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리니지 글루디오 마을의 추억

김갑태 작성일 13.07.06 03:2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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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당시 글루디오 마을은 리니지 최대 규모의 마을이었다.

 비록 성은 없지만, 마을 내 공터가 넓고 골밭과 본던, 장로밭 등 이른바 노다지가 존재 했기 때문에 항상 장사꾼들로

북적거리는 마을이었다.

 당시에 사막에서 나오는 바실리스크라는 대형몬스터가 있었는데 혼자 잡으려면 잡겠지만 잡다보면 주변에 잡몹들이

잔뜩 몰려오거나 뒤치기가 들어와서 잡기가 여간 쉬운게 아니었다.

이 몬스터는 전리품으로 굉장히 값비싼 고급다이아몬드를 주기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경쟁이 심하다.

 

다시 얘기로 돌아가 필자는 당시 중학생이었다.

 

주변에 흔하디 흔한 가난한.. 채렙 유저(채팅레벨 30).

 

오늘도 골밭 사냥을 위해 초록물약과 빨간물약을 구입하러 글루딘 마을에 들렀다.

당시 친척형이 '빌려' 준 나의 단하나밖에 없는 장비 +6크로스보우(가치 : 25만 아데나)를 가지고

해골과 좀비들을 썰어버릴 심산으로 글루디오를 돌아다녔다.

 

골밭을 향해 나가려는 찰나.

 

글루디오 입구에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상인을 만나게 된다.

 

"바실리스크의 뿔 50만 아데나에 삽니다."

 

바실리스크의 뿔? 그게 뭐지.. 바실리스크가 주는 새로운 아이템인가.

바실리스크가 인기가 많은 몬스터인 건 알고 있었다.

지금은 잘 기억이 안나지만 고급다이아몬드가 메일브레이커, 요정의 판금갑옷 재료로 알고 있었는데

그래서 인기가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처음엔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그 상인은 내가 골밭 사냥을 나감과 동시에 내 기억속에서 잠시 사라졌다.

약 두시간 정도 사냥을 한 후 돌아왔는데 그 상인은 아직도 목이 터져라 바실리스크의 뿔을 사고 있었다.

과연.. 바실리스크의 뿔은 50십만 아데나 이상의 가치를 지녔을 거라 생각했다.

두 시간을 넘게 저 상인이 목이 터져라 외치는데도

판매한다는 사람이 나오지 않는 것을 본다면..

난 잠시나마 상인을 가여워하며 물약을 보급하기 위해 글루디오 마을 안을 돌아다녔다.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글루디오 마을 남쪽에 도착했을 때 난 벼락을 맞은 기분이었다.

 

무엇인가 익숙한 외침.

 

"바실리스크의 뿔 25만 아덴에 급처함"

 

글씨 색깔마저 기억하고 있다.

순간 마음이 다급해졌다.

2시간을 넘게 바실리스크의 뿔을 50만 아데나에 구입한다던 상인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금 물약이 중요한게 아니야"

 

다짐에 다짐을 하며 당장 25만 아데나를 구하기 위해 난 발품을 팔기 시작했다.

 

현재 나의 인벤토리에 있는 5만아덴(골밭에서 벌어들인 돈 + 물약값)과

친척형이 빌려준 +6크로스보우(25만 아덴의 가치)를 급처하면..

 

머리가 마치 제이스의 가속관문(순간 이동속도가 빨라지는 LOL영웅의 기술)을 통과한 것 처럼 빠르게 회전했다.

당시 +6크로스보우는 중상층의 상징이자 앵벌이계의 보석같은 존재였다.

그만큼 수요-공급 능력이 뛰어났다.

 

"+6크로 20만 아덴에 급처함"

 

글루디오 광장에서 세간의 이목을 순식간에 사로잡았다.

장사꾼, 앵벌이꾼, 중산층유저 등이 순식간에 나를 5방향으로 둘러싸서 칼질을 하기 시작했다. (거래하자는 의미)

그밖에 무일푼에 장비마저 변변치않은 대다수의 유저들은 그저 주위를 배회하며 침을 삼킬 뿐이다.

 

난 바로 앞에 있는 한 기사에게 +6크로스보우를 저렴한 가격에 팔아치웠다.

 

그리고 버그베어(골밭의 최강자)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먹지 않던 초록물약(이동속도+공격속도 상승)을 흡입하고

글루디오 마을 남쪽을 향해 달려갔다.

 

"바실리스크의 뿔 25만 아덴에 급처함"

 

안도의 한숨을 내쉰 후 상인에게 다가가 칼질을 했다.

정확히 25만 아덴을 거래창에 올리고 바실리스크의 뿔이라는 처음보는 아이템을 받게되었다.

거래를 마친 후 상인은 바람처럼 사라져버렸다..

 

말 그대로 그 상인은 사라져버렸다.(당시에 보통 거래를 마친 후 '수고요'라는 말정도는 하는게 매너였다)

하지만 난 신경쓰지 않고 번개같이 북동쪽을 향해 달렸다.

가는 내내 나도 이제 중산층인가하는 마음에 심장이 쿵쾅거리고 머리가 찌릿찌릿했다.

 

도착한 나는 갑자기 심장이 멎은 것 같았다.

설레임에 아드레날린을 분비하며 쿵쾅거리던 심장은 어느덧 싸늘하게 식어갔다.

대뇌 전두엽을 통해 흐르던 전기가 방전되고 부교감신경이 자극되어 입술이 바싹바싹 마르고,

등에 흐르는 식은땀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었다.

 

바실리스크의 뿔을 산다던 상인은 이미 떠난 후였다.

 

나에게 들리는 공허한 외침들이 허탈하게만 느껴졌다.

 

순간 빠르게 지나가는 채팅창사이로 귓속말이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귓속말은 정말 찰나의 순간에 지나갔지만

내 기억엔 아직도 시간이 멈춰진 듯 선명하게 보였다.

 

'ㅂ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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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 리니지 글 쓰신분보고 저도 추억에 젖어 한편 남겨봐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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