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으로 사랑한다면 - 1부

진짜킹카 작성일 12.11.15 23:4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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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볕이 뜨거운 어느 여름 날 공원을 여자 친구인 효린이와 손을 잡고 걷고 있었다.

한참을 아무 말 없이 그렇게 걷던 중 효린이가 내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



"오빠 나 얼마나 사랑해?"

"내가 너 사랑하는 것이 미안 할 만큼~"


이렇게 묻는 효린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정말 효린이가 날 사랑하니깐 이렇게 묻는 거겠지?-


내가 사랑하는 만큼 내 여친도 날 사랑한다는 것은 너무 행복한 그 자체였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찬바람이 불던 늦가을 이었다.

효린이와 만나면 만날수록 나의 애틋함은 더 해 갔지만 효린이는 더 시들해지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결혼을 전제로 만나다 얼마 전에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우리 집에 방문했을 때 그리 크지 않은

우리 집을 보고 실망을 하던 모습을 봤었고, 처음 보는 그 표정에 가슴이 아팠다.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집을 같이 나서면서 효린이가 물었다.


"오빠 나랑 결혼하면 집은 사 올 수 있는 거야?"


효린이가 나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묻는 말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세 정도는 내가 모은 돈으로 될 것 같은데.."

"그래?? 전세??"

"응.."

"그럼 전에 결혼하면 나 차 사준다며.."

"결혼해서 돈 벌어서 사 주려고 했지..그리고 차 정도는 할부로도 살 수가 있어~"


그 때 점점 어두워지던 효린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이 났다.

그 후로 연락도 뜸해지고, 만나려 해도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나를 피하다 오늘 겨우 만난 것이었다.

예전에는 종종 나에게 사랑하냐고 묻던 효린이 그런 말은 요즘 하지 않았다.


같이 저녁을 먹고 집에 손님이 온다며 일찍 들어가려는 효린에게 예전에 효린이 나에게 물었던 것처럼

나도 효린에게 물었다.


"효린아..너 나 사랑해?"

"오빠 나 집에 일찍 들어 가봐야 해.."

"들어가더라도 대답은 하고 들어가~"

"모르겠어..오빠를 사랑하는지 아닌지.."

"....."

"미안해..."


효린의 미안하다는 말이 이제 그만 만나자는 그런 말로 들렸기에 전혀 눈치를 못 챘는 것처럼 되물었다.


"뭐가 미안해~ 원래 만나면 다 그런다더라~~일찍 들어가야 하지?"

"오빠..미안해.."

"뭐가?"

"오빠에게 애정이 생기지 않아.."

"예전에는 나 사랑한다며~"

"언제? 내가 그런 말 한 적이 있었나? 그냥 오빠가 날 사랑하는지 물어만 봤던 기억인데.."

"그럼 날 사랑하지 않고 그냥 내가 널 사랑하는지 물어만 봤단 말야?"

"그래..나도 그 때 약간은 사랑하는 줄 알았어~ 근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닌 것 같더라.."


냉정하게 말하는 효린의 말에 기운이 빠지며 가슴이 미어질 듯 아팠다.


"그랬구나..그랬었구나.."

"오빠.. 우리 더 만나면 서로가 힘들 것 같은데.."

"아..냐..난 힘들지 않아.."


내가 힘없이 하는 말에 효린은 비웃듯 웃으며 한 쪽 입술이 올라간 모습으로 말했다.


"지금 나에게 매달리는 거야?"

"응..나 지금 효린이에게 매달리는 거야..이렇게 매달리지 않으면 오늘이 마지막 같아서.."

"그래 그럼 내가 연락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 마음이 바껴 오빠를 사랑한다는 마음이 생기면 연락할게~"


그렇게 효린이는 마지막을 다음에 또 만날 것처럼 말을 던지고는 집에 가버렸고,

마지막 던진 그 말 한마디에 언제 효린에게 연락이 오나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었다.


