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배하기 싫어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게요..
4부
신분증 때문에 나이가 들켜버릴 것 같았지만, 현정이는 눈치를 못 챈 듯 했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상영관에 들어갔다.
늦은시간이라서 손님은 얼마 없었다.
영화를 보면서 영화가 재미가 있는건지 없는건지 조금전 신분증 보여줬을 때,
혹시나 눈치를 챘을까 싶어 신경이 쓰여 영화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영화를 보면서 한번씩 고개를 돌려 현정이의 옆 모습을 보면서
눈치를 틈틈히 살피는데 또 살며시 눈치를 살피려고 현정이가 앉아있는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릴 때 현정이가 갑자기 왼쪽으로 고개를 휙 돌리며 말했다.
"왜?? 자꾸 영화 안보고 날 봐~?"
"아니..그냥..이뻐서..."
현정이는 뭔가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살짝 웃으면서 말했다.
"뭐~~~ 나에게 찔리는 것 있어?"
갑자기 이렇게 물으니 당황을 하게 되었고, 말이 나도 몰래 더듬어졌다.
"아...니...그런거..없어.."
"에이그~ 다 알어~ "
-헉~! 내가 나이가 많다는걸 다 알고 있었던건가...??-
심장 박동이 빨라지면서 찰라의 시간에 온갖 생각이 떠올랐다.
-알면서도 모른척 태연했단 말인가..아님 나이가 많아도 상관없단 말인가..??-
이런 생각중에 현정이가 내 손을 잡으면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냥 손 잡고 싶으면 손 잡으면 되지~ 무슨 남자가 그리 눈치를 봐~ㅋ"
-엥~?? 지금 무슨말을 하는거지??-
현정이는 내가 손을 잡고 싶은데 눈치를 보면서 호시탐탐 손 잡을 기회만
보고 있는 줄 아는 것이였다.
내 손을 잡은 현정이가 나에게 귓속말로 말했다.
"내가 손잡아주니 좋아~??ㅋ"
"응???~~어..좋아"
-이 아이는 틈날때마다 공주병 행세네...휴~ 앞으로 어떻게 다 맞춰준담..-
그리고 그녀는 날 보며 방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이제 영화보자~"
현정이가 모르는듯한 행동에 마음이 놓였다.
손까지 잡아주자 왠지 진짜 연인이 된듯한 기분까지 들었다.
영화가 끝날때까지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영화가 끝나서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손을 놓자 손에 땀이 흥건했다.
땀을 닦으려는데 손에서 기분 좋은 향수냄새가 났다.
-향수는 좋은 거 쓰네..나중에 향수하나 선물 해줘야겠네..-
극장 출구로 걸어나가면서 현정이에게 말했다
"지금은 늦어서 집에 들어가야겠네~?"
"그럼 이 시간에 또 다른데 가자고?"
"아니 그냥 보내기가 아쉬워서~ㅋ"
현정이가 귀엽다는듯이 말했다.
"왜 뽀뽀라도 해줄까~ㅋ"
태어나서 한번도 내 본적이 없는 귀엽게 목소리를 냈다.
"앙~! 해줘~ㅋ"
-친구들이 이런 말투의 나를 본다면 친구들에게 매장당하지 싶은데...-
이런 생각에 혼자 웃겨서 미소를 짓는데 현정이가 말했다.
"쪼그마한게 밝히기는~ㅋ"
이제는 쪼그마한게 라던지 어린게 라던지 이런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진짜 그녀가 누나로 보이게 세뇌를 당했듯해서 무덤덤했다.
영화관을 나와서 현정이 집까지 데려주기로 하고 같이 현정이 집으로 가는 길에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말수가 많이 없었다.
그녀 집에 거의 다 왔을 쯤 진짜 이렇게 보내면 아쉬울것 같아서 장난스럽게 말했다.
"아까 뽀뽀 해준다며~~~~~"
그러자 그녀가 말했다.
"갑자기 네가 이렇게 다가오니깐 솔직히 무섭고 그러네.."
"무서울건 뭐 있어~ 내가 막 잡아먹냐~?"
"치~ 그게 아니라...만난지 얼마 안됐는데 확 다가왔다가 그냥 확 멀어질까봐.."
-아~ 진짜 생각깊게 누나인 척 말하네..-
조금 가라 앉은 분위기를 전환하고자 오른쪽에서 걷고 있던
그녀의 왼손을 확 잡아 당기자 그녀가 내 정면 앞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섰다.
