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트판] 시조카를 맡아 키우게 되었습니다

면죄자 작성일 13.03.29 23:5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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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이제 신혼 1년정도 지났구요.

 

올해 9살된 시조카를 맡아 키우고 있어요.

 

시친결분들 조언도 잘해주시고, 그냥 푸념 한번 해보려고... 글씁니다.

 

 

저희 아주버님이 아들 하나 홀로 키우시다 갑작스럽게 사고로 돌아가셨어요..

 

와이프랑은 저희 결혼하기 전에 이혼해서 한번도 못뵈었었구요.

 

처음에 아주버님 사고 나시고 임종 지키면서 다들 조카는 이제 어쩌나.. 불쌍해서 어쩌나.. 그랬었는데

 

결국 저희가 데리고 오게 되었습니다.

 

아주버님 돌아가시고 상 치르면서 전와이프분(뭐라 불러야할지..) 뵈었는데

 

시어머님은 그래도 어미이니 데려가라고 하셨어요. 하나밖에 없는 손주지만 할머니보단 엄마가 낫지 않겠느냐며..

 

그런데 재혼한다며 못데려간다고 하시더라구요. 옆에서 조카가 자고있었는데 눈꺼풀이 움찔거리데요.

 

안자고 있었더라구요. 재혼한단말도 못데려간단말도 다 들었겠죠.

 

이혼전에는 완전 엄마 껌딱지였다고, 유치원에서 캠프같은거 가면 엄마 없어서 못간다고 울고 그랬다던데..

 

결국 시어머님이 데리고 계셨는데 제가 먼저 신랑에게 데리고 오자고 해서 데려왔습니다.

 

그때 조카 자던 모습이 자꾸 생각이 나서요. 어린게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지..

 

제가 대학다닐때부터 보육시설 이런데 봉사활동 꾸준히 다녔거든요.

 

남의집 새끼도 그렇게 이뻐했는데 시조카라고 못키울까.. 고민고민끝에 데려왔어요.

 

데려오면서부터 감기에 장염에 감기 심해졌다고 폐렴에.. 조카 병간호하느라 겨울 훌쩍 지나가고 어느덧 조카와 살게 된지 세달이 지났네요.

 

 

사실은, 되게 어렵고 겁나요. 시조카 키우는거요..

 

검은머리 짐승 거두는거 아니고, 애 봐준 공 없다고 하잖아요.

 

이 담에 제 엄마 찾아간다고 하면 그땐 제 기분이 어떨지, 입양 그런거 할 수 있을지, 삼촌숙모 말고 엄마아빠라고 부르게 하면 괜찮을지, 엄마아빠 말고 삼촌숙모랑 산다고 하면 혹시 친구관계에 문제가 생기진 않을지. 올해 애기 가지려고 그랬는데 애기 생기면 혹시 조카가 질투하지는 않을지..

 

학교에 엄마 오시라고 하면 가야하는건가, 담임선생님한테 삼촌숙모랑 산다고 미리 언질을 해드려야하나, 학원은 뭘 보내야하고 애 공부는 어떻게 챙겨줘야 하고,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어떤게 적성에 잘 맞을지.....

 

써도 써도 끝이 없네요.

 

제일 걱정인거는 애 엄마와의 사이는 어떻게 하는게 좋을지예요.

 

조카 데려오기로 결정하면서 제가 그랬거든요. 재혼해서 새 가정 꾸리실거면 조카가 크고 군대 다녀오기 전까지는 찾아오지 마시라고.. 원하시면 가끔 사진은 보내드리겠다고..

 

엄마야 애가 보고싶으니 만나려고 하겠지만 재혼해서 다른 가정 꾸리고 사는 엄마를 보는 조카 마음이 그리 좋지만은 않을거 같아 냉정하게 잘라냈는데 제가 잘한건지 모르겠습니다.

 

새끼가 어미 따르는건 본능인데 제가 뭐라고 천륜을 끊어놓은건지..

 

 

조카는 겉보기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아침에 깨우면 일어나서 혼자 옷도 척척 밥도 척척 학교에서 뭐 나눠주면 보여주고 물어보면 대답도 잘하고... 예스맨이예요. 무조건 네네 대답하고 다 하고..

 

떼 한번 안쓰고 싫다는 말 한 번 안하고 반찬투정도 안해요. 정말로 하라는데로 다 해요.

저한테 눈치보는걸까요? 아주버님 돌아가시기 전까지 저랑도 잘 지냈고 제가 정말 예뻐해줬었는데요..

 

그리고 2학년 들어가면서 전학 시켰거든요. 친구들도 이젠 꽤 사겼을텐데 집에 초대해서 우리 애랑 잘지내라고 놀게 해주고 싶은데 엄마 아니고 숙모인거 알면 애들이 놀릴까요?