효린이와 마지막으로 본 지 거의 한 달이 됐을 무렵 친하게 지내는 동생에게서 연락이 왔다.


"형~ 요즘 뭐해요?"

"해철이네~ 웬일~"

"기분 좋은가 봐요~ 목소리 좋네요~ 요즘 별 일 없죠?"

"별일 없지~ 요즘 그냥 저냥 시간 때우고 있어~"

"형한테 할 말이 있는데 저녁에 술 한 잔 어때요?"

"좋지~ 그런데 무슨 할 말이야?"

"이따가 만나면 이야기 해 줄게요~"



해철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사는 원룸인근으로 왔고, 같이 동네 근처의 막창 집으로 같이 갔다.

막창과 소주를 시켜 두어 잔 마셨을 때 해철이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요즘 효린이랑 안 만나요?"

"응..그냥 효린이랑 안 좋아.."

"헤어졌어요?"

"아니..안 헤어졌는데?"

"사실 어제 저녁에 효린이가 어떤 남자랑 손잡고 걸어가는 걸 봤거든요.."


해철의 말을 듣고 먹으려고 입에 넣으려던 막창을 떨어뜨렸다.


"효린이 다른 남자 생긴가 봐요.."

"그렇구나..."


가슴이 아파오고 효린에게 실망을 하는 표정이 비쳤는지 해철이는 나에게 소주를 권했다.


"한 잔 털어 넣고 다 잊어요~ 형~"

"...."


조금 전까지 달게 넘어 가던 소주가 목넘김이 너무 쓰렸다.


"효린이도 눈이 삐었지..형 같은 남자가 또 어디 있다고.."

"...."


"키 크지~ 얼굴 잘 생겼지~ 성격 좋지~"


기분이 좋지 않은 나를 띄어주려 해철이가 부단히 애쓰는 해철을 보며 조용히 말했다.


"난 돈이 없잖아.."

"형~ 우리 나이 때는 돈이 많으면 이상한 거예요~"

"됐어~ 그만해.."

"에이~ 그럼 여자는 여자로 잊는데 새로 여자를 만나 봐요~"

"됐어..그냥 조용히 당분간 살아야겠다.."


해철이도 소주를 한 잔 털어 넣으며 말했다.


"형 그럼 기분 전환 할 겸 우리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요~"

"인터넷 카페?"

"제가 등산을 하는 카페에 가입했는데.. 산도 타면서 효린이도 잊고 머리도 식히고~"


해철의 말에 귀가 솔깃했다.


"그거 어떻게 하면 되는데?"


술을 마셔 약간 취기가 오른 상태에서 해철이와 난 우리 집으로 향했고, 우리 집에 들어서자마자

해철이는 컴퓨터로 자기가 가입한 인터넷 카페에 나를 강제로 등록 시켜 버렸다.

내 컴퓨터 책상에 앉아 인터넷을 하던 해철이가 침대에 누워 있는 나에게 물었다.


"형 닉네임 뭐 할까요?"

"그냥 아무거나 해..아니다..효린이 미친년으로 해줘"


술이 취해 효린의 욕이 그대로 나왔고, 내 말에 해철이는 미친 듯 웃더니 키보드를 치고 있었다.


- 저 새끼 눈치 없이 진짜로 닉네임을 그렇게 하는 거 아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해철이 옆에 서서 모니터를 보니 진짜로 효린이 미친년으로 되어 있었다.


"야!! 진짜로 이렇게 하면 어떡해!!"

"에이~ 어때요 형이 하라면서요~ 그리고 이렇게 해야 형이 효린이 생각할 때마다 생각나서 정이 떨어지죠~"


-그래..그럴 수도..내 울분을 담아 이것으로 내 닉네임을 한다...설마 다른 사람이 나 보지도 않을 거니깐..-


그렇게 인터넷 가입을 하고 해철과 나는 술에 취해 골아 떨어졌다.


그리고 얼마 후 여느 때와 다름없이 퇴근을 하고 집으로 들어가는 길이였다.