-아~! 일단 앞에 세우긴 했는데 무슨말하지...-
잠시 고민후에 농담한다는 표정으로 현정이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왜~?ㅋ 내가 확 달아날까봐 무서...(워~?) "
말도 끝나기 전에 앞에선 그녀가 양손으로 내 양뺨을 잡으며
고개를 약간 옆으로 돌려 내 입술을 자기 입가에 가져다 되었다.
나는 너무 놀래서 크게 뜬눈을 조금씩 감았다.
정말 달콤했다.
그리고 잠시후 내 입술에서 얼굴을 뗀 그녀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이제 됐어~?"
나는 얼떨떨해 입을 약간 벌리고 고개를 그냥 끄덕였다.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가 나를 보며 뭔가를 알고 있다라는 눈빛으로 말했다.
"정말 승훈씨 내가 믿어도 되는 맞는거지?"
키스해서 안그래도 심장이 콩닥거리는데 거짓말을 해야하는 상황까지 오니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어??...다..당연..하..지"
"뭐야~? 왜그렇게 말을 더듬어~ㅋ"
"방금 뽀뽀를 했더니 당황해서 그런가봐.."
"짜식 되게 순진 한척 하기는~ㅋ"
"순진한척이 아니라..."
"말 더듬는거 보니 집에 마누라랑 애 딸린거 아냐~ㅋ??"
"그런거 없거든~!!!!"
"치~ 진짜 없는 모양이네~그럼 나 간다~ 조심해서 들어가~"
"어???...응...현정이도 잘들어가~!"
이 말을 듣더니 현정이가 내 어깨를 톡 건들면서 재미있다는듯이 말했다.
"뭐?? 현정이?? 죽을라꼬~! 이래서 남자는 풀어주면 안돼~ㅋ "
"헤~^^"
이렇게 현정이를 보내고 현정이 가는 모습을 보며 손을 흔들다가 뒷모습을 보이는
현정이를 보며 갑자기 생각난 말이 있어서 현정이 쪽으로 달려갔다.
"현정씨~!! 잠깐만~!!"
뭔일있어 라는 표정으로 현정이가 뒤돌아섰다
"왜~?"
"다음주에 야외에 나랑 놀러갈래?
현정이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놀러가는거야? 아님 여행 가는거야?"
-이게 무슨 말이지 ..똑같은 말같은데..-
"차이가 먼데?"
"놀러가는 거는 당일치기고 여행가는 거는 1박하고 오는거잖어~ㅋ"
괜히 야릇한 생각이 들어 살며시 말했다.
"그....럼..여행 갈..까?"
"뭐야~ㅋ 아~ 변태 같애~ 만난지 얼만큼 됐다고 여행을 가냐~!!"
약간 뜨끔해서 개콘의 개그맨 흉내를 냈다.
"그렇지? ? 나도 말하고도 좀 이상했어...사람 불러야 돼 사람을.."
나의 이런 농담에 진짜 쓰러질 듯 크게 웃었다.
-음..현정이가 생각보다 개그 지수가 좀 떨어지네...-
실컷 웃은 현정이가 말했다.
"그래 가자~가~ 여행가자~ㅋ 너무 간절한 거 같애~ㅋㅋ"
"정말??"
"가더라도 이상한짓 할려는 낌새만 보여도 바로 집에 온다~!"
"알았어~! 나 순진한 거 알면서~ㅋ"
"순진?? 웃기시네~!! 아까 뽀뽀할 때 보니깐 여자 여럿 울렸겠던데~ㅋ"
"됐고~ 이제 진짜 잘 들어가~"
"그래 들어가면 문자하고~"
-아...들어가면 문자하고....얼마나 듣고 싶었던가..연인끼리하는 이 말을.. -
괜히 가슴이 벅차 올랐다.
"응 집에 가서 문자 할께~"
그리고 집에 가자마자 바로 문자를 보냈다.
『나 집에 들어왔어~ㅋ』
답장이 뭐라고 올까 기대하며 씻는것도 미루고 문자를 기다리는데
30분이 넘도록 답장이 없었다.
-벌써 자는 건 아닐꺼구... 전에 처럼 전화 안 했다고 그러는건가?? -
이생각에 바로 전화를 했다.
그런데 통화 중이였다.
