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000이 있다.’
무슨 퀴즈 문제같지만,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 안에 있는 LG 스포츠단의 각종 우승 트로피 등을 진열해 놓은 전시대 한켠에는 술 3동이가 동그마니 놓여 있다. 술은 아직 임자가 없다. 제 주인을 만나지 못한 것이다.
그 술은 일본 오키나와 특산 ‘아와모리’ 소주이다. 왜 오키나와 소주가 그곳에서 잠자고 있을까, 의아해 할 수 있겠다. 사연이 숨어 있다.
1994년 봄, 선수단 격려차 오키나와 스프링트레이닝장을 찾은 구본무 LG 그룹 회장(당시 구단주)이 선수단 회식자리에서 이 소주(아와모리)를 나누어 마시다가 “올 시즌 우승을 하면 축승회 때 이 술로 건배합시다”고 제의했다. LG 구단은 귀국길에 아와모리를 여러 통 사들고 들어왔다. 그 해 가을, LG가 창단(1990년) 후 두 번째로 우승한 자리의 축배는 당연히 아와모리로 채웠다.
다시 1995년 봄, LG 구단은 ‘영광이여 다시 한 번’을 다짐하며 귀국길에 큰 항아리에 든 ‘아와모리’ 3통을 사들고 귀국했다. 하지만, 그 술동이를 개봉할 기회는 오지 않았다. 어느덧 13년의 세월이 흘러 술독을 봉해놓은 종이 색깔이 누렇게 변색이 됐지만 안타깝게도 이‘해묵은 술’은 오늘도 LG 구단 한구석에서 세상에 빛볼 날을 기다리며 정물이 된 채 묵묵히 앉아 있다.
그 ‘아와모리’소주는 43도짜리 독한 놈이고, 9000㎖의 큰 항아리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