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 사유리

헉뚜악 작성일 12.11.21 00: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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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음펨바 효과(Mpemba Effect)

뜨거운 물이 든 컵과 차가운 물이 든 컵을 냉동실에 넣고 문을 닫자. 어느정도 시간이 지난 뒤 문을 열고 컵을 들여다 본다. 뜨거운 물이 담겨져 있던 컵에는 얼음이 얼어있고, 차가운 물이 담긴 컵에는 여전히 물이 담겨있다. 차가운 물보다 뜨거운 물이 먼저 얼어버린 것이다.

얼핏 보기에도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보인다. 조금만 생각을 해보자. 30℃인 물과 50℃인 물을 같은 조건에서 냉각시킨다. 50℃인 물이 0℃ 이하로 냉각되어 얼음이 되기 위해서는 30℃인 지점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따라서 처음 온도가 50℃인 물이 얼음으로 변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처음 온도가 30℃인 물이 얼음으로 변하는 데 걸리는 시간에 비해 더 길 수밖에 없다. 50℃에서 30℃까지 냉각시키는 데 시간이 추가적으로 더 걸리기 때문이다.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이런 논리에 따르면 뜨거운 물이 차가운 물보다 먼저 어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뜨거운 물이 차가운 물보다 먼저 어는 일은 다양한 상황에서 실제로 관찰되는 현상이며 정식으로 이름까지 붙어있다. ‘음펨바 효과’라고.

2. 음펨바 효과의 역사

뜨거운 물이 차가운 물보다 빨리 어는 현상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남겼다. 중세 시대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권위를 믿고) 그 현상을 증명하기 위한 몇몇 노력이 있었으며 실제 실험으로 확인을 한 사례도 있었다. 1600년대 경에는 뜨거운 물이 빨리 어는 현상이 상식으로 통할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원인을 설명하지 못한데다 직관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현상이었기 때문인지 근대적인 열역학이 본격적으로 태동하면서 잊혀진다. 그리고 1969년 탄자니아의 고등학생 음펨바가 현대 과학계에 다시 소개할 때까지 거의 300년 동안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음펨바는 학교에서 끓는 우유와 설탕을 섞어 아이스크림 만드는 실습을 하고 있었다. 원래는 우유-설탕 혼합물을 냉동실에 넣고 얼리기 전에 밖에서 충분히 식혀주어야 했는데, 그는 냉동실에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아마 학생은 많고 냉동실은 제한되어 있어 자리 차지하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식지 않은 우유-설탕 혼합물을 그대로 냉동실에 집어넣었다. 얼마 후 냉동실 문을 열어보니 놀랍게도 다른 학생들의 아이스크림보다 자신의 아이스크림이 더 빨리 얼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이상하게 여겨 선생님에게 질문했지만 선생님은 그런 현상은 불가능하며 음펨바가 어디선가 혼동된 것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이후 음팸바는 스스로 같은 실험을 몇 차례에 걸쳐 다시 해보았지만 여전히 뜨거운 쪽이 빨리 어는 현상을 관찰했다. 하지만 누구도 그에 대한 설명을 할 수는 없었고, 오히려 선생님과 학생들로부터 ‘그것은 ‘음펨바의 물리학이다’, ‘음펨바의 수학이다’, ‘음펨바의 세상에서는 그렇겠지’라는 놀림까지 당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물리학자였던 오스본(Dr. Osborne) 교수가 음펨바의 고등학교를 방문한 일이 있었고 음펨바는 그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오스본 역시 그에 대한 설명을 해줄 수 없었지만 실험실로 돌아가 실험해보겠노라고 음펨바에게 말했다. 그리고 오스본은 약속을 지켰다. 그는 실험실로 돌아가 자신의 대학원생에게 음펨바의 주장대로 실험해보라 지시했고, 반복되는 실험에도 불구하고 결국 뜨거운 물이 차가운 물보다 빨리 언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결과는 1696년에 음펨바와 오스본의 이름으로 ‘Physics Education’에 제출되었다. 잊혀졌던 현상이 다시 학계에 알려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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