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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뒤에서의 폭로가 아닌, 정면에서의 진솔한 대화를..
성평등센터를 책임지고 있는 나임XX이라고 합니다.
첫째, 가장 올바르지 않은 글쓰기 방식 중의 하나는 맥락을 삭제하고 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fact)이란 상당히 객관적으로 보여 누구에게나 중립적으로 읽힐 것 같지만, 맥락이 빠졌을 경우에는 글쓴이에게 유리한 방식, 즉 편향적으로 쓰일 수밖에 없어 사실이라는 지위를 잃게 됩니다. 글을 올린 남학생이 삭제한 맥락이란, 그 당시 몇몇 남학생이 논지당 여학생 휴게실 유리문 앞에서 허리를 굽혀 실내를 들여다봤다는 것입니다. 저를 비롯한 논지당 스태프들은 교내외에서 적잖이 벌어지는 성폭력 담론과 사건에 민감할 뿐만 아니라, 교내 구성원 중 그 누구보다 그러한 사건을 많이 접하고 있습니다. 논지당 여학생 휴게실은 그 명칭이 말해 주듯, 여학생들만의 공간입니다. 따라서 논지당 스태프들은 교내 구성원들이 그 공간에서 공적인 일을 해야만 할 경우에도 그가 남성이라면 반드시 동행하여 그 공간을 사용하는 여학생들이 불편하지 않게끔 배려하고 있고, 또 그럴 의무가 있습니다. 글 쓴 남학생이 논지당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던 중, (그 자신도 그러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만) 몇몇 남학생이 허리를 굽히고 여학생 휴게실 내부를 들여다 본 일은, 제가 지금까지 논지당에서 근무했던 이래도 단 한 번도 없었던 생경한 일이었으므로, 저의 시각으로도 상당히 문제적인 행동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논지당 스태프는 당연히 그 행동에 제재를 가하고 여학생 휴게실이 아닌 그 옆 사무실 쪽으로 자리를 옮겨 비를 피하게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글을 올린 남학생과 그 주위 남학생들의 이에 대한 합리적인 반응은 제재를 가하는 선생님의 의사를 존중하고 그대로 실천하는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맥락에서 남학생 휴게실 마련 운운은 상황에 맞지 않는 언급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남학생들이 여학생 휴게실 안을 들여다 본 행위를 제재한 것에 대해 남학생 휴게실을 만들어 달라는 반응은 자신들의 잘못에 대한 사과는 물론 변명조차 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재를 가한 선생님의 발언 “여학생 휴게실을 뺀 모든 곳이 남학생 휴게실 아니냐”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남녀공학 여대생들의 학내 공간 경험에 대한 연구들은, 동아리방, 과방 등 여학생과 남학생 공히 사용하는 공간이 담배를 피우거나 누워 잠자는 몇몇 남학생들에 의해 여학생들이 함께 쓸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 선생님의 언급은 바로 이러한 객관적 연구를 염두에 둔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사전 지식이 없는 학생들에게 아무 설명 없이 그 발언을 한 것은 다소 친절하지 않았다는 생각은 듭니다만 사실 무근이거나, 이 글을 올린 남학생의 언급처럼 “우리학교 교직원의 수준”을 운운할 근거는 되지 못합니다.
둘째, 저는 요즘 학생들이 자주 ‘폭로’의 정치를 실천하는 것을 보면서 대학교육에서 얻는 지식의 사용처가 결국 폭로인가라는 생각에 답답함을 느낍니다. 폭로... 물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경우는 상대방이 가진 권력이 엄청나고, 상대방에게 직접 발언했을 때 내가 감수해야 할 불이익이 치명적일 경우, 또한 그 폭로의 내용이 공공의 이익에 기여할 것이 확실한 경우에 한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외의 경우라면 내가 가진 지식과 지성으로 상대의 정면에서 진솔한 대화로 갈등을 풀고 소통하는 것이 고등교육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기대되는 행동양식입니다. 더욱이 여기는 지성의 전당이라고 말하는 연세대학교입니다. 저는 글을 올린 남학생이 인터넷을 통해 폭로하기 전에, 자신이 부당하다고 생각한 점을 왜 논지당 스태프들에게 정당하게 말하지 않았는지 참 궁금합니다. 저를 포함한 논지당의 그 누구도 그 남학생에게 어떤 치명적인 해를 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도 않음은 물론, 그 어떤 권력도 행사할 수 없는 위치에 있습니다. 게다가 그 남학생이 폭로한 내용은 연세대학교 구성원들의 이익에 기여하는 바도 전혀 없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다른 소통의 과정 거치지 않고 바로 인터넷에서 사실 관련한 맥락을 생략한 채 어떤 부분만을 폭로하고, 그 결과 선정적인 언론보도의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것이 우리 연세대학교 학생들이 4년간 이곳에서 배우고 나서 얻게 되는 갈등해결 방식인지 묻고 싶어집니다. 