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 따윈 필요없어 3부

진짜킹카 작성일 12.10.29 18:2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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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부 -

 

 

 

집에 도착해서 샤워를 하면서 거울을 보았다.

 

현정이와 뽀뽀한 간만에 호강한 입술을 손가락으로 어루만지면서

 

조금 전의 상황을 생각해보니 괜히 웃음만 나왔다.

 

 

생각해 보니 뽀뽀한 이 후부터 나도 몰래 미소를 지은 것 같았다.

 

그리고 이상하게 그녀가 내 마음에 들어왔는지 취한 그녀가 걱정되기도 했다.

 

 

- 집에는 잘 들어갔으려나? -

 

 

괜히 뽀뽀 한 번에 그녀와의 연인이 되었다는

 

소속감에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

 

 

『집에 잘 들어갔어?』

 

 

그리고 그녀에게서 답장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휴대폰에 온갖 촉각과 신경을 쓰고 있었다.

 

한 동안 답장이 없기에 침대에 누워서 베게 옆에 핸드폰을 놓고 가만히 누워

 

어떻게 나이를 밝히나 고민하던 중 문자음이 귓가에서 크게 들렸다.

 

 

타이슨의 전성기에 휘두르는 주먹처럼 정말 번개 같이 휴대폰을 낚아채서

 

긴장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문자를 확인했다.

 

 

『앞뒤가 전혀 다른 번호 대리운전♬무료080500255 』

 

 

대리운전 스팸문자 이었다.

 

 

 

기다리던 문자가 아니라서 약간 짜증이 났다.

 

홧김에 대리운전에 장난 전화해서

 

 

"평양으로 고고!!"

 

 

외치려다가 참았다.

 

 

 

그리고 다시 누웠을 때 문자가 아닌 전화가 왔다.

 

 

휴대폰 화면을 보니 그렇게 기다리던 현정이의 번호였다..

 

 

목소리를 가다듬고 정말 태어나서 한 번도 내어 본적이 없는 달콤한 목소리를 내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웃음 섞인 목소리로 현정이가 말했다.

 

 

"뭐야~ 이 느끼한 목소리는~"

 

"목소리가 달콤하지 않어? ㅋ"

 

"웃기시네!"

 

"뭐야 기껏 일부로 목소리를 이쁘게 냈더니만~!"

 

"정말?? 나에게 잘 보이려고 목소리를 이쁘게 낸 거였어?"

 

 

 

- 아...왠지 낚인 기분인데... -

 

 

 

낚인 듯해도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은 정말 좋았지만

 

일부로 당황을 한 척하며 말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평소에 전화목소리 좋다는 말 많이 들었어~"

 

"치~ 아닌 것 같은데~ 그리고 내가 집에 잘 들어갔는지 걱정이 되면 전화를 해야지 문자가 뭐야~"

 

 

 

- 음 이젠 내가 낚을 차례군..흐흐-

 

 

 

일부로 느끼하게 말했다

 

 

 

"그럼 여태 내 전화 기다린 거였어~~~?"

 

 

-이 정도면 당황하겠지?? 나이도 어린 것이 감히 오빠에게 덤비다니~-

 

 

당황하는 그녀의 반응을 기대하고 놀려주려 했는데 현정이는 콧소리와 애교를 섞어서 말했다.

 

 

 

"당연하지~!! 이제 나랑 만날 사람인데~~"

 

 

현정이의 이 말에 내가 더 당황했고,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일단 전화를 끊고 다시 생각을 해야 했기에 말했다.

 

 

"현정씨...그..럼 피곤 할 텐데..어서 자~"

 

 

현정이의 장난치려는 귀여운 투정을 나에게 부렸다.

 

 

"뭐?? 현정씨??? 주글라꼬!! 누나라 불러야지~~!!"

 

 

 

하지만 또 이 말에 감성적으로 변해가던 마음에 이성적으로 불을 댕겼다.

 

 

 

-아~!! 진짜 전화 끊고 화상 통화로 민증을 까버려줘~?!-

 

 

 

그러나 불타는 마음을 진정하고 또 진정하면서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말했다.

 

 

"진짜 나 네게 할 말이 있으니 조만간에 보자~"

 

 

현정이의 귀엽다는 투로 말했다.

