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로소방서 72시간
방송 : 2012년 12월 2일(일) 밤 10시 55분 KBS 2TV
CP : 이재혁
PD : 홍성협
글, 구성 : 박금란
내레이션 : 안정훈
대기는 생활, 긴장은 숙명
위험 속으로 거침없이 뛰어든다
목숨을 걸고 당신을 구하는 사람들
소방관들의 뜨거운 심장과 함께한 72시간
지난 11월 2일, 인천의 한 화재현장에서 또 한명의 소방관이 순직했다. 올해 들어 여섯 번째 희생이다. 화재나 구조, 구급 상황에서 물불 가리지 않고 현장으로 뛰어드는 소방관. 서울시에서 가장 넓은 구역을 관할하며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구로소방서에서 그들을 만났다.
■ 24시간, 5분 대기조
새벽 1시 40분. "구급출동, 구급출동." 스피커에서 출동 명령이 떨어지자 소방관들이 차고로 급히 뛰어간다. 출동 방송이 나온 지 30초도 안 돼서 차고를 빠져나가는 구급차. 5분도 되지 않아 현장에 도착한 대원들은 들것을 들고 신고자를 찾아 나선다. 한쪽에 주저앉아있는 할아버지 발견. 다급히 뛰어가 할아버지의 상태를 확인하는데, 환자인 줄 알았던 할아버지가 다짜고짜 소방관들에게 주먹을 휘두르며 욕설을 하기 시작한다. 주말 밤이면 특히 잦아지는 허탈한 출동 현장이다.
"환자 분이 구급차 안에서 갑자기 돌변해 대원들을 폭행하는 경우도 있고요.
그런 경우 엉겁결에 당하다 보니까 난감하더라고요.
여자 대원들이 있는 경우는 여자 대원들이 약하잖아요. 그런 일이 힘들어요."
_ 송병의 소방교 (39세) /12년 재직
■ 나를 바쳐 당신을 구한다
화재나 교통사고를 비롯해 온갖 사고와 재난 현장으로 뛰어들어 생명을 구해내는 119구조대. 구조 차량 안에는 200종이 넘는 구조 장비들이 실려 있다. 장비 개수만큼이나 다양한 현장과 예측할 수 없는 위험에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현장 들어가면 눈 감고 일하는 거랑 똑같아요.
영화에서 보는 건 어차피 배우들 보여주고 그 안의 상황을 보여줘야 되니까 그런데
현장 들어가면 아무 것도 안 보여요. 새카맣죠.
신혼 때였는데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길을 잃어서...
주마등처럼 막 지나가더라고요. 머리카락이 삐쭉삐쭉 서고..."
_ 조병준 소방장 (42세) /13년 재직
소방관들에게 끔찍한 현장 경험이나 가족 같았던 동료의 순직은 마음속 깊은 상처로 남는다. 심각한 사건을 경험한 후 그 일에 공포감과 고통을 느낀다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대원들도 많다. 내면의 상처를 껴안은 채 위험한 현장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 소방관의 숙명이다.
■ 그들의 심장이 뜨거워지는 이유
한 남자가 구로소방서 관할 시흥119안전센터를 방문했다. 지난 밤, 혼자 사는 어머니가 이틀 동안 연락이 되지 않아 119에 도움을 요청했다. 어머니의 무사함을 확인해준 대원들이 고마워 안산에서 한달음에 왔다. '고맙다'는 한마디. 누구나 두려워하는 사고 현장,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끔찍한 화마 속으로 소방관들이 주저하지 않고 뛰어들 수 있는 힘이다.
"교통사고였는데 차가 88고속도로에서 굴렀어요.
가드레일에 걸려서 차가 넘어갈까 말까 하는데...
어느 아주머니가 손을 내밀더라고요. '119 왔습니다. 불편한데 없습니까?' 하니까
'소방관 아저씨들이 와서 이제 안심이 됩니다' 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이 직업 선택한 게 잘 한 것 같구나..." _ 김선모 소방위 (49세) /20년 재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