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신생아 -> 임산부 -> 결혼식 순으로 제가 겪어왔던 경험들과 고민들에 대한 글이 많이
사랑받은 것에 감사드립니다. 댓글 중에 아 그럼 이제 연애질만 배우면 나도 애를 낳을수 있겠다는 글을보고
제가 수많은 시행착오와 맨땅의 헤딩을 겪으며 하나하나 이해하고 체험해나간 경험을
쓴다면 오유인 여러분도 남자끼리 행복하게 사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써보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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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질 이라는건 자전거와 같습니다. 일단 올라타면 어찌어찌 굴러는 갑니다. 출발하기가 가장 어렵죠.
게다가 임신출산은 커녕 결혼식보다도 더 방대하고 다양한 방식과 상황이 벌어지는 문제이기에
이건 이렇게 해라. 라고 말하는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그냥 제 경험과 생각을 알려드리는 겁니다.
난 아닌데? 이게 더 좋은데? 라고 생각하신다면 그게 맞는겁니다. 그냥 참고만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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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사귀고 연인으로 지낸다는건 참 좋은겁니다. 하지만 단지 그 자체가 목표가 되어선 안되겠지요.
먼 훗날의 이야기지만 결혼도 해야할 것이고 인생을 같이 살아야 할 배우자를 찾는 행동의 시작이니까요.
생각해보면 30살에 결혼해서 100 살까지 산다고 치면 인생의 70% 를 같이 지낼 사람을 찾는겁니다.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뒤집어 말하면, 우리 인생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존재를 구하는 것이고, 그 존재가 수준이 높다면
우리 인생의 수준이 높아지는거지요. 물론 좋은 배우자를 만나려면 본인이 우선 좋아야 합니다. 그거부터 시작합시다.
1. 멘탈 강화
사람을 만날때, 특히 연인을 만날때는 멘탈이 강력해야 합니다. 쉽게 다시 말하면 상처받는걸 두려워하면 안됩니다.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면 상처받거나 다른사람으로부터 미움받는걸 무서워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게시물을 썼을때 50 개의 리플중에 악플 두개가 있다고 쳐봅시다. 단 4 % 비율이지만 그 악플에 상처받는
순수한 영혼들이 많습니다. 결론은 신경꺼주는게 옳습니다.
부처님과 예수님을 떠올려보면, 인류 역사 전체를 통틀어 위대한 성인으로 추앙받는 그 분들도 매일매일 수억명에게
가루가 되도록 까이고 있습니다. 저 양반들의 발톱의 때만도 못한게 분명한 나인데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걸 원한다는건
너무 큰 욕심입니다. 세상엔 병.신도 많고 착한 사람도 많은걸 기억합시다.
주변사람 모두가 합심해서 날 깐다면 내가 좀 이상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냥 몇명이 그러고 있는게 보이면 걍 나랑 의견이
다른 놈이구나 하고 걔가 말하는 요지만 쓸만한지 검토해보고 넘어가는게 좋습니다.
사랑고백에 적용해보면, 세상엔 오징어를 싫어하는 여자도 있지만 좋아하는 여자도 있을겁니다. 그냥 그랬구나 하고 넘어가세요.
멘탈이 강해지면, 심리적 압박이 적어지고, 그렇게되면 용감해집니다.
* 군대를 갔다오면 욕먹기, 갈굼당하기, 심리적 압박당하기 상황에서의 버티기 능력이 약 40 배 정도 강화됩니다. 군대가세요.
* 짝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보며 애만태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간단하게 조언해드립니다. " 잃을 각오가 없으면 그냥 사랑도 하지마라 "
고백했다가 차이던, 사귀었다가 이별하던 결혼못하면 어차피 그 인연은 거기서 끝입니다. 그냥 친구로 잊혀질지, 아니면 그래도
사랑했던(or 나에게 호감을 표시했던) 사람으로 기억될지는 본인이 선택하세요.
2. 언어 순화
전역하고 위병소 문을 박차고 나오며 목에 걸었던 군번줄을 풀어 집어던지고 제가 각오했던게 있습니다.
