름이 생각이 안나네???.... 아무튼
리니지나 바람이나 레드문과 같은 여러 온라인게임들을 서로다른 닉네임을 가진 글쓴이들이 직접 체험하면서 겪은걸 재미있게 쓴 그런 잡지였는데 존.나 재밌었지.
하여튼 그 잡지에 우연히 응모한 엽서 이벤트에 당첨이 되어서 게임 CD를 보내준다는거야.
아싸 죶쿠나!! 몇일뒤 도착한 초록색 CD 박스를 보니
바로 이 CD였어.
그당시 나로서는 듣보잡의 생소한 게임으로밖에 안보여서
존나재미없겟닼ㅋㅋ 하고 친구들이랑 바람이나 계속하던 나는
문득 피시방 갈돈이 떨어져서(그때 바람 정액값 존나게 비싸서 피시방에서만 조금씩 했음)
집에서 빈둥대다가 '그거나 해볼까?' 하고 에버퀘스트를 설치하게 된 것이 운명의 시작.
기나긴 설치와 로딩이 끝나자마자 나타나는 화면은 온통 씨.발 영어천지.
아이디를 만드는 방법도 모르겠어서 에이 지워야지 하다가 문득 게임잡지에서 이 게임을 가입하는 방법을 본듯하여서
게임잡지를 뒤져보니 가입하는 방법과 신용카드 적는 방법이 나와있네?
돈주고 파는 CD인데 왜 신용카드 번호를 적어야되지? 했는데 첫달은 무료고 다음달부터 카드값나간다는 사실을 알았지.
오오미 첫달무료면 한달만하고 지워야짘ㅋ 하면서 망설임 없이 어머니 몰래 지갑에서 BC카드를 꺼낸 불효를 저지름.
게다가 내 기억으론 한달요금도 1만5천이 안되었던지라 바람 정액에 비하면 존나 싸다는 생각에 크게 걱정이 되진 않았어.
암튼 게임잡지 보면서 별문제없이 무사히 가입완료를 하고 캐릭터를 만드려는데 뭔놈의 종족이랑 직업이 글케 많던지.
또 하나같이 캐릭들이 매미없게 못생겻는지.
그나마 좀 화려하게 생긴 하이엘프를 선택 후, 나에게 익숙한 팔라딘이란 영단어가 보여서(디아2를 했엇기에)
결국 하이엘프 팔라딘으로 결정하고 캐릭이름은 영어밖에 안되기에 딱히 생각나는게 없어서 SuperZZang 으로 생성을 하게됐어.
지구촌 세계인들 속에서 이 SuperZZang 이라는 한국냄새 킁킁나는 이름이
훗날, 여리디여린 이 죶중딩의 마음 속에 비수를 꽂는 비운의 이름으로 되돌아올 줄 그때는 상상조차 못했지.
처음 캐릭을 만들고 나타난 세계는 와우.... 흡사 현실을 보는듯한 장소였어. 배경도 너무나 아름답고 말이지.
하이엘프들이 처음 시작하는 조그마한 수도원 같은 곳이었는데.... 그 경이로움도 잠시뿐... 씨.발 어디로가서 뭘해야될지 모르겠는거야
지도도 없고 씨.발 1인칭이다보니까 길찾기가 여간 빡세더라구.
게다가 이 게임은 밤낮에 따라 배경이 확 틀려지는데 처음 접할때는 밤이 되면 어두컴컴해서 진짜 마을밖으로 나가면 무서워서 지릴 정도야.
이건 뭐 비영사천문이나 노란비서나 텔레포트 같은 개념의 이동수단이 없어서
오로지 걷거다 배타고 조뺑이쳐서 다른 마을이나 사냥터로 이동해야 됨.
맵이 워낙 넓어야지 씨발 단체로 한지역 이동하는데 30분은 우습게 걸리니 씨발. 물론 고레벨 위자드가 돈 받고 그룹 텔레포트 같은 주문을 써주기도 하지만
이건 저렙때 꿈도 못꿀얘기고 나중에 레벨좀 높아지면 선공몹이 있는 위험지역을 어쩔 수 없이 지나칠때가 있는데
밤중에 길걷다가 뒤에 몬스터 갑자기 나타나서 뒤통수 치면 레알 빠따 든 호성성님보다 더 무섭다 진심... 심장이 벌렁거리고 동맥이 파열되는 느낌이랄까.
게다가 기본적인 이동속도도 몬스터보다 느려서 결국 나보다 센 몬스터가 먼져치면 대부분 몇걸음 도망치다가 비참하게 그냥 뒤져야 됨.