 

 

그리고.. 진짜 중요한건데, 커서 엄마 찾아가면 저 상처받겠죠..?

 

잘 키워서 덕 보려고 자식 키우는건 아니잖아요.. 이담에 우리 조카가 저한테 효도하길 바래서 키우는건 아니예요.

 

그냥 어린게 불쌍하고 내가 거둘수 있을거 같아서 데려온건데

 

어떤 식으로든 제가 상처받을 일도 생기겠죠?

 

 

아... 무섭고 겁나고 걱정되고 안쓰럽고 저도 이게 무슨 감정인지 모르겠어요.

 

조카는 지금 저희 신랑이랑 근처 공원에 운동하러 갔어요. 뭐 남자 대 남자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나...

 

어떻게 마무리지어야할지 모르겠어요.

 

조언해주실수 있으시면 꼭 부탁드릴게요. 쓴 소리도 달게 듣겠습니다.

 

 

 

+) 그리구 저희 조카 저번에 보니까 또래보다 좀 작은거 같아요. 키도 작고 덩치도 작은거 같은데요. 저는 아는 영양제가 노마골드밖에 없거든요. 요새는 홍삼 먹이나요? 아시는거 있으면 추천좀 부탁드려요.

 


=================추가



옴마야.... 이게 무슨일인가요

 

저녁상 치우고 혼자서 멍때리다가 그냥 쓴건데 이렇게 되어버렸네요.

 

감사하다는 말도 하고 싶고 더 여쭤보고 싶은것도 있어서 추가글을 써요.

 

그리고 이왕 글 쓴거 톡커님들께 쪼금만 더 징징거리고 가도 되죠?ㅎㅎ

 

 

 

먼저 복받을거라고 칭찬해주신분들 ㅎㅎ 감사합니다

 

우리 준이 복덩이예요 정말(집에선 끝자만 따서 준이라고 불러요. 그래도 흔한 편이니까 이만큼만 얘기할게요)

 

준이 데려오고 나서 제가 하던 일이 갑자기 더 좋은쪽으로 풀리더라구요.

 

신랑이랑 준이한텐 말 안하고 있었는데 오늘 완전히 확정이 나서 오늘 저녁 먹으면서 얘기했더니 신랑은 좋다고 난리난리~ 준이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좋다고 박수치고 신랑이 춤추란다고 춤도 한번 추고 ㅋㅋㅋㅋ 

 

그리구 저희 신랑도 생전 운동이라곤 안했는데 준이 데려오면서부터 준이랑 저녁마다 운동한다고 나가구요.

 

고민도 많지만 좋은 일도 너무너무 많아요.

 

다들 이런 맛에 자식 키우시는거죠?

 

저랑 신랑이랑 둘이 살땐 그냥 도란도란 대화만 오고 갔었는데 애가 생기니 크게 웃을일이 더 많아진거 같아요.

 

아주버님이 준이 잘 키워달라고 도와주신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들 우리 준이가 예스맨인 것에 대해 염려도 많이 해주시고 여러 조언도 해주셔서 정말 감사히 여기고 있어요.

 

처음 데려오고 겨울내내 아파서 입원했을땐 진짜... 저번겨울만 생각하면 영혼이 빠져나가는 기분이네요.

 

주사 놓으면 놓는다고 울고, 밥안먹는다고 울고, 약먹으란다고 울고, 울다가 지쳐서 잠들고 깨면 깼다고 울고, 잠도 안오고 울 힘도 없으면 멍때리는게 저번 두달동안의 준이 스케줄이었어요.

 

그때마다 시어머님이랑 저랑 안고 업고.. 신랑은 병원 근처도 못왔어요. 삼촌은 차가 있으니까 삼촌만 보면 집에 가자고 울어대서요..

 

그러고 개학하기 보름 전에 집에 왔거든요. 저희 신랑은 중학교 선생님이라서 방학이었는데도 계속 일생겼다고 출근하고, 저도 준이 개학하면 준이랑 시간보내려고 가게에 직원 뽑는다고 자리를 많이 비워서 시어머님이 봐주셨어요.

 

그래서 그동안은 저랑 시간을 많이 못보냈는데 그 보름 사이에 갑자기 예스맨이 되어버렸네요.

 

신랑 말로는 아무래도 자기 생활이 바빠지니까 (방과후엔 태권도 하나 보내고 있어요) 조금 나아진거 같다고 해요.

 

그래도 신랑이 교육 전공했으니 믿고 있습니다 ㅎㅎ 그놈의 남자 대 남자의 대화에서 잘 풀어나가고 있으리라 믿어요.

 

신랑이 또 국어 전공이거든요. 그래서 어린시절 머리맡 독서가 중요하다고 엄청 강조해서 신랑은 저녁산책담당, 저는 자기 전 머리맡 독서 담당이예요. 저도 이렇게 준이랑 보내는 시간 많아지면 저한테도 마음을 열겠죠.

