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 받고 슬퍼서 울었습니다

고아라남친 작성일 13.01.02 07:3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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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사귄 남친이 있었습니다. 

집은 잘 사는 편이었어요. 
고시생이 고시원에서 살아본 적도 없고 좋은 원룸에서 살았으니... 
그런데 나이가 나이이다보니 학원비 달라고 집에다가 말은 편하게 못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그동안 오빠한테 책값+학원비 보태준 것만 300만원은 될 거 같네요. 

네,,그래요. 
너무 힘들었어요. 
4년 중에 마지막 1년이라는 시간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남들은 다들 결혼도 하는데.... 저는 이러고 있고... 
내년에 30대 되고..... 

처음에야 사람이 좋아서 만난거였고 고시? 되게 어려운 거..이렇게 생각했을 때었고 
결혼 이런건 생각도 해본 적 없고.. 이렇게 연애 길게 하게 될지도 몰랐고... 
그저 순수한 상태에서 시작했는데~ 
나이 먹으면서 맞닥뜨리는 환경 때문에 언제부터인가 지치기 시작했네요. 

특히 지방대라는 사실이 저를 좀 힘겹게 했네요. 
고시..이거 아무나 붙는거 아니잖아요. 그런데 지방대생... 
공무원시험은 어때? 물어보니 자긴 이거 아니면 막노동 하겠다네요. 

그런 말을 내뱉은 순간 전 더 이상 설득하지 않았습니다. 
말에는 항상 책임이 따른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니.. 

;;아 목말라~ 천원만 빌려줘.음료수 사먹게.;; 
그러면 다음날 천원 줘요.  됐어~ㅋㅋㅋㅋ 뭘 주냐고 했더니 
;;내가 어제 빌린다고 얘기했으니깐... ;; 

약속을 잡건 뭐를 하건간에 굉장히 구체적으로 말합니다. 

;;끝나고 전화할께 혹은 이따가 전화할께;; 
이런 소리 한번도 안하구요,,,, 
제가 이렇게 얘기했다가 혼나기도 했네요.ㅠㅠㅠ 
이따가가 언제냐면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확실해서 좋기도 하지만 까칠하기도 하고 뭐 그래요. 

;;7시 10분쯤에 전화할께;; 
항상 이런식으로 얘기합니다. 

;;7분뒤에 도착할 것 같아;; 
이런 문자도 받아봤고 

전화를 받더니 하는 말 
;;미안, 내가 20초 뒤에 전화할께;; 

식당가서는 
;;사장님. 한그릇 더 주시되 아까 양의 2/3만큼 주세요;; 

옷 사러 갔을 때는 사이즈가 없었는데 점원이 다른 매장에서 빼올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러자 오빠가 
;;그럼 내일 이 시각에 다시 오죠;; 
하고 나갔는데 생각해보니깐 내일 그 시각이 안될거 같으니깐 114에 전화를 하고 
매장번호 알아내서 전화하더니 하는 말 

;;아까 사이즈 때문에 내일 5시쯤에 오겠다고 말했던 사람인데 7시로 수정할께요;; 

대충 어느 정도인지 아시겠죠?ㄷㄷㄷㄷㄷㄷㄷㄷㄷ 


이야기가 엉뚱한 곳으로 샜네요. 
뭔 얘기 하다가..?ㅠㅠㅠ 
암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면 

지방대생 인데다가. 고시생은 일용직 노동자보다도 못하다. 
설대 법대 나오고도 20년 고시폐인 널렸다며 가족의 반대+  저의 불안감.... 
전 결정해야 했습니다. 

이 남자를 기다릴 것이냐 아니면 늦기 전에 다른 사람을 찾아야 할 것인가.. 
결국 고심끝에 이별을 고했어요. 
미안하다고...그만 만나자.... 

남친은 그 소리를 듣고 씨익 웃더니 고맙다고 하더군요. 
응? 헤어지자는데 고맙다고? 
그동안 만나줘서 고맙답니다. 다 이해한다고.... 자기가 용기가 없었다고.. 
자기가 먼저 나를 놔줬어야 했는데 감히 그렇게 못했다고...미안하다고.. 
사실 오래전부터 생각해왔었다. 그런데 하루만 더 하루만 더... 그러다가 오늘까지 왔고... 
제가 먼저 얘기꺼내게 해서 미안하다고.. 
그 소리 듣고 그날 많이 울었어요. 


그래도 결정한 거 바꾸진 않았고... 
주변에서도 잘했다고 다들 말했고, 저 또한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어요. 
이미 많은 마음고생을 했고,, 그 정도의 각오는 가지고 이별을 고한거니까요. 
그 짐을 훌훌~털어버린 것이라고 위안을 삼았는지도 모르겠네요. 
이게 고작 6개월 전의 일입니다. 
하필 그때쯤 주변에서 결혼소식이 열댓명씩 들리는 바람에...제 마음이 더 추워서 그런건지도 몰라요. 










며칠 전에 문자가 날라왔네요. 

[00(남친)으로부터 1000만원이 입금되었습니다] 

잉? 
이게 뭐야.. 
바로 잔액조회해봤는데 진짜로 입금이 되어있었네요. 
황당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확인까지 시켜줬는데 다들 맞다고.. 
뭐야뭐야? 뭐지? 하면서 숨은 가빠오고..... 마음 진정시키고 오빠에게 전화를 했어요. 

;;여보세요???;; 
;;어..00야..잘 지냈어? 나 이번에 합격했어. 이 돈은 내가 너한테 그동안 빚진거. 
싸나이가 보답은 2배 이상 해야하지 않겠나?  연말 잘 보내고.. 앞으로도 잘 지내고..건강해라!! 끊을께~~;; 

뚜~~ 


알 수 없는 미묘한 복잡한 감정으로 인해 얼굴이 씨뻘겋게 달아오른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네요. 
네이버에 '사법고시 000' 치니깐 이름이 바로 뜨더군요. 

그날 바로 친구들 불러서 
1000만원 생겼다며 좋아하고 역시 좋은 사람이였어~ 라며 쿨하게 얘기하며 
그날 친구들에게 한턱 내고 두턱 내고...세턱 내고... 
집에 와서 울어버렸습니다. 

그냥 그렇다구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에휴...제가 지금 무슨 글을 쓴 건지도 모르겠어요. 
그렇다고 다 지우자니 뻘짓한거 같구..ㅎㅎㅎㅎㅎㅎ휴ㅠㅠㅠㅠㅎㅎㅎㅎ휴ㅠㅠㅠㅠㅠ 
그냥 냅둘께요. 
연말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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