그래서 쎈몬스터가 멀리서 보이면 사주경계하면서 한발한발 무슨 지뢰밭 걷듯이 존나 조심하게 걸어야되고....
현실적이어도 적당이 현실적이어야지 암만 생각해도 모든 온라인게임 중에 가장 극상의 난이도는 단연코 에버퀘스트가 갑이다.
그야말로 초보자가 하기엔 킹오브 헬게이트 게임!
암튼 난 어떤 무언가를 접하더라도 인내심이 있는편이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고심하고 연구해보고 터득해보려고 하고 그 게임에 적응을 하려 애썼지.
문제는 씨.발 물어볼 사람이 없어 ㅜㅜ 다 외국인들만 있고 말수들은 또 더럽게 적어요....
중딩영어가 씨발 회화를 하면 얼마나했겠니. 가뜩이나 영어도 안되는데 게임 내 약어들은 또 얼마나 많던지....
첫날 접하고 난 소감은 매우매우 조작법이 어렵지만 그 오묘하고도 매력있는 분위기에 푹빠지고 말았어.
바람의나라 따윈 머릿속에서 지워졌고 에버퀘스트라는 게임에 한큐에 중독이 됐지.
하지만...
그때당시 나의 게임매너는 그야말로 뻑킹김치맨, 어글리코리안 그 자체였어.
예의가 없다기 보단 게임 내 매너나 룰에 대해서 아예 백지 상태였지. 게다가 죶중딩 버프까지 있었고.
가령 바람의나라를 할땐 다람쥐를 잡든 자호를 잡든 해골을 잡든 내가 몬스터를 칠때 누가 옆에 다가와서 같이 치면
서로 말없이 누가 먼저 잡나보자 하고 열심히 치던게 당연하고도 일반적인 행위였어. 그때 당시엔 전부 그랬어.
지금의 와우나 아이온이나 블소처럼 몹스틸에 관한 개념이 없었지.
또 가령 전갈굴에서 전갈을 잡으면 호박이 나오는데 어떤놈이 내가 전갈 잡는거 구경하고 있다가 전갈이 죽으면 쓱 무빙해서 호박주워먹어도
"씨발새꺄 왜먹어!' 하면 '내맘임 즐' 하면 땡인 무법천지 세계였지. 물론 아이템 뺏기면 포기하는 걸 당연시했고 죽자사자 그걸 돌려달라고 하는 놈이
ㅉㅉ 하며 바보취급을 당했고. 지금 생각하면 참 죳같은 짱깨스러운 매너는 맞아.
문제는 내가 그따위 매너를 에버퀘스트상에서 그대로 적용시켰다는거지.
왜냐면 몰랐거든? 진짜로 몰라서.
음주운전은 했는데 술은 마시지 않았다 이런 모순적인 말이 아니라.
정말 순수하게 게임 내 유저들간에 존재하는 규칙 자체를 아예 몰랐고 남이 치면 나도 같이 옆에서 치고 그랬던거야.
원래 그 몹을 잡고있던 외국인이 영어로 화내면서 씨부리면 나는 상대방이 화난건지도 내가 잘못된건지도 모르고 옆에서 같이 쳐줘서 고마워하는줄로만 알고
hehehe welcome. welcome. 이러면서 같이 치는 병신력을 보여줬지.
내가 보여준 또다른 병신력은 하나 또 있었어.
바로 죶쵸딩죶중딩들의 종특이자 트레이드마크인 구걸.
흔히 바람의나라에서 지존급 유저나 갑부가 삐까번쩍한 옷 혹은 예쁜 망토나 웨딩드레스를 입고 북문이나 동문을 왓다리갓다리하면
항상 그 주변에는 내복을 입고 시프트 + ; + m 하고 굽신거리며 따라다니는 거지들이 우글우글했지.
나도 그중에 하나였고 그렇게 '님아 돈좀...' '와 멋있으시다... 저 100전만 주시면 안돼요?' 하고 따라다니면 귀찮은듯 어쩔수없다는듯 100전을 떨어뜨리고
휑하니 가버리고 운좋은 거지가 그 칸에 잽싸게 먼저 도달해서 줍고는 춤을 추곤했지.
그 병신력을 내가 에버퀘스트에서 그대로 보여준거야.
어쩌다 그 조그마한 수도원에 퀘스트 땜에 들린 고레벨 외국인이 왓다하면 부리나케 쫒아가서
'hi xxxx(그 캐릭터의 이름)' 을 외치고 'sorry excuseme. can you give me 10pp please T-T' 이질알을 떨었지.
