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상하차한 - Ssul

ekok 작성일 13.09.17 14:01:45
댓글 23조회 13,650추천 8

때는 바야흐로 5월 14일 토요일... 

뭔 놈의 월급은..

통장에 들어왔다가 바로 다음 날 나가버린다..

아니 스쳐지나간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월급은 정해져 있고..

차에다가 투자는 하고 싶고...

여자친구 눈치는 보이고.. 

연애초기에는 즐기면서 만났는데..

이제 결혼을 생각하며 사사건건 간섭하는 여자친구를 보니 

가슴 한켠이 답답하다..

쇼파에 드러누워 티비 채널 돌리기를 수십분.. 

티비도 눈에 안 들어오고..

요전에 xx몰에서 눈여겨 봤던 마이라이드 에어댐이 자꾸 생각난다.. 

나 같은 서민이 박봉에 차도 유지하면서

여자친구도 만나니 월급이 남아나질 않는다.. 

난닝구 빤스차림으로  쇼파에서 벌러덩 누워서

나의 현실에 대해 생각하다 

XXX 같은 기분에 벌떡 일어나 욕을 한바가지 쏟아 붙는다..

 

"아놔 신발 XXX 같은 현실!! 

에라이 신발!

대한민국 족 까라 그래!!"

 

현실을 도피하고 싶은 것도 잠시..

마이라이드 에어댐이 또 생각난다.. 

말보로 레드 한까치를 두어모금 빨고. 재떨이에 비벼 끄고 일어나.. 

츄리닝을 입고 바깥으로 향한다.. 

동네 교차로신문을 한뭉터기 들고 현관문을 들어오는

나의 모습은 사뭇 비장하였다.. 

형광펜까지 준비해서 탁자에 교차로 신문 구인구직페이지를 편 후 

형관펜으로 괜찮은 곳을 쫙쫙 그어 가며 탐색하기 시작하였다.. 

다 그저그런 최저시급의 딱 봐도 3D업종의 포스가 확연히 느껴지는

회사들을 제끼고 조금 더 높은 시급을 찾기위해 나의 눈은 바삐 움직인다..

 

 

XX택배 주말야간 상하차 아르바이트..

 

시급 8000!!!!!!!!!!!!!!!!!!!!!!!!!!

 

이거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핸드폰으로 전화를 한다.. 

전화기 저편에서 굵직한..

또한 닳고 닳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중년남성의 보이스가 들려온다..

 

"저기 사장님 그럼 면접은 언제? 이력서랑 자소서도 써야 하나요?"

 

중년보이스:

그냥 몸만 오시면 됩니더~주말 야간 알바니까..

한 두시간 있다가 오시면 되겠습니더~ 

 

아 이처럼 파격적인 대우가 어디있는가!! 

사장님의 시원시원한 성격에 얼굴은 안 봤지만

괜스레 정말 시원하고 고마우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면접도 안 보고 이력서,자소서도 필요 없으며..

일하기 편한 복장으로 당일에 출근을 하라니!! 

마이라이드 에어댐이 눈 앞에 아른거리던 나에게는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 그 이상의 가치였다..

 

시급 8000원에 저녁 8시부터 아침 8시까지 하고 

사장님이 쿨하게 반올림 해서 하루 일당 10만원을 주신다니.. 

마이라이드 에어댐을 장착한 나의 애마를 생각하니..설레임에 

한시 바삐 출근시간이 다가오길 바랄 정도 였다..

 

XX용역에 7시 40분 쯤에 들어가니..  

열댓명의 사내들이 쇼파에 앉아 있었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친구들을 비롯하여 40대 정도로 보이는 중년아저씨.. 

고시생?으로 보이는 듯한 청년과..

고생 모르고 자란 듯한 고딩패거리 3명.. 과 기타 등등.. 

고딩패거리 3명은 지들끼리 낄낄 거리며 뭐가 좋은지 장난치기 여념이 없었다.. 