 

 

"보고 싶다는 말을 그렇게 돌려하다니~ 귀여운데?"

 

 

어느새 그녀의 놀리는 듯 한 말투에 적응이 되어있는지

 

이제는 덤덤하게 받아지고 적응이 되었다.

 

 

-벌써 내가 세뇌를 당했는 건가?? 위험한데..진짜 민증을 까야겠어..만나면..-

 

 

 

"그래 일단 언제 볼래?"

 

"그럼..음...내일은 내가 바쁘고..이번 주 금요일 저녁에 어때?"

 

 

일단 만나서 민증부터 까고 싶었으니 시간을 까다롭게 정하고 자시고 할 것이 없었다.

 

 

"그래 금요일 저녁에 보자...그 때 전화할께.."

 

"그래...잘자~ 영계~ 푸힛"

 

 

영계라는 말이 썩 듣기 좋지는 않았지만 전화를 끊자 오늘 할일이 다 했는 것 같은

 

느긋함 때문일까 잠이 쏟아졌다.

 

 

다음날부터 괜히 콧노래도 나오고 괜히 기분도 상쾌하고 그랬다.

 

 

그런데 현정이에게서 연락이 없었다.

 

일하던 중 짬내서 전화해도 현정이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혹시 어제 술 먹고 나랑 사귀자고 한 거 전혀 또 기억을 못하는 건가??-

 

 

이런 생각을 하며 점심시간까지 기다렸다가 문자를 보냈다.

 

 

여러 번 문자 문구를 썼다가 지웠다가 하다가

 

전화해서 안 받아서 걱정이 됐다는 둥의 글귀를 보내면

 

괜히 내가 매달리는 거 같아 자존심이 상할 것 같고

 

일단 간단하고 무난하게 문자를 보냈다.

 

 

『밥 먹었나?』

 

 

잠시 후 답장이 왔다.

 

 

『ㅇㅇ』

 

 

동그라미 두개로 답장이 왔는데 이게 눈 동그란 그림인지

 

아님 "응" 이라는 단어에 실수로 모음 ㅡ 빠져서 왔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컴퓨터 하다가 한 번쯤 본 듯하기도 했다.

 

 

아무리 그래도 ㅇㅇ 이라고 짧게 답장이 온 것을 보면 지금 무척 귀찮거나

 

아님 어제 실수를 했다고 느껴서 당황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혼자만의 여러 생각을 하고 나니 왠지 자존심이 상해 짧은 결심을 했다

 

 

 

-네가 연락올 때까지 절대 연락하지 않으리!!-

 

 

그 때부터 연락을 2일 동안 하지 않았다.

 

 

간간히 현정이가 생각나고 휴대폰을 수시로 확인했지만,

 

휴대폰 화면에는 시계만 보일 뿐이었다.

 

 

그렇게 현정이를 늘 떠올리며 시간을 보내니 어느덧 목요일 저녁이 되었다.

 

 

-내일이 금요일인데...내일 만나는 건가..전화할까 말까..-

 

 

자존심이 센 편은 아니지만 나이를 잘못알고 있는 상황에서 나보다 어린여자에게

 

또 숙이면서 연락을 취하기가 좀 껄끄러웠다.

 

 

얼마 전 나이 속이고 여자랑 만난 친구가 우리 집 부근에 살기에

 

경험자로써 면담이나 할 겸해서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친구가 귀찮다는 듯이 전화를 받았다.

 

 

"왜?!!?"

 

"이 새끼 다짜고짜 왜는 무슨.."

 

"요즘 연애 한다며~"

 

 

한숨을 쉬며 푸념하듯 말했다.

 

 

"응 나보다 나이가 어린데 누나라 부르며 만나고 있어~"

 

"뭐~?? 히히히히히히하하 나보다 더 심한 넘이네~키키키 동생에게 연하로 속여??내가 한 수 배워야겠다."

 

"다 너 때문이야~!!"

 

 

여전히 친구는 숨 넘어 갈 듯 웃고 있었다.