-어 통화 중?? 통화 대기가 안 되는구나...-
이 생각에 5분마다 계속 전화를 했는데도 전화가 계속 통화 중이였다.
그래서 다시 문자를 보냈다.
『누구랑 통화해??』
문자 보낸지 20분이 훨씬 지나서 문자가 왔다.
여전히 짧은 문자..
『자?』
문자를 받자 말자 바로 전화했다.
현정이의 아까보다 힘이 많이 빠진 목소리였다.
나는 너무 반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누구랑 이렇게 오래 통화를 해~ㅋ"
"아..그냥.."
"그냥이 누군데~"
"너에게 말해주기 싫은 사람 있어..."
왠지 느낌상 남자와 전화 했던 거 같았다.
"남자야?"
"승훈씨~ 오늘 그냥 자고 나중에 다시 통화하자.."
-엥 갑자기 힘 빠진 목소리로 왠 승훈씨???-
"뭔일 있어???"
"그냥~!! 나중에 통화하자고!!"
그녀가 짜증내는 듯 큰소리로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오늘 집에 올 때까지 기분 좋았는데 갑자기 기분이 급 우울해졌다.
다음날 토요일이라서 실컷 자고 눈을 뜨니 12시였다.
혹시나 문자나 부재중 전화가 왔을까 싶어 일어나자 마자 본능적으로 핸드폰을 봤다.
역시나 시간만 보였다.
현정이가 어제 왜 그리 급우울 해졌는지 너무 궁금했다.
-또 지금 전화 하면 짜증 내려나...-
그래서 고심 끝에 문자를 보냈다.
『일어났어?』
1분 정도 지나서 답장이 왔다.
조마조마하게 문자를 확인했더니
『아니..』
-뭐야.. 자는 중이라면서 답장을 내가 귀찮은가..-
약간 상한 자존심을 뒤로 하고 다시 문자를 보냈다.
『전화해도 될까?』
또 1분뒤에 전화가 왔다.
『응..』
그리고 기다렸다 는듯이 바로 전화를 했다.
현정이는 방금 일어났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세요.."
"어제~ 뭔 일 있었나?"
"아니 왜??"
"아직 침대 위에서 누워 있는것 같아서.."
"아..어제 감기라고 말 했잖어..그래서 몸이 더 안좋아졌나봐.."
-어제 들어갈 때만 하더라도 분명 분위기 좋았는데...분명 저 이유는 아닐꺼야..-
일단 아프다길레 신경이 쓰여 말했다.
"약 이랑 죽 사들고 갈까?"
그녀가 잠시동안 말을 안했다.
"..........."
"왜 싫어?"
한 동안 뜸을 들이던 그녀가 힘 없이 말했다.
"승훈씨...나 정말 좋아해?"
"응..당연..하지..."
"어디가 그렇게 좋아??"
"그냥 다..좋아..현정씨가 머리 산발하고 나와도 이뻐 보일만큼.."
힘 빠진 목소리에서 약간 웃음섞인 말이 들려 왔다.
"에이그~ 우리 승훈씨 이제 어떻해.. 나 이렇게 좋아하고~ㅋ"
그녀가 약간 웃는 투로 말하니깐 좀 숨쉴수 있을 것처럼 기분이 조금 나아지는 듯했다.
"그러니깐 힘내~! 나 누구랑 만나면 시시하게는 안 만나거든~!"
"그래~ 승훈씨~ 고마워~"
-어제 저녁부터 계속 승훈씨라 부르기 시작하네..나를 연인으로 인정을 해주는 건가??-
이 생각 중에 그녀가 말했다.
"어제 약속한 거 우리 여행 가는 거 말야.."
"응.."
"내일 가자..일요일에..1박하지 말고 당일치기로 바람 좀 쐬고 싶어.."
"알았어~ "
"할 이야기도 있고.."
"할 이야기?? 지금해봐~?"
"아니 그냥 내일 바람 쐬면서 이야기 하지뭐~"
"응..알았어..."
"그럼 나 좀 쉴께.."
"죽 같은거 사줄까?"
이 말에 그녀가 귀엽다는듯 피씩 웃으며 말했다.
"묻지 말고 사오고 나서나 말해~ㅋ"
"알았어~ 죽 사준다는 핑계로 현정씨 얼굴이나 한번 더 봐야겠네~"
"됐네~ㅋ 농담이야~ㅋ"
-뭐지?? 죽을 사달라는거야 말라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