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구(血球) 크기의 컴퓨터를 머리속에 이식해 가상 세계를 즐기는 등 2033년에는 인류가 가상과 현실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세계적인 인공지능 전문가 레이 커즈와일 박사가 예언했다.
레이 박사는 21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게임개발자회의에서 “25년 뒤에는 컴퓨터의 가격대 성능이 수십억배 발전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가상세계가 현실과 연결되는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레이 박사는 “지난 50년간 컴퓨터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보면 향후 컴퓨터의 기술력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며 “2033년에는 컴퓨터의 성능이 수십억 배 향상되는 대신 크기는 수십만 배 줄어들어 혈구 크기의 컴퓨터를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레이 박사는 “오늘날 우리는 완두콩만한 크기의 컴퓨터를 뇌에 집어넣어 파킨스 질병으로 인해 파괴된 신경세포를 대신할 수 있다”며 “2033년에는 컴퓨터가 우리 몸에 들어와 건강을 유지하거나 지적 능력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혈구 컴퓨터는 신경 시스템 내부에 침투해 가상현실을 생성할 수 있다”며 2033년 무렵에는 사이버 섹스나 가상 스포츠, 가상 학습 등 다양한 가상세계가 현실화될 것임을 시사했다.
레이 박사는 가상 세계에서 우리 인간은 로맨스를 즐기거나 배움을 얻을 수 있다면서 “가상 세계는 진짜 세상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레이 박사가 예측한 2033년은 공교롭게도 미국의 IT 전문지인 PC월드가 PC의 종말을 예측한 해이기도 하다.
PC월드는 "지금의 PC는 2033년경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며, 10년 내 인간의 몸에 의학용 칩들이 내장되는 등 인체 내부를 이용한 컴퓨팅의 개인화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레이 박사는 지난 16일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2029년에는 기계(머신)가 인간 수준의 지적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사람의 뇌 속에 들어가 인간의 지적 능력을 향상시키는 나노로봇을 개발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며 “건강과 지적능력을 항상시키는 나노로봇을 통해 사람과 기계가 결합되는 날이 머지않았다”고 밝혔다.
레이 박사는 “2029년에는 인간의 지적능력을 대신하는 인공지능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개발될 것”이라며 “우리 두뇌에 지적 능력을 갖춘 나노로봇을 이식하면 인간의 육체적 능력과 지적 능력이 두루 향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공지능의 발전과 인류의 미래를 담은 세계적 베스트셀러 ‘21세기 호모 사피엔스’(1999년 출간)를 집필한 레이 커즈와일 박사는 인공지능 전문가이기 이전에 문자인식(OCR)시스템, 전하결합소자(CCD) 평판스캐너, 텍스트 음성 합성(TTS) 기술, 신디사이저 등을 최초로 개발한 위대한 발명가로 알려져 있다.
특히 1976년 OCR, CCD, TTS를 결합해 만든 ‘커즈와일 리딩 머신’은 기계가 시각장애인을 위해 정보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때 빌 게이츠는 레이 커즈와일 박사를 "인공지능의 미래를 가장 잘 예측한 인물"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