 

 

"나이 속이는 건 니가 전문가니깐 내가 상담 받을 겸해서 너거 집에 갈께"

 

"그래~ 와라 ~ 술이나 한잔 하자~ 키키키키"

 

 

전화를 끊고 친구 집으로 갔다.

 

 

평소에는 내가 친구 집에 먼저 가는 일은 거의 없었다.

 

고등학교 이후 처음인 것 같았다.

 

상담을 해준다니 큰맘 먹고 친구 집에 갔다.

 

 

- 뭐 이 정도 접대쯤이야... 깜짝 놀라게 해서 놀려야지~?-

 

 

친구 집에 도착해서 벨을 눌렀고, 안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릴 때 큰소리로 양손을 뺨에 대고 아주 큰소리로 외쳤다.

 

 

"까꿍!!!!"

 

 

그러나 이렇게 놀래키고 앞에 서 있는 사람의 얼굴을 보니 내가 더 깜짝 놀랐다.

 

 

친구가 오래전에 이사를 했던 것이었다.

 

첨보는 아저씨가 팬티만 입은 체 어딘가를 북북 긁으면서 퉁명스럽게 말했다.

 

 

"뭐요??"

 

"아...여기 맞는데..."

 

"뭐냐고~!!"

 

"아 죄송합니다.."

 

 

 

밖으로 도망치 듯 나와서 친구에게 전화를 하니 막 웃으면서

 

이사를 한지가 3년이 넘었다고 한다.

 

 

그리고 친구가 바로 나온다며 예전에 같이 가던 술집에서 기다리라고 말했다.

 

먼저 그 술집으로 가서 친구를 기다렸다.

 

 

잠시 후 친구가 왔고, 간단하게 소주랑 안주를 시켰다.

 

소주 한두 잔 마시고 나서 친구가 말했다.

 

 

"그래~ 고민이 뭔데~?"

 

"나이를 어떻게 밝혀야 하나 그 거 때문에.."

 

 

나의 고민을 심각하게 듣던 친구가 장난이 치고 싶은지 웃으면서 말했다.

 

 

"그냥 만나서 뺨따귀 한 대 찰싹 때리고 민증을 그 애 이마에 딱 붙여~ 큭큭"

 

"죽을래! 장난치지 말고~!!"

 

"아~~ 승훈이 놀리는 거 겁나 재미있네~"

 

"나이 밝히지 말까??"

 

"나는 어차피 오빠라 불리면서 나이차만 줄였던 거지만 너는 니가 오빠인데 누나라 불려야 하니.."

 

"그러니깐...어떻게 해야 해??"

 

"그냥 누나라 부르고 얻어먹어~"

 

"내가 너한테 이렇게 조언 얻으려고 했던 내가 한심하다...으이그"

 

 

그렇게 영양가 없이 친구랑 술만 마시고 헤어졌다.

 

 

집에 들어가니 12시가 다 되어갔다.

 

 

-에이 모르겠다! 잠이나 자자 -

 

 

 

침대에 누워서 잘을 청할 때 전화 벨소리가 울렸다.

 

상당히 취했지만 나도 모르게 스스로가 기다렸다는 듯이

 

전화기를 낚아채서 전화기 화면을 보았다.

 

 

태어나서 가장 빠른 반사 신경이였을 것 같았다.

 

 

잠재적으로 기다렸던 현정이 번호였다.

 

 

또 다시 목소리를 가다듬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주글래!"

 

 

-오늘 따라 주글래라는 말을 하기도 듣기도 많이 하는구나..-

 

 

다짜고짜 날 죽이겠다고 그녀가 말했다.

 

 

술을 마셔서 그런지 혀가 꼬였다.

 

 

"왜?? 내가 현저엉띠에게 왜 죽어??"

 

"머야?? 쪼그마한 게 술 마셨나보네?? "

 

 

술이 취하니 나도 몰래 애교가 나왔다.

 

 

"앙~! 우리 쩡이 생각 하면서 한 잔 했지롱~"

 

 

현정이도 나의 애교가 싫지는 않은지 약간 피씩 거리며 말했다.

 

 

"머야~ 왜 이렇게 징그럽게 말해~ 그리고 그 동안 연락 안했어~!!"

 

"엥...문자 보내니깐..답이 없길레.."

