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쯤,
사무실 근처 조그만 백반집에서 점심을 먹는데
등을 보이고 앉아서 밥을 먹는 넘이 아무래도 고교 동창같은 거야~!
맞는거 같기도하고 아닌거 같기도 해서 그냥 아는척을 못했어.
벌써 세월이 20년 넘었으니...
그놈도 등돌리고 먹다 나가니까 나를 알아볼 수 없었겠고.
밥값 계산을 하며 식당 누님께
"저기 자리 앉아서 밥먹던 사람 혹시 알아요"
"누구? 아아~! 그 막내?" ... 막내? ...
"아무래도 내친구 같은데 나중에 오면 XX고교 안나왔냐고 물어봐 주세요"
"에이~!! 그럴리가 없어요. 그 사람 나이가 많이 어릴텐데~......(꺄우뚱) 물어는 봐줄께요"
흠 내가 봐도 너무 어리게 생겼더라.
며칠후 이 식당에 다시 갔더니 폰 번호 메모를 하나 준다.
"깜짝 놀라던데요?"
"뭐가요???"
"어떻게 자기 나온 학교를 알아 맞췄냐며.."
"ㅋㅋㅋ ㅋㅋㅋ"
놀랄만도 하겠지...
암 생각없이 밥먹으러 왔는데 식당 이모가 갑자기 출신학교를 맞췄으니까..ㅋㅋㅋ
그래서 연락이 된 이녀석...
갑자기 이름은 생각이 안나고 별명만 떠오른다. 주. 뎅. 이...
입이 크고, 많이 돌출된거 빼면 인물도 좋고, 잘 생겼다.
고등학교때 당구치면 남들 안볼때 하나씩 더 빼는 사기를 치던 친구..
어깨에 힘좀 주다가 중딩한테도 얻어 맞던 친구..ㅋㅋㅋ
나이먹고 보니 지난 추억과 함께 정말 반가왔다.
평소 연락되는 동창과 그 밥집 닭도리탕을 먹으며
셋이서 술도 한잔하고 옛날 얘기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가진뒤
알고 보니 집도 우리집 근처에 살더라고 글쎄.
가끔 술 생각날때 동네에서 막걸리 한잔씩 하는게 처음엔 좋더만. . .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가만!
그러고 보니 이새끼가 막걸리 한번 쏜적이 없네?.
뭔가 살살 얄밉다 이거.
어느날 이 운동량 없는넘과 가까운 산행을 나섰다.
소래산 --> 인천대공원 --> 집 코스로
얼마 걷기도 전에 이 친구 '헥헥' 이다.
뒤따라오며 힘들다고 투덜투덜 거리고 불만 투성이고...
"너는 달리기도하고 그래서 체력이 좋지만 난 너무 힘들어~!!"
"... ... ... ..."
"야~ 너 정말 체력 좋다 안 힘들어?"
"아요~! 요까짓거에 ..야야 고만좀 떠들어.. 말이 많아"
정상에서 스트레칭좀 하니까
"우와! 유연하다~!!"
이넘 내 몸풀기를 따라하며 막대기 쌩쑈를 하고 앉아있네.ㅋㅋ
"내가 쫌 스트레칭해서 요새 많이 유연해지긴 했지 큼큼!!"
'어이구 운동좀 하고 살지 저 뱃살... 자기 관리하고는....'
계속 해대는 죽는 소리와 정비례하게 나는 점점 거만해지며 이 친구를 우습게 보았다.
계속되는 산행 후 인천대공원으로 넘어와서 호숫길을 돌아 걸어 나오는데
등산화에 쌕도 메고 있었지만 갑자기 달리고 싶어지네?.
"야 주뎅아 슬슬 걸어오고 있어. 나 저기까지 달려갔다가 다시 올테니까"
"그럼 저기 문까지 달리기 내기할까? 막걸리내기 어때? ~!!"
'아 이 껌같은 쉐이가'
"좋아!, 근데 여기서 문 까지는 너무 머니까 저어기 보이는데 까지만 하자"
한 2~300m 쯤을 가리켰다.
"준비~ 쉬이 작!"
결과는
완죤 발렸다.
앞에서 간격이 멀어지면 속력을 줄였다 높였다 하며
나를 아주 가지고 놀더만 썩을...
"헉헉 내.. 내가 졌다.. 너 이 새끼 왜이리 빨러? 헉헉"
이자식 빙긋 웃으며, 회심의 한마디
"몰랐어? 나 육상부 였잔아"
더 성질 나는건 깐족거리는 주뎅이 표정이다.
"아~니야~ 내가 살께~"
"내기는 내기야"
재수없게 점점 코맹맹이 목소리로 눈 웃음까지 치며 깐죽된돠
"아니~야앙!! 내가 사알께에 막꺼얼 리잉~!!"
"아 됬다니까~"
점점 더 유치해지게끔 만드는 이녀석
멀지 않았다. .
내 언젠가 발른다. 증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