"앞으론 욕하지말자. 군대에서 내인생 살며 할 모든 욕을 몰아서 다 한거 같다(-_-..)"
세상에 욕하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 없습니다. 말을 곱게 합시다. 실제로 실천해보면, 의외로 C.., 개.. 등등의
단어 없이도 아주 부드럽게, 오히려 더 듣기좋게 얘기가 가능합니다. 의식적으로 오늘부터는 C 단어를 쓰지않겠다
라고 결심하고 실천해보세요. 처음엔 힘들지만 점차 줄어들면서 본인의 언어가 순화됩니다.
여자앞에서만 안하면 된다. 라는 마인드는 개나 줘버리세요. 술먹고 돌변해서 쌍욕을 날리는 남자만큼 멋지고 병.신같은
존재도 찾기 힘들죠. 걍 내 인생에서 욕을 구축하세요.
물론 저도 운전하다보면 순간순간 아슬아슬하게 튀어나올때가 있기는 한데 일상생활에서는 아예 삭제한 상태입니다.
욕을 삭제한 후엔 가능하다면 단어 순화도 하세요.
예를 들면 저는 (헬멧을 쓰지않고 큰 소리로 두명이상 탄 오토바이를 몰며 도로위에서 난동을 부리는 청소년들) 을
양아X 새X 같은 단어대신에 그냥 활발한 청소년들.. 로 바꿔부르고 (5초에 한번씩 차선을 바꾸며 혼자서 F1 레이싱을 하는 튜닝양카)를
흔한 욕 대신에 똥마려운 사나이 등으로 바꾸어 부릅니다. 계속 쓰다보면 괜찮아져요.
미친X 는 독자적인 세계관을 가진 아저씨 등으로 말이죠.
언어가 순화되면 알게모르게 주변사람이 여러분을 보는 모습부터 바뀝니다.
3. 매너 강화
매너 강화하라고 했다고 첨보는 소개팅녀 의자 빼주라는 소리가 아닙니다. 일상생활 얘기에요.
건물 들어가는 유리문 등에서 반대편에서도 사람이 와서 순간적으로 대치하게 될때가 있죠?
1) 문을 당깁니다. 2) 상대의 눈을 마주쳐 보며 미소를 짓습니다. 3) 기다립니다.
이거 별거 없죠? 매너는 여자한테 해주는게 아니라 사람한테 하는겁니다. 남녀노소 가리지말고 걍 하세요.
일상속에서 소소한 매너들 있습니다. 엘레베이터 열림버튼 눌러서 기다려주기, 걸어갈때 차도쪽에 서서걷기,
전화할때 해져서 어두우면 저녁에 OR 밤에 죄송합니다. 앞에 붙이기 등등 그냥 그런거 하세요.
의자빼주는거 오바입니다.
* 참고로 여자와 계단을 올라갈때는 계단이 넓으면 나란히 혹은 한두발 앞서 걷고, 계단이 좁으면 무조건 앞서서
걸어가도록 하세요. 이유는 뒤에서서 걸어보면 깨닫게 됩니다.
4. 외모
걱정마시라. 나도 오징어임. 게다가 남중-남고-남초학과-군대 테크를 탄 로션이 뭐야? 사나이였음.
패션? 옷이란 추위와 더위를 막기위한 섬유로 만든 물건. 딱 이 수준이었음.
일단 가장 먼저 해야 하는건 면도임. 전에 연휴기간에 그분께서 "오빠도 소지섭처럼 수염길러봐 소지섭멋있따~" 라고
하셔서 5일내내 면도안하고 열심히 길렀더니 대뜸 보더니 " 아씨 김흥국이네 당장 면도해 "
라는 말을 듣고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면도한 기억이 있음.
면도하세요. 수염은 연예인아니면 할아버지나 기르는겁니다 ㅠ
그리고 미용실가서 머리도 단정하게 깎는걸 추천합니다. 왁스로 간지폭발 머리를 할수도 있겠지만 그냥 단정한게
평균점수는 먹으니까 능력없는 오징어는 단정한게 최고입니다.