 

"답이 없어?!! ㅇㅇ보냈잖아~!"

 

"아...그렇구나..."

 

 

 

내 말을 따라하며 장난치듯 화내면서 그녀가 말했다.

 

 

 

"아? 그렇구나?? 이게 죽을라꼬~!"

 

"그럼 현정씨가 연락을 하지 그랬어.."

 

"남자가 먼저 전화해야지 여자가 먼저 전화하는 거는 좀 그렇잖아~!"

 

"아 그런가...미안..그런데 전화를 할 때는 안 받던데..."

 

"하여튼 됐고...현정씨 현정씨 그러는 거 되게 귀에 거슬리네.."

 

"그럼 뭐라고 불러야 돼?"

 

"누나라 불러야지~!!"

 

 

 

취중에 일어나서 서랍 속에 넣어둔 민증을 만지작거리고 싶어

 

일어서다가 어지러워 침대에 다시 주저앉고서는 생각했다.

 

 

 

-그래 내일 볼 것 같은데 만나면 진짜로 내 민증을 니 이마에 붙여주리~! 뺨은 안 때릴게..-

 

 

 

"일단..누나~!"

 

 

현정이는 황당한 웃음을 지으며 대꾸했다.

 

 

"일단 누나?? 쪼그만한게 죽을려고~! 왜?"

 

 

죽을려고 라는 말에 욱하는 마음이 또 올라왔다.

 

 

-아!!내일 만나서 뺨 때릴까....-

 

 

이 생각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중에 현정이가 말했다.

 

 

"나 퇴근하고 헬스장 가니깐 헬스장 마치는 시간에 나 데리러 와~"

 

"헬스장 어딘데~?"

 

 

 

그녀가 전에 봤던 자기 집 부근에 헬스장 위치를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현정이와 통화도 했고 술도 한잔했고 정말 기분 좋게 잠이 들었다.

 

 

 

다음날 간만에 그녀를 본다는 생각에 아침부터 가슴이 콩닥거렸다.

 

 

저녁이 되어서 깔끔하게 씻고 주민등록증도 다시 챙기고 시간 맞추어서 나갔다.

 

현정이가 말한 헬스장 앞에 도착하니 그녀가 미리 헬스장 입구에 나와 있었다.

 

헬스장에서 씻고 나왔는지 촉촉한 머리칼이 그녀의 얼굴을 돋보이게 했다.

 

 

 

"야~! 왜 이제 왔어"

 

 

 

날 함부로 부르는 소리에 속으로 생각했다.

 

 

-감히 오빠보고..야~!?? 이따가 민증 보여준 후에도 그렇게 날 함부로 대하는지 지켜봐줄께~!!!-

 

 

일단은 얌전히 있어야 될 것 같아서 조용히 말했다.

 

 

"시간 맞춰서 왔는걸 뭐..."

 

 

현정이가 날 보며 눈웃음을 짓자 나도 절로 웃음이 나왔다.

 

 

"원래 여자 만나면 남자가 일찍 나오고 그런 거야~ㅋ"

 

"어디서 들은 건 많아서~ㅋ"

 

"안 그래도 나 감기 때문에 추워 죽겠구만~!!"

 

"정말 ~ 현정씨..감기 걸렸구나...현정씨가 아프다고 그러니 나도 좀 아픈 것 같은데.."

 

 

현정이는 자기 때문에 감기가 나한테 옮았는줄 알고 약간 걱정스레 말했다.

 

 

"정말?? 방금 만났는데 감기가 옮겨지나?? 어디 아퍼??"

 

 

난 웃으면서 얼마 전에 텔레비전에서 봤던 멘트를 느끼하게 말했다.

 

 

"너 때문에 심장이 고장났나봐~ㅋ"

 

"야~!!!! 안 그래도 운동하고 나온 사람에게 힘 빠지게 그런 오글거리는 멘트나 하고~ㅋ"

 

"텔레비전 보면서 한 번쯤 하고 싶은 멘트였어~ㅋ"

 

"나 참~!! 늙은이처럼 이상한 멘트나 하고 진짜 나보다 어린 거 맞어~?ㅋ"

 

 

현정이의 농담에 얼굴이 경직되었다.