만일 그 학생이 나중에라도 논지당에 와서 본인의 행동에 제재를 가했던 선생님에게 선생님 발언 내용에 대하여 어떤 점은 납득할 수 없었다라고 명확하게 말했다면, 그 선생님도 왜 자신이 그런 발언을 했으며 남학생들이 여학생 휴게실을 들여다 본 행위가 어떠한 의미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설명할 기회를 가졌을 것입니다. 그런 방식으로 두 사람 간의 대화가 이어졌다면 충분히 해결될 일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저는 지금도 떨칠 수가 없습니다. 무엇이 그 남학생에게 가능한 대화의 절차를 생략한 채 바로 폭로의 실천으로 나서게 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적지 않은 학생들이 몇몇 교직원 선생님들과의 갈등을 경험했고, 경험하는 중이라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또한 학생들이 알아야 할 사실은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특히 그 남학생이 ‘수준’을 운운하며 비판했던 그 선생님은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의 고강도 업무와 송도를 오가는 수고를 마다 않고, 많은 일을 하는 선생님입니다. 맥락에 대한 이해와 설명은 그래서 중요한 것입니다. 저는 그 남학생이 인터넷에 글을 올리기 전에 논지당을 방문해 자신의 경험 중 무엇이 부당한 것이었는지에 대해 얘기했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졸업 후, 사회에 나가서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저와 연세대학교의 많은 교수 구성원은 학생들이 그렇게 지적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교육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논지당 방문 후에도 그 부당함이 해결 되지 않았다면, 그 때 인터넷에 (남학생들이 여학생 휴게실 안을 들여다 본 행위까지를 포함한) 글을 올렸어도 늦지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정말 묻고 싶습니다. 무엇이 그로 하여금 지적인 대화의 절차를 생략하고 바로 인터넷에 폭로하게 하였는지... 스스로 약자라고 생각하여 등 뒤에서 폭로했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폭로를 통해 직원 선생님 전체의 수준을 매도한 글쓴이는, 지금 누구보다 막강한 힘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읽을 연세대학교 학생들이나 언론 매체의 기자들 역시도 그 남학생이 쓴 글 제목의 선정성에 집중해 수천 번씩 조회하거나, 그 내용을 유포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지식과 지성이 이런 폭로의 정치에 동원되고 있는 것에 대해 성찰하였으면 합니다. 물론 저도 그럴 것입니다.
이후 이에 대한 수많은 다른학생들의 반박증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처음 글을 올린 연세대 학생의 글
처음 글을 올린 학생입니다.
글을 읽어가며 이 말이 생각나더군요.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는 남고 껍데기는 가라."
답변은 회피한 채 글쓰기 방식, 의견전달 방식 등 껍데기에 대한 문제점만 제기하고 가버리셨네요.
또한, 글의 가독성이 너무 낮습니다. 독자가 글을 읽는 것에 목표를 둔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싶은 이야기를 하는데' 목표를 둔 글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저도 답변하겠습니다.
1. 맥락을 삭제했다는 부분에 대하여
또한, '몇몇 남학생'이 여학생휴게실 내부를 들여다보았으면 해당 학생들에게 '제재'를 가해야지 다수의 '무고'한 학생들에게 동시에 '제재'를 가하는 것이 당시 교직원이 행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 행동이었나요? 또한 당시 해당 교직원선생님은 '여학생휴게실 쪽에 남학생들이 있으면 안에 있는 학생들이 불편하니까 반대쪽으로 가 있어라'는 취지로 말을 하였습니다. 비를 피해 실외에서 20~30분 서있던 학생들이 저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남학생휴게실을 만들어달라'는 것이 이상한 것인가요?
이 부분에서 오히려 센터장님이 맥락을 빠뜨리셨네요. 제3자가 본다면 해당 교직원선생님이 '여학생 휴게실을 들여다보지마라'고 이야기했고 이에 남학생들이 '여학생휴게실을 너무 들여다보고 싶어 반발'했다고 착각하겠습니다.
또한 이 글에서 쓰인 실천, 제재, 변명...학생을 바라보는 센터장님의 시각을 대변하는 단어인 듯합니다. 교직원과 학생은 상하관계가 아닙니다. 학생들은 교직원에게 업무를 처리하라 명령하지않고, 교직원은 이를 실천하지않습니다. 부탁하고, 실행하지요. 교직원 역시 학생에게 제재를 가하는 것이 아니라 부탁하여야하는 것이고 학생들은 이를 실행해야하는 겁니다.