패션? 그딴건 감각이 있어야 입는거죠. 우린 그런거 없습니다. 비책을 공개합니다.
1) 중저가 브랜드 옷가게를 간다. 2) 점원에게 접근한다. 3) 제가 패션센스가 없어서 그런데 저 앞 진열대에 서있는 마네킹이 입은 옷을
전부 다 사서 입으면 괜찮을까요? 라고 묻는다. 4) 신난 점원은 네 호구.. 아니 호갱님. 하며 마네킹 가운에 어떤 세트가 그나마
나와 어울릴지 골라준다. 5) 산다. 6) 나의 비루한 몸뚱이를 탓하며 바지를 줄인다. 7) 입는다. 끝.
패션센스가 쓰레기통인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가운데 하나가 옷가게 앞에 서있는 마네킹이 입고있는 세트를
아예 통으로 사서 입어버리는 겁니다. 보통 대부분의 마네킹이 매치 잘되게 입고 있기 때문이지요. 물론 내 몸뚱이는 마네킹과 다르니
점원의 도움을 받는것을 추천함. 그리고 18세 청소년이 아니라면 옷은 몸에 맞게 줄이는 것을 추천합니다.
* 어차피 패션이나 외모 부분은 보기에 심란한 수준만 아니면 대부분의 여성이 그냥 넘어가는 편이며,
연인관계로 발전하면 많은 여자들이 자신의 취향으로 남자를 개조하기 때문에(...) 초반에 병.신짓만 안하면 됩니다.
지금까지 멘탈 / 언어 / 매너 / 외모 를 만들었습니다. 이제 소개팅을 하러갑니다.
여기서부터는 정말 개인별로 격차가 크기때문에 공통적인 것만 몇개 얘기할겁니다.
1. 대화는 상대방이 말을 많이하게 합니다.
심리학자들의 실험결과 두사람 이상이 대화를 하는 경우에 대부분 말을 많이 한쪽이 즐거운 만남이었다고
판단한다고 합니다. 우리 친구관계에서도 똑같죠.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친구들이 어떤 평을 받고있고
그 친구와 만났을때 어땠는지를 떠올려보면 됩니다.
그런데 처음보는 아가씨와 마주 앉아있는데 " 이봐요 아가씨 좀 떠들어봐 " 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를 하고 뻥 차이고 옵니다.
예를 들어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 좋아함? 내가 해줄까?) 라던가 (롤 해봤어요? ) 같은..
걍 물어보세요.
주말에 무엇을 하며 지내십니까? 혹은 좋아하는 음식있어요? 또는 전공이 뭐요 or 직장에서 무슨일 하세요?
상대방이 대답을 하면 질문을 다시하면 됩니다. 본래 사람은 자기가 잘 아는 것에 대해 누군가 궁금해하며
물어오면 잘 설명해줍니다. 그게 소개팅 자리라면 더 잘 설명해주지요. 길가다 만난놈이 아니라 대화하려고 만난 상대니까.
다음 예시를 봅니다.
남: 주말에 보통 뭐하시나요?
여: 여시하면서 치킨 뜯어요
남: 치킨 맛없던데 그걸 왜먹어요?
여: (불같이 화를내며) 신성 모독이다! (물병을 들어 남자의 머리를 내려치고 나간다)
...
이건 농담이고,
남: 전공이 뭐에요?
여: 경영학과요
남: 아 경영학과. 근데 전부터 궁금했는데 경영학과는 어떤걸 주로 배우나요?
여: )(#@$ㅃ)(#%%&)(#@ ;라;라
남: 좋아하는 음식이 뭐에요?
여: 치킨이요
남: 아 저도 좋아하는데, 전 굽네랑 교촌을 주로 먹어요. 어떤거 드시나요?
여: 아놔 이단색히 치킨은 처갓집.
남: 양념과 후라이드 중 어느게 맛있는지 서술하시오.
여: #@%@($% ;라;라
위의 대화 풀어나가기는 하나의 예시일뿐이고, 하나만 기억하세요.