그러면 외국인들은 두가지 패턴을 보이는데
첫번째는 흔쾌히 오케이를 외치면서 교환창을 열고 돈을 건내줬고
두번째는 이유를 묻고 내가 스펠을 배워야되는데 돈이 모자라다 이런식으로 사전찾아가면서 영어로 답하면 알겠다면서 줬지.
이런 저질행각들을 10렙까지 벌이다가.
어떤 50렙 만렙짜리 외국인 유저와 친해지게 되었어.
내가 기억하기론 그때당시 그 유저는 러시아 사람이었고 나이는 30쯤 된걸로 기억하는데 너무나 친절했고.
내가 했던 저질행각들을 짚어주면서 이런 행동들은 여기선 하면안된다 하나부터 열까지 상세하게 알려주기까지 했지.
그때부터 깨달았어. 아 이 게임은 꼭 지켜야할 기본적인 룰이 있다는걸. 또 그 룰을 어기면 게임을 진행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나는 그 매너를 하나하나 차근차근 배워나가면서 체득을 했지.
10렙이후로는 완전히 저질행각들을 버리고 외국식 게임매너에 금방 적응을 하고 동화가 됐어.
그러면서 늘 드는 생각이 도대체 한국인은 어디에 있는걸까? 였던거야.
게임잡지에서 보았는데 그때 '모렐툴'이라는 서버에 한국인이 많다고 나오길래 그 서버를 택했거든.
그런데 어딜 돌아다녀도 한국인은 쥐뿔도 안보이더라구.
왜일까 궁금해하면서 어쩔 수 없이 쓸쓸하게 말도 안통하는 외국인들과 근근히 몇마디 영어로 파티사냥을 하며 렙을 키웠지.
그러던 어느날 15렙쯤 되었을 때인가?
몇번 마주쳤던 외국인들이랑 사냥을 하고 있는데 파티원중 한명이 알파벳으로 한국어 같은 말을 쓰는거야.
그래서 어? 하고 내가 are you korean? 하니까 ne :) 이렇더라구.
나는 그때 너무 반가워서 'jeo do hanguk in i e yo ban ga wa yo T-T' 이랬지.
죳중딩이지만 알파벳으로 한글자음모음 맞출줄은 알았거든.
그사람이 무슨 판타지소설에나 나올법한 근사한 영문이름이길래 여태까지 외국인인줄로만 알았는데
알고보니 한국인이었고 또 사흘간을 같이 사냥하면서 여태 몰랐던지라 깜짝놀랐지.
그 한국인도 나처럼 놀랐을거라고 예상했지만 대답은 의외로 시큰둥했어.
'네 알고 있었어요 :)' (지금부터 알파벳으로 쓴거지만 한글로 직역해서 쓸게)
이러더라구. 그래서 나는
'아 정말요? 저는 한국인이신줄 몰랐어요. 한국인 처음 만나서 신기하네요 ㅜㅜ 그런데 어떻게 한국인인거 아셨어요?'
'닉네임 보고 알았어요. 짱이 한국에서만 쓰는 단어니깐요.'
'아~ 그러셨구나. 잘부탁드립니다. 친하게 지내요.' 했더니
'네 :)' 이러구 말더라구.
그런데 말끝마다 :) 를 자주붙이길래 그게 무슨뜻이냐고 물어서 그때부터 그게 스마일을 눕힌 이모티콘이라는 걸 첨알게 됐어.
영어가 딸려서 외국인들한테 물어볼 엄두가 안났었는데 마침 한국인 만나서 물어보게 된거지.
알고보니 그 사람 뿐만이 아니라 다른 파티원 한명도 한국사람이었던거야.
둘다 영어를 존나게 잘하더라고;;; 내가 둘다 외국인인줄 알았을 정도니....
희한한점은 이상하게 한국말을 쓰는걸 굉장히 꺼려하는듯했어.
내가 한국말로 말을 걸면 '네 네 :)' 이러고 말고 웬만해선 더는 얘기를 안하더라고?....
그러면서 영어로는 다른 외국인 파티원들이랑 웃고 떠들고 말존나게 많더라구....
그래서 나는 이 사람들은 나를 약간 무시하는건가? 아니면 영어에 익숙한 해외교포분들인가? 이런 생각이 들었지....
나중에 알고보니 그것도 아니었어... 둘다 지방에 사는 토종 한국인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