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항공 사고속에 한 스튜어디스 이야기
"조그만한 여승무원, 사람 업고 뛰어다녔다"
6일(현지시각) 발생한 아시아나항공기 착륙사고와 관련, 탑승객들의 증언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비즈니스석에 탔던 탑승객 유진 앤소니 라(Eugene Anthony Ra)씨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비교적 소상하게 당시 상황을 밝혔다.
힙합 콘서트 프로듀서로 일하며 서울과 샌프란시스코를 자주 왕래하는 라씨는
"착륙할 때 뭔가 이상했다. 고도가 너무 낮았다"며 "엔진 소리가 이상했다"고 했다.
"저는 비행기를 아주 자주 이용하는 사람이어서, 고도가 너무 낮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서울-샌프란 코스는 사실 승무원들보다도 많이 이용했습니다"
이어 비행기는 바닥을 쳤고 심하게 요동쳤다고 했다.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정말 정말 세게 때렸어요. 비행기 뒤쪽이 임팩트가 더 심했어요"
라씨는 "이제 끝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죽는구나 싶었다"며
"솔직히, 지금 살아있는게 믿겨지지 않는다. 비행기가 바닥을 쳤을 때, 난 그게 뒤집어지거나 폭발할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비행기는 폭발하지 않았다. 비행기는 계속 미끄러지더니 결국 멈췄다.
"비행기가 멈추자 비명소리도 멈췄어요. 갑자기 비행기 안에 적막이 찾아왔어요. 완전한 적막이"
그때 라씨는 구명 보트가 팽창하면서 한 승무원을 벽으로 박아넣었다는 걸 봤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이 여승무원은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다른 승객과 함께, 그 보트를 터트려서 승무원을 구조했다.
"1~2분 후 기장이 스피커에 대고 소리를 질렀어요. 모두 긴급 탈출하라는 지시였습니다"
한 승무원이 문을 열었고, 사람들이 구명 탈출대를 타고 비행기를 빠져나갔다. 소방차들이 대기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때 라씨는 한 작은 체구의 여승무원이 부상당한 승객들을 직접 몸으로 부축해 비행기밖으로 보내는 걸 봤다고 했다.
승무원 김지연 씨였다.
라씨는 그녀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녀는 영웅이었어요. 작고 조그만한 이 여인이 사람들을 업고 날랐습니다.
여기저기를 뛰어다녔어요. 뺨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침착하게 사람들을 돕고 있었습니다. 그녀 사진을 찍어뒀습니다"
승무원들이 승객 전원을 대피시켰을 때, 비행기 안에서 연기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라씨도 마침내 비행기 밖으로 빠져나갔고, 불길이 비행기 내부를 뒤덮기 시작했다.
가장 심한 부상자들이 치료를 받을 때까지, 승객들은 활주로에 45분간 머물러 있었다.
버스가 와, 승객들을 터미널 안으로 데려갔다. 샌드위치와 담요가 지급됐다.
"현장은 경찰과 조사관들로 가득찬 채 혼란스운 상태였습니다.
누구도 우리한테 다가와서, 어떤 일인지 업데이트 정보를 주지 않았습니다"
라씨는 6~7시간을 공항에서 더 머물다가, 아버지를 픽업하러 온 딸과 함께 공항을 떠났다.
한국에서 태어난 후 미국 시민권자가 된 라씨는
"99.9% 죽을 거라고 생각했고, 0.1% 기적을 기대했는데, 그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앞으로 최선을 다해 인생을 살 것입니다. 왜냐면 내일이면 이미 최선을 다하기에는 늦어버릴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