상대방이 말을 많이 하게 만들면 상대는 나와의 만남이 재미있었다고 기억합니다.
2. 데이트!
영화보러 가지마.
최소한 첫만남에 영화보는 그지같은 짓은 하면 안됩니다.
닥치고 대화하세요. 까페 -> 밥집 -> 가벼운 술집(한두잔) 등의 코스로 대화해 대화.
그리고 가급적 대화할 수 있으면서 재미있는 곳을 많이 다녀보세요.
예를 들어 창덕궁에 가면 약 한시간 정도 가이드가 궁궐 안내를 해주며 창덕궁을 걸어서 돌 수 있는 코스가 있습니다.
여자에게 미리 오늘 이거 할거임 이라고 말하면 여자가 운동화 신고 나올테고, 그럼 같이 재밌는 구경하는거임.
그리고 그 구경코스의 끝인 비원입구에 작은 연못이 있는데 연못은 네모, 연못 한복판에 정자는 동그란 모양임.
가이드가 잠시 휴식을 선언한 틈에 벤치에 앉아 그 연못을 보며
"" 옛날엔 하늘은 동그랗게, 땅은 네모지게 표현했어요. 저 연못을 보면 물은 땅을 의미해서 네모, 가운데 정자는
하늘을 의미해서 동그랗죠. 저 쪽배타고 연못 가운데 정자에서 낚시하는 왕은 하늘에서 땅으로 낚시대를 던졌던 거랍니다""
같은 쓸데없지만 솔깃해보이며 뭔가 똑똑해 보이는 개드립을 막 발사해주면 됨. (( 내 얘기임 ㅋ ))
그 외에도 전쟁기념관, 국립중앙박물관, 현대미술관, 동물원, 남산, 코엑스(63빌딩에도) 아쿠아리움 등등
영화관 말고도 놀려고만 들면 주변에 천지로 깔린게 놀러갈 곳임. 대화를 함께 할 수 있는 곳에서 놀면 됩니다.
단, 첫만남부터 이런짓은 하지말고 이런데는 몇번 만나고 같이 돌아다니는거임.
3. 차였을때
분명히 난 최선을 다했으나 상대방이 오징어를 별로 안좋아하는 경우엔 어쩔수가 없습니다.
첫만남 말미에 다음번엔 언제쯤 볼까요? 라고 애프터 신청을 했는데 상대방이 싫다고 합니다.
그럴땐 두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1) 나도 그닥 맘엔 안들었다. => " 전 그 쪽이 참 맘에 들었는데 안타깝네요. 오늘 좋은만남 즐거웠습니다. " 하고 인사
2) 난 맘에 드는데? => " 전 그 쪽이 참 맘에 드는데, 내키지 않겠지만 한번정도 더 만나보고 생각해보시면 안될까요? " 하고 붙잡기
그리고 2번의 대사를 날린뒤에 그래도 넌 싫어 라는 대답을 듣고 쓸쓸하게 집으로 돌아오면 여러분의 소개팅은 끝이 납니다.
상대방이 날 좋아하는데 내가 먼저 맘에 안든적은 없어서 모르겠다!!!!!!!! 차본적이 없다!!!!!!!!!!! 차인적만 있다!!!!!!!!!!
이 글의 핵심은 별거 없습니다.
거절당하는게 두려워 숨지말고,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상대방을 존중하고, 주변사람을 예의바르게 대하다보면
언젠가 당신을 사랑해주는 반려자가 하늘에서 뚝 떨어질겁니다.
우리모두 안생겨요가 애생겨요가 될때까지 솔로부대 탈영을 시도합시다.
현직 애기아빠 시리즈 끝.
P.S 며칠전에 애기를 재우기 위해 나는 자장가를 부르고 부인은 애기를 토닥토닥 하고 있었는데 어느순간 정신차려보니
아빠랑 엄마가 자장가에 취해 잠들어 있고 애기는 엎드려서 우리둘을 번갈아 바라보며 니네 뭐하냐? 하는 표정으로 보고 있었음..
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