용역사장의 짧은 택배알바 소개를 끝으로.. 우리는  

쌍용차의 베스트셀러모델.. 회색 이스타나를 타고 우리는

XX택배 상하차장으로 향하였다.. 

주말에  돈을 벌기위해 투잡을 하는 나의 모습을 생각하니

정말 나 자신이 대견스러웠다.. 

또한 여자친구한테 이미 대략 20통의 문자질로

나 투잡하는 생활력 있는 남자야 라고 자랑할 수 있었다... 

 

용역사장의 이스타나 컨트롤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와 있었다.. 

마치 이스타나와 혼연일체 한 듯 그의 두툼한 오른손은

이스타나의 기어봉과 흡사 샴쌍둥이인냥  한 몸이 되어 있었다..

두툼한 손에 듬성듬성 나 있는 털 들.. 그리고 대략 20돈은 될 듯한  

순금 팔찌..와 열돈은 되어 보이는 두툼한 용반지... 

병...**..같지만 멋있어...  

그 옛날 쌍용차 특유의 공명음...  

어르신들 특유의 적정알피엠 사용 안하고.. 

무조건 기어단수는 고단 !! 고수!!그리고 그와 비례해서 나는 공명음...

 

더더더더더더더덛.... 

 

사장의 말도..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도 안 들린다.. 

앞에 탄 고딩 패거리들은 귀가 맛이 간 줄 알고 연신 후비고  

손바닥으로 귓구녕을 퉁퉁 치기 바쁘다.. 

나 또한 침을 연신 꿀떡 삼키기 바빴다.. 

쌍용차 특유의 말타기 미션... 

신호 바뀔 때마다 신나게 말을 타는 나를 비롯한 알바생들... 

마치 징기스칸의 후예가 되어 드 넓은 황야를 질주하는 듯 했다.. 

이스타나 운전석과 보조석의 바로 뒷자리.. 뒤로 앉는 자리에 앉아 있던 

대학생 두명의 얼굴은 핏기가 가신지 오래였다....

돈 주고 앉으래도 싫은 자리를..  

문에서 가깝다고 앉은 놈들이었다.. 

특히 오른쪽에 앉은 뿔테 안경을 쓴 범생이 스타일의 학생은 

토가 쏠리는지 머리통을 부여잡고 토를 참기 여념이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콧노래 흥얼거리며 담배 쪽쪽 빨아대며 운전하는 사장... 

지금 이런 상황이 나는 즐겁기만 하였다.. 

집에서 뒹굴며 예능채널을 보며 낄낄 거리고 있는 짓거리보다 

더욱 건실하고 뜻 깊은 일이라는 허세의식이 깔려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XX 택배 상하차장에 도착함과 동시에 

수십대의 트럭들이 연신 후까시를 줘가며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는 모습은 일대장관이었다. 

용역사장은 우리를 반장이라는 사람에게 안내해줬다.. 

세파에 찌들은 듯 얼굴 가득 짜증과 불만이 가득 피어 있는 그 얼굴..  

인사고 뭐고 없었다.. 

따라 오세요~ 한마디 하고 쓰윽 지 갈길 가는 그의 뒷 모습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다시 돌아갈까 하고 뒤를 보니..

회색 이스타나는 출구쪽으로  속력을 내고 있었다.. 

마치 임삿갓이 내 어깨를 누르는 듯한

그런 재수없고 께름칙한 기분이 온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2편 

 

시급8000원에 눈까리가 훼까닥 뒤집혀 옳지못한 판단을 내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치가 보통 이상이라면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 했을텐데.. 

불안한 느낌에 나와 같이 알바하러 온 사람들을 쭈욱 훑어 보았다.. 

40대 중년 아저씨 한분만 아 XXX 됐다..

라는 생각이 들어나는 심각한 얼굴표정을 짓고 있을 뿐.. 

나머지 알바생들은 접해보지 못한 곳에서

알바를 하게 된다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신나기라도 하는 듯..

