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는 오자마자 인사도 하지 않은 채, 친구의 팔을 낚아챘다.
그리고 나이트에서 쓰는 고급 필살인 가슴으로 부비부비를 친구의 팔꿈치에다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나와 에이랑 같이 나온 씨가 같이 보고 있었고,
그 친구 씨는 그 행동을 자기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것처럼 보여
해달라는 씩으로 내 오른팔을 동그랗게 만들었다.
에이와 달리 친구는 그렇게 밝은 성격은 아닌 듯 했다.
- 그나마 다행이네.. 친구는 정상이라서.. -
그렇게 나는 씨의 팔짱을 다정히 끼고, 친구를 쳐다봤다.
나와 달리 에이는 형사가 범인을 도망가지 못하도록 팔짱을 끼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에이에게 끌려가는 친구의 뒷모습을 아득하게 쳐다볼 때,
친구가 갑자기 고개를 뒤를 돌리며 슬픈 눈으로 나에게 말없는 구원 요청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부모님을 등 뒤로 하고 입소하는 사람 마냥 뭔가에 사무친 얼굴에 지분지분 눈물이
스며드는 것처럼 보였다.
어제 친구랑 같이 갔던 삼겹살집에 도착했다.
많은 사람들의 웅성거림은 얼마만큼이나 손님이 많은 지 가늠하게 했다.
입구까지 달달하게 풍겨오는 고기냄새 사이로 식당 안으로 걸어 들어가 자리에 앉았고,
내 옆에는 씨이, 그리고 맞은편에는 친구와 에이가 앉았다.
이내 주문 받는 아줌마가 우리 테이블로 왔고, 기다렸다는 듯이 에이가 주문을 했다.
“아줌마 삼겹살 10인분 같은 4인분요”
예전 초보 운전자가 주유소에서 만원 같은 오천 원 어치 넣어달라는 행패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에이의 뜬금없는 행패 같은 주문에 아줌마도, 나도, 내 친구도, 멍하니 에이를 쳐다봤다.
아줌마는 황당해서 얼굴이 빨개지는 것 같았고, 나는 놀라서 얼굴이 후끈거렸고,
친구는 무서워서 화끈거리는 것 같았다.
아줌마는 빙긋 웃으면서 다시 말했다.
“네? 뭐라구요?”
“아이~씨! 4인분! 4인분 달라고!! 양 많이 해서요”
아줌마는 화가 난 어두운 표정으로 주방 쪽으로 걸어갔다.
갑자기 앉은 자리에 가시가 돋아 있는 느낌이 들어 자리에서 일어나니, 에이가 고개를 들어 나를 봤다.
“오빠 어디 갈려고?”
“화..화장실..”
“아, 그럼 빨리 와요! 고기 구우면서 조신하게 기다리고 있을게요 ”
내 친구도 눈치를 살피며 같이 일어나 화장실을 간다며 나를 따라왔다.
볼링 핀을 꺼내 일을 중, 친구는 소변도 보지 않고 내 뒤에 서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소변기를 깨트릴 만큼 파워로 기분 좋게 일을 보던 중, 친구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훈아....”
“왜?”
“나 그냥 집에 가면 안될까?”
“왜?”
“제 오늘 보니깐 무섭네..”
“어제는 잘도 놀더만~”
“어제는 취해서 그랬는데, 맨 정신으로 보니깐 성격 이상한 것 같은데?”
조금 전 아줌마에게 대하는 행동을 본 이후 나 역시 동요가 되어 조심스레 맞장구를 쳤다.
“좀 글치?”
“응.. 우리 대충 앉아 있다가 가자..”
“그래, 그러자...”
그렇게 친구랑 의기투합을 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자리에는 4인분 같은 4인분의 고기가 있었고,
밑반찬 몇 개와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는 소주병이 하나 놓여있었다.
자리로 돌아오자마자 에이는 내 눈치를 살짝 보며 물었다.
“소주 시켰는데 술 마실 거죠?”
“어..? 응.. 마실까?”
에이는 장난스런 곁눈질에 화가 난 척하며 내 말을 따라했다.
“마실까~아?”
“아..아니..마실거야..”
약간 더듬거리는 내 목소리에 에이는 피씩 웃음을 터트렸다.
“오빠 되게 귀엽네~ 오빠가 갑자기 마음에 들려고 하지만 내 친구에게 양보 할게요~”
에이의 성격은 제법 발랄한 것에 비해 내 옆에 앉은 씨컵은 그렇게 말이 없었고,
에이가 말 할 때마다 그저 한 번씩 빙긋 웃음만 지었다.