 

 

 

그리고 제가 더 자세히 여쭙고 싶은게 있는데요.

 

저는 준이 데려오면서 병원생활하고 또 운영하는 가게 직원 뽑고 또 친정에도 일이 터져서ㅜㅜ 그거 수습한다고 서류같은건 전혀 신경을 안썼거든요.

 

그러고보니 준이 서류가 어떻게 되어있는지 생각도 못해봤었어요.

 

이담에 무슨일 생기고 그러면 보호자 동의 이런거 필요할 때가 있잖아요.

 

그럴때마다 친엄마한테 서명을 받아야 하고 그런건가요?

 

신랑이 알아서 해서 저는 모르는데ㅜㅜ 그래도 신랑한테 물어보려면 저도 뭘좀 알아야 물어볼거 같아서요.

 

무슨 서류를 정리해야 하는건가요? 호적이랑.. 요새는 가족관계등록부죠? 그거랑 보험이랑.. 또 있나요?

 

아...ㅠㅠ 엄마되는거 너무 어려워요ㅠㅠㅠㅠㅠ 제가 이렇게 무식한줄은 몰랐네요ㅠㅠㅠㅠ

 

 

그리고 친양자로 입양하고 엄마아빠가 되어주라는 댓글도 많았고, 또 진지하게 반대하시는 분들도 몇분 계셔서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드리고 조언을 얻고 싶거든요..

 

일단 준이 친엄마는 준이를 계속 만나고 싶어하세요.

 

시어머님 말로는 이혼 사유가 딱히 나쁜 일이 있었던 건 아니고 서로서로 너무 안맞아서(성격차이 생활방식 등등..) 정말 깔끔하게 협의이혼한거라고 해요.

 

그래서 준이에게는 종종 만나서 엄마노릇을 하고 계셨대요.

 

근데 경제력이 없으시고 남자아이이기도하고 여러가지 이유로 아주버님이 키우셨고 아주버님 돌아가셨을땐 이미 좋은 분 만나서 재혼하려고 준비중이었어요.

 

이미 진행된터라 되돌리기도 좀 그랬고, 저희 부부는 저는 전문직, 신랑은 교사니 벌이도 생활도 안정적인데 반해서 준이엄마는 경제력도 없으시고 재혼 포기하고 일을 하신다고 해도 그리 넉넉하게 키울 형편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저희가 데려오게 된거지만 아마 제 추측으로는 재혼도 하시고 준이도 계속 만나고 싶으셨던거 같아요.

 

그래서 친권포기... 이런건 안해주실듯 합니다.

 

그렇지만 저도 아이를 보여줄 수가 없는게..

 

제 생각엔 지금은 준이엄마가 그나마 마음에 여유가 있어 아이를 보고싶어 하지만

 

재혼 후에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그 사이에서 또 아이가 태어나면 준이에게 소홀해지시겠죠..

 

그걸 보는 준이는 또 상처를 받지 않을까요.

 

그렇지만 친권포기를 안해주시면 저희가 계속 준이엄마랑 접촉해서 준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거잖아요.

 

그러다보면 어쩌다가 마주치게 될수도 있고..

 

친엄마가 있고 친엄마도 아이를 만나고싶어하는데 저희가 엄마아빠가 되어버리면 그게 더 혼란을 줄거 같기도 하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그리고 준이가 올해 9살이니 다 알아듣는다고 잘 설명해주라고 하셨는데요..

 

정말로 알아듣나요..?

 

제가 보기엔 너무 애기같은데요ㅜㅜ

 

그리고 저희 애는 구름 위에 나라가 있어서 거기 사람이 사는줄 알아요ㅠㅠㅠㅠ

 

형아들이 비비탄을 하늘을 향해 쏘는걸 봤는데 그럼 구름 위에 사람들이 맞으면 어쩌냐고...

 

하..................................................................................

 

그래서 구름 위에 사는 사람들은 발바닥이 무지 두꺼워서 비비탄에 맞아도 모른다고 그랬거든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이런 현실을 얘기하면 애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고맙다는 말씀 드리려고 추가글 쓰기 시작한건데 또 푸념만 늘어놔서 죄송해요.

 

저한테 복받을거라는 말, 천사라는 말, 그 외에 모든 좋은 말씀 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채찍질해주시길 바라는 맘도 있었는데 이렇게 좋은 말들 덕에 마음을 다잡게 되네요.

 

추가글쓰다보니 어느새 준이 재울 시간 다되서요. 다들 좋은밤 보내시길 바래요.






네이트판에서 천사를 보았다...☆

눈물나더라,, 완전 감동.. 

저분 진짜 축복받길




감동돋는 댓글 하나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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