지들끼리 희희덕 거리기 바빴다..

 

특히 고딩패거리 3명...

이놈들은 지들끼리 핸드폰으로 건물이 나오게 사진을 찍어가며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으며 반장 뒤를 쫄래쫄래 따라갔다..  

하차장이 가까워지자..

난 경악감에 눈을 부릅 뜰 수 밖에 없었다.. 

11.5톤 짜리 트럭들이 줄지어 서 있고.. 

하차장 쪽에는 수십명의 사람들이 개떼처럼 박스를 나르고 있었다.. 

경악감과...후회감이 온 몸을 휩쓸었으며 

입으로는 아 XXX됐다..

라는 말이 주저리주저리 흘러 나왔다 

박스를 들고 쉴새 없이 움직이는 사람들의 등판은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땀으로 축축히 젖어 있었다..아니...

세탁기에 옷을 넣어 헹구고.. 탈수를 안 한 듯한.. 

그 정도로 옷들이 젖어 있었다..

 

그들의 모습을 보고 넋이나간

우리 알바생 패거리들의 발걸음이 느릿느릿 해지자.. 

반장의 예의 그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손을 휘휘 저으며 빨리 오라고 손짓을 했다.. 

하차장에 들어서자 후끈한 땀냄새가 진동을 했다..  

아마도 그들은 주간조 사람들인 걸로 생각되었다.. 

그 수십명들의 사람들 중.. 멀쩡한 눈을 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동태눈깔을 하고.. 정신병자처럼 기계적으로 짐을 나르는 그들의 모습.. 

내 입에서 나오는 소리라고는 후회가 가득 느껴지는..

아 XXX됐다..아XXX됐다..뿐 이었다.. 

반장은 무슨 서류를 힐끔 거리며 훑어보더니

 노가다판에서 한 20년은 굴러먹은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자자~ 시간 됐습니다 모이세요~" 

"자~~~ 모이세요~~!!"

 

부르거나 말거나..혼이 빠진 듯 일하는 주간조알바생들... 

덜덜덜.......사지가 부르르 떨려왔다.. 

아오지탄광촌에서 일하는 북녘의 동무들이 그들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모이라고요!!!!!!!!"

 

반장이 악을 바득바득 써대자 그제서야 

하던 일을 멈추고 오는 수십명의 알바생들.. 

사지에 힘이 다 빠졌는지.. 좀비처럼 몸을 비틀대며 오는 그들.. 

그들이 우리 쪽으로 오자 

땀냄새와 함께 후끈한 열기가 후욱~ 하고 들이 닥쳤다.. 

그 수십명의 사람들 중.. 정상호흡을 하고 있는 사람은 전무했다.. 

모두다 400m 전력질주를 한 듯한..거친 호흡을 내 뱉으며 

상체를 들썩거리기 바빴다..

 

아오!! XXX 됐다!! 진짜!!!

 

일은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엄습해오는 불안감과.. 후회감에  

고개는 절로..절레절레..도리질을 칠 뿐이었다.. 

아 시발.. 차 가져올 껄.....무의식적으로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매직카리모컨으로 시동버튼을 눌러봤지만..

수십킬로 밖에 떨어져 있는 나의 애마에게 신호가 갈리 만무 하였다.. 

그나마 내 옆에 가까웠던..주간조 사람중에..

인상이 선해 보이는 사람에게 도움될만한 정보가 없나하고.. 

나는 말을 걸었다..

 

"저기..힘들죠?"

 

"말도 마세요..뒤집니다...주간에 알바로 40명인가 왔는데..

`절반정도.. 한 네시간 하다가 도망갔어요.."

 

헐....................................

 

딱한 표정으로 나를 보는 그...주간알바생... 

엄청난 비밀을 말하듯..

나에게 작은 정보를 던져주고 그는 다리를 후들거리며 

주간조 알바생들과 함께 퇴장하였다..