-오늘 금요일이니깐 족발이나 하 나 시켜서 소주나 마셔야겠다..-


주차를 하고 집에 들어서려는 순간 해철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형~ 뭐해요~"

"이제 집에 왔어~"

"아 잘 됐네요~"

"뭐가 잘돼?"

"저 시내에 있는데 술 한 잔 해요~"

"넌 무슨 맨 날 술이고~ "

"에이~ 목소리가 술 땡겨하는 목소리인데~~"


해철이가 웃으면서 하는 말에 나도 덩달아 웃으며 말했다.


"이 새끼~ 어떻게 내 맘을 그리 잘 아냐~"

"시내에 나와요~"

"그래 바로 갈께~"

"바로 오지 마시고 좀 씻고, 머리도 이쁘게 해서 나와요~"


-엥? 혹시 나에게 여자 소개 시켜줄려고 그러나?? -


이런 느낌이 강하게 들었지만 모르는 척 알았다고 말하고, 바로 샤워하고 내가 가장 아끼는 옷을 입고

해철이와 만나기로 한 장소로 나갔다.


약속장소에 도착을 하니 해철이만 있고, 여자는 없었다.


-아...내가 이쁘게 나오란 말에 속았구나...-


속았다는 생각으로 해철이에게 다가가자 해철이는 내 앞으로 웃으면서 걸어오며 말했다.


"와~ 승훈이형~ 씻으니깐 장동건 저리가라네요~"

"안 씻어도 장동건 저리가라 거든~"

"하여튼 우리 형 말빨하나는 장난이 아니셔~"

"에이그 됐고~ 어디갈래?"

"그냥 저 따라 오세요~ 아는데 있어요~"


해철이는 같이 걸어가며 주저주저 말이 많았고, 난 혹시나 여자가 나올 거라는 기대에서 약간의

실망을 한지라 그냥 조용히 해철이의 말을 들으며 옆에서 따라 걸었다.

해철이를 따라 간 곳은 1층과 2층으로 된 호프 집이였고, 해철이는 바로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 올라가니 여러 테이블이 붙어 있었고, 일행처럼 보이는 남녀가 20명 가까이 있었다.


-뭐지?? 이 분위기는??-


그 때 우리 앞으로 남자 한 병이 걸어왔고, 우리에게 물었다.


"혹시 러브마운틴 회원이신가요?"


-엥?? 혹시 인터넷카페 모임?? -


짧은 시간에 그 생각을 하고 있는데 해철이가 말했다.


"네~ 오늘 시내에서 술 마신다고 그래서 나왔어요~"


우리 앞에 있던 남자는 해철이와 나를 안쪽으로 자리배치를 해 주었고, 우리는 안내해주는 곳에 앉았다.

벌써 술판이 벌어져 있는 상황이었고, 우리 쪽에 걸어온 남자가 오늘 모임을 주선한 남자였다.

그 남자가 우리 쪽을 보며 말했다.


"자기소개 하셔야죠~"

"네~"


해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저는 성당동에 사는 산타는 스머프 입니다~"


-산타는 스머프?? 자기 이름을 말하는 게 아니고 별명을 말하는 건가??-


해철이는 그렇게 간략하게 소개를 했고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박수를 쳤다.

그리고 20여명의 남, 여 들은 나에게 시선이 모였다.


-아..내 닉네임이 ...효린이미친년인데...아..말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이렇게 당황하고 있을 때 옆에 있는 해철이가 조용히 말했다.


"형..일어서서 소개해요~"


해철이 말에 더 당황을 해서 일어서서 말했다.


"효린이미친년!!"


어디에 사는 누구라고도 말하지도 않고 바로 그렇게 닉네임을 욕 하듯이 말했다.


그리고 자기소개하기 전까지 그 어수선한 분위기는 물바가지로 쫙 뿌린 듯 조용했다.

가만히 서서 나도 움직일 수가 없었고, 마른침 삼키는 소리까지 다 들릴 듯 숨이 막혔다.





1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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