2. '남학생은 아무 곳에서나 앉거나 누우면되지않느냐'는 부분에 대한 답변은?
'담배를 피우거나 누워 잠자는 몇몇 남학생'이라는 부분도 의문입니다. 왜 휴게공간에서 '담배'를 피우는 학생은 '남학생'이라고 전제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어느 시절의 자료를 가지고 연구를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알기로 3~4년 전부터 '실내'공간에서 흡연은 '불법'행위이며 최소한 상경대학 건물 내에서 실내에서 흡연행위는 이루어지지않고 있습니다. 이 부분을 보니 성평등센터에 계신 분들이 2013년을 살고 있는지 1990년대에 살고있는지 더욱 궁금해집니다.
이부분은 이 글에서 언급할 문제는 아니지만 남학생들의 주장은 '여학생휴게실'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남학생휴게실'의 확충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객관적'인 연구가 어떤식으로 이루어졌는지 모르겠지만, 2013년을 살고 있는 대다수의 남학생들은 '아무 곳'에서나 누워 잠자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3. '폭로'라고요?
그나저나 이 글을 쓰신 선생님은 이 부분에서 왜 교직원이 무시하고 문을 닫아버렸다는 당시 '맥락'을 생략했는지 궁금합니다. 이러한 글쓰기 방식은 매우 올바르지 않습니다.
4. 교직원의 근무강도와 학생에 대한 응대태도는 상관관계가 있어서는 안됩니다.
5. 언론에 보도가 된 것은 사과드립니다.
그나저나 저는 제 앞가림도 못하면서 교직원들 월급 챙겨주라고 꼬박꼬박 등록금 납부하는 학생일 뿐입니다.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 인턴으로 일하느라 꽃이 만발한 학교에는 와보지도 못하다가 졸업사진 찍는 날 눈치보며 반차 써서 학교에 잠깐 들른 학생입니다. 당일도 졸업사진 촬영 후 바로 회사로 향했고요. 그런와중에 논지당에 들러 제 의견을 피력 못해서 죄송합니다.(저도 약자코스프레 좀 해봐야겠습니다.) 이런 저에게 '강자' 대접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6. 성평등센터? 아니죠. 여학생센터!
사실 '남학생'들이 역차별을 당하면서 공개적으로 말하지 못하는 것은 '남자가 쪼잔하게 왜 그래?'라는 인식에서도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을 개선하도록 노력하는 것도 '성평등'센터의 업무 중 하나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곳의 교직원조차 앞의 글에서 언급한 사고를 가지고 있는데 찾아가서 대화를 하는 것이 의미 있었을까요? 저는 이런 분들과 대화를 할 자신이 없습니다.
또한 여성운동에대한 연구를 하시는 분 같으시니 아시겠지만, 회사 내에서 '여성'이 '성별'에 때른 불평등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데 어려움을 갖기 때문에 '익명의 창구'를 운영할 것을 적극 권장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문제를 직접 찾아가서 제기하고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없을까요? '주변의 인식' 때문일 수도 있고, '상하관계' 때문일 수도 있겠죠. 학생과 교직원은 상하관계는 아니지만, '주변의 인식' 측면에서는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안타깝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그러합니다.
*이 글을 쓰며 '성평등센터'의 업무영역을 살펴보니 과거의 '여학생센터'와 다를바가 없군요. 그냥 예전의 여학생센터가 어울리겠습니다.
*격무에 바쁘셔서 성평등센터 홈페이지는 관리를 미처 못하시는 듯합니다. 언제적의 이야기가 업데이트없이 유지되고있는 것인지..
제가 이 글을 쓴 것은 목요일이었고, 기사가 난 것은 금요일이었는데 격무에 바쁘시다보니(기사에 따르면 논지당 관계자와 전화통화를 하였다니 인식은 하고 계셨을텐데) 일요일에도 초과근무를 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십니다.
하지만, 해당 교직원 선생님이 '남학생들은 아무 곳에서나 눕거나 앉으면 되지않느냐'라는 이야기를 한 연유는 꼭 듣고 싶습니다.
직접 찾아와서 들으라..는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 당일엔 번잡하기도했고 다소 거리가 있었기에 얼굴을 제대로 보지는 못했기에 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누군지 꼭 뵙고 싶긴하지만..다시 반차를 써가면서까지는 알고 싶지 않을뿐더러 저는 '지적인 대화 없이 인터넷에 폭로나 하는' 일개 키보드워리어일뿐이니까요.
학생들도 그렇고 해당 교직원선생님도 그렇고 다들 성인이잖아요? 센터장님의 그림자에 숨어있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남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