 

"b-2라인 쪽으로 가지 마세요..  H빔 쏟아져 나옵니다..."

 

퇴장하다가 중간에 정수기쪽으로 가서..

대접으로 물을 벌컥벌컥 퍼 먹는 주간 알바생들의 모습을 보며..

난 입술을 지그시 씹을 뿐이었다.. 

반장은 손가락으로 우리들을 가리키며 B-1 B-2 B-3를 지목했고.. 

난 재수가 좋게...B-1으로 빠질수가 있었다.. 

그 고딩패거리 3명은 재수가 억수로 좋았는지 B-2로 빠져버렸다 ㅋ 

아직까지 정신못차리고 지들끼리 수다 떨고 있는 고딩들.. 

오늘이 지옥이 될 것이다.... 

목장갑이 지급이 되고.. 우리는 배정받은 라인으로 이동했다.. 

나와 40대 중년 아저씨는 같은 조로 배정받아 같이 B-1으로 갔다.. 

B-1쪽에 가니 딱봐도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허허..중간에 도망 갈꺼면 얘기나 하고 가세요"

 

땀으로 젖은 면티가 몸에 쫙 달라 붙어.. 

그 중년 아저씨의 몸매가 확연히 드러났다.. 

내 얼굴만한 갑빠 두개와..

핏줄이 용솟음 치듯 움찔 거리는 팔뚝과  우람하다 못해 거대한  어깨.. 

후덜덜......동네 헬스장 관장 아저씨는 찜 쪄먹을 근육..... 

당장 아마추어 보디빌더로 업종을 전향해도  

우승은 당연한 듯한 그의 근육질 몸매.. 

다년간의 상하차작업으로 단련이 됐으리라.. 

얘기 몇마디 하기 무섭게 똥구녕을 무섭게 들이대는  

11.5톤 트럭...덜덜덛러..... 시작인가...... 

가만히 경직되어 있는 나와 중년아저씨에게 한마디 하며 

몸을 푸는 백전노장 40대후반 아저씨..

 

"몸 좀 푸세요.. 잘못하면 허리나가요!"

 

탑차 문이 열리기 무섭게 빼곡히 들어있는 박스들.. 

입에서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와...시발 뒤진다!!"

 

섬유라고 써져 있는 박스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내용물이 다 똑같아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가까이 들어가서.. 중량을 보고..난 정신을 놓을 뻔했다.. 

손이 덜덜 떨려왔다.. 

중량:55KG....................... 

월급제로 일하는 40대후반 아저씨에게 

이걸..혼자 드냐고..물어봤다.. 

그 아저씨..정색을 하며.. 

이 정도면 혼자들어도 충분한 무게라며 

무슨 솜이불 들어 올리듯 번쩍 들어 뚜벅뚜벅 옮기기 시작했다.. 

한 열박스 옮겼을까.. 등짝을 타고 빗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나름대로 열심히 빠릿빠릿하게 하고 있는데 

월급제 아저씨..또 지나가며.. 한마디 한다

 

"빨리 해요.. 이러다가 날 새겠네.."

 

조롱하듯 한마디 툭 던져놓고  

번쩍 번쩍 옮기는 그 아저씨를 노려보며 

나는 이 박스를 내동댕이 치고 도망 갈까 라는 생각을 했다..

 

속으로 월급제 아저씨 욕을 하며 악을 써대면서 하니 그나마 힘이 덜 들었다.. 

끝 없이 쌓여있는 박스들..

어떻게 한차를 뺐는지 모르겠다.. 

떨리는 손으로 탑차 양문을 걸어 잠그고 

쭈구리고 앉아 숨을 헥헥 몰아쉬고 있는데  

저 쪽에서 후진등에 불이 확 들어오는 거였다.. 

"와......와... 넋이 나가 헛웃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후진등이 그렇게 무서운 건 줄 처음 알았다.. 

하하...하하..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흘리며 옆 라인 쪽을 봤다..