- 진짜 내 옆에 이 애가 마음에 드네.. -
얌전하게 보이는 성격이 마음에 들어 옆에 앉은 씨컵에게 넌지시 말을 건냈다.
“우리 아가씨는 이름이 뭐야?”
씨컵의 대답을 들으려 눈을 쳐다보는 중에 웃음 섞인 에이의 목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야~ 이년아 내숭 떨지 말고 평소에 너처럼 행동해,”
갑자기 내 옆에 앉은 씨컵이 소리 내어 크게 웃었다.
“히히.. 얌전한 척 하기 조옷나 힘드네~ㅎ”
-뭐지? 유주얼서스펙트 같은 이 반전은? -
나를 보며 빙긋 웃던 씨컵이 내 얼굴을 빤히 보며 술잔을 내밀었다.
“오빠~ 나 수진요, 정수진.. 어제 봤죠? ”
“어?.. 응 어제 봤지..”
“자자 우리 거국적으로 술 한 잔 해요~”
- 거국적? 말투가 순 우리 부장님 같네..-
씨컵은 아니 수진은 내게 술잔을 내밀었고, 그 잔에 건배를 했다.
맞은편에 앉은 에이는 내 친구의 팔을 억지로 교차시켜 러브샷을 하고 있었고,
친구의 표정은 초등학생 사촌누나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5살짜리의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내가 술 한 잔을 마시고 삼겹살을 집으려고 하자 수진은 내 손을 가로 막으며 자기가 직접 삼겹살을 집어 내 입에 넣어줬다.
그렇게 한 잔 두잔 술이 들어가다 보니 내 옆에 앉은 수진이 보다,
맞은편에 앉은 말을 험하게 하는 에이가 김슬기 같은 국민 욕 동생처럼 귀엽게 보였다.
친구는 술이 많이 취해 아무 말도 없이 가만히 앉아만 있었고,
에이는 그런 친구가 재미가 없는지 내게만 계속 말을 걸었다.
내 옆에 앉은 수진이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서서 에이에게 말했다.
“은정아! 화장실 갈래?”
“아니 너 혼자 갔다와~”
-에이의 이름이 은정이였구나...-
수진이는 비틀거리며 화장실로 갔고, 에이는 화장실로 사라진 수진을 확인하고 내 옆자리로 왔다.
친구는 에이가 내 옆에 오던 상관없이 그냥 멍하게 초점 없는 눈으로 가만히 앉아 있었다.
내 옆에 앉은 은정이는 술 냄새를 풍기며 내게 말했다.
“오빠 내가 얼마 전에 드라마를 봤는데~”
“그런데?”
“거기에 사탕키스가 있더라구~”
- 무슨 뜬금없이 사탕키스?? 카운터에 있는 박하사탕으로 사탕키스를 하자는 말은 아니겠지? -
혹시나 싶어 놀란 척 에이의 얼굴을 물끄러미 그리고 말없이 쳐다봤다.
“오빠 나 그런 거 되게 하고 싶었어~”
“사탕키스?”
“사탕이 없으니깐 이걸로 함하자~”
그리고 에이는 기름기가 다 빠져 맛없어 보이는 삼겹살을 집어 입에 물고 내게 얼굴을 내밀었다.
장난치는 줄 알고 웃으며 고개를 살짝 돌리니 에이는 진지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얼른!!”
취중에 삼겹살을 입에 문 에이의 모습이
마치 김슬기가 귀여운 표정으로 혀를 쭉 내미는 착각이 들어 천천히 얼굴을 가져다 댔다.
그러자 에이는 피씩 웃음을 터트리며 내 얼굴을 확 밀었다.
“이 오빠 미쳤네~ ㅎㅎ 진짜로 할려고 그래~ 진짜 귀엽다~ㅎ”
에이의 행동에 당황할 때, 에이가 다정한 눈으로 내게 말했다.
“오빠 애인 없지?”
- 뭐지 이 분위기는? -
아무 말도 못한 채 가만히 있으니 에이는 테이블에 놓인 파 재래기를 젓가락으로 집으며 입을 열었다.
“오빠, 우리 진지하게 만날래?”
만약 내가 거절은 한다면
내일 9시 뉴스에 대구에서 파 재래기에 맞아 남자 사망이라는 뉴스가 나올 것 같았다.
“그래...그러,.면 난 좋지만...”
“좋으면 좋은 거지 남자가 무슨 뒷말이 그리 많어!”
에이의 협박에 거절을 할 수가 없었다.
“아니.. 그냥.. 그러자고...그런데 아는 사이랑 사귀는 사이의 차이가 뭐야?"