 

 

내 얼굴이 경직 되었는지 파악이 안됐는 것 같은 현정이는

 

나에게 다가와서 자연스럽게 팔짱을 꼈다.

 

 

그리고 자기 동네라서 잘 아는지 팔짱을 낀 체 나를 끌고서는 칼치 요리 전문집에 들어갔다.

 

 

갈치조림 정식을 두 개 시키고 나에게 말했다.

 

 

"저녁 안 먹었지?"

 

"응..그런데 전에는 밥을 안 먹었다니깐 바로 술집에 가더니..ㅋ"

 

"아~ 오늘은 내가 저녁을 안 먹었거든~ㅋ"

 

 

-진짜 무서운 여자다...자기가 배고프면 밥집..배부르면 술집인가 보네..-

 

 

칼치 집에서 민증을 보여주려고 지갑을 꺼내려고 할 때 그녀가 말했다.

 

 

"여기는 후불이야~ ㅋ"

 

 

-엥..지금 지갑 만지는 것을 계산하는 줄 알았나보네..-

 

- 그리고 지가 데리고 왔으면 지가 계산을 해야지.!.-

 

 

일단 초저녁 식당이라서 그런지 주위에 사람들이 좀 많이 있었다.

 

 

여기서 민증을 꺼내서 보여주기가 좀 어색할 것 같아서 2차에 술집으로 가면

 

분위기를 봐가며 나이를 밝힐 생각을 했다.

 

 

밥을 먹으면서 그동안 뭐하며 지냈는지 어떻게 지냈는지 그녀가 하는 말을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저녁을 먹고 나서 그녀가 말했다.

 

 

"계산해~!!"

 

 

 

-역시나 내가 하는 거였군...혹시나 했던 내가 바보 같았어..-

 

 

 

계산을 하고 같이 밖으로 나올 때 그녀가 잘 먹었다며 내게 말하면서 물었다.

 

 

"참~! 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뭐야?"

 

"술집에 가서 말해 줄께.."

 

"심각한 거야?"

 

"현정씨는 모르겠지만 난 심각한 거야.."

 

 

이 말에 어떤 상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현정이의 얼굴에 미소가 보였다.

 

그리고 전에 갔던 그 술집에 또 갔다.

 

 

종업원이 안내해주는 테이블에 서로 마주보며 앉았다.

 

 

 

정면으로 제대로 바라 본 현정이가 오늘이 처음인 것 같았다.

 

촉촉한 머리칼..속 쌍커플..얇은 입술..

 

 

아주 예쁜 얼굴은 아니지만 지적으로 생긴 얼굴이었다.

 

 

 

-정말 이 사람이 나랑 만나는 사람인가...-

 

 

 

"전에 현정씨가 했던 말인데..."

 

"응..말해봐~"

 

"정말 우리 사귀는거야?"

 

"그래~ㅋ 연락을 잘하지 않는 남자지만 내가 특별히 사귀어줄께~ㅋ"

 

"뭐야~! 현정씨가 먼저 만나자고 그랬으면서~"

 

"야~ㅋ 내가 언제..니가 먼저 내 입술에 뽀뽀 해달라고 했잖어~ㅋ"

 

 

 

그리고 서로 바라보며 그렇게 재미난 이야기도 아닌데 같이 웃었다.

 

 

 

괜히 그녀랑 같이 웃으니 가슴이 설레었다.

 

 

 

-이런 감정 정말 오래간만이네..-

 

 

 

만약에 내가 민증을 까고 내가 너 보다 오빠다! 라고 했을 경우 그녀의 반응이

 

난 오빠가 좋은데 네가 오빠라서 좋아~ 이런 반응이 나올지

 

아니면 여태껏 날 가지고 논거야? 이런 반응이 나올지 알 수가 없었다.

 

 

초반에는 그 어떤 반응도 개의치 않고 그냥 본 나이를 말하고

 

쿨하게 뒤돌아서서 집에 갈려고 했었는데

 

막상 사귄다는 생각을 하니 만약 그만 만나자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이 들 정도로 그녀가 너무 깊이 나에게 들어와 버렸다.

 

 

이런 생각을 할 때 그녀가 말했다.