그리고 난  신이 있다면 신께 감사드리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뻘건색 H빔..딱봐도 100KG 우습게 나가 보이는 걸 

고딩 패거리 중 두명이 낑낑 거리며 옮기고 있는거였다..

 

어디 저수지에서 신나게 놀다 왔는지 축축하게 젖어있는 그 고딩들.. 

아마 빤스까지 축축하리라.. 

뿔테안경을 쓴 고딩과 눈이 마주쳤다.. 

그 놈의 눈까리는 짜증과 번민,고통,분노가 뒤섞여있었다.. 

한마디로 건드리면 살인날 눈빛이었다.. 

띠~띠~ 소리내며 후장부터 집어쳐넣는 탑차...

 

아놔 이 **!!!

 

당장 뛰어내려가 기사를 끌어내려 땅바닥에 메다꽂아 버리고 싶었다 

오늘 처음 본 기사인데 죽이고 싶은 감정이 드는 거였다.. 

양문을 잡아 제껴 여는 순간.. 

무슨 로또 당첨하는 순간 같았다.. 

심장이 두근두근.. 어떤 물건일까..제발 가벼운 걸로... 살려줘... 

문이 열리자 마자  안에 내용물을 보고  

너무 기뻐 무릎을 꿇고 박주영세레모니를 할 뻔 했다.. 

작고 가벼워 보이는 물건들.. 

십자수,티셔츠,낚시대, 기타 등등.. 

아.. 이런 물건들을 주문한 주문자들에게 고개숙여 감사드리고 싶었다.. 

일이 신나기는 처음이었다.. 

허나 그것도..탑차 반 정도 먹고 들어왔을 때 까지였다.. 

어디 개망나니 같은 놈들이 방구석에서 쇠질을 할 생각인지

 

덤벨,바벨,,벤치 프레스..아......... 

배송위치를 추적해서 달려가 이단 옆차기로 면상을 날려버리고 싶었다.. 

야이 **!! 운동은 헬스장가서 하란 말이야!!! 

뭔놈의 아령이 이렇게 많은지.. 

아령공장 위치 알면 당장 달려가 불을 질러버리고 싶었다.. 

한차 한차.. 끝낼 때마다..정신이 아득해져 간다.. 

간간히 나랑 대화를 하던 나랑 같은 용역 알바 40대 아저씨는

어느순간부터 말이 없어졌다...

힘이 드는지 입을 굳게 걸어 잠그고..한마디도 안하기 시작했다.. 

나오는 소리라고는 박스 들 때  

으응~ 박스 내려놓고..하아.... 허리 한번 피고 아오!! 

뿐이 었다..나도 마찬가지 였지만 말이다.... 

이미 똥꼬까지 축축히 젖어.. 빤스가 엉덩이에 늘어 붙어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불쾌한 기분이 들었을 텐데 

몸이 노곤하니 만사가 다 귀찮아.. 그냥 쭈구려 앉아 있었다.. 

허리는 불이 난 듯 화끈 거리고 팔 뚝 어깨 손, 목, 손가락.. 무릎은 후끈후끈 했다.. 

저쪽에서 또 후진등이 훅! 하고 들어온다.. 

아 무서워....이가 갈린다.. 어금니를 꽉 깨물고  

씹어먹을 듯 후진하는 택배기사차량 백미러를 노려본다.. 

 

 

때마침..들려오는 반가운 소리 간식 드시고 하세요!! 

한마디하며..여직원이 박스를 들고 온다.. 

빵하고 우유.. 평소에 우유 입에도 안대는 나지만.... 

개떼처럼 달려가 우유랑 빵을 집어드는 사람들을 보고 나도 달려간다..  

우유랑 빵을 먹어서 기분 좋다기 보다는 먹는 동안 잠깐 쉴 수 있어.. 

기쁘다는 표현이 맞겠다.. 

쭈구려 앉아 빵을 야금야금 뜯어먹고 있는데

반장 이 시벌놈이 오더니 5분 안에 다 먹으랜다..