일부러 답답하게 보이려고 모른 척 물었고, 에이는 소주 한 잔을 급하게 들이켜고 내 손을 잡았다.
“이렇게 손도 자연스럽게 잡을 수도 있고...”
그리고 그녀는 내 허벅지 위에 손을 올리면서 말했다.
“이렇게 몸을 어루만질 수도 있고..”
또다시 내 귓가에 바람을 살짝 불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속삭일 수도 있고...”
그녀의 약간 취한 듯한 행동에 공포감이 엄습해 떨고만 있었다.
그러자 그녀는 손으로 내 턱을 잡아 자기가 있는 방향으로 돌려 살짝 입을 맞추며 말했다.
“이렇게 키스도 할 수 있는 거야..”
입을 맞출 때는 삼겹살 냄새가 풍겼지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간만에 한 입맞춤이 싫지만은 않았다.
“방금 한 거는 뽀뽀 아니가?”
“이 오빠 뭐 좀 알긴 아네~”
에이는 빙긋 웃으며 람보가 적군의 목을 비틀 듯이 내 목을 확 비틀어 내게 키스를 해주었다.
입안으로는 부산 오뎅 같은 감촉이 입안에서 5기통 댄스를 추고 있었다.
그리고 한참을 키스하다가 에이가 말했다.
“오빠 이건 아닌 것 같다..”
- 지가 꼬시고 지가 뽀뽀까지 해놓고 왜 저러지? -
다시 에이는 맞은편으로 돌아갔고, 소주를 한 잔 또 들이키며 말했다.
“그냥 오빠는 내꺼 하지 말고 수진이와 잘해봐. ”
씨컵은 화장실을 간지 한참이 되도 오지 않아 에이가 화장실로 갔고,
친구는 조금씩 술이 깨는 것 같았지만, 컨디션이 영 좋아 보이진 않았다.
3분여 지난 후에 에이는 씨컵을 부축을 하고 자리로 돌아왔고, 많이 취해 보였다.
그 길로 바로 삼겹살집에서 나왔고, 에이가 혀가 고꾸라진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오빠 지금 바로 모텔 갈꺼지?”
무척이나 당황을 했다.
“응? 왜?”
“씨이발! 이렇게 술 먹여 놓고 집에 가라고?”
그리고 에이는 씨컵을 부축하고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모텔로 앞장서서 걸어갔다.
여자 둘은 먼저 모텔로 들어갔고, 나와 친구는 모텔 입구에서 들어가지 않은 채 망설이고 있었다.
“승훈아..”
“왜?”
“나 아무래도 재네들 수상해.. 꽃뱀같애..”
“꽃뱀?”
“나 그냥 집에 갈래.. 너 들어갈거면 혼자 들어가...”
그렇게 말하고 친구는 택시타고 집에 가버렸다.
모텔 입구로 들어서자 주인으로 보이는 아줌마가 303호와 304호에 방으로 들어갔다며 내게 계산을 하라고 했다.
-음...꽃뱀 맞네.. 아이씨..-
303호로 들어가니 에이가 있었다.
“오빠 내 친구는 옆방에 있어~ 잘 해봐~”
내 상상은 여자 둘이 한방에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어...알았어..”
“오빠 친구는?”
만약에 먼저 갔다고 말하면 난리가 날 것 같아 거짓말을 했다.
“편의점에 맥주 사러 갔는데 곧 올거야..”
“오~ 그 오빠 좀 센스 있네~”
303호에 에이를 남겨둔 채 옆방으로 갔다.
수진이는 침대에 누워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술이 많이 취해 집에 만사가 귀찮아져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출근을 할 생각으로
나 역시 휴대폰으로 알람을 맞춰놓고 수진이 옆에 누웠다.
깜빡 잠이 들었을 때 모텔 방 앞에서 고함소리가 들려 눈이 뜨였다.
“아이 씨발!! 문 좀 열어봐!!!”
풀려버린 다리를 끌고 걸어가 문을 열어주니 엄청 화난 표정의 에이가 큰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내 남자는!! 어디 갔는데!!”
정신없이 자다가 속옷만 입고 있는 에이를 모텔 복도에서 보니 더 정신없었다.
“아이 씨발! 내 남자 도망갔다!!”
-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고 잠 와 죽겠구만.. -
그리고 에이는 씩씩하게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올라왔고 술이 취해 정신없이 취해 있는 수진을 발로 밀어 바닥으로 떨어트리며
침대를 탁탁 두드리며 올라오라는 씩으로 내 얼굴을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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