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짱공에서 한 7년째 눈팅중인 눈팅족입니다.
얼마전에 결혼 약속까지 한 여자친구랑 헤어져서요..ㅎ 그냥 마음의 고향같은 여기다가 신세한탄 해봅니다.
제 나이는 올해 31 여친은 29, 작년 이맘 때 만났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솔직히 모든 것이 잘 맞고 여친도 너무 잘해서 드디어 인연을 만났나 싶었어요.
여친이 남자한테 진짜 잘하는 스타일이었거든요. 항상 제 건강도 챙기고 옷 코디도 해주고
심지어 버스나 지하철에서 자리가 나도 저보고 앉으라고... 오빠가 안 피곤해야 나 많이 챙겨주고 사랑해주지 않냐고..
뭐랄까.. 나쁘게 말하면 상당히 의존적이라 할 수 있고 좋게 말하면 천상 여자였죠 ㅋ 자기 일에 대한 욕심보다는
결혼해서 화목한 가정 꾸리고 내조 잘 하는 게 목표인 그런 친구였어요
자기는 현모양처가 꿈이고 애기도 많이 낳고 행복한 가정을 가지는 것이 목표라고 항상 말했으니까요.
연애야 항상 즐거웠죠. 배려심 있고 부모님한테도 잘 하고 저한테도 잘하는 그런 여친이었으니까요.
그렇다고 소심하고 순정파같은 느낌은 아니었고 활발하고 성격도 좋았어요.
근데 결국 결혼은 둘이서 하는 게 아니더라구요...
그 친구 집은 건물 하나 소유하면서 그 건물 3층에 부모님 2층에 자기가 살고 1층에 부모님이 가게하셨고
그러시면서 부모님이 한달에 천만원 정도 버셨습니다. 자기는 영어를 잘해서 영어회화 강사하면서 월 220정도 버는 상황..
저희 집은 진짜 저 결혼해도 뭐 해주실 수 있는 형편 아니었고 부모님 연세도 많으셔서 일도 하지 않으시고 있는 상태,
게다가 공부한다고 취업을 30살에 해서 모아놓은 돈 1000만원 있습니다 ㅠ
제 직장은 고연봉 받는 중공업 같은 건 아니고 일반 대기업에 연봉 3500선이구요.. 월에 다 떼고 260정도 벌고 있습니다.
근데 여친은 결혼하면 일 안하고 진짜 애기 잘 키우고 내조만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남편 벌어오면 그 돈으로 차곡차곡 모으고 애기 키우고..ㅎ 맞벌이 하면 아무래도 애기 정서에도 안 좋고
자기 아기는 자기가 꼭 키우고 싶다고.. 최소한 3명은 낳고 싶다고..
그런데 진지하게 집안끼리 인사하고 결혼 날짜를 잡네마네 하는 상황까지 오자 여친이 조금 변하드라구요
괜히 고민도 많고 계속 우리가 결혼하면 정말 행복할 수 있을까? 이러고..ㅋ
인사드릴 때도 솔직히 제 형편 다 까고 지금 집도 없고 차도 없다. 그치만 빚도 없고 안정적인 직장 다니고 있다.
초반 조금 힘들겠지만 믿어주시면 절대 고생은 안 시키겠다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니까 장모 되실 분이 그러면 집은 어떻게 할거냐고.. 솔직히 말씀드렸죠.. 당장 모아놓은 돈이 없으니
대출 좀 끼고 빌라전세에서 시작할 생각입니다. 라구요. 그러니까 장모님이 그렇게는 딸 못 보내겠대요..
애지중지 키운 딸인데 시집가서 고생하는 거 보기 싫다고.. 어디가서 팔자 고치는 것 까지는 안 바라지만
아무 불편 없이 살고 있는 딸자식 남편 만나서 고생하는 건 싫다고..
그러시더니 1억5천정도 보태주시겠다고 하시더라구요. 거기에 제가 모은 돈으로 결혼식하고 신행하고 살림살이 좀 넣으면
지방이니까 어디 아파트 전세라도 얻을 수 있지 않냐고.. 솔직히 감사하다고 말씀드렸고 여친이랑 좀 더 상의해볼겠다고
했습니다. 근데 여친은 그 말을 듣더니 더 우울해 하더라구요..
자기 부모님도 젊어서 고생한 자수성가 스타일이고 자기랑 자기 동생 키우는 데도 돈 많이 들었는데
결혼할 때까지 남자쪽에 돈 보태주면서 까지 해야하나... 엄마한테 너무 미안하다.. 이런 말들..
물론 당연히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랑하고 있었고 어차피 그 돈 살면서 조금씩이라도 다 갚을 생각은 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잘 안 먹히드라구요..
그렇게 우울한 상태로 한 달 정도 지났고 어느날 여친이 말 하더만요..
오빠 솔직히 오빠 많이 사랑하긴 하는데 난 나를 걱정시키는 남자 싫다고.. 난 든든하고 산같은 남자가 좋다고.. 결혼을 하면
당연히 설렘도 있고 걱정도 있는 거지만 최소한 설렘이 걱정보단 커야하는데 지금은 설렘보다는 걱정이 더 크다고..
결혼 하면 평생 자기는 무언가에 목말라하며 살 것 같다고 그러더라구요..
자기는 공주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빚 갚는데 허덕이고 50 다 되서 아파트 한 채 생기고 일하느라 애들이
어떻게 커가는지 잘 알 지도 못하는 그런 워킹맘은 되고 싶지 않다고 말하더군요
하... 솔직히 뭐라 할 말이 없었습니다. 사랑만으로 모든 걸 믿고 따라오라고 하긴 했지만 그게 현실이었으니까요.
지금 맞벌이 안하는 제 연봉으로는 집 대출받고 애 하나 낳는 것도 벅찬데 거기에 여친은 최소 2~3명 낳고 싶어했고
일 안하고 집에서 살림하고 싶어 했으니까요..
여친이 말하더라구요. 내가 된장녀라고 생각해도 어쩔 수 없다고.. 차라리 자기도 부족하게 살았으면 그렇게 살겠는데
부족함 없이 산 상황에서 오빠 만나서 오빠 부모님 부양하고 할 생각하니까 겁나고 자신도 없다고..
막연하게 걱정은 하고 있었는데 진짜 현실로 다가 오니까 겁이 난다고.. 미안하지만 안 되겠다고..
사실 오빠 살쪄서 싫어 담배펴서 싫어 술 마시고 친구들 만나는 거 싫어 이런 것들은 고칠 수 있는 건데
고칠 수 없는, 바뀌지 않는 현실로 문제가 생기니까 솔직히 해답이 없더라구요..
여차저차해서 결국은 헤어졌습니다. 이제 한 달정도 됐네요.. 솔직히 지금도 많이 생각납니다.
열받기도 하고 내가 못나서 좋은 여자 놓쳤다는 생각도 들고 약간은 트라우마에 결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31살 먹으면서 이 친구 포함 6번 정도 연애했는데 헤어지고 이렇게까지 아픈 건 처음이네요..
근데도 연락은 못하겠어요 달라질 게 없으니까....
긴 넋두리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맥주 한 캔 하고 자야겠어요^^
좋은 날이 오겠죠? 행복하십시오 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