 **... 

빵을 우겨 넣고.. 우유를 먹고 있는데 고딩패거리중 한놈이

우유를 벌컥 벌컥 마시고  쭈구려 앉아 쉬고 있다가 

갑자기 우욱~ 우웩..하더니 화장실로 뛰어간다 

그리고 그놈을 볼 수 없었다.. 

토하고 도망갔으니까.. 

그리고 그 고딩새끼 때문에 내가 B-2로 가게됐다.. 

이름도 모르는 그 고딩**를 죽여버리고 싶었다.. 

막상 보고 무게를 가늠짐작하는 것과 실제 들어보는 건 천양지차였다..

 

번쩍 들어 어깨에 걸쳤는데 어깨가 빠질 뻔 했다 ㅡㅡ 

웬만한 강도의 일은 다 버텨내는 체력이라 자부했는데 

상하차작업은 안드로메다 급 일의 강도라 자부한다 ㅡㅡ 

일이 막바지에 왔고..해는 떠오르고 있었다.. 

옷은 젖었다 말랐다 젖었다 말랐다..

수십번을 반복하며 쉰내를 풀풀 풍겼다..

 

고딩들은 새벽 1시쯤에 도망갔다.. 

잡생각?상념? 그 딴 건 없는거다.. 

새벽 3시를 넘긴 시점부터  나도 한마리 좀비가 되어 

기계적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아침 8시가 다가오고.. 또 주간알바생들이 들어온다.. 

나도 측은한 눈빛으로 그들을 쳐다본다.. 

그놈들은 나와 우리들을 보며 넋이 빠져 있다.. 

난 그들에게 B-2라인으로 가지 말라는 소리를 안했다..  

어느누구도 안 물어봤으니까..

용역사장의 이스타나를 타고 다시 용역소로 향하는데 

용역사장 그 미**의 허접한 테크닉에 공명음이 나는데..

오히려 자장가로 들렸다..잠이 솔솔 왔다...

똥 싸러 들어갔다가 나 온후 다르다는데 딱 그말이 맞다.. 

용역소에 들러 10만원이 든 하얀 봉투를 집어들었을 때 

울컥하고 목이 메여왔다.. 

 

 

돈을 받고 용역소 계단에 앉아 말보로 레드 세까치를 조지고  

후들거리는 다리를 애써 다잡으며 집으로 향했다.. 

집에 오니.. 신발장에 여자친구 신발이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당장 달려가 여자친구를 앉고 뒹굴었겠지만.. 

그럴 여력이 없었다..

씻고 자시고도 없었다.. 

냉장고 문을 열어 

코카콜라 1.5리터를 벌컥벌컥 들이키고 

안방에 들어가 곤히 자고 있는 여자친구를 봤다.. 

괜히 또 울컥한다.. 무슨 고딩 때 학교에서 얻어 터지고 와 

눈물을 참고 있는데 엄마가 어떤 새끼가 그랬어!! 하며 

내 편을 들어줄 때.. 그 북 받쳐 오르는 슬픔.. 눈물.. 그런 감정 같았다.. 

너무 힘이 들어 씻을 생각도 안 들었다.. 바로  

쇼파에 누워 5초 만에 잠이 들었다.. 

십만원을 바지 주머니 깊숙히 집어넣고 말이다.. 

 

 

그 후로 아직까지 후유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파스만 이만원어치 사다가 방구석에 쟁여놓고  

틈날 때마다 파스 교환을 하고.. 

일 끝나고 동네한의원에 허리에 침 맞으러 다닌다.. 

물론 그 10만원은 봉투 그대로 보관되어 있다.. 

내 고등학교 졸업장에 집어넣어서.....

이돈은.. 도저히 못 쓰겠다..

 

 

상하차알바...

 

하지마세요... 

 

진짜 곧 죽어도 하지마세요...

[출처] 팍스넷 好吃的酒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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