 

 

"나 한테 할 말이 있다면서 할 말이 뭐야?"

 

"아....그냥 현정씨가 이쁘다고..."

 

"알어~ㅋ 내가 이쁜거~ㅋ 그건 당연한 거고..ㅋ"

 

 

-아~! 이런 빈말에도 당당히 말하는 저 공주병을 어떻게 모시고 살지..-

 

 

 

앞으로 모시고 살아야 할 걱정이 조금 들기 시작했다.

 

 

 

-그래 이왕 나랑 사귄다면 정말 나를 좋아하게 해서 그 때 빼도 박도 못하게 만들어야겠다 -

 

 

얼마 전에 친구가 썼던 그 전략을 쓰기로 결심했다.

 

 

이런 생각을 하니 예전에 내 친구가 연하랑 만날 때 나이 속이던

 

그 입장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생각을 읽었는지 그녀가 말했다.

 

 

"승훈이가 오빠가 아니라 동생이라서 마음은 정말 편하다~^^"

 

"정말??"

 

"괜히 오빠라고 이뻐 보일려고 노력 안 해도 되고~ㅋ"

 

"앞으로 머리 산발하고 나올라고?ㅋ"

 

 

 

나의 농담에 서로 크게 웃었다.

 

 

 

 

그녀와 밥도 먹고 술도 한잔했다.

 

2차 갈 생각을 하고 있는데 현정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누나랑 영화 보러 갈까?"

 

 

 

-엥? 뜬금없이 웬 영화? -

 

 

 

솔직히 여자랑 영화 보러 간 기억이 정말 까마득했다.

 

 

 

"왜 보고 싶은 거 있어?"

 

"응..예전에 남자친구랑 보러 갈려고 했던 영화인데 알다시피 헤어졌잖아.."

 

 

예전 남자친구의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질투가 생겼다.

 

 

 

"그래 가자..그런데 이 시간에 영화가 하나?"

 

"심야 보면 되지~"

 

"그래 가자~ㅋ""

 

"술값은 누나가 낼 테니 영화는 니가 쏴~ㅋ"

 

"오케이~ㅋ"

 

 

 

그리고 술집에서 기분 좋게 서로 술 마시고 나와서 택시를 타고 인근의 영화관에 갔다.

 

 

극장 표 끊는 곳이 3층이었는데

 

현정이가 말한 영화의 상영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현정이는 정말 연인처럼 내 팔짱을 끼고 옆에 서 있었고..

 

 

난 영화표를 끊으면서 생각했다.

 

 

 

-심야라서 사람이 별로 없겠네~ㅋ 그럼 뽀뽀라도~해야지ㅋ-

 

 

 

이런 엉큼한 생각에 매표원에게 현정이가 말한 영화를 말했다.

 

 

 

"표 2장요~"

 

"네 표 두 장해서 18,000원입니다."

 

"네.."

 

"혹시 롯데카드나 TTL카드 있으세요?"

 

 

 

-아~! 그 카드가 있으면 D/C가 되는구나...참 TTL카드가 있지~..-

 

 

 

그리고 지갑에 있던 TTL카드를 무의식적으로 꺼냈다.

 

 

매표원이 다시 말했다.

 

 

"신분증 좀 보여 주세요.."

 

 

오늘 웬일로 챙겨온 민증이 쓸 곳이 생겼다.

 

 

민증을 꺼내서 매표원에게 제시하려고 할 때 갑자기 실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정이가 내가 꺼낸 신분증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웃으면서 말했다.

 

 

 

"승훈이 사진좀 볼까~ㅋ"

 

 

갑자기 심장이 두근두근 거렸다.

 

 

일단 신분증을 매표원에게 받아서는 신분증에 주민등록번호 부분을

 

손가락으로 쥐면서 안 보이게 사진을 보여줬다.

 

 

 

"사진 빨 장난 아니네~ㅋㅋㅋ"

 

 

 

사진만 보고서는 이렇게 농담하면서 미소를 짓다가.

 

 

"영화시작 하겠다! 빨리 들어가자~"

 

"어?? 응~~ "

 

 

진짜 사진만 보고 아직까지 눈치를 못챘는 듯 했다.

